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고소대 언덕길의 카페 빠삐용에서 내려다본 여수 구항, 막 크루즈 배가 떠나가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들었다고 전하는 작은 장군도와 그 너머 돌산대교가 보인다. 

 

카페 사장님이자 화가인 분의 갈치 작품이다. 갈치 눈들이 나를 조롱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맛있지? 나는 죽어야 하고 넌 먹어야 하고, 좋은 세상이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돌산 별장에서의 저녁 식사, 도미 회, 갑오징어, 멍게로 시작된 만찬이었다. 비바람이 치는 바닷가 별장 데크 테이블에서 만찬이 시작되었다. 

 

 

뚜껑이 내 손바닥만한 꽃게들은 된장에 발라져서 찜을 당했다. 어차피 비린내가 날 거, 에라-하면서 마구 뜯고 빨고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돌산 별장 데크 테이블에서의 성대한 만찬이었다. 소맥이 그저 달달했다. 바다는 온통 비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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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의 저녁 조금 전 해가 졌다. 관악산의 능선이 한껏 유려하다. 

 

동쪽 하늘의 청명한 대기위로 오르는 저녁달은 한창 배가 불러가고 있다, 곧 보름이리라. 늦은 봄의 저녁, 어둠이 내리자 세상이 더 고요해지는 것 같다. 빛과 소리는 다른 물건이건만 나는 왜 그렇게 느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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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나무 그림자가 봄물에 비쳐 어룽대면서 추상화를 그려내고 있다. 비취 빛의 봄물이다. 범인은 살살 곱게 부는 바람이지 저 물이 아니다.  한편으론 바람과 물, 그리고 저 저녁빛이 공동의 범인들이다. 또 그걸 보면서 그렇게 느끼는 내가 범인이다. 이제 곧 사고가 날 것 같다, 한 해의 일들이 벌어지기 직전이다. 나는 그만 매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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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나의 주제에 골몰하느라 올 봄은 벚꽃 구경을 별로 하지 않았다. 며칠 전 밤 생각에 빠져 있다가 문득 바람을 쏘이고 싶어서 과천 대공원 쪽으로 나갔었다. 대단하게 피어나고 있는 벚꽃이었다. 미안, 올 해는 미처 아껴주지 못해서. 오늘 밤 서쪽에서 비구름이 들어오고 바람도 분다고 한다. 내일 아침이면 말끔하게 다 지고 없어지겠지 싶다. 2023년, 삶의 어느 봄날은 이렇게 지나간다. 긴 시간에서 보면 니나 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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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빛 좋고 물색 또한 좋은 날, 스님을 찾아갔다. 먼저 법당에 올라가 절을 올리고 나오니 풍경이 쩔렁 짤랑 댄다. 자네 인사를 받았노라, 하는 답례라 해도 되겠다. 픙경은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보여준다. 멀리 북한산 능선이 보이는 성북동의 언덕 자락이다. 

 

 

허름한 절이지만 경내엔 벚나무 한 그루가 있어 저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스님은 토굴로 들어가 승부를 보겠다고 하시는데 꽃들은 그냥 때가 되어 피고 있다. 나는 그 순간 有心(유심)과 無心(무심)의 경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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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물건의 묶음을 다발이라 한다. 원 우리말이다. 다발 중에 가장 좋은 것은 꽃다발과 돈다발이 아닐까! 어릴 적 사업하시던 선친이 서울 출장 다녀와서 수금해오신 돈다발을 가방에서 꺼내어 어머니와 함께 열심히 그리고 진지한 표정으로 세던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아버지가 카메라 수납 가방을 돈 가방으로 사용하셨던 기억도 난다. 꽃다발, 돈다발보다야 못하지만 마음의 선물이니 얼마나 고마운가! 토요일 자연순환운명학 기초반 강좌가 끝나고 받은 꽃다발이다. 예쁘기도 하지! 그런데 생화를 받을 때면 약간은 당황스럽다. 며칠 지나 시들 것이니 말이다. 쓰고 버리는 세상이다, 인정한다, 그래도 쓰고 버림을 당하면 슬프지 않겠는가. 꽃송이, 너희들에겐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꽃의 다발을 보낸 이의 마음만큼은 오래 기억해두겠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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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강의를 끝내고 삼성동 봉은사를 찾아갔다. 홍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을 들어서였다. 밤공기 쌀쌀했지만 조사들의 영정을 모신 영각 앞의 홍매를 볼 수 있었다. 북극전에 들러 신령님께도 인사를 드렸다. 일반 절에선 삼성각이라 하는데 특이하게 봉은사에선 북극전이란 이름을 붙이고 있다. North Pole, 뭔가 신비한 느낌을 받는다.

 

저 앞의 삼성동 빌딩들과 절 경내의 분위기가 대조적인 것이 나름 절경이다. 이제 다시 활발하게 글도 쓰고 그림도 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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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저기 봄이 보인다, 그 다음 이제 준비,  그 다음 추울발-, 마지막 만세 야호! 아직 봄은 차갑고 쌀쌀하다, 하지만  그래도 봄이 저기에서 다가오고 있다. 환영하자, 누군가의 말처럼 '추앙'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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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넷플릭스로 "헤어질 결심"을 봤다. 두 사람이 비오는 산사에서 데이트를 하는 장면의 영상과 색조가 너무 아름다웠다. 송광사라고 하는데 차갑게 청록을 입힌 씬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찬비 속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열렬했으리라. 유튜브에서 그 영상이 나오길래 캡처를 했다. 며칠 보다보니 한 번 그려보고 싶었다. 오른 쪽엔 개울인데 물이 제법 세차게 흘러내리고 있었으니 마치 두 사람의 격렬한 사랑처럼 느껴졌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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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바다를 그려보고 싶었다. 왼쪽은 좀 어둡게 칠하고 오른 쪽은 아주 연하게 칠했다. 그런대로 된 것 같다. 아침의 환한 바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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