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일본 드라마 “지옥에 떨어집니다”를 며칠에 걸쳐 즐겁게 시청했다. 일본의 작고한 점성술사 호소키 카즈코(細木数子)의 삶을 9회에 걸쳐 만든 미니 드라마인데 나 호호당의 일과도 무관하지 않아서 더욱 관심이 갔다.
첫 회를 보자마자 그녀의 생년월일을 체크했다. 1938년 4월 4일, 戊寅(무인)년 乙卯(을묘)월 丙寅(병인)일이다. 참고로 일본에선 四柱(사주) 즉 연월일시를 보지 않고 연월일까지의 三柱(삼주)를 본다. 명칭도 사주명리가 아니라 算命術(산명술)이라 한다.
줄여 말해서 그녀는 엉터리 산명술사였지만 장사수완이 대단한 사업가라 하겠다. 사기성도 풍부하고 야쿠자들과의 연관도 많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정말 억척스럽게 삶을 살아간 사람이었다.
그녀가 12년 중에서 3년을 운세가 좋지 않은 기간이라 해서 붙인 명칭이 大殺界(대살계)였는데 그건 사주명리학의 空亡煞(공망살)과 사실 유사한 개념이다.
일본에선 공망을 天中煞(천중살)이라 한다.
오래 전 1979년에 일본의 和泉宗章이란 인물이 “天中煞入門(천중살 입문)”이란 책을 빅 히트시키면서 널리 알려진 용어이다. (당시 그 책은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되어 재미를 본 책이고 나 호호당 또한 그 책을 사서 읽었다.)
천중살!, 하늘에서 내리는 殺氣(살기)란 느낌이 들어 대단히 두려운 용어이다.
국내에서 주로 공망이라 하지만 그 명칭 또한 좀 겁이 난다. 빌 空(공)에 망할 亡(망), 허무하거나 망한다는 뜻이니 그 역시 두렵기는 천중살에 버금간다.
공망과 천중살, 이를 大殺界(대살계)로 바꿔서 좀 더 박력있는 그러니까 좀 더 갑나는 용어로 둔갑시켜서 한바탕 장사 해먹은 이가 호소키였다.
그런데 공망과 천중살이란 개념을 옛 책에서 찾아서 음미해보면 그렇게 겁나는 개념이나 용어도 아니었다.
空亡(공망)이란 명리학 용어에 대한 내용은 16세기에 간행된 三命通會(삼명통회)란 책에서 ‘동현경’에서 이르길, 하면서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공망의 원 출처는 그보다 훨씬 오래 되어서 거의 기원 전후, 따라서 2천년도 더 전에 등장하고 있다.
공망의 원 개념은 이미 중국 前漢(전한)시대에 대해 기원 후 1세기 경에 반고와 그 가문이 편찬한 대단히 중요한 역사서인 “한서 예문지”에 소개된 孤虛(고허)란 개념에서 유래되었다.
고허란 개념은 60 갑자에 바탕하는 것으로서 간지술, 녹명술, 둔갑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고대 兵法(병법)에서 더욱 활용되었다. 따라서 공망과 천중살, 고허의 개념은 거의 2천년 전을 넘어가는 아주 오래된 이 術數學(술수학)의 하나이다.
공망 개념 자체를 소개할 생각은 없고 다만 그게 원래는 사주에 공망이 있다고 해서 특별히 흉하거나 나쁘다는 것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걸 나중에 운명을 다루는 사람들이 일종의 장사술, 그러니까 겁을 줘서 돈을 우려내는 기법으로 사용했다는 점을 강조드린다.
더불어서 공망의 원 개념인 孤虛(고허)는 훗날 기문둔갑술의 원 바탕이 되었다는 점 또한 알려드린다.
아울러 중요한 점, 강조할 점은 공망이나 천중살, 대살계, 나아가서 둔갑술 등등 모두 실제 적용해보면 그다지 적중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드리면서 글을 마무리한다.
사람에겐 누구나 두려움이 있고 욕망이 있기 마련이기에 살아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그 욕망과 공포에 시달린다. 그 대부분은 근거가 없는 헛된 두려움이자 욕망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종교를 갖기도 하고 더러는 용하다는 사람을 찾아가서 자신의 일과 앞날에 대해 묻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종교에 너무 심취하거나 운명학이나 점술 등에 탐닉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일이라 하겠다.
나 호호당의 경우 젊어서부터 사주명리는 물론이고 여타 동서양의 여러 점술과 운명학 술수 등에 참으로 폭 넓게 공부하고 연구해 보았지만 대부분 ‘그닥’이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헛된 것은 아니었고 그 과정에서 우연하게 건져낸 결실이 바로 자연순환운명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