운세 주기가 다르다 보니 생기는 오해

 

 

며칠 전 오래 전 잘 알고 지내던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외손주 일로 상담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년 봄까진 사무실도 폐쇄하고 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가까운 사이였기에 기꺼이 상담해 드리겠다고 답했다.

 

양재역 근처의 커피 집에서 만났다. 몇 마디 들어보니 바로 판단이 섰다. 당사자들에겐 심각한 사정이었겠으나 나로선 너무나도 많이 접해본 아주 흔한 상담 케이스였다.

 

손주의 아버지가 되는 사위는 대기업 간부, 사회적으론 성공 가도를 달려가고 있지만 집에선 자녀들에게 아주 엄한 아버지, 아들 녀석이 말을 안 듣고 공부도 하지 않는다고 수시로 심한 말과 함께 때론 폭력도 행사하고 있었다.

 

외손주의 어머니 즉 지인의 따님은 그런 남편의 심한 행동에는 적극 반대하고 있지만 대신 아들에 대해 깨알같이 미주알고주알 간섭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외손주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반항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아예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방안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는 일종의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칼을 들고 들어가서 혹시라도 끌어내려고 하면 무슨 일이 날 지 모른다고 부모를 위협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아이의 생년월일시를 보니 2008년생이었고 지금은 중3이었는데 운세를 보니 2020 庚子(경자)년이 입춘 바닥, 따라서 지금은 지금 한창 어렵고 힘든 때, 간단히 말해서 바닥을 기고 있었다.

 

학교에서 학업 성적은 물론이고 왕따 당하는 일도 제법 되는 외손주는 이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싫어져버린 것이다. 부모들은 이러다가 아이를 완전 망칠 것 같은 걱정이 들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내버려 두면 되는 일인데

 

 

어쩌면 좋겠냐고 묻는 지인의 물음에 답을 했다.

 

“간단합니다. 버리면 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아이가 학교에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아니요 성적 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이 하자는 대로 내버려두면 가장 좋습니다. 용돈을 달라고 하면 물론 적당히 주어야 하고요. 그렇지 않고 강제로 억지로 푸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정말 그건 모를 뿐 더러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남자는 상처를 크게 받으면 일단 자신의 동굴로 들어가서 다 나을 때까지 나오지 않으려 하는 법, 그러니 동굴 밖에서 기다려주면 되는 일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이런 상황은 굉장히 흔하다. 그런데 억지로 문제를 해결하려들면 정말이지 부모 자식 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悲劇(비극)으로 끝나는 수도 대단히 많다.

 

그 아이, 그냥 내버려두면 몇 년 지나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잘 살아보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면 절로 잘 살아갈 수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상실도 크다. 학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바람에 사회에 진출할 때 상당히 마이너스로 작용하겠지만 큰 눈에서 보면 인생 살아가는 데 있어 그게 결정적인 것은 절대 아니란 사실이다. 오히려 그런 요소가 약이 되어 나중에 더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점은 저마다 각자의 운세 사이클이 다르다는 점이다. 가령 아버지는 어려서 고생하면서 열심히 노력했고 그 바람에 중년 이후 어느 정도 성취를 누린다. 하지만 자녀는 어려서부터 운이 계속 하락해서 20대 무렵에 바닥을 치게 되어 이른바 ‘루저(loser)’로 지낸다. 하지만 그 또한 나중에 보면 그런 찌질이 루저들이 중년 이후 만년에 이르기까지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이다.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고 기다려주어야 될 때가 더 많아서 

 

 

따라서 이런 케이스에 있어 일단 부모 쪽에서 먼저 자녀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럴 경우 고비를 잘 넘길 수 있고 훗날 자녀가 잘 성장해서 부모의 은혜를 두고두고 고마워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경우 부모 자식 사이가 원수처럼 되어버리는 경우도 참으로 허다하다. 상담해오는 과정에서 실로 많이 경험했다, 나 호호당은.

 

물론 이처럼 사람마다의 운세 사이클을 알 수 있다면 살아감에 있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운세 사이클을 몰라도 실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까운 사람 또는 자녀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떨어진다 싶으면 타고난 재능이 떨어지는 까닭도 있겠으나 운세가 부진하면 저렇다는데 하는 식으로 이해해고 양해해준다면 그리고 느긋하게 기다려줄 수 있다면 결국 보람이 있을 것이란 얘기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저마다 욕심이 앞서서 조금 모자란다 싶으면 다그치고 압박하면서 서로 간에 감정만 상하게 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인 것 같아서 안타깝다.

 

 

기다려주는 것, 성숙한 자의 사랑

 

 

소중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지금 어렵다면 같이 걱정도 하고 공감도 해가면서 잘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이런 것을 성숙한 사랑이라고 한다.

오늘은 수능일, 예전에는 아주 춥고 그랬는데 이젠 수능이란 게 예전만큼의 비중이 없어졌는지 겨울비가 내린다. 창밖 아래 양재천 주변을 걷는 노란우산이 정감이 있다. 처음 내리는 겨울비에 비중을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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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이라 서리 무성하고 

 

오늘 11월 8일 새벽 1시 21분으로서 立冬(입동)절을 맞이했다. 어제부터 기온이 훅 내려서 옷을 입고 워킹에 나선 7시20분, 기온은 3도, 그래도 어제 하루 동안 적응이 되었는지 그다지 춥지 않았다. 해가 동쪽에서 이제 막 떠오르고 있었고 새들이 먹이활동을 열심히 시작하고 있었다.

 

霜降(상강) 이후부터 아침 워킹 때마다 새들 먹을 것을 챙겨준다, 이제 굶주림의 기간이 시작되었으니. 걷다 보면 팻말에 ‘비둘기 모이를 주지 말라, 그게 오히려 새들에게도 더 좋다’는 식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개체수 조절 차원에서 물론 맞는 말이겠지, 하지만 나는 주고파서 준다, 어쩌라고.

 

산책길 아래의 저습지 풀밭 위로 서리가 허옇게 깔려있었는데 햇볕이 비쳐오자 빠르게 녹아서 이슬이 되고 있었다. 그래 아직은 된서리가 아니라 무서리의 계절.

 

立冬(입동)이란 단어에 겨울 冬(동)자가 들어가니 겨울이 아닌가 싶겠지만 아직 겨울보다는 늦가을 느낌이 들 것이다. 저 멀리 지평선 쪽에서 겨울의 기운이 이제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는 의미의 입동이니 그렇다. 그 겨울 기운이 앞으로 보름 지나 小雪(소설), 즉 11월 22일이 되면 바야흐로 겨울다운 겨울로 접어든다. 이제 서둘러서 겨울옷을 꺼내어 점검해야 할 때.

 

 

만물은 입동에 이르러 가장 튼실하다

 

 

입동, 이 무렵이야말로 겉보기와는 달리 살아있는 모든 것이 가장 부유하고 튼실할 때이다.

 

낙엽 우수수 지고 날이 차가워지니 쓸쓸한 기분이 앞서서 그렇지 사실 영양학적으로 따지면 지금이 가장 實(실)할 때란 사실. 물론 그렇다, 낙엽 길에 가득 뒹굴고 차가운 바람 휙-하고 불어오면 그야말로 罷場(파장) 분위기가 맞다. 하지만 그건 이제 생산이 끝났을 때의 분위기, 다시 말하면 이제 그간 신나게 뜨겁게 즐기던 파티가 끝난 뒤의 허전함 같은 것이다.

 

나무의 경우를 보자.

 

그간 잎사귀를 통해 광합성을 많이 했고 그를 통해 많이 자랐다. 그러니 이제 잎사귀로부터 일종의 영양분이라 할 수 있는 엽록소까지 깨끗이 다 몸 안으로 회수해 들인 뒤 떨어뜨린다. 아래에선 그간 땅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던 잔뿌리들도 모조리 끊어버린다. 이제 곧 땅이 얼 것이니 잔뿌리를 통해 물기가 들어오면 얼어 죽을 수 있으니 밀봉해버린다. 이제 생산은 끝이 났고 따라서 나름 가장 부유해진 나무는 그간에 축적한 영양분을 가지고 겨울을 나면 된다.

 

동물들도 마찬가지. 한해살이 벌레들은 다음 세대를 위해 준비해놓고 죽었을 것이고 여러해살이 동물들은 그간 영양분을 최대한 축적해서 토실하고 튼실하다. 겨울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사람도 실은 마찬가지이다. 한해 농사가 이맘때면 다 끝이 나서 창고에 곡식이 가득할 것이고 그것으로서 내년 여름까지 지낼 양식을 마련했을 것이니 입동 무렵이야말로 농부가 가장 부유한 때이다.

 

 

우리 국운에 적용해보면

 

 

그렇다면 이제 입동에 만물이 가장 부유하고 튼실하다는 이치를 확대 적용해보자.

 

우리 대한민국의 60년 주기 국운에 있어 입동은 2009년이었다. 따라서 2009년을 전후한 5년간, 2007-2012년간이 우리 대한민국이 가장 부유했던 때였다.

 

그 무렵 우리는 전 세계가 인정하는 강국과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으며 2010년의 서울 G20 정상회의와 2012년의 핵안보정상회의가 우리의 높아진 위상을 말해주는 좋은 행사였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 당시 우리 경제가 비교적 쉽게 회복될 수 있었던 것 역시 이 무렵 우리 기업들의 높은 기술력이 받쳐주었기 때문이고 이에 중국 시장에서 크게 재미를 볼 수 있었다.

 

나라의 부강함을 말할 때 흔히 1인당 GDP를 얘기하지만 사실 그건 하나의 지표일 뿐이고 그냥 2009년을 중심으로 하는 2007-2012년 사이에 우리 경제가 가장 부강했었다고 보면 절대 틀림이 없다.

 

2009년에 가장 부강하고 부유했으니 그로부터 30년, 즉 60년의 절반이 지난 시점에 이르면 또 한 차례 우리 경제는 가장 빈곤한 때를 맞이할 것이니 때는 2039년이다. (물론 이 때 빈곤해진다고 해서 우리가 과거와 같이 빈한하고 가진 것 없던 시절로 되돌아간다는 얘기는 아니다.)

 

 

2024년부터 우리 경제는 내리막을 갈 것이고 

 

 

그러니 내년 2024년, 우리 국운의 새로운 60년 주기가 시작되는 立春(입춘)부터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가난해지고 어려워지기 시작할 것이다. 2009년부터 30년간의 내리막길에서 내년은 그 중간에 해당되기에 어쨌거나 2009년부터 15년간은 그런대로 괜찮았다면 이제부터 15년간은 고난과 새로운 도전의 시기가 될 것이란 얘기이다.

 

우리 경제의 근원적인 문제점은 우리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상품을 수출하고 그 액수만큼 수입을 해와야만 현 상황을 유지해갈 수 있는 체제, 즉 외부환경의 변화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구조로 되어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최근 대두된 새로운 상황, 미국이 반도체 기술을 통제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글로벌화가 멈칫거리고 블록화되는 상황은 우리 경제에게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구감소로 인한 문제가 우리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내수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를 맞이할 것이고 그에 따라 성장률 또는 잠재성장률 또한 제로 또는 마이너스로 들어갈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와 경제를 보면 겉으로야 그런대로 이어지고 있지만 속으로는 상당한 스트레스와 불안 심리가 자리하고 있다. 가계대출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국가부채 또한 저번 문재인 정부 시절 엄청나게 늘려놓았기에 훗날 반드시 커다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 없다.

 

게다가 수출 또한 예전만큼 흑자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기에 안팎으로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유튜브를 보면 증시나 경제 부동산에 관한 비관적인 전망도 상당히 많고 또 조회 수도 많이 나온다. 각자의 불안한 마음을 좀 더 확인시켜주는 것, 즉 그래 맞아, 전문가들도 저렇게 생각하잖아, 그러니 어려워질 거야! 하는 것이다.

 

 

2027년 여름, 우리 경제에 커다란 충격이 찾아올 것이니 

 

 

그래서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어려워지는 시기에 대해 알려드리고자 한다. 아직은 아니고 2027년 4월부터 기미가 나타나서 7-8월 이후가 되면 우리 경제에 한 차례 큰 충격이 찾아들 것이다. 아직 몇 년 더 남은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때 까지는 아무런 일이 없느냐? 하면 그런 건 아니고 서서히 지속적으로 어려워져갈 것이란 얘기이다.

 

오늘 글은 어제부터 쓰기 시작해서 오늘 9일 점심 무렵에 마무리했다. 금연으로 인한 금단증세로 글 쓰는 게 절대 쉽지가 않다, 어서 편해져야 할 터인데 말이다.

 

아침 산책할 때 들리는 근처 습지에 서리가 무성하게 내렸다. 해가 뜨면 곧 녹겠지만 이제 겨울이 온다고 알리고 있었다. 어제 아침 날은 무척이나 싸늘했다. 

 

 

해뜰 무렵 양재천 물가의 억새가 아침 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올 해는 가을비가 많이 내려서 억새가 무성하지 않고 조촐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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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밤의 호젖한 비가 아니라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고 흔들리면서 얼굴을 때리듯 적시는 차가운 비였다. 밤늦은 시각이 아니였지만 아파트 단지 내 거리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비에 젖어 번들거리는 도로가 히죽거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비내리고 비그치고 해가 나고 또 해 들어가고 바람 세차게 불고 또 비가 들이치고. 공기는 더없이  맑고 빛은 청명하다. 이 사진을 찍은 5분 뒤 비구름 지나면서 세찬 바람과 함께 거센 비가 내렸다. 호랑이와 여우가 결혼식을 올리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저 맑고 투명한 빛을 기억헤야지, 2023년의 마지막 가을색일 수도 잇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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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내리는 비, 며칠 엄청 더웠다, 11월인데 말이다. 하지만 오늘 비가 저 더위를 내리고 북서풍을 물고 들어온다고 한다. 아파트 창 아래 수직으로 바라본 모습, 보도블럭이 비에 젖어 선명하다. 낙엽 낭자한데 오른 쪽 상단에 멋진 단풍은 후박나무이다. 늦가을 정취 물씬하다. 

이제 운명에 대해 예전만큼의 관심과 흥취는 없지만 그래도...  

 

이제 나 호호당은 운과 명 즉 운명이란 것에 대해 예전처럼 호기심이 많지 않다. 웹(web)이란 것이 생겨난 이래 정보는 넘쳐났고 그 덕택에 상담만이 아니라 웹상의 무수한 자료들을 통해 진저리가 날 정도로 연구해보았고 그 결과 알만큼 알고 있으며 반대로 어떤 일정한 한계, 내 혼자만의 머리와 노력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벽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있기에 그렇다.

 

물론 나 호호당이 운과 명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이나 상상하는 수준을 넘어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계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머진 또 다른 이들이 더 연구해서 알아내리라 여긴다.

 

얼마 전 넷플릭스를 보다가 다시 한 번 운명의 묘한 이치를 절감케 해주는 흥미로운 사례를 만났다. 야, 이거 참 신박하네! 이래서 운명에 대한 연구를 그만 둘 수가 없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운이 한창 좋을 때 황액을 당했지만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어느 젊은 검사가 운전 중에 마피아의 총격을 받고 현장에서 즉사했다. 마피아들 입장에서 협박이 통하지 않자 일종의 처형을 단행한 것이다.

 

총격으로 사망한 것이 1990년 9월 21일이었는데 그로부터 30년이 흘러 2020년 12월 1일자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를 복자로서 승인했다.

 

이로서 검사는 사후 30년 만에 가톨릭교회 準(준)성인의 반열에 올랐다.

 

검사의 이름은 로자리오 라바티노(Rosario Livatino), 38세의 나이였다. 생일을 살펴서 운세 흐름을 확인해보았다.

 

1952년 10월 3일생이고 생시는 알려져 있지 않다. 壬辰(임진)년 己酉(기유)월 壬午(임오)일이다. 생시를 모르는 까닭에 확신할 순 없지만 이 검사의 입추는 1982년이라 본다. 따라서 1990년은 60년 순환에 있어 秋分(추분)의 때였다.

 

한 해의 순환에 있어 9월 20일 경의 추분은 가을 수확이 시작되는 때, 따라서 추분의 운 또한 이제 바야흐로 모든 면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승승장구하는 때이건만 이 좋은 운에 라바티노 검사는 마피아들에게 졸지에 살해당하면서 비명횡사하는 厄(액)을 당했다.

 

하지만 이 대목이야말로 나 호호당으로 하여금 무릎을 치면서 감탄하게 만들었고 또 글을 쓰게 만들었다.

 

 

세상이치와 셈법이 절대 허술하지 않아서 

 

 

사람들을 마피아의 횡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열심히 그리고 용감하게 수사를 지휘하던 정의의 검사가 한창 좋은 운에 비명횡사를 했으니 그간의 노력은 도대체 무엇이며 나아가서 正義(정의)란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관념에 불과한 걸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말이지 이런 대목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과정을 떠나 결과만 좋으면 다 좋은 것일까? 선악이란 그저 헛된 관념인 걸까? 어쨌거나 돈을 벌고 성공만 하면 되는 것일까? 하는 질문 말이다.

 

학교를 다니는 청년 시절까지는 도덕과 선악, 정의와 불의가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사회에 진출하고 현실을 경험하고 또 그 속에서 시달리다 보면 그런 문제는 점차 별 것이 아니란 생각과 회의도 들기 마련이다. 심지어 어쨌거나 먼저 먹고 잘 먹는 놈이 장땡! 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다시 말해서 현실의 세계는 ‘셈법’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고 기준도 애매하다. 객관적인 셈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같다.

하지만 나 호호당이 운명을 오래 연구하면서 알게 되고 느껴서 절감하게 된 바, 세상의 가치와 셈법은 절대 허술하지 않다는 점이다.

 

 

죽어서 부활한 라바티노 검사

 

 

사람의 운세는 60년 순환에 있어 秋分(추분)부터 小雪(소설)까지 10년간이 최전성기이고 그간에 성취한 것이 쌓이고 누적되다 보면 冬至(동지)의 운까지 15년간 무난하게 영광을 누린다.

 

하지만 로사리오 라바티노 검사는 그 어떤 영광도 누리지 못하고 망각되어 질 법도 했으나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은 법, 지역 가톨릭 교회 주교가 나서서 그의 의로운 행동에 대한 자료들을 적극 수집했고 이에 마침내 당시 교황이던 요한 바오르 2세로부터 “정의의 순교자”란 평을 받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가 죽은 지 30년이 지난 2020년에 와서 마침내 교황으로부터 福者(복자)로서 시복을 받게 되었다. 이를테면 라바티노 검사는 죽은 지 30년 만에 부활한 셈이다.

 

그가 피격당한 것은 날은 1990년 9월 추분의 운이었고 시복이 승인된 것은 2020년 12월이었으니 이는 라바티노에게 있어 봄이 되어 다시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춘분의 운이었다. 해가 짧아졌다가 새해가 되어 다시 길어지는 자연의 순환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라바티노 검사가 세상을 떠난 뒤 시칠리아 현지에선 분위기가 많이 변해서 오늘날에 이르러 시칠리아 마피아는 그 세력과 활동이 크게 줄어들었다. 해외 관광객이 많이 찾다 보니 이탈리아와 또 지역 정부도 마피아를 몰아내는 끈질긴 노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세상의 셈법은 엉성한 듯 하나 정확하다는 얘기

 

 

이처럼 세상은 공이 있으면 포상을 받을 것이요 덕을 베풀면 언젠가 돌려받기 마련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 우리가 세간에 시달리며 살다 보면 회의가 들기 마련이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간의 상담과 연구를 통해 검증해왔기에 이런 글을 올린다.

 

넷플릭스에서 “믿음의 미스터리”란 다큐 4회차 내용에서 라바티노 검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다.

 

 

11월 3일 아침, 일출은 6시 58분이었고 이 사진을 찍은 것은 7시 27분이니 일출 후 29분 뒤의 풍경이다. 겨울을 앞에 두고 유난히 따뜻한 날이 며칠 계속되고 있다. 이런 날씨를 옛날엔 小陽春(소양춘)이라 했는데 온난한 남쪽 기단과 차고 건조한 북쪽 기단이 씨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일기예보를 보니 이번 주 일요일 거센 비가 내린 뒤 기온이 급강하한다고 되어 있다. 어제는 시내에 나갔는데 그야말로 화창한 초가을 날씨였다, 그래 2023년 늦가을을 기억해둘께! 하고 다짐하면서 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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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 날 해는 구름 사이로 떠오르고 있었다. 나뭇가지들도 이젠 잎사귀가 얼마 남지 않았다. 

 

 

11월 1일, 오후의 하늘. 잿빛 구름 사이로 하늘이 차가워보인다. 벗은 나뭇가지들 때문일까 아니면 햇빛이 약해져서일까?  잠시 그게 궁금해했다. 늦가을, 만추의 날들이 빠른 속도로 작별을 고하고 있다. 곧 겨울이 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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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대로와 아파트 단지 사이의 방음벽 유리창에 맺힌 아침 이슬, 흥건하게 젖어 내린다. 조만간 이슬이 아니라 얼음이 맺히겠지.  아침 산책 시간에 찍었다. 상강을 지나 내일이면 시월 말일,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아침해가 자욱한 안개를 밀어내고 있다. 호호당은 아침에 걷는다, 담배 금단증세를 이기는 유일한 즐거움이 워킹이다. 아,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하면서 툴툴 거리며 걷는다. 열심히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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