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산책로에 눈발이 날린다, 바람 부는대로 방향 없이 날리는 눈송이들, 가로등 저 멀리, 방금 내 곁을 지나쳐 우산을 쓰고 멀어져가는 저 처녀의 어깨 너머로 눈발이 날리고 있다. 눈발은 풍경 위의 모든 사물들이 하나로 모여 사라지는 소실점 저 너머까지 이어지고 있을까? 우리 인간은 無限(무한)을 개념화시켰지만 사실 그 무한도 소실점을 넘으면 사라져버린다.  풍경 위의 소실점은 마치 블랙홀과도 같다. 

Even Infinity melted away on perspective, we call it Vanishing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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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나들이를 했다. 안개비 내리는 데 구름은 산을 휘감아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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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추위 며칠 이어지자 아파트 건너편의 눈덮인 저 풍경이 싫다. 춥고 어두운 겨울은 사람을 질리게 한다. 화가의 능력이 무엇인가? 봄을 그려낼 수 있는 게 화가의 힘이다. 먼저 화창한 봄하늘을 그렸다. 하루 동안 그냥 감상했다. 저런 하늘이면 종달새도 날겠지?  하면서 즐겼다. 하루가 지나고 이제 완성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바위 언덕을 먼저 그렸다. 그리곤 또 하루가 지났다. 완성하기 싫었다. 봄이 너무 빨리 오는 게 아닌가 싶어서. 오늘 일요일 저녁 이젠 마무리를 해야 했다. 그래서 마무리했다. 풀꽃도 그려넣었다. 아직 신록은 미처 나오지 않았다. 갈색이 많다. 하지만 봄풍경임이 확실하다. 독자들도 봄의 양기를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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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는 골목풍경, 혹시나 모처럼의 낭만? 천만의 말씀, 나 호호당은 오늘 저 세상 가시는 줄 알았다. 친한 후배와 작업실 맞은 편 골목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은 뒤 8시 쯤에 헤어졌다. 강남역으로 걸어가면서 당연히 버스는 잘 다닐 줄 았았더니 웬걸. 버스를 타긴 탔다. 하지만 100 미터 가는데 30분 소요, 짜증이 난 승객들이 정차해달라고 아우성, 길 복판에서 그냥 내렸다. 강남역 4거리를 통과하지도 못한 상태, 덩달아 나도 하차해서 강남역 지하로 가서 분당선을 탔다. 양재역에 내리면 평소 마을 버스가 자주 다니는 탓에 무사히 귀가할 줄 았았는데 완전 오산, 버스를 20분 기다렸더니 오긴 왔는데 초밀집 상태, 그 안에 비집고 타서 1시간 이상 버틸자신이 없었다. 코로나도 무섭고. 그래서 걸었다. 그 때가 9시 10분, 집에 도착하니 11시 10분. 3킬로미터 거리를 3시간 걸렸다. 도중에 3번 미끄러졌다. 일부러 힘을 주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지려고 신경을 썼다. 버티다가 넘어지면 다치니까. 약간 공포가 밀려왔지만 평정을 유지하고자 애를 썼다. 20센티 이상 쌓인 눈길을 걷는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공교롭게도 어제 런지란 것을 해서 허벅지 힘이 빠지고 알이 박힌 상태였기에 허리에 부담이 왕창 왔다.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다. 퇴근 시간에 눈발이 날린다더니 폭설. 이 사진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할 것 같다. 독자들은 무사 귀가하셨는지, 부디 그랬기를...

눈내린 벌판에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아직은 조금 어둑하다. 오랜만에 그림을 올린다. 원하는 종이를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화방에서 비싸게 블럭 종이를 샀다. 롤 페이퍼를 사서 재단하면 가격이 화방의 블럭 종이보다 가격이 1/3 수준인데 코로나19 때문에 종이가 팔리지 않아 수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기다리다가 지쳐서 어쩔 수 없이 종이를 비싸게 사야 했다. 참 오랜만에 그리다 보니 약간 어색하다. 스킬이란 게 며칠 만 쓰지 않아도 그렇다. 즐겨주시길...

 

2박 3일 일정으로 여수를 다녀왔다. 소설 이맘때의 여수를 좋아한다, 서울은 겨울 기운이 완연한데 여수는 여전히 늦가을 같아서 시간을 며칠 더 늦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시내를 다니다 보면 남국의 야자수도 보이고 동백도 여전히 푸르다. 해마다 찾아가는 여수 돌산의 별장에 가서 묵었다. 이번으로서 흥국사를 세 번 다녀왔다. 일주문 지나 절로 들어가는 길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무지개 돌다리가 있다. 물은 말랐고 그 위로 낙엽이 수북하다. 초겨울의 산사는 절로 청빈하고 적막하다. 한기 가득한 법당에 들어가 복전함에 돈을 넣고 절 세 번 올리고 잠시 묵념하고 달아서 나온다. 흥국사 법당엔 견훤의 최측근이었던 김총 장군의 신위가 있다. 그간 잘 지내셨냐고 문안도 드렸다. 개울의 저 낙엽들은 물과 어울려 내년 봄이면 삭아서 사라지리라. 저렇게 되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슬프기도 하다. 여수 바다는 겨울 구름 아래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해풍도 많이 들이마시고 왔다. 서울이 또 다시 거리두기 2단계 들어간다는 소식을 여수에서 들었다. 이번엔 자영업자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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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고 그렸다. 물론 흥에 맞게 내 기분대로 그렸다. 하늘색 그리고 억새밭, 가운데 호수, 두 사람이 물가를 걷고 있다. 물을 구경하는 것일까 억새밭을 감상하는 것일까. 나는 이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든다. 가을 깊은 경치. 독자들도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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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힌터랜드'란 형사물 시리즈 드라마를 주말 동안 보았다. 늦은 밤시간이라 그런지 더욱 우울했다. 장소는 영국 웨일즈의 황량한 바닷가의 에버리스트위스란 마을, 국내 시청자들이 그다지 좋아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하지만 카메라에 잡히는 와이드 샷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주인공은 이혼한 형사, 시골마을로 좌천된 것인지 아니면 상처를 달래기 위해 자원한 것인지 모르지만 시골에 왔다, 하지만 그곳 역시 사람 사는 곳,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망과 원한으로 인해 살인사건이 터진다. 양치는 산 중턱의 마을과 숲, 툭 하면 내리는 비와 숲속의 안개, 차가운 공기, 전체적으로 분위가는 울적하다. 드라마에서 느낀 인상으로 그냥 그렸다. 밝지만 우울한 웨일즈의 느낌을 표현해보았다. 양떼를 좀 그려넣었더니 훨씬 현장감이 난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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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으로 그린 것이다. 시원한 해변을 그려보고 싶어서였다. 이제 슬슬 가을 단풍을 그릴 때가 되었다. 울굿불굿한 단풍, 화려함이고 회한이다. 이제 강원도 쪽은 단풍이 절정으로 달리고 있겠다. 서울 시내, 남산 단풍은 아직 멀었고.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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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그렸는데 너무 그림 같은 느낌이다. 구도도 그렇고 색상도 그렇고 그냥 딱 그림이다. 그림을 그림처럼 그렸으니 잘 그렸다 여겨야 할 터인데 이 그림은 너무 그림같다. 좋다는 얘기가 아니다. 너무나도 흔히 본 등대 풍경인 까닭이다. 약간 상투적이라 할 까,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다고 해서 이 그림이 못 그린 것 같진 않다는 점이다. 하늘을 그리고 싶어서 하늘을 칠했고 시원한 바다를 칠하고 싶어서 바다를 칠했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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