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세 주기가 다르다 보니 생기는 오해

 

 

며칠 전 오래 전 잘 알고 지내던 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외손주 일로 상담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내년 봄까진 사무실도 폐쇄하고 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가까운 사이였기에 기꺼이 상담해 드리겠다고 답했다.

 

양재역 근처의 커피 집에서 만났다. 몇 마디 들어보니 바로 판단이 섰다. 당사자들에겐 심각한 사정이었겠으나 나로선 너무나도 많이 접해본 아주 흔한 상담 케이스였다.

 

손주의 아버지가 되는 사위는 대기업 간부, 사회적으론 성공 가도를 달려가고 있지만 집에선 자녀들에게 아주 엄한 아버지, 아들 녀석이 말을 안 듣고 공부도 하지 않는다고 수시로 심한 말과 함께 때론 폭력도 행사하고 있었다.

 

외손주의 어머니 즉 지인의 따님은 그런 남편의 심한 행동에는 적극 반대하고 있지만 대신 아들에 대해 깨알같이 미주알고주알 간섭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외손주는 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반항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아예 학교에 등교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방안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는 일종의 농성을 하기 시작했다. 칼을 들고 들어가서 혹시라도 끌어내려고 하면 무슨 일이 날 지 모른다고 부모를 위협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아이의 생년월일시를 보니 2008년생이었고 지금은 중3이었는데 운세를 보니 2020 庚子(경자)년이 입춘 바닥, 따라서 지금은 지금 한창 어렵고 힘든 때, 간단히 말해서 바닥을 기고 있었다.

 

학교에서 학업 성적은 물론이고 왕따 당하는 일도 제법 되는 외손주는 이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싫어져버린 것이다. 부모들은 이러다가 아이를 완전 망칠 것 같은 걱정이 들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내버려 두면 되는 일인데

 

 

어쩌면 좋겠냐고 묻는 지인의 물음에 답을 했다.

 

“간단합니다. 버리면 됩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아이가 학교에 가느냐 마느냐의 문제도 아니요 성적 따윈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냥 아이 하자는 대로 내버려두면 가장 좋습니다. 용돈을 달라고 하면 물론 적당히 주어야 하고요. 그렇지 않고 강제로 억지로 푸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정말 그건 모를 뿐 더러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남자는 상처를 크게 받으면 일단 자신의 동굴로 들어가서 다 나을 때까지 나오지 않으려 하는 법, 그러니 동굴 밖에서 기다려주면 되는 일이라고 얘기해주었다.

 

이런 상황은 굉장히 흔하다. 그런데 억지로 문제를 해결하려들면 정말이지 부모 자식 간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만 남기고 悲劇(비극)으로 끝나는 수도 대단히 많다.

 

그 아이, 그냥 내버려두면 몇 년 지나 서서히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 잘 살아보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하게 된다. 그러면 절로 잘 살아갈 수 있다.

 

물론 그 사이에 상실도 크다. 학업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바람에 사회에 진출할 때 상당히 마이너스로 작용하겠지만 큰 눈에서 보면 인생 살아가는 데 있어 그게 결정적인 것은 절대 아니란 사실이다. 오히려 그런 요소가 약이 되어 나중에 더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

 

중요한 점은 저마다 각자의 운세 사이클이 다르다는 점이다. 가령 아버지는 어려서 고생하면서 열심히 노력했고 그 바람에 중년 이후 어느 정도 성취를 누린다. 하지만 자녀는 어려서부터 운이 계속 하락해서 20대 무렵에 바닥을 치게 되어 이른바 ‘루저(loser)’로 지낸다. 하지만 그 또한 나중에 보면 그런 찌질이 루저들이 중년 이후 만년에 이르기까지 크게 성공하는 경우도 많다는 사실이다.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고 기다려주어야 될 때가 더 많아서 

 

 

따라서 이런 케이스에 있어 일단 부모 쪽에서 먼저 자녀의 처지를 이해해주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럴 경우 고비를 잘 넘길 수 있고 훗날 자녀가 잘 성장해서 부모의 은혜를 두고두고 고마워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이런 경우 부모 자식 사이가 원수처럼 되어버리는 경우도 참으로 허다하다. 상담해오는 과정에서 실로 많이 경험했다, 나 호호당은.

 

물론 이처럼 사람마다의 운세 사이클을 알 수 있다면 살아감에 있어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운세 사이클을 몰라도 실은 크게 상관이 없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가까운 사람 또는 자녀가 상대적으로 부진하고 떨어진다 싶으면 타고난 재능이 떨어지는 까닭도 있겠으나 운세가 부진하면 저렇다는데 하는 식으로 이해해고 양해해준다면 그리고 느긋하게 기다려줄 수 있다면 결국 보람이 있을 것이란 얘기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저마다 욕심이 앞서서 조금 모자란다 싶으면 다그치고 압박하면서 서로 간에 감정만 상하게 되는 경우가 더 일반적인 것 같아서 안타깝다.

 

 

기다려주는 것, 성숙한 자의 사랑

 

 

소중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지금 어렵다면 같이 걱정도 하고 공감도 해가면서 잘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이런 것을 성숙한 사랑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