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빛 좋고 물색 또한 좋은 날, 스님을 찾아갔다. 먼저 법당에 올라가 절을 올리고 나오니 풍경이 쩔렁 짤랑 댄다. 자네 인사를 받았노라, 하는 답례라 해도 되겠다. 픙경은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보여준다. 멀리 북한산 능선이 보이는 성북동의 언덕 자락이다. 

 

 

허름한 절이지만 경내엔 벚나무 한 그루가 있어 저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스님은 토굴로 들어가 승부를 보겠다고 하시는데 꽃들은 그냥 때가 되어 피고 있다. 나는 그 순간 有心(유심)과 無心(무심)의 경계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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