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많이 길어졌다. 동지 때 해는 저녁 5시 15분에 졌는데 오늘 일몰은 6시 10분이다. 추위 속에서도 햇빛을 받아 만물이 꿈틀대고 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마른 가지들이 유난히 빛난다. 우리 또한 겨울 동안의 칩거를 털고 일어나야 하겠다. 청소도 좀 하고 그러다 보면 내 마음 속의 잡티끌들도 날아갈 것이다. 이제 봄이다.
해질녘 바위산 위의 수도원 광경이다. 독자님들도 미디어를 통해 한 번은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메테오라란 곳에 높은 바위산 꼭대기에 지어진 수도원 건물이다. 구글 지도 여행을 하다가 그리스를 들렀는데 이 장소를 보게 되었다. 놀 어린 바위와 수도원 건물이 인상적이라 그려보았다. 멀리 산 아래 저녁 안개가 깔려있다. 사람들은 참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한다. 이런 광경을 만날 때면 드는 생각이다. 즐겨주시길...
그림에선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춥다. 양재천을 따라 불어대는 바람 줄기가 뺨을 꼬집는다. 산책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겨울엔 신기한 것이 하나 있으니 죽은 풀과 떨어지지 않은 잎사귀들의 따뜻한 갈색이 추운 날씨를 시각적으로 보완해준다는 점이다. 걸어간다, 산다는 건 걷는 일이다. 시간의 길 위를 걷다가 어떤 지점에 이르면 더 이상 걸어가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다. 그러면 그 다음은 무얼까?
집앞 인근 양재천 건너 엘지엔솔 연구소가 겨울 초 경내 나무들을 모조리 쳐 없애더니 펜스를 세우고 건물을 짓기로 한 모양이다. 그간 오래된 나무들이 늘 멋진 풍치를 제공했는데 너무 아쉽다. 펜스 아래 비탈에 나무 한 그루가 겨울 하늘을 지키고 있다. 며칠 전 날 맑은 날 찍은 사진인데 수시로 눈길을 끈다. 시원해서 그런가? 싶지만 겨울 하늘에 시원한 게 좋을 것 같진 않은데. 아니면 추상성이 느껴져서 눈길을 끄는가 싶기도 하다.
설날 연휴 끝나고 오랜만에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마침 한가하니 얼굴 볼 수 있냐고. 당연하지, 무슨 바쁜 일 있으랴,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저녁도 먹었고 특별히 갈 곳도 없어서 동네 길 건너편의 놀이터 근처에 차를 세우고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이번 설은 화이트 설이야, 했더니 지인이 껄껄대며 웃었다. 별로 웃기는 얘기 같진 않았는데. 앞의 저 발자국은 나와 지인의 것이다. 눈 내리는 것은 그렇다 치고 바로 그 다음 날 온도가 올라서 싹-하고 녹았으면 좋겠다. 이미지가 은근히 분위기가 있다. 즐겨주시길.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보고 흥취가 일어 나름 내 식으로 그려본 상상화이다. 아침이 아니라 저녁놀일 것이다. 나 호호당이 좋아하는 서해 안면도의 바닷가 같기도 하다. 인적이 적은 안면해수욕장을 가장 좋아한다. 동해 바다가 거친 남성이라면 서해 바다는 살결 부드러운 여성이다. 연일 그림을 그리다가 오늘부터 글을 올린다. 설 연휴 내내 한 편씩 이어가는 시리즈 글이 되겠다. 심심풀이 땅콩.
국운이 바닥에 떨어진 지금 최근의 사태에 대해 이런저런 검색을 통해 자료들을 읽어가면서 국운의 흐름에 대입시켜보고 있다. 여러 주요 나라들, 우리와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반응과 평가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미국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 12월 말에 나온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IN21474)의 마지막 결론 부분은 향후 우리 정국의 추이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내용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2월 24일에 제출된 동 기관의 보고서 "한미관계"(R41481)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많은 것들을 이미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국가안보실에서 2023년 6월에 발간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또한 오늘의 상황과 많은 면에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예측불허의 풍운아 괴짜 대통령 트럼프가 임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에 정말이지 우리나라가 어떤 중차대한 기로에 들어섰다는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앞으로의 일이 대충 윤곽이 그려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피차 첨예한 상황에서 나 호호당의 생각을 밝히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 문제에 골몰하느라 며칠째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독자님들의 양해 바라는 마음이다. 곧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청정의 뉴질랜드를 이제 떠났다. 손오공의 근두운을 타고 서쪽으로 휘-하고 날아서 아무 곳이나 찍었더니 프랑스 남쪽의 어느 조그만 마을 옆을 지나가는 도로였다. 정말 문자 그대로 남프랑스에 딱 어울리는 정경이었다. 땡겨서 연필로 수평선 하나 긋고 슬슬 부담 없이 칠을 하다 보니 그림이 되었다.
다 그리고 나서 그런데 여기가 어디냐? 하고 보니 떼흠므-다흐마니약 Termes-d'Armagnac 이라 되어 있다. 작은 코뮌이라 되어 있는데 프랑스 옥시타니 지방에 속하는 곳이었다. 도로 코드는 D3. 화창한 햇빛이 느껴진다. 밝고 명랑하다. 우리나라도 좀 이렇게 되어야 할 터인데 참, 쩝. 글을 쓸 기분은 영 아니라서 그림만 그린다. 독자님들도 기분 전환하시길...
이제 뉴질랜드 구글 지도 여행을 마친다. 먼 저편은 바닷가 백사장이다. 저녁놀을 좀 과장되게 칠해보았더니 마치 화장이을 너무 세게 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터치가 강하고 거칠다. 이 또한 기분 탓이라 하겠다. 이제 얻;로 구글 지도 여행을 떠나볼까? 미국 혹은 일본? 아니면 유럽, 어쩌면 동해안 바닷가일 수도 있겠다. 오늘 아침 안개가 너무 심해서 50 미터 밖이 보이질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정국과 같은 기분이 든다. 차 사고 조심해야 하겠다. 독감 조심하시길... 외출 후엔 꼭 손을 씻으시길.
아침 산책 시간, 청계산 매봉이 겨울 안개 저 너머 희미하다. 좋게 말하면 수묵화, 반대로 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처럼 모든 게 불투명하다. 게다가 20일에 트럼프가 취임한다, 과연 무엇을 들고 나올지 두렵기만 하다.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때문에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리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의 앞날에 대한 글을 올리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힘들 거란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