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골목풍경, 혹시나 모처럼의 낭만? 천만의 말씀, 나 호호당은 오늘 저 세상 가시는 줄 알았다. 친한 후배와 작업실 맞은 편 골목에서 맛있게 저녁을 먹은 뒤 8시 쯤에 헤어졌다. 강남역으로 걸어가면서 당연히 버스는 잘 다닐 줄 았았더니 웬걸. 버스를 타긴 탔다. 하지만 100 미터 가는데 30분 소요, 짜증이 난 승객들이 정차해달라고 아우성, 길 복판에서 그냥 내렸다. 강남역 4거리를 통과하지도 못한 상태, 덩달아 나도 하차해서 강남역 지하로 가서 분당선을 탔다. 양재역에 내리면 평소 마을 버스가 자주 다니는 탓에 무사히 귀가할 줄 았았는데 완전 오산, 버스를 20분 기다렸더니 오긴 왔는데 초밀집 상태, 그 안에 비집고 타서 1시간 이상 버틸자신이 없었다. 코로나도 무섭고. 그래서 걸었다. 그 때가 9시 10분, 집에 도착하니 11시 10분. 3킬로미터 거리를 3시간 걸렸다. 도중에 3번 미끄러졌다. 일부러 힘을 주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지려고 신경을 썼다. 버티다가 넘어지면 다치니까. 약간 공포가 밀려왔지만 평정을 유지하고자 애를 썼다. 20센티 이상 쌓인 눈길을 걷는게 너무나도 힘들었다. 공교롭게도 어제 런지란 것을 해서 허벅지 힘이 빠지고 알이 박힌 상태였기에 허리에 부담이 왕창 왔다.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다. 퇴근 시간에 눈발이 날린다더니 폭설. 이 사진 나중에 두고두고 기억할 것 같다. 독자들은 무사 귀가하셨는지, 부디 그랬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