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일정으로 여수를 다녀왔다. 소설 이맘때의 여수를 좋아한다, 서울은 겨울 기운이 완연한데 여수는 여전히 늦가을 같아서 시간을 며칠 더 늦추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시내를 다니다 보면 남국의 야자수도 보이고 동백도 여전히 푸르다. 해마다 찾아가는 여수 돌산의 별장에 가서 묵었다. 이번으로서 흥국사를 세 번 다녀왔다. 일주문 지나 절로 들어가는 길 옆으로 개울이 흐르고 무지개 돌다리가 있다. 물은 말랐고 그 위로 낙엽이 수북하다. 초겨울의 산사는 절로 청빈하고 적막하다. 한기 가득한 법당에 들어가 복전함에 돈을 넣고 절 세 번 올리고 잠시 묵념하고 달아서 나온다. 흥국사 법당엔 견훤의 최측근이었던 김총 장군의 신위가 있다. 그간 잘 지내셨냐고 문안도 드렸다. 개울의 저 낙엽들은 물과 어울려 내년 봄이면 삭아서 사라지리라. 저렇게 되고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슬프기도 하다. 여수 바다는 겨울 구름 아래 생각에 잠긴 듯 했다. 해풍도 많이 들이마시고 왔다. 서울이 또 다시 거리두기 2단계 들어간다는 소식을 여수에서 들었다. 이번엔 자영업자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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