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성당 사진을 보고 그렸다,

나를 유혹한 것은 탑 상단의 짙은 하늘 속에서 빛나는 황금빛 동상이었다.

아마도 성모 마리아 상 같은데. 

저녁의 강렬한 햇빛에 건물 그림자는 진하게 드리워가고 

성모 마리아는 홀로 중생들에게 하루의 위안을 나누어주고 있다는 느낌. 

나 호호당은 종교가 없다, 하지만 종교적인 감성은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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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져가고 있는 운명에 대한 서양인들의 관심

 

 

서양인들 역시 드러내놓고 얘기하지 않을 뿐 오래 전부터 점치는 것이나 운명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져왔을 뿐 아니라 1960년대 이후 오히려 대폭적으로 늘어나는 추세이다. 과학의 시대이고 이성의 시대이건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겠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서양에서 점이나 운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결정적인 원인은 서유럽의 경우 기존의 전통 신앙인 기독교가 현저하게 퇴조해가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와 같은 가톨릭 국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이고, 미국 역시 개신교의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점치는 일이나 자신의 운명에 대한 관심은 예전에 비해 더 늘어났다.

 

한 해의 작황에 대해 관심과 우려가 많은 시골 농부에서부터 분 단위로 매순간 전쟁을 치러야 하는 월가의 펀드 매니저나 트레이더에 이르기까지 현실은 늘 불안한 것이기에 미래에 대한 자그마한 단서라도 엿볼 수만 있다면 기꺼이 그럴 마음이 있다는 점에 있어 아무런 차이가 없다. 정치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Fortune-telling 그리고 Divination

 

 

서양에선 운명에 관해 알아보거나 점치는 것을 보통 ‘fortune-telling’ 이라 하고 좀 더 전문적인 말로는 ‘divination’ 이라 한다. 또 이런 현상을 놓고 일반적으로 오컬티즘(occultism), 즉 神秘主義(신비주의)란 표현을 사용한다.

 

점치는 방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수백 가지가 아니라 수천 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참으로 신기한 점치는 방법들

 

 

그 중에서 실로 희한하다 싶은 방법, 즉 점법에 대해 열 가지만 먼저 소개해본다.

 

쥐의 울음소리를 듣고 행운을 점치는 쥐 울음점이 있고, 수탉이 모이를 쪼는 것을 보고 길흉을 점치는 닭점이 있으며, 매일 먹는 식빵의 맛과 향으로 점을 치는 빵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진주 구슬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따뜻하게 한 다음 그 모습으로 점을 치는 진주점이 있다. 또 시골에선 쇠똥구리가 똥을 마는 방식을 보고 점을 치는 쇠똥구리점이 있다.

 

더 얘기해보면 위장의 꾸르륵 소리로서 점을 치는 배점이 있고, 장작불이나 촛불 등이 타오르는 모습으로 점을 치는 불점,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제법 널리 알려져있는 것 중에 하나로서 수맥을 찾을 때 술사란 사람들이 이상한 작대기를 들고 다니는 것을 텔레비전 등에서 보셨을 것이다. 이게 바로 작대기점이다. 그리고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점을 치는 연기점도 있다.

 

 

희생양(scapegoat)의 유래가 된 창자점

 

 

아주 오랜 전통을 가진 점법으로 무언가를 기원하는 제의를 올릴 때 바치는 희생양이나 기타 동물의 창자 특히 간의 형태를 보고 점을 치는 내장점 혹은 창자점이 있다.

 

이런 점법은 고대 중동지방에서 시작된 것으로 고대 로마 제국 시절의 경우 국가의 공식 사제단 중에서 가장 지위가 높은 대제사장(Ponti Maximus)이 직접 거행하는 대단히 엄숙한 점법이었다. 카이사르의 양아들이 되어 훗날 로마 제국의 초대 황제가 된 아우구스투스는 양아버지의 후원으로 얻은 최초의 공식 직함이 바로 로마의 대제사장이었다.

 

로마에선 신에게 바치는 희생 동물이 주로 닭이었지만 예수가 태어난 중동 지방에선 일반적으로 양이었기에 희생양(scapegoat)이란 단어가 오늘날에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占(점)이란 말의 유래

 

 

그런데 이쯤에서 占(점)이란 말의 유래에 대해 한 번 알아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고대 중국의 왕조였던 殷(은)나라 시절엔 국가기관에서 많은 점을 쳤다. 당시는 왕이 세속적 권력이자 종교의 우두머리이기도 했던 까닭이다. 은나라 시절에 점은 주로 농사와 관련하여 언제 비가 내릴 것인지를 묻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점치는 관리들은 당시로서도 구하기 힘든 바다거북이의 등껍질을 구해와 구운 다음 거기에 나타난 균열을 보고 점을 쳤다. 이른바 거북점이다.

 

卜(복)이란 한자는 점치는 것을 뜻하는데 글자 모양은 바로 거북이 등껍질에 나타난 균열을 상징하고 있다. 균열이 나타나면 나름 전문가들이 해석을 하게 되는데 말이나 글로 표현하게 된다. 이게 바로 占(점)이란 글자이다. 균열이 된 卜(복)에 대해 입 口(구)를 더한 모습이다.

 

오늘날 중국 한자의 초기 원형으로 알려진 글자를 甲骨文字(갑골문자)라고 하는데 대부분 점친 결과를 등껍질에 새겨놓은 것이다.

 

서양의 전통에 대해 다음 글에서도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물론 점과 운명에 대한 동양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서도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강렬한 로마의 햇빛,

오래 전 판테온에 들른 적이 있다.

너무 더워서 안이 시원했다는 느낌만 남아있다.

명랑한 느낌으로 그리고자 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많이 우울하다.

부디 즐기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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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에 가면 붉은 색의 광활한 사막이 있다고 한다. 물론 가본 적 없다.

하지만 아주아주 오래 전부터 거기에 그 사막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옛날에 '아라비아의 로렌스'란 영화가 있었다. 피터 오툴과 오마 샤리프, 앤서니 퀸이

열연하는 영화이고 제1차 대전을 배경으로 한다. 

그 영화의 오프닝 장면이 바로 와디 룸이었는데 1968년 여름에 그 영화를 본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영화보다도 그 붉은 사막이. 

얼마 전 '마션'이란 영화의 로케이션으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화성의 붉은 사막을

이 곳에서 찍었다는 것이다. 

구글에 올라온 사진을 변형해서 그렸다, 또 다시 다르게 그려볼 생각이다.

얼마 전 낙타 그림을 올린 것도 와디 룸에 낙타를 그려녛기 위한 일종의 연습이었다.

 

그림 사이즈는 센티미터로 40 X 30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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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에 올라와 있는 뉴질랜드 남섬의 해안가,

사람 없는 비치를 사랑한다, 철 지난 해수욕장 뭐 그런 거,

8월 하순 경에 강원도 바닷가에 가면 만나는 한적한 해수욕장, 

솔밭 너머로 다가오는 바닷가, 물 소리.

미역과 조개 껍질, 갈매기 끼룩 소리, 철퍼덕 쏴 하는 파도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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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시 한 가운데 있는 고대 로마의 유적, 로마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 중에 하나이고 콜로세움 근처에 있다. 

고대 로마의 한 가운데 있어 정치적 의사를 나타내던 민의의 광장이었다.

오늘날의 포럼(forum)이란 단어가 유래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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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궁전 안에 Torre des lamas 란 이름의 정원이 있다.

탈레가의 기타 소리를 들을 때면 으레 이 정원이 연상되곤 했다. 

가볼 일은 없겠으나 늘 머릿속에 있는 저 아름다운 정원, 이슬람 건축의 에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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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랴, 저 스스로 미쳐버린 저 서녘 놀을,

하늘 전체가 꽃밭이다, 

새들은 모두 둥지로 돌아갔고

물만 홀로 제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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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예전에 엄청 재미나게 봤다.

그 이후로 환타지가 생겼다.

낙타를 탄 베두인의 의상과 낙타 위의 의자를 꾸민 천들의 강렬한 칼러가 늘 눈을 끈다. 

사막으로 가긴 싫다, 하지만 상상에선 늘 사막을 간다.

내 모든 그림은 결국 환타지이다.

요르단엔 와디 룸이란 멋진 사막이 있던 데 곧 그려서 올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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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것이 과연 있기는 한 것일까?

 

 

동서양 모두 예로부터 운명이란 것이 있는데 그건 내 뜻과 상관없이 정해진 것이란 생각을 해왔다. 그리고 사람이 일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아, 운명이란 것이 있는 것도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물론 굳이 그런 것 따윈 없다고 의지와 소신을 밝히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쨌거나 이런 저런 이유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운명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자신의 운명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이에 운명이란 것이 일단 존재한다고 해두자. 존재 증명을 간단히 말 몇 마디 글 몇 자 정도로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일단 존재한다고 여겨보자는 말이다.

 

과연 운명이란 것이 있다면 한다면 내 운명은 어떨 것인지, 나아가서 내 뜻과 상관없이 미리 태어나는 순간부터 정해져있는 것인지? 등등을 놓고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한다.

 

이런 의문들에 대해 나 호호당이 최대한의 친절 모드(mode)로 알려드리고자 한다. 동시에 사실 이 주제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라서 일단은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따라와 주시길 바란다.

 

 

運命(운명)이란 運(운)과 命(명)의 결합이다.

 

 

運命(운명)이란 단어는 運(운)과 命(명)이란 두 단어가 결합되어 생겨났다. 사실 운과 명 중에서 먼저 얘기해아 할 것은 명이다. 그렇기에 더러 운명이라 하지 않고 命運(명운)이라 하기도 한다. 가령 이 일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는 식의 표현이 그것이다.

 

 

命(명)이란 타고난 天性(천성)이자 유전적 소질이다.

 

 

命(명)은 명령 받았다는 뜻이다. 넌 이렇게 살면 된다는 식으로 누군가 명령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말은 오늘날의 시류에서 볼 때 다소 거슬리는 면이 있다. 자유 민주주의 세상에서 어떤 놈이 나에게 명령을 한 단 말인가? 내 인생 내가 사는데 나 말고 따로 내게 명령하는 놈이 있다니 이게 말이 되나 궁시렁 궁시렁.

 

하지만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보통의 사람들은 명령을 받는다는 말에 그다지 거부 반응을 나타내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라. 세상은 늘 권력자와 가진 자가 있었고 보통 사람들은 그 아래에서 그 권력자의 뜻에 따라 살아야 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폭력의 시대에서 强權(강권)의 시대, 그리고 權威(권위)의 시대, 그러다가 극히 최근에야 奪(탈) 권위의 시대로 바뀌었다. 우리만 해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립한 지 이제 겨우 31년에 불과하다, 1987년 민주화 이행이 그것이다. 자유민주주의란 다름 아니라 탈 권위의 상징이다.

 

그렇기에 예전엔 명령받았다는 의미의 命(명)이란 단어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었다. 그런데 명이란 단어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결국 타고난 그 사람의 고유한 성격 즉 天性(천성) 또는 자질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사람마다의 고유한 천성은 직접적으론 부모로부터, 좀 더 따져보면 혈통에서 온다. 다시 말해서 유전적 자질, DNA의 성향이라 봐도 되겠다. 그렇기에 命(명)이란 단어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가 살다 보면 타고난 성격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세월 속에서 다양한 일을 겪으면서 좋게 말해서 약간 세련되어지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그렇기에 일단은 命(명)은 유전적 자질을 말하는 것이란 점, 그렇기에 미리 정해진다고 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는 점에 대해서만 얘기하고 나중에 다시 자세하게 살펴보는 기회를 갖기로 한다.

 

 

命(명)과 관련하여 예민한 문제점들

 

 

그런데 命(명)에 대해 얘기하다 보면 꽤나 민감한 문제들과 만나게 된다. 가령 부자가 되는 것은 부자가 될 命(명)이라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누구나 노력 여하에 따라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문제 등등이 그렇다.

 

부자가 되는 명을 줄임말로 富命(부명)이라 하는데 사람들은 부명이 따로 있느냐 즉 타고 나느냐를 놓고 왈가왈부한다. 더 예민한 문제가 있다. 우리 아이가 공부를 잘 할 아이인지 아니면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인지 하는 문제에 이르면 참으로 대략 난감해진다.

 

공부 잘 할 아이 혹은 학생은 따로 이미 정해져 있다는 것이 공식 확인된다면 정말이지 커더란 사회적 문제가 된다. 비싼 돈 들여 공부시켜봤자 헛일일 것 같으면 우리 내수경제의 커다란 축을 이루고 있는 사설학원들은 문을 닫아야 할 것도 같고, 그를 떠나서 대다수 부모들의 실망 또한 엄청날 것이니 말이다.

 

예쁘게 태어나는 유전적 자질은 따로 있다는 것에 대해 우리 모두 인정한다. 부모 중에 한 쪽이 인물이 좋을 경우 그 자녀 중에 한 명 정도는 반드시 인물이 수려하다는 사실.

 

그런 것은 싫어도 인정하는 것 같은데 공부 잘 하는 천성, 부자가 되는 천성은 따로 있다고 하면 큰일이 난다.

 

아무튼 이런 문제는 상당히 예민한 것이기에 나중에 별개의 글을 통해 자세하게 얘기하고자 한다.

 

 

운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제 運(운)이란 것에 대해 얘기할 차례가 되었다.

 

먼저 運(운)이란 한자의 뜻부터 살펴보자. 사전에 보면 ‘돌다, 돌리다’가 먼저 나와 있고 그 다음에 살펴보면 움직인다는 의미도 있다.

 

 

운이란 순환을 뜻한다.

 

 

사실 중요한 것은 돌아간다는 말이다. 낮이 밤으로 바뀌고 다시 낮이 되고, 계절이 바뀌고 다시 계절이 돌아오고 등등 이게 바로 운의 뜻이다. 운이란 단어에는 바로 이처럼 循環(순환)이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나 호호당 김태규가 연구해내고 체계화한 ‘자연순환운명학’에서의 ‘순환’이 바로 운을 의미한다.

 

돌고 돌아서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운인 것이다. 사실 한 해도 계절이 바꾸어가면서 다시 계절이 반복된다. 이 또한 운인 것이다.

그런데 당장은 순환이란 것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으로 좀 미루기로 하자. 순환에 대해 얘기 보따리를 풀자면 그야말로 엄청나게 긴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니 말이다.

 

 

운이란 변화를 뜻한다.

 

 

운의 핵심 의미는 순환이라 했지만 그냥 단순하게 변화라고 여겨도 무방하다.

 

운이란 움직임, 즉 運動(운동)을 뜻하기에 움직이면 처음의 상태와는 달라진다. 따라서 변화를 뜻한다.

 

그렇기에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는 옛말이 헛말이 아니다. 나이가 대충 50 정도 되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 중고등학교 동기 중에 지지리 공부 못하고 빌빌대던 놈이 세월이 흘러 만나보니 엄청 잘 나가고 있는 경우, 그와 반대로 엄청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 하던 짱이 몰락해서 비실대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隔世之感(격세지감)을 느끼고 세월의 무상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당장은 큰 변화가 없다 해도 세월이 가면 많은 것이 변한다. 뜨거운 남녀 간의 애정도 시간의 문제이고 세월 앞에 장사는 없는 법이다.

 

이처럼 운이란 변하는 것을 말한다.

 

이제 명이 무엇인지 알았고 운이 무엇인지 대충 알았으니 드디어 운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얘기할 때가 되었다.

 

 

운명이란 명과 운의 화학적 결합을 말한다.

 

 

흔히 물리적 결합과 화학적 결합을 구분한다. 물리적 결합은 떼어내고 분리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하고 화학적 결합은 요소들이 합쳐서 새로운 무엇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운명이란 것 역시 명과 운이 화학적으로 결합된 그 무엇을 말한다. 가량 어떤 이가 일을 잘 하고 있거나 실적을 팍팍 내고 있을 경우 그것이 과연 그 사람의 타고난 능력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운인지를 놓고 주변에선 많은 말이 오간다.

 

이런 문제는 대개의 경우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답을 얻을 수 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일시적인 운이었는지 아니면 타고난 능력 즉 命(명)에서 온 것인지를 알게 된다는 말이다. 이처럼 운과 명은 쉽사리 분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만 알아두자.

 

 

운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 하나

 

 

앞서의 문제와 관련해서 내가 늘 재미있어 하는 대목이 하나 있다.

 

미국 프로야구 구단들과 선수 사이의 계약이 그렇다. 몇 년 동안 좋은 성적을 낸 선수는 옵션 행사를 할 때가 되면 당연히 엄청난 금액의 연봉을 요구한다. 하지만 구단은 나름 고민을 많이 한다.

 

좋은 성적은 이미 과거의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잘 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까닭이다. 높은 연봉의 다년 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 과거에 대해 보상이 아니라 미래의 좋은 성적을 전제로 하는 것이니 그런 고민 역시 당연하다. 게다가 과거 사례를 들춰보면 고액의 다년 계약을 했다가 구단 입장에서 망한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미국 메이저 리그의 모든 계약은 일종의 도박인 것이고 또 그런 탓에 흥미진진해진다. 도박은 주변사람에게 지켜보는 재미, 까보는 재미를 안겨준다.

 

관련해서 작년 미국 프로 야구에서 LA 다저스는 우승 일보 직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나 역시 야구를 좋아하고 특히 우리의 기대주인 류현진 선수가 뛰는 팀이라 많은 관심을 가졌다. 그런데 다저스 감독이 다르빗슈 유를 택하는 순간 아이쿠! 했다. 다저스가 민일 우승하지 못 한다면 바로 감독의 저 판단 하나 때문이란 생각을 했다.

 

다르빗슈 유는 운세 상으로 이미 한창 기울고 있는 선수임을 생일 검색을 통해 나는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 그만 감독은 그 선수를 택했다. 이런 비엉신! 하면서 혀를 쯧쯧 찼다. 결과 역시 다르빗슈 유가 우승을 좌절시킨 일등 공신이었다.

 

이제 오늘 글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운명은 명과 운의 화학적 결합이란 점만 일단 기억해두시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