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 내리더니 완연한 늦가을, 오늘 아침엔 안개 자욱하다. 안개 속을 걸으니 헤어질 결심이 떠오르고 절로 정훈희와 송창식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사람은 간 곳 없고 실루엣만 희미하게 기억에 남았다는 얘기.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누군가에는 실체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림자로 남는다. 그러다가 아주 잊히기도 한다. 오늘 아침엔 문득 내가 나로부터 실루엣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가 되어가는 나는 누구이고 그림자를 만드는 나는 누구일까?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스쳤다. 시월의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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