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선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춥다. 양재천을 따라 불어대는 바람 줄기가 뺨을 꼬집는다. 산책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겨울엔 신기한 것이 하나 있으니 죽은 풀과 떨어지지 않은 잎사귀들의 따뜻한 갈색이 추운 날씨를 시각적으로 보완해준다는 점이다. 걸어간다, 산다는 건 걷는 일이다. 시간의 길 위를 걷다가 어떤 지점에 이르면 더 이상 걸어가지 않는다. 누구나 그렇다. 그러면 그 다음은 무얼까? 

 

집앞 인근 양재천 건너 엘지엔솔 연구소가 겨울 초 경내 나무들을 모조리 쳐 없애더니 펜스를 세우고 건물을 짓기로 한 모양이다. 그간 오래된 나무들이 늘 멋진 풍치를 제공했는데 너무 아쉽다. 펜스 아래 비탈에 나무 한 그루가 겨울 하늘을 지키고 있다. 며칠 전 날 맑은 날 찍은 사진인데 수시로 눈길을 끈다. 시원해서 그런가? 싶지만 겨울 하늘에 시원한 게 좋을 것 같진 않은데. 아니면 추상성이 느껴져서 눈길을 끄는가 싶기도 하다. 

 

 

설날 연휴 끝나고 오랜만에 지인이 연락을 해왔다. 마침 한가하니 얼굴 볼 수 있냐고. 당연하지, 무슨 바쁜 일 있으랴, 그저 반가울 따름이었다. 저녁도 먹었고 특별히 갈 곳도 없어서 동네 길 건너편의 놀이터 근처에 차를 세우고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이번 설은 화이트 설이야, 했더니 지인이 껄껄대며 웃었다. 별로 웃기는 얘기 같진 않았는데. 앞의 저 발자국은 나와 지인의 것이다. 눈 내리는 것은 그렇다 치고 바로 그 다음 날 온도가 올라서 싹-하고 녹았으면 좋겠다. 이미지가 은근히 분위기가 있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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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보고 흥취가 일어 나름 내 식으로 그려본 상상화이다. 아침이 아니라 저녁놀일 것이다. 나 호호당이 좋아하는 서해 안면도의 바닷가 같기도 하다. 인적이 적은 안면해수욕장을 가장 좋아한다. 동해 바다가 거친 남성이라면 서해 바다는 살결 부드러운 여성이다. 연일 그림을 그리다가 오늘부터 글을 올린다. 설 연휴 내내 한 편씩 이어가는 시리즈 글이 되겠다. 심심풀이 땅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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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운이 바닥에 떨어진 지금 최근의 사태에 대해 이런저런 검색을 통해 자료들을 읽어가면서 국운의 흐름에 대입시켜보고 있다. 여러 주요 나라들, 우리와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반응과 평가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역시 미국이다.

 

그런 면에서 작년 12월 말에 나온 미국 의회조사국 보고서(IN21474)의 마지막 결론 부분은 향후 우리 정국의 추이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내용을 시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22년 2월 24일에 제출된 동 기관의 보고서 "한미관계"(R41481)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많은 것들을 이미 시사하고 있다. 여기에 우리 정부의 국가안보실에서 2023년 6월에 발간한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또한 오늘의 상황과  많은 면에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예측불허의 풍운아 괴짜 대통령 트럼프가 임기를 시작하고 있다.  

 

이에 정말이지 우리나라가 어떤 중차대한 기로에 들어섰다는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앞으로의 일이 대충 윤곽이 그려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피차 첨예한 상황에서 나 호호당의 생각을 밝히는 것은 전혀 적절하지가 않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그 문제에 골몰하느라 며칠째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독자님들의 양해 바라는 마음이다. 곧 일상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그림은 미국 뉴햄프셔주의 바닷가 등대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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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의 뉴질랜드를 이제 떠났다. 손오공의 근두운을 타고 서쪽으로 휘-하고 날아서 아무 곳이나 찍었더니 프랑스 남쪽의 어느 조그만 마을 옆을 지나가는 도로였다. 정말 문자 그대로 남프랑스에 딱 어울리는 정경이었다. 땡겨서 연필로 수평선 하나 긋고 슬슬 부담 없이 칠을 하다 보니 그림이 되었다. 

 

다 그리고 나서 그런데 여기가 어디냐? 하고 보니 떼흠므-다흐마니약 Termes-d'Armagnac 이라 되어 있다. 작은 코뮌이라 되어 있는데 프랑스 옥시타니 지방에 속하는 곳이었다. 도로 코드는 D3. 화창한 햇빛이 느껴진다. 밝고 명랑하다. 우리나라도 좀 이렇게 되어야 할 터인데 참, 쩝. 글을 쓸 기분은 영 아니라서 그림만 그린다. 독자님들도 기분 전환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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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뉴질랜드 구글 지도 여행을 마친다. 먼 저편은 바닷가 백사장이다. 저녁놀을 좀 과장되게 칠해보았더니 마치 화장이을 너무 세게 한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터치가 강하고 거칠다. 이 또한 기분 탓이라 하겠다. 이제 얻;로 구글 지도 여행을 떠나볼까?  미국 혹은 일본? 아니면 유럽, 어쩌면 동해안 바닷가일 수도 있겠다. 오늘 아침 안개가 너무 심해서 50 미터 밖이 보이질 않는다. 마치 우리나라 정국과 같은 기분이 든다. 차 사고 조심해야 하겠다. 독감 조심하시길... 외출 후엔 꼭 손을 씻으시길. 

 

아침 산책 시간, 청계산 매봉이 겨울 안개 저 너머 희미하다. 좋게 말하면 수묵화, 반대로 말하면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처럼 모든 게 불투명하다. 게다가 20일에 트럼프가 취임한다, 과연 무엇을 들고 나올지 두렵기만 하다.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때문에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내리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의 앞날에 대한 글을 올리기가 두려울 지경이다. 힘들 거란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말이다. 

 

계속해서 구글 지도로 여행을 하고 있다. 마우스를 긁으면서 앞으로 전진, 가끔 뒤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이 길은 뉴질랜드 남섬 더니든 외곽의 portobello road 이다. 청정의 뉴질랜드, 곳곳이 절경이다. 이제 곧 뉴질랜드 북섬으로 떠나봐야 하겠다. 겨울이라 아파트 주변 경관은 볼 것이 없다. 그래서 구글 지도로 여행을 한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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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츠메 우인장, 일본 애니 시리즈를 엄청 좋아한다. 넷플릭스를 통해 몇 년 사이 보고 또 본다. 그 음악도 많이 좋아한다. 오프닝과 엔딩 곡들이 모두 참 좋다. 특히 시리즈1의 엔딩곡인 "여름저녁하늘(夏夕空)"이란 노래를 즐겨 듣는다. 가수의 음색이 꽤나 특이하다. 국내 어느 유튜버가 이 곡의 피아노 버전을 올리면서 함께 올린 이미지가 마음에 들었다. 저녁하늘이었는데 좀 더 이른 시각으로 바꾸어 그렸다. 시리즈 2의 엔딩곡인 "사랑해(愛してる)" 또한 가수의 여린 목소리가 엄청 매력이 있다. 최근 시리즈7이 끝났는데 과연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긴 하다. 초여름 전원의 지방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 정말 낭만적이다. 올 해는 수채화와 펜 드로잉을 많이 할 것 같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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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혹한, 가혹한 추위. 해는 빨리 저물고 긴긴 밤 사이 이런저런 생각 또는 환상에 잠겨지낸다. 하지만 서울 시내, 광화문과 한남동, 이런 곳은 온통 너 죽고 나 살자의 치열한 투쟁이지만 그래도 잠시 잊고 싶다. 그리고 화창한 날이 그립다.  캐나다 대사관 앞의 회화나무 아래 그늘이 떠오른다. 그렇다, 빛 가득한 정동 거리. 그 거리를 좋은 사람 친한 이들과 함께 호젓하고 여유롭게 걷고 싶다. 올 해는 나 호호당도 몸이 다시 건강해져서 힘들지 않게 만면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보고 싶다.

 

나이가 드니 건강한 몸으로 멀쩡한 두 다리로 가고픈 곳을 다녀오는 게 엄청난 럭셔리로 느껴진다. 살아보니 삶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힘든 삶을 보람있는 시간들로 채워가고자 애를 쓰는 것, 그게 바로 잘 사는 것임을 절로 알게 된다. 부귀영화? 그건 달리는 말 앞에 매달아놓은 홍당무 같은 것, 달리면 그 홍당무도 절로 멀어진다. 그러니 이젠 별로 눈이 가지 않는다. 

 

춥다 보니 화창함이 그리워서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마지막에 새를 그려넣었다. 그려놓고 보니 저 새는 종달새일까? 묻게 된다. 예전에 정선을 지나갈 때 들었던 찌륵찌륵 찌르륵, 하던 그 소리가 들린다. 그 때가 순간 사무치게 그립다. 그 때 분명 고생하고 있었건만 뭐가 그리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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