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힘들 거냐, 죽을 거냐예요.”
호호당의 이 얘기는 폐부를 찌릅니다.
살다보면 이런 혹독한 구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사에서도 무수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번 편엔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등장합니다.
역사 속 인물에게 적용해보는 ‘역사 운명학’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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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호당이 쓴 책들


당신의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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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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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와 함께 당일치기로 정선 동강을 다녀왔다. 가수리 입구에는 커다란 느티나무가 있다. 당산목이다. 늘 마음 속에 있었는데 다행히도 다시 가볼 수 있었다. 검색해보니 2014년 가을에 다녀왔다. 12년만의 일이었다. 나이가 일흔이 넘다 보니 이젠 가는 곳마다 인사를 한다. 이번 생에 어쩌면 마지막이겠네요, 그러니 고맙습니다, 하지만 또 찾아뵐 수 있으면 얼마나 다행이겠습니까, 하고 인삿말을 건넨다. 다음 생? 있을지 없을지 그야 모르겠지만 모처첨 찾는 곳은 늘 이런 인사를 드린다. 신령한 느티나무 앞에 앉으니 그저 포근했다. 

 

 

동강 가수리 지나서 백운산 쪽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의 그늘과 오른 쪽의 산이 대조가 좋아서 경관이 더욱 아름다웠다. 제자가 찍어준 사진, 고마웠다. 나중에 보면 이 또한 젊은 모습일 것이다. 

 

오늘 일요일, 아직 추석연휴, 저번 글에서 강시나 악귀를 쫓아내는 도교 모산파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이번엔 관련해서 행운을 부르고 흉사를 막아준다는 符籍(부적)에 대해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드릴까 싶다.

 

 

부적의 원래 의미

 

 

符籍(부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부터 얘기할 필요가 있다.

 

부적에서 符(부)란 서로 맞춰서 진짜인지를 확인하는 표지, 즉 信標(신표)를 뜻하는 말이다.

 

나무나 금속으로 만든 신표를 둘로 쪼개어 한쪽은 명령을 내린 사람이 보관하고 나머지 한쪽은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주었다. 나중에 두 조각이 서로 딱 맞으면 그것을 소지한 사람의 행위나 권한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符合(부합)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게 바로 쪼개진 신표를 合(합)쳐보는 행위를 뜻한다.

 

따라서 부적이란 신령이 도사에게 정당한 권한을 주었다는 표시가 된다. 도사가 부적을 쓰거나 갖고 있으면 “나, 무슨무슨 신령님의 대리인이야!” 하는 의미인 것이다.

 

이에 악귀가 부적을 보게 되면 “아니, 이건 엄청난 위력을 지닌 무슨 신령의 권한을 지닌 자니 건들 수가 없구나!” 하면서 물러가게 된다. 이게 바로 부적의 효능 또는 권능이다. “물렀거라 악귀야” 하는 것이다.

 

부적이란 이런 취지에서 만들어지는 물건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하면 나 호호당은 전혀 믿지 않는다는 점부터 밝혀둔다.

 

하지만 가령 기독교 신자가 마음이 불안할 때 성경책을 들고 있거나 만지면 진정되듯이 부적 또한 도교를 믿는 신자에겐 나름의 효험이 있지 않을까 싶다.

 

액소시스트와 같은 영화를 보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명하노니 악귀야 물러가라! 하는 주문이 나온다. 사제가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인으로 힘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처럼 부적 또한 道士(도사)가 막강한 신령님의 권능을 대리하는 물건인 셈이다.

 

 

경면주사, 부적에 쓰는 잉크

 

 

제대로 된 부적의 경우 노란 기름종이위에 경면주사라고 하는 붉은 잉크로 글을 쓴다.

 

鏡面朱砂(경면주사)는 붉은색 광물인 朱砂(주사) 중에서도 빛깔이 선명하고 광택이 뛰어나서 마치 거울처럼 반짝이는 고급 주사를 뜻한다. 주사란 황화수은, HgS 이다.

 

경면주사 또는 주사는 땅속에서 채굴하는 천연 광물이다. 단사(丹砂), 진사(辰砂라고도 한다.

 

예로부터 중국인들은 붉은 색이 辟邪(벽사), 즉 삿된 것을 물리치는 힘을 가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닭을 잡아서 그 붉은 피를 쓰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예전엔 고급 도장밥 즉 印朱(인주)는 주사로 만들었다. 수묵화에서 작품을 완성한 후 찍는 落款(낙관)에 쓰는 인주가 바로 주사 제품이다. 하지만 최근엔 일반인의 경우 그냥 붉은 색 잉크로 된 문방구 인주를 사용한다.

 

 

부적의 발전, 중국 도교의 모산파

 

 

그런데 과연 언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부적이란 것을 사용하기 시작했을까? 를 따져보면 그 역시 중국 도교의 모산파와 관련이 깊다.

 

도교나 신선에 흥미가 있으신 분들은 갈홍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자로 葛洪, 4세기 경의 인물로서 흔히 抱朴子(포박자)로 알려져 있다.

 

포박자는 책에서 부적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부적은 원래 개인의 소원 성취를 위한 물건이 아니라, 도사가 산중에서 수행할 때 귀신이나 맹수 등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이었다.

 

그리고 경면주사로 부적을 만드는 것은 6세기 모산파의 개조, 앞글에서 언급한 도홍경이 남긴 登真隱訣(등진은결)이란 책에 적혀있다.

 

이 책에는 부적을 어떤 색의 안료로 쓰며, 어떤 형식으로 작성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이 등장한다. 대략 이 무렵부터 부적은 단순한 주술적 그림에서 벗어나, 특정한 경전과 수행법에 근거한 종교적 기술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그 이후 다시 몇 백 년이 흘러 宋(송)제국부터 부적과 呪文(주문), 그리고 주로 검지와 중지를 모아 꼿꼿하게 펴는 손동작인 手訣(수결)이 결합된 도사의 퇴마법으로 발전해갔다.

 

 

우리나라의 부적은 불교와 무속신앙의 결합

 

 

그리고 부적은 한국의 경우 도교가 불교와 무속신앙등과 결합해서 고려시대부터 성행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절에 가면 스님들이 신도들에게 부적을 나누어 주는 게 바로 그런 것이다. 이에 불교 신도들은 천수경과 같은 다라니를 암송하고 부적을 지님으로써 재액을 막고자 한다.

 

 

대만에 가면 부적은 거의 불교 굿즈!

 

 

흥미로운 점은 대만 사람들은 몸에 지니고 다니는 부적이 무려 수십 장에 달한다는 점이다. 윗도리 깃에 달거나 지갑과 기타 셔츠 등에 붙여서 다닌다. 신발 안에도 넣고 핸드폰 케이스 안에도 부적이 들어간다.

 

그리고 부적 자체가 불교용품 상점에서 팔고 있는데 가격도 저렴한 편이라서 거의 ‘불교 굿즈’라고 봐도 된다.

 

나 호호당은 어릴 적에 어머니가 그리고 나중엔 아내가 절에 다녀와서 지갑 속에 부적을 한 장씩 넣어주곤 했다.

 

 

운명을 연구하다 보니 알게 된 것들

 

 

하지만 운명학에 관심이 많아서 연구해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 방면의 책들을 두루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부적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아예 사라져버렸다. 그냥 잘 되기를 바라는 사람의 자연스런 욕망이 반영되었을 뿐이라 여긴다. 환타지!

 

(참고로 부적을 태운 뒤 물에 타서 마시면 효험이 있다는 말도 있는데 하지 마시길, 부적에 쓰인 주사 역시 수은 화합물이라 몸에 좋지 않다.)

 

절기를 통해 정치와 주식시장을 읽습니다.
절기를 통해 둘이 어떻게 연계되어 흐르는지 얘기합니다.
2026년에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예시로 들여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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