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비 내리더니 완연한 늦가을, 오늘 아침엔 안개 자욱하다. 안개 속을 걸으니 헤어질 결심이 떠오르고 절로 정훈희와 송창식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나 홀로 걸어가는 안개만이 자욱한 이 거리, 그 언젠가 다정했던 그대의 그림자 하나. 사람은 간 곳 없고 실루엣만 희미하게 기억에 남았다는 얘기. 우리 모두 살아가면서 누군가에는 실체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그림자로 남는다. 그러다가 아주 잊히기도 한다. 오늘 아침엔 문득 내가 나로부터 실루엣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림자가 되어가는 나는 누구이고 그림자를 만드는 나는 누구일까? 모르겠다. 그냥 그런 생각이 스쳤다. 시월의 이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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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에서 10일까지 2박3일로 여수를 다녀왔다. 친한 지인이 그곳에서 여수시와 함께 재즈 콘서트를 기획해서 공연하게 되어 가게 되었다. 멋진 소리에 귀호강한 다음 날 아침 여수 남쪽의 다리로 연결된 섬들 중에서 낭도의 신선대 천선대를 둘러보는 둘레길을 걸었다. 아침 나절의 해가 바다를 번쩍 빛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시원한 바람, 맑은 공기, 그야말로 시월의 여수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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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마지막 날이 밝아오고 있다. 동남쪽 하늘, 산책을 하다가 올려다보니 나름 수상한 것이 비장한 느낌도 든다. 영화의 첫 장면이라 해도 될 것 같은 장엄한 가을 아침, 그래 내일이면 시월의 첫날이 된다. 시월의 예고편?, 그런 느낌. 사진 찍기 직전에 새 두 마리가 날아갔는데 놓쳤다. 그 놈들이 들어갔으면 훨씬 멋진 사진이 되었을 것 같은데...  이제 시월로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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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달이 동쪽에서 오를 때부터 구름에 쌓여있었다. 밤이 깊어가도 구름은 더욱 짙어졌고 달은 살짝 얼굴을 내밀 뿐이었다. 내일은 슬쩍 비가 온 뒤 모레부터 기온이 한 단계 뚝 떨어진다. 낮 기온은 25도를 넘지 못하고 일교차도 커져서 새벽녘엔 13도까지 내린다. 긴 소매를 입어도 부담이 되지 않는 시월로 접어드는 것이다. 시월의 낮 시간은 길지 않다. 특히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20일 경의 霜降(상강) 무렵이면 해가 금방 떨어진다. 모든 것이 밤으로 가는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올 2023년도 이제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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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반 집을 나서서 빠른 걸음으로 근처 공원을 한 바퀴 휙-하고 돌아온다. 이제 가을의 정중앙이건만 공원 안의 숲은 여전히 푸르고 싱싱했다. 앞에 걸어가는 사람의 발걸음이 가벼워보였다. 그리고 내 걸음도 가벼웠다. 오늘 아침 기온은 20도, 하지만 전혀 춥지 않았다. 돌아올 무렵이면 온몸은 땀에 젖었고 발목엔 힘이 조금 빠져있다. 집에 돌아와 약간 서늘한 물에 샤워를 하고 물을 크게 한 컵 들이킨다. 최근 만들어진 내 루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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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더위가 상당하다. 저녁 무렵 하늘을 보면 흐렸다 갰다를 연신 반복한다. 때론 아주 드라마틱하게 흰구름 빛나기도 하고 그 밑으로 먹장 구름이 끼어들기도 한다. 멍 때리기 좋은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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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 월요일 오후 늦은 밤까지 엄청 습하고 더웠다. 해질 무렵 수상한 구름으로 덮힌 하늘을 보았다, 이어서 소나기가 내렸다. 밤이 되자 낮에 데워진 아스탈트 길이 비에 젖어 길위로 안개를 피워내고 흘려보내고 있었다. 으슥한 길이면 아싸, 소복 걸친 여자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 좋았다. 이제 밤이 되면 기온이 급격히 내려간다. 초가을이 완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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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던 여름이 떠났다. 마치 저 벤치에 앉아있다가 방금 떠난 느낌이 들어서 셔터를 눌렀다. 그래 이젠 저 자리에 내가 앉아도 되겠구나. 기후가 몇 년 사이 사납다. 유엔 사무총장인가 하는 양반은 무서운 얘기를 하고 있는데 제발 그렇게 되질 않기를. 그냥 덥다가 서늘해지고 추워지고 다시 따뜻해지는 순환이 이어지길 기도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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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먹구름 물러가고 푸른 하늘 나왔는데 여객기 한 대가 저녁놀에 밝게 빛나며 동남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우면동에 살다보니 관악산 위로 날아다니는 여객기를 늘 보게 된다. 자세히 보면 거의 매 30초마다 날아가고 또 날아온다. 하늘멍 비행기멍 나름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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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 거센 비가 그친 뒤 구름 걷힌 서쪽 하늘, 회보라빛의 구름 위로 흰 구름 풀어진 푸르고 푸른 서쪽 하늘, 허걱-가슴 벅찰 정도로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하늘 아래 들풀들은 한철을 구가하는데 나 호호당의 철은 지금 어디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몸은 분명 쇠퇴 흐름이지만 마음은 또 어떠한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했다, 이 멋진 세상에서 부대끼며 사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박이란 생각이었다. 푸른 저녁 하늘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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