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밤의 호젖한 비가 아니라 세찬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고 흔들리면서 얼굴을 때리듯 적시는 차가운 비였다. 밤늦은 시각이 아니였지만 아파트 단지 내 거리에 사람은 보이지 않고 비에 젖어 번들거리는 도로가 히죽거리고 있었다. 

 

 

하루 종일 비내리고 비그치고 해가 나고 또 해 들어가고 바람 세차게 불고 또 비가 들이치고. 공기는 더없이  맑고 빛은 청명하다. 이 사진을 찍은 5분 뒤 비구름 지나면서 세찬 바람과 함께 거센 비가 내렸다. 호랑이와 여우가 결혼식을 올리는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 저 맑고 투명한 빛을 기억헤야지, 2023년의 마지막 가을색일 수도 잇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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