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악양면 평사리의 풍경이다, 고즈넉해서 몇 차례 다녀온 적이 있다. 소설 '토지'의 공간으로 널리 알려진 곳, 하지만 정작 평사리의 진면목은 따로 있다. 먹고 살기 힘들고 저마다 더 먹겠다고 다투는 살벌한 우리 사회, 너무나 냉소적으로 변해버린 우리나라 풍토이지만 평사리에 가면 놀라울 정도로 우리의 옛 인정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거, 하동 일대가 사실 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얼마나 순하고 인정이 많은지 깜짝 놀랄 정도이다.

 

예전엔 우리나라 어딜 가도 다 그랬는데 이젠 까마득한 옛날 일이다. 아직도 하동 특히 평사리엔 심성 고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문득 생각이 나서 아침 나절의풍경을 기억을 살려 그려보았다. 아침밤을 먹으러 나온 새 세 마리도 그려넣었다.

 

종이는 패브리아노 러프, 사이즈는 26 x 38.5 센티미터, 물감은 코발트 블루, 엘로 오커, 레몬 엘로, 비리디언, 페인 그레이, 번트 엄버.

 

5월의 평사리가 가장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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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들여 그린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이다.

탈레가의 알함브라 말이다.

 

종이는 데일러 로니, 그림 사이즈는 40.6x30.5 센티미터,

연필 스케치 위에 그렸다.

사용한 색은 번트 시엔나, 번트 엄버, 알리자린 크림슨, 엘로, 비리디언, 울트라마린 블루, 코발트 블루, 로 시엔나.

 

이제 알함브라는 그만 그려도 될 것 같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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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여신의 이름은 포르투나(Fortuna)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서양 사람들은 저마다 운명의 수레바퀴가 있으며 그 바퀴를 돌리는 자는 여신의 이름은 ‘포르투나’, Fortuna 라고 여겼다.

 

(참고로 운명 또는 행운을 뜻하는 영어 단어 fortune 은 여신의 이름인 ‘포르투나’로부터 유래되었다.)

 

‘데미안’이란 소설의 작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독일의 헤르만 헤세가 쓴 소설 중에는 ‘수레바퀴 밑에서’ (독일어 제목은 Unterm Rad)란 제목의 소설도 있는데 여기서 수레바퀴란 바로 운명의 수레바퀴를 뜻하고 있다.

 

서양인들은 지금도 사실 운명의 여신이 있어 사람마다 각각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다고 은근히 믿고 있다.

 

 

나 호호당의 운명학과의 인연

 

 

나 호호당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71년 우연히 사주명리학 책을 한 권 접하게 되면서 운명에 관한 여러 책들 이른바 術學(술학) 서적들을 두루 읽어보게 되었다.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있다는 것에 대해 半信半疑(반신반의)했지만 어떤 계기에 한문과 중국어를 익히게 된 바람에 그 방면의 古書(고서)들을 읽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었던 이유도 있다.

 

나중엔 중국 청나라 시절에 나온 그야말로 엄청난 책들을 결집해서 편찬한 四庫全書(사고전서)의 술학 편에 속한 수백권의 책을 다 읽어보았고 실제 믿을만한 가를 검증하기 위해 재미를 명분으로 적지 않은 사람들의 사주를 봐주기도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은행에 근무하던 나는 운명학과 인연을 맺은 지 10년도 더 된 이십대 후반이 되어도 기존의 명리학이나 자미두수 등과 같은 중국의 운명학 이론에는 아직 뭔가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나 盲點(맹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혀 근거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신뢰하기도 어려웠다. 솔직히 말해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느낌도 들었다. 이에 서양 점성술 책도 열심히 읽고 검증해보았지만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괴로웠던 것은 전혀 아니란 결론이 난다면 흔쾌하게 버려도 되겠건만 또 그러기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내게 있어 운명학 이론은 마치 먹을 것이 별로 없는 鷄肋(계륵)과도 같은 존재가 된 셈이었다.

 

 

미지의 것을 찾아 나선 흥미만점의 知的(지적) 여행

 

 

그러던 어느 날 문득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되었다. 1983년 1월 경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마음먹은 결심이란 운명학의 타당성 여부를 끝까지 검증해서 답을 얻자는 것 그리고 나름의 근거가 있다면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을 내 스스로 알아내보자는 것이었다.

 

이제부터 책이나 스승이 없으니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혼자 가보는 셈이었다. 이른바 앞사람이 밟아보지 않은 길, 前人未踏(전인미답)의 지적인 모험길에 나선 것이었다.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을 알아보는 것, 호기심 충족은 나 호호당에게 이 나이 먹은 지금에도 그렇지만 마치 일용할 양식과도 같은 것이었기에 전혀 거리낌 없이 연구에 나설 수 있었다. 나로선 그냥 즐거운 일종의 지적 유희였던 것이다. (나 호호당은 그러다 보니 평생 다양한 분야에 걸쳐 참으로 수많은 책들을 섭렵했다.)

 

 

처음엔 짧은 旅程(여정)인 줄 알았으나 24년이나 걸리다니...

 

 

처음 생각에 기존의 사주명리학에 있어 아직 미처 규명되지 않은 그 무엇을 알아내는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돌파구를 열기까지는 무려 24년이나 걸렸다. 1983년 초에 시작된 연구가 결정적인 단서를 포착했을 땐 2006년 말이었으니 말이다. 28세의 청년이 어언 52세의 반백 중년이 되어 있었다.

 

 

나 호호당이 처음으로 새롭게 규명해낸 운명의 비밀들

 

 

그 이후 더 새롭게 알아내게 되고 또 수만 건의 사례 연구를 통해 검증해낸 새로운 사실을 간락하게 소개해보자.

 

 

먼저 얘기할 것은 내 손으로 정립된 이론에 대해 나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는 사실이다. 다름이 아니라 서양인들의 오래된 생각, 이젠 전혀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속으론 은근히 믿고 있는 서양인들의 관념인 바로 운명의 수레바퀴와 전적으로 동일했기 때문이다.

 

나 호호당이 밝혀낸 새로운 사실은 그들이 막연하게 여기고 있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지 그 규칙과 규율에 대해 철저하고도 소상하게 밝혔다는 점이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한 번 구르는데 60년이 걸린다.

 

 

수레바퀴가 한 바퀴 처음 출발한 자리에서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시간 즉 주기 또는 사이클은 정확하게 60년이 걸린다. 그 사이클은 60이란 숫자의 배수로 진행되는 이른바 60진법이었다.

 

따라서 60년 사이클만 아니라 짧게는 60일, 더 짧게는 5일(60시진), 더 길게는 360년과 2160년에 걸치는 장기와 초장기 사이클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우리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주기 또는 사이클은 60년이 된다. 인생이 대략 100년을 살 지 못하니 그렇다. 따라서 운명의 수레바퀴는 60년에 한 번 돈다고 봐도 되겠다.

 

 

태어난 연월일시에 의해 정해져있는 수레바퀴의 스케쥴

 

 

그 다음에 알아낸 사실은 사람은 태어난 생년월일시에 따라 태어난 순간 저마다 수레바퀴 상에서 처해있는 위치가 다르다는 점이었다.

 

어떤 이는 태어난 때가 수레바퀴의 정점이었고 또 어떤 이는 수레바퀴의 가장 아래에 처해있는 경우도 있다. 헤르만 헤세의 소설 제목처럼 태어났을 때가 바퀴 아래에 처해있다면 그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운명의 수레바퀴에 깔려서 신음하게 되는 셈이다.

이른바 결손 가정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엄마를 잃은 딱한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이 바로 태어날 무렵 그들이 운명의 수레바퀴 상에서 처한 위치는 바로 맨 밑바닥 근처였다고 봐도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나 호호당은 그간의 연구를 통해 사람의 생년월일시만 알면 그 사람이 태어났을 때 운명의 수레바퀴 상에서 어떤 위치에 있었는지를 대번에 알 수 있다.

 

 

 인기절정의 연기인 하정우의 사례

 

 

실제 사례를 하나 들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하정우를 예로 들어보자.

 

양력으로 1978년 3월 11일 생이다. (생시를 모르지만 그간의 경력이 널리 알려져 있으니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이를 사주로 바꾸면 戊午(무오)년 乙卯(을묘)월 壬申(임신)일이다. 이에 내가 쓰는 이론적 방식으로 알아보면 1978년생인 하정우는 생후 4년 뒤인 1982년이 수레바퀴의 가장 밑바닥에 처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정우의 어린 시절은 그늘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레바퀴의 바닥에서 신음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장 밑바닥에서 바퀴의 정점으로 올라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30년이다. (한 바퀴에 60년 걸리기에 그 반대 위치까지는 30년이 된다.) 따라서 하정우가 바퀴의 정점에 오른 것은 2012년이었다. 1982년이 밑바닥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꼭 정점까지 오르지 않아도 이른바 8부 능선만 올라서도 그런대로 일이 잘 풀린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하정우의 연기자로서의 경력은 2002년부터 서서히 시작되었고 그 이후 줄곧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현재 하정우는 삶의 절정기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운은 한편으로 철저하게 공평하다는 점도 있다. 모두에게 그 사이클은 60년이기 때문이다.

생년월일시 때론 생년월일까지만 알아도 금방 그 사람의 수레바퀴, 즉 운명의 수레바퀴가 과거엔 어떤 상태였는지 지금은 어떠하며 또 미래는 어떨 것인지를 금방 알아낼 수 있게 되었다.

 

 

수레바퀴는 실재한다, 하지만 여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양인들의 오래된 관념이자 오늘날엔 거의 근거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있는 운명의 수레바퀴가 실재한다는 것을 나 호호당은 묘하게도 사주명리학 연구를 통해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운명의 수레바퀴를 돌리는 운명의 여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냥 태어난 순간 그 사람의 수레바퀴가 움직이는 시간표가 이미 정해져있을 뿐이다.

 

 

함께 흥미로운 여행을 떠나보자.

 

 

앞으로 더욱 많은 얘기를 하게 될 것이다. 처음 나 호호당에 대해 접하는 독자라면 궁금한 점도 많겠지만 천리길을 단숨에 달려갈 순 없는 노릇, 이제 천천히 호호당과 함께 운명이란 주제를 놓고 더 없이 흥미진진한 지적 모험 여행을 떠나보기로 하자.

 

 

서해 바닷가일 것 같다, 동막 해변이 생각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본 영상을 기억해둔 것이다.

방파제가 있고 물이 빠져서 사람들이 조개를 주으러 나왔다.

늦은 오후일 것 같다, 하늘에 황혼이 서리고 있으니.

 

종이는 캔손 몽발, 사이즈는 25.6x36 센티미터,

펜으로 그린 다음 물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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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바위의 질감을 살려본 그림, 장대한 그랜드 캐년의 장관을 담았다.

라인 앤 워시 기법의 발전 판이다. 배경 톤을 경정하느라 고민 좀 했다.

 

종이는 캔손 몽발, 사이즈는 25.6X36 센티미터,

물감은 엘로 오커와 번트 시엔나, 번트 엄버, 비리디언, 울트라마린 블루. 알리자린 크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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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풍경이다, 교외로 나가면 흔히 볼 수 있다는 말씀.

그런데 이런 풍경이 그리울 때가 있다, 멀리 비닐 하우스가 보이고 농가들이 보인다.

사람 둘이 뭘 하고 있는 것 같다, 갈아놓은 밭도 있고 심어놓은 밭도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일하고 먹고 잘 수 있으면 좋으리라.

최근 우리 사회는 너무 까칠하다. 힘든 탓이리라.

머리 식히시라고 그렸다.

 

종이는 칸손 몽발, 사이즈는 25.6X36 센티미터,

물감은 엘로 오커와 코발트 블루, 번트 시엔나와 번트 엄버, 울트라마린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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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윤곽을 그리고 색으로 칠한 라인 앤 워시, 즐기는 타입의 그름이다.

추운 계곡이었으리라, 아직 강의 수량도 많지 않다. 그런데 초록의 앞사귀가 피어나는 걸 보면 늦봄 정도 되리라. 

바위 산의 그림자가 그림의 포인트.

 

종이는 캔손 몽발, 사이즈는 25.6X36,

물감은 옐로우, 번트 시엔나, 엘로 오커, 번트 엄버, 코발트 블루, 울트라마린 블루.

선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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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가 멋지게 날고 있는 봄 들판, 그냥 무심히 연필로 긋다가 그림으로 만들었다. 제비는 나중에 넣었다.

강화도 가는 길, 어쩌면 김포 같기도 하다. 이렇게 심심한 듯한 그림이 사실 좋다. 벌판 저 편의 집 그림자와 전신주, 송전탑 같은 것만

연필로 힘을 좀 주면 되고 나머진 가벼운 붓질로 메우면 된다. 가벼운 스케치.

 

종이는 패브리아노 드로잉 지, 사이즈는 A 4 정도,

사용한 물감은 코발트 블루, 옐로우, 번트 시엔나, 번트 엄버, 4 가지. 

 

창공을 날아오르는 제비, 봄의 전령이고 자유의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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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시의 언덕에 과거 수백 년 동안 영화를 자랑했던 메디치 가문의 빌라가 남아있다.

엄청난 부를 과시했던 메디치 가문이다. 하지만 르네상스의 후원자로서 훗날 이탈리아에게

엄청난 관광자원을 남겼다. 돈 자랑도 이런 식으로 해야 보람이 있다고 하겠다.

 

구글에서 이미지를 만났는데 순간적으로 나를 잡아당겼다. 하얀 건물의 보랏빛 음영과

화양목의 짙은 그림자가 그랬다.

 

이런 형태의 그림을 라인 앤 워시(Line & Wash)라고 한다. 

종이는 캔손 몽발이고 크기는 25.6 X 36 센티미터, 펜은 피그마 마이크론 005 이다. 

사용한 색은 여섯 가지, 알리자린 크림슨과 코발트 블루, 퍼머넌트 옐로우와 비리디언, 번트 엄버. 번트 시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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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앞날을 점쳐준 도사

 

 

중국 전국 시대, 7개 나라가 패권을 다투던 시절, 엄청난 실력을 갖춘 도사가 산중에 기거하고 있었는데 그 밑에는 두 명의 제자가 있어 兵略(병략)을 배우고 있었다.

 

출세욕이 강하고 성미가 급한 제자가 공부를 대충 마치고 세상에 나가더니 7개 나라 중에서 어느 한 나라의 대장군이 되었다. 유학 가서 최첨단 기술을 익힌 박사가 국내에 돌아와 일류 대기업의 CEO 자리를 맡은 셈이라 하겠다.

 

나머지 한 명의 제자는 머리가 더 총명해서 그랬는지 아니면 물정이 어두워서 그랬는지 아무튼 한참을 더 배운 다음에 下山(하산)하게 되었다.

 

떠나기에 앞서 스승은 제자의 앞날을 점쳐줄 테니 밖에 나가서 마음에 드는 꽃 한 송이를 구해오라고 했다. 하지만 계절이 10월 하순이라 좀처럼 꽃을 찾기가 어려웠다, 허탕을 친 제자는 할 수 없이 스승의 방안 꽃병에 담긴 국화 한 송이를 꺼내어 스승 앞에 내밀었다.

 

이에 사부가 제자의 앞날에 대해 예단하길 “이 꽃은 벌써 한 번 꺾어진 바가 있으니 너도 소인배로부터 陰害(음해)를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겠구나, 하지만 국화는 사람들이 널리 애호하는 꽃, 처음엔 흉하더라도 결국 성공하게 될 것이야!” 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부는 제자에게 새롭게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무릎뼈 臏(빈)이엇다. 참으로 뜻밖의 이름이었다. 그 뜻이 무릎뼈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무릎 뼈를 까는 형벌을 뜻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착한 제자는 사부가 다 뜻이 있어서 그랬을 것으로 믿고 받아들였다.

 

臏(빈)이란 이름을 받은 제자는 세상에 나가서 먼저 출세한 동문을 찾아갔는데 그게 오히려 화가 되었다. 출세한 동문이 바로 소인배였고 이에 자기보다 실력이 좋은 동문을 상대로 모함을 했다. 그 바람에 빈은 무릎뼈를 들어내는 참혹한 형을 당하게 되니 졸지에 이름이 현실이 된 셈이다.

 

그러나 빈이란 이름의 제자는 겨우 목숨을 건지게 되고 그러다가 다른 나라의 군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아 최측근의 책사가 되었다. 이에 자신을 음해한 동문에게 멋진 복수극을 성공시킴과 동시에 부귀영화를 누린다.

 

사부는 꽃점을 통해 제자가 세상에 나가면 음해를 받아 무릎제거를 당할 것으로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고 이에 이름을 矉(빈)이라고 붙여주었던 것이다.

 

이 얘기는 ‘동주열국지’에 나오는 孫臏(손빈)과 龐涓방연)의 故事(고사)이다.

 

 

무엇으로든 점을 칠 수 있다!

 

 

사부는 꽃으로서 제자의 앞날을 예단했지만 사실 사부는 그 무엇으로든 점을 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무엇으로든 방법에 상관없이 점을 칠 수 있다면 점치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는 얘기도 된다. 그리고 그게 정말 그렇다.

 

왜 무엇으로든 아무 것으로든 점을 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처럼 꽃으로 점을 쳤지만 사실 꽃은 수단이자 도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점법으로서 5백원 짜리 동전으로 점을 쳐도 된다. 가령 지금 어떤 일이 있어 성사 여부가 궁금하다고 할 때 미리 학이 나오면 오케이라 하고 숫자 500이 나오면 안 된다는 식으로 정해놓은 다음 동전을 던져서 어느 쪽이 나오는지 확인하면 그만이다. 가장 간단한 동전 점법이다.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첫 여성이 치마를 입었는지 바지를 입었는지에 따라 점을 쳐볼 수도 있으며, 색깔을 정해놓고 집밖에서 만나는 사람의 옷 색깔에 따라 점을 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점치는 데 사용되는 도구는 그저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

 

 

너무 싱거운 소리가 아니냐 하겠지만 그게 절대 그렇지가 않다. 왜 무엇으로든 정하기 나름에 따라 다 점을 치는 방법이 될 수 있느냐 하면 그 이유는 이렇다.

 

옛날 시절부터 사람들은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아가거나 무당을 찾아가서 問占(문점)을 해왔다. 고대 그리스에선 델포이 신전을 찾아가 그곳의 巫女(무녀)들로부터 神託(신탁)을 받았다.

 

 

오늘날엔 누구나 신탁을 받을 수 있다.

 

 

神託(신탁)을 영어로는 오라클(oracle)이라 한다. (세계 제2위의 소프트웨어 기업이 바로 미국의 기업 오라클이다. 자기들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할 것 같으면 기업경영의 신탁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내 알기로 오라클 제품을 사용해도 망하는 회사 참 많던데 말이다.)

 

神託(신탁)이란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神(신)이 사람을 매개자로 하여 그의 뜻을 나타내거나 인간의 물음에 대답하는 일이라 되어 있다.

따라서 무당이나 점쟁이는 신의 뜻을 전하는 매개자 즉 중개인에 불과하다는 뜻이 된다. 그런데 여기에서 진짜 중요한 요점은 신의 뜻을 알기 위해 중개인을 꼭 찾아갈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민주화된 세상에선 누구나 그리고 무엇으로든 점칠 수 있다.

 

 

그냥 당신이 점을 치는 순간 진지하게 가령 운명의 여신에게 앞날을 물어봐도 가능하다는 말이다. 어차피 모든 면에서 ‘민주화’가 되어가는 세상에 점치는 일 역시 특별한 계층의 사람 즉 특별한 중개인을 만나야 할 이유가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옛날 신을 믿던 시절 신전에서 봉사하는 무녀도 특별하게 여겨졌지만 오늘날엔 고지식하게 그런 특별한 중개인의 말만 영험하다고 믿을 이유도 사실 없다는 얘기. 정 자신이 없다면 조만간 AI 무당 즉 인공지능 무당이 곧 등장할 것이니 기다려볼 일이다.

 

요지는 이렇다.

 

예전에 사람들이 능력 빵빵한 신이 있다고 두루 믿었을 때엔 당연히 그 신을 모시는 신관이나 무당의 중계를 통해야 했지만, 당신이 그다지 신을 믿지 않는 일반 사람이라면 점 하나 쳐보자고 갑자기 신을 믿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고 그냥 자기 스스로 점치는 방법도 알아서 정하면 되는 일이고 그것으로서도 충분하다는 얘기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당을 찾아가지 말라는 말도 아니고, 용하다는 곳을 이젠 찾아가지 말라는 얘기도 아니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얻을 수 있는 곳이라면 이미 그 자체로서 좋은 컨설턴트이기 때문이다.

 

 

점을 칠 때엔 진지하게 정신을 집중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기에 무엇으로든 점을 쳐도 된다, 5백원 짜리 동전점도 훌륭하고 앞글에서처럼 트럼프 카드로 점을 치면 더욱 그럴싸 하다. 따라서 점치는 방법은 억만 가지도 더 된다. 정하기 나름이니 말이다.

 

그저 점을 칠 때엔 진지하게 정신을 집중할 일이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전쟁에 나가는 장수는 勝敗(승패)를 점치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으로 점을 칠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으니 알려드린다.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결과에 상관없이, 물론 되면 더욱 좋겠지만 그를 떠나서 어떤 일은 시도하지 않고선 견딜 수가 없을 때도 있다.

 

가령 엄청 속으로 좋아하는 이성이 있어 한 번 대쉬해보지 않고선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자. 그럴 때도 점을 쳐볼 수 있지만 이 경우 성사가 될까 여부를 놓고 점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미 마음을 먹은 일이니 성사 여부를 問占(문점)해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모순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달에 시도할 까 아니면 다음 달에 시도해볼까를 놓고 점을 치는 것은 물론 가능하다. 이미 하기로 마음을 작정한 다음에 그 일의 성사를 물어보는 것은 웃기는 일이란 사실이다.

 

이런 점을 칠 것 같으면 운명의 여신이 있어 이런 엉터리가 다 있나! 내가 아니라고 하면 무시하겠지! 하면서 성질을 낼 수도 있을 것이니 말이다.

 

예전에 장수가 전쟁에 나갈 때 勝敗(승패)를 점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어떻게 싸울 것인지 강공을 할 것인지 아니면 서서히 적을 지구전으로 대할 것인지, 아니면 어떤 마음으로 임할 것인지를 물어보곤 했다 한다.

 

 

덧붙이는 말: 

 

올린 그림 중에서 블루로 칠한 한적한 로마의 거리, 성당이 있는 음영의 그림에 대해 화가인 정직성 씨가 칭찬을 해주니 정말 기분이 업 된다.  그리고 또 페이스북에 올라온 질문에 관한 얘기이다. 트럼프 카드 점을 칠 때 숫자가 높을 수록 강해지느냐는 질문이 있었다. 있을 법한 질문이었다. 간단히 답하기가 그렇기에 언제 다시 한 번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하는 글을 올릴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