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근처 교보타워 뒷거리의 풍경이다. 하늘은 잿빛이고 거리도 약간은 멜랑콜리하다. 작업실이 교보타워 인근에 있는 까닭은 바로 교보문고 때문이다.  강남 교보문고는 사실상 나 호호당의 서재이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들러서 신간 서적도 살피고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21년 동안이나 그렇다. 무수히 지나다니는 거리, 저 안의 식당들과 카페 또한 환히 알고 있다. 며칠 전 지나가다가 사진을 찍었다. 그림 오른 쪽 바깥으로 투썸 플레이스가 있어 여름철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책 몇 페이지 정도를 들춰보곤 한다. 그림 중앙에서 오른 쪽의 건물은 오클라우드 호텔인데 코로나 직전에 영업을 개시했다가 아주 망쳤다. 어쩌면 주인도 바뀌었을 것이다. 펜으로 드로잉을 하고 물감을 올렸다. 즐겨주시길

전남 순천 송광사의 으뜸으로 치는 풍경이다. 그림의 주인공은 육감정이란 정자이다. 六鑑亭(육감정), 불교에서 말하는 六根(육근), 눈과 귀, 코와 혀, 몸과 마음을 전부 동원해서 눈앞의 풍치를 제대로 한 번 鑑識(감식)해보시게나! 하는 이름의 정자이다.

정자는 돌기둥 위에 세워져 앞으로 나와 있고 정자를 뒤에서 안은 건물은 臨景堂(임경당), 경치를 마주 대하는 건물이란 뜻이다. 그림 중앙에 있는 무지개 다리는 凌虛橋(능허교), 허공을 날아가는 다리이고 그 위에 세워진 누각은 羽化閣(우화각)이다. 득도를 하면 날개가 돋아서 하늘로 올라가는 신선처럼 된다는 뜻이다. 羽化(우화)하면 凌虛(능허)하게 될 껄!

송광사는 대학 1학년, 그러니까 48년 전에 찾아가 며칠 묵고 온 적이 있다. 당시 송광사는 허름했다. 살림도 녹록치 않아서 일도 좀 거들어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나중에 많이 오겠지 했는데 그때 들은 잔소리가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여태 못 가고 있다. 한 번 가봐야 할 터인데 말이다.

연필로 기본 골격만 잡은 뒤 바로 붓으로 소묘했다. 성미가 급해서 바탕 스케치하기 엄청 싫어한다. 그런 것에 공을 들이면 이미 지쳐버린다. 하지만 붓칠은 나름 신중하게 했다. 즐겨주시길...

여수 흥국사의 홍교, 무지개 다리이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무지개 돌다리 중에서 가장 높고 길다고 한다. 보물 제563호로 지정되어 있다. 순천 선암사에도 아름다운 무지개 다리도 아름다웠는데 흥국사 다리는 꽤나 웅장한 맛이 있다. 여러 번 봤던 터라 느낌을 잘 알고 있다. 겨울이라 앙상한 가지 드리우고 땅위에는 마른 낙엽 수북하다. 개울 위에도 낙엽이 떠있다.  오후 나절이라 해가 이미 많이 기울고 있었다. 개울을 약간 몽롱하게 칠해서 꿈속길을 가는 느낌으로 그렸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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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3, 이틀간 여수에 놀러갔었다. 2012년부터 코로나 시국 2년을 제외하고 해마다 다녀온다. 이번이 아홉 번째 여수행이었다. 좋은 인연을 만나서 정말 즐겁게 다녀온다, 덕분에 때때로 홍어가 생각날 정도가 되었다. 이번엔 흥국사만 다녀왔다. 예전에 들렀다가 대웅전 구석에 김총 장군의 신위가 초라하게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이후론 늘 찾아서 인사를 드리곤 한다. 세월이 고즈넉하게 배어있는 대웅전의 모습에 매료되어 그레이 톤으로 느낌을 살려보았다. 사진과 비교하면서 감상해보면 나름 재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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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저무는데 눈이 내린다. 먼 곳은 세콰이어 삼나무의 실루엣밖에 없다, 그저 앞쪽 테니스 장의 불빛이 반갑다. 세월이 자꾸만 깊은 겨울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겨울은 바깥이 아니라 안쪽이다. 내 안에 쌓인 것들을 이것저것 들춰보고 정리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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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맞이한 팔당호, 스산한 풍경이다. 결빙된 곳도 보인다. 쨍-하고 춥다. 내일부터 추위가 몰려온다는데 겁난다. 사진으로 본 풍경인데 느낌을 살려 약간 그려보았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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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초겨울의 전원 풍경, 텔레비전에서 보고 기억으로 그렸다. 정확히 말하면 아침의 붓질 연습이다. 그려놓고 나니 분위기가 좋아서 올린다. 앞의 황토 언덕길을 올라가고싶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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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의 서쪽 하늘이다. 황혼빛을 이마에 받으면서 아, 세월이 가고 있구나! 하고 歎(탄)을 했다. 해가 지면 내일 아침 또  뜰 것이다. 그런데 저 놀은 나 호호당의 모습만 같아서였다. 내 삶은 얼마나 남았을까나? 저 정도 될려나, 그리고 다시 고개를 저어본다. 아냐, 난 또 다른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올 거야, 암, 그래야지, 百萬生(백만생) 정도는 살아봐야 본전을 뽑지 않겠어, 다만 이번 생에는 부디 저처럼 아름답게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어, 無明(무명)과 執着(집착)은 나의 힘이여! 그러니 나무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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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14분이었으니 거의 일몰 시각, 동남쪽 하늘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다. 떠오르는 배부른 저녁달이 앙상한 가지 위로 나름 표연하게 함초롱한 빛을 흩뿌리고 있었다. 젊은 날 저 달과 같이 빛나는 사람을 만나 혼자 연모한 적이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스쳐갔다. 하도 새침해서 섣불리 말을 건네기도 어려웠는데 하는 생각도 났다. 그러곤 혼잣말을 다시 건네보았다. 그대는 여전하신가, 물론 모습은 간 곳 없겠으나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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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서쪽 화양면에서 여자만 쪽을 바라본 바다의 저녁놀이다. 해는 구름 속에 빛나고 물결은 잔잔하다. 해안도로를 달리던 차 속에서 이 장면을 만나는 순간 아- 하고 감탄사가 터졌다. 차 세워! 하고는 잠시 감상하다가 셔터를 눌렀다. 

 

돌산 별장으로 들어가는 길, 해는 이미 졌는데 놀은 아직 하늘에서 빛나고 있었다. 배가 지나갔는지 잔잔한 너울이 뭍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차 세워! 하곤 나가서 한 컷. 

 

점심 무렵 여수항 선창가 수산시장 문을 지나 물가로 나가니 절묘한 곡선들이 희롱하고 있었다. 죽인다, 죽자! 하면서 셔터를 눌렀다. 그리고 나서 바지락 국밥을 먹었다. 어떤 손님이 장어에 가시가 많다면서 주인에게 항의조로 투덜대고 있었다. 주인은 대꾸를 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야, 장어도 가시가 있어야 힘을 썼을 것 아닌가? 잡아서 먹는 것만도 미안한데 그냥 잘 발라서 먹지 그래, 했다. 여수의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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