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날 좋은 날 빛이 아까워서 제자 차를 타고 남한산성에 올랐다. 그늘 속에 철쭉의 빛이 더 진하고 신록의 잎사귀들은 더 없이 여리고 푸른데 하늘은 마냥 맑았다. 젊어선 저런 풍경 해마다 얼마든지 볼 터인데 하면서 개의치 않았는데 나이가 들다 보니 정작 아까운 것은 저런 빛이다. 아무튼 고운 빛을 잘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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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하늘 맑은 날 남산 소월길에서 낙조를 만났다. 아래로 내려가면 외국인들을 흔히 볼 수 있는 해방촌 길이다. 서쪽으로 넘어가는 오렌지 빛 해를 바라보노라니 절로 시 구절이 생각났다. 석양 빛 참으로 좋은데 다만 황혼이 가깝구나, 夕陽無限好(석양무한호) 只是近黃昏(지시근황혼) , 이렇게 노래한 중국 당나라 시절 이상은의 시. 그렇다, 호호당의 삶도 이젠 황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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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이제 막 열고 있는데 벌레는 열심히 단물을 빨고 있다. 열심히 살아보자는 것이고 서로 좋자는 얘기이다. 세상은 적대적이기도 하고 때론 협조적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꽃봉오리 참 잘도 예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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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철거가 진행중인 한남동 인근의 주성동 어느 골목길. 마침 해가 저물고 가로등불이 환히 빛나는 언덕 계단. 너무 아름다웠다. 짙은 청람의 하늘과 오렌지빛 불빛의 대조. 거기에 후진 동네답게 벽에는 그림까지 그려져 있었으니 예술의 골목이었다. 곧 사라질 거란 생각을 하니 그냥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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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려서 그렇지 아직 해지기 전이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역광이라 더욱 진하게 빛나는 신록과 조우했다. 저건 에메랄드잖아? 기사님에게 잠시만 차를 세워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곤 후딱 사진을 찍은 뒤 다시 차에 올랐다. 평범한 풍경이지만 그 순간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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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명랑한 하늘을 그리고파서 그냥 칠을 했다. 이런 장소 당연히 있을 것이니 그냥 상상으로 그렸다. 오늘 일요일 평소라면  주식 강의를 하느라 바빴을 텐데 이제 강좌가 끝나서 제법 한가로웠다. 펼쳐져있는 하얀 종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도 모르게 붓을 씻고 팔레트에서 물감을 찍어와서 칠하기 시작했다. 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은 한참 지나서야 알았다. 정신이 없는 것도 아니건만 그리고 무의식도 아니건만 나도 모르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으니 약간 놀랐다. 나중에 이걸 어떻게 완성하지 싶어서 구도를 만들어 마무리를 했다. 저런 호숫가에서 바람을 쏘이며 산책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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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창을 열고 왼쪽으로 몸을 틀면 멀리 잠실 롯데타워가 보인다. 오른 쪽의 붉은 건물은 재개발에 들어간 케이 호텔이고 왼쪽의 빛나는 은갈치가 롯데타워이다. 난 늘 은갈치라고 부른다. 날이 흐리면 푸른 그레이로 보일 때도 있는데 그럴 땐 청어라고 부른다. 얼마나 높은지 수원에 이빨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고속도로 상에서도 멀리 저 은갈치가 보인다. 정말 대단하다. 롯데그룹이 저 건물 지어놓고 고전하고 있으니 한숨이 나올 때도 있다. 암튼 4월의 하늘 아래 은갈치는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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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느낌이 난다. 날씨도 약간 덥고 신록도 싱그럽다. 무슨 나무이고 꽃인지 모르겠지만 마냥 명랑해보인다. 철 모르고 즐겁던 청소년기의 나 호호당이 생각난다. 무술 도장에서 열심히 연습을 하던 중 어쩌다가 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면서 저 자식 땀 많이 흘리네 하고 웃던 기억이 난다. 운동 마친 뒤 귀가하면서 자주 사먹던 밀면- 부산은 밀면이 유명하다-도 기억난다. 그때는 밤 10시에도 식당이  문을 열고 있었다. 부산 용두산 공원 밑의 밀면집이었는데. 배불리 먹어도 1시간이면 다 소화가 되고 다시 시장기가 돌던 그 시절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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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현관 바로 앞에 심어진 작은 복숭아 나무, 그 꽃이 피었다. 벚꽃이 질 무렵에 피는 복숭아 꽃.  술이 탐스럽게 펼쳐져 있다. 나무는 키가 작아서 아직 가슴 높이 정도, 다가가서 편하게 촬영할 수 있다. 이곳으로 이사온 지 5년 되었는데 꽃을 보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 사랑스러워서 해마다 봄이면 늘 기다리게 된다. 세상에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아름답고 덧없다. 그래서 애처롭다. 사진을 찍은 뒤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만 눈물이 터진다. 나이 70 넘은 호호당이 아직도 그러니 아직 살아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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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벚꽃은 이걸로 안녕이겠지, 바람 불고 비오고 있었다. 작별인사라도 해야지 싶어서 집 근처 과천 대공원 쪽으로 나가보았다. 이쪽은 도심이 아니라서 공기가 차다, 그래서 꽃도 늦게 핀다. 볼 만했다, 밤 벚꽃, 옛날엔 야사쿠라라 했던 밤 벚꽃. 잠시 젖은 몸통을 어루만지면서 벚꽃 엔딩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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