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길을 천천히 걸어오르는 젊은 사람, 시선을 꽃에 두었는지 아니면 잠시 생각에 잠겼는지 얼핏 확연하지 않았다. 아마도 꽃구경도 하고 사이 사이 생각도 하고 있었으리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사람이 예쁜 건지 꽃이 예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수양벚꽃은 유달리 예쁘다, 늘어지는 멋과 맛이. 저녁놀은 핑크빛을 더 진하게 하고 부는 바람은 늘어진 가지를 살랑대는데 그 순간 나는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홀연 잊어버리고 멍을 때렸다. 그저 내 앞에 늘어진 벚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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