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찍은 사진을 보고 그렸다. 위치는 용산구 우사단로 10길 131이다. 한남대교 남단에서 강북으로 건너가다 보면 보이는 왼쪽 언덕 위의 한광교회 앞이다. 마치 랜드마크와도 같은 그곳에 가보았다. 늘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갔다. 그림의 반대편 쪽으로 조금 더 걸으면 이슬람 성전이 나온다. 사진 속의 저 커다란 글자 '음'이 뭔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음 레코드'란 곳이었다. 찬란할 정도로 남루한 우리의 삶이구나! 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찬탄했던 기억이 난다. 그냥 마구 펜을 달려서 긋다 보니 드로잉이란 게 되었다. 차가운 겨울 하늘을 가득 날아다니는 저 전선줄들, 겨울의 저녁 햇빛이 파르르 떨고 있었다. 시간 여행? 어릴 적 늘 어디서나 보던 광경이 그곳에 화석처럼 남아있었다.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정현종 시인의 시 "기억제"를 떠올렸다. "금인 시간의 비밀을 알고 난 뒤의"로 시작하는 시, "쓰레기는 가장 낮은 데서 취해있고"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그래, 우리의 삶은 저랬었어, 하지만 그때도 꿈이 있었어, 하면서 연기를 길게 내뿜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보니 그래서 지금은 다른가? 하고 묻게 된다. 며칠 그림에 빠져서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곧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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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연습중이다. 맑은 강줄기가 마을을 안고 돌아나가니, 하는 구절, 시성 두보의 것이다. 청강일곡포촌류, 나 호호당이 가장 좋아하는 주제이다. 아침이라 물 위로 안개가 서려 먼 산 저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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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약간 노랑색조가 되었다. 원 그림은 화이트 톤인데 포샵해도 잘 되질 않는다. 다시 찍을까 싶었지만 그만 둔다. 아직은 워밍업이기에 그렇다. 이달 말 천태암에 들를 예정이다. 어떤 곳인가 알고 싶어서 검색해보니 이런 사진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려 보았다. 하룻밤 묵을 것이니 운해를 볼 수 있을 것도 같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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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그림을 올린다. 아직 부족한 느낌이다. 하지만 서서히 감이 살아난다. 오늘 날이 무첩 덥다. 오후 3시가 되면 31도라고 한다. 하지만 아직은 습도가 미처 올라오지 않아서 상쾌한 여름날에 가깝다. 하지가 지나면 땅속에서 습기가  본격적으로 올라오고 북태평양의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마구 밀려올 것이니 찌겠지. 우리 모두 찐방이 될 것이다. 10월에 다시 전시회를 할 예정이다. 이제 맹렬히 열을 올려봐야지.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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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그림을 올려본다. 왼쪽 오렌지 빛 부분이 흔히 하는 수채화 실수로 그려졌다. 얼마 전부터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워밍업이다. 얼마 후면 제대로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구글 어스에서 본 사진을 보고 분위기를 바꿔서 그렸다. 드로잉을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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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거의 다 졌는데 아파트 놀이터 그늘에 핀 이 놈은 뭘까? 분명 벚꽃은 아니고 혹시 복숭아 꽃인 걸까? 이 종류들이 워낙 많아서 잘 모르겠다. 분홍빛이 잘도 고와서 한 장 찰칵! 꽃은 무더기 흐드러지게 피는 맛도 좋지만 이렇게 좀 짜게 뽐을 내면서 피는 게 더 제 맛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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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들과 산책하면서 하늘과 벚꽃을 한 장 담았다. 옅은 실타래 구름 비상하고 벚꽃은 철을 맞아 한창이다. 예전처럼 사진을 열심히 찍지 않는다. 오래 애용해온 니콘 카메라 이젠 쓰지 않는다. 그저 폰으로 한 장 찍어볼 뿐이다. 내 나이 이젠 남길 때가 아니라 그저 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며칠 후면 분분히 질 터인데...

헤이! 잘도 빛난다, 벚꽃들아. 너희들이 빛을 내니 나는 눈이 부시다. 바람에 팔랑일 뿐 무게라 할 것도 없어서 그 지극한 가벼움으로 더욱 눈부신 너희 꽃들이여. 그래, 한 때로다. 빛이 나니 한 때이고 가벼워서 한 때로다. 그런 너희들 얼마 후면 분분히 날리며 땅으로 돌아가겠지. 그래 고백한다, 삶은 분명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갈 때만은 너희들처럼 사뿐히 가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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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구름 부드럽게 풀어놓은 푸른 하늘 아래 활짝한 하얀 목련이 늦봄을 알린다, 맑고 투명한 대기 속에 하얀 무명천 말끔히 빨아서 널어놓은 것 같은 저 모습,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이 세상은 그 자체로서 기적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춘분으로서 세상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저마다의 사랑과 싸움을 시작한다. 수채화 종이를 주문하고 팔레트를 닦고 붓도 씻고 화실 정리도 마쳤다. 해마다 사춘기를 겪는다. 이제 空(공)에서 色(색)으로 들어갈 때가 되었다.  (제자가 찍은 사진을 트리밍해서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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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춥고 포근하고 변덕이 유난히 심했다. 십년 이상 길냥이들 밥을 주었기에 겨울이 되면 절로 길냥이들 걱정을 한다. 영하 12도까지 갔었는데 저 놈들은 털이 있다곤 하지만 얼마나 추웠을까나. 먹는 것도 변변치 않은 놈들이 추위와 싸워야 하니 길냥이들은 오래 살지 못한다. 3년을 넘기는 놈들이 쉽지 않다. 강렬한 눈빛의 저 놈, 잘 생겼다. 축대의 차가운 돌 색깔과 고양이의 털색이 잘 어울린다. 겨울이 춥다는 것을 일러준다. 그래도 눈빛을 보면 강한 자존심이 느껴진다. 너나 나나 살아보겠다고 고생이 참으로 많다. 살아있는 것들을 만날 때마다 이 세상은 엄청난 모순이란 사실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