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났다.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는 끝과 시작을 잘 감지하지 못한다. 여전히 덥기만 한데 하면서. 하지만 나무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인다, 무척이나 점잖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뻗어갈 때가 아니라 서서히 뭔가 알갱이를 만들어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로 빠르게 피어오르는 저 뭉게구름, 늦여름의 정취가 아니면 무엇이랴! 한 해가 이제 정점에 이르렀다.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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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으로 오르는 경리단길이다. 아랫쪽에 붉은 벽돌의 대성교회가 보인다. 대성 교회 저멀리 보이는 고층건물, 지도에서  방향을 정해서 찾아보니 삼각지역 인근의 용산파크자이 아파트가 아닌가 싶다. 비싼 아파트!  먹선으로 드로잉을 하고 음영 부분에도 먹을 썼다. 하지만 때론 물감으로도 칠했기에 정확한 구분은 되지 않는다. 이 그림 역시 연필로 기본 스케치를 하지 않고 바로 먹선으로 그렸다. 밑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 사이에 흥이 싹 달아난다. 그러니 각도가 조금 어긋나더라도 분방하게 그리고 칠하는 것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석고상, 아그리파인지 뭔지 하는 것을 그릴 때도 연필로 측정하지 않고 그냥 바로 그리다가 미술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은 기억이 난다. "너, 그렇게 하면 안 돼! (한 때 딱!) 그런데  말이다, 너 좀 그린다. 끼가 있네!" 하셨다. 원 그림보다 약간 무거운 느낌이지만 그거야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은 탓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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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갓집이 제주도이다. 아내를 만난 것은 서울이었지만 어쨌거나 나 호호당은 제주도로 장가를 갔다. 제주도에서 며칠 머물면서 카메라를 들고 제주시에서 시작해서 며칠 해안도로를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저녁이 되면 버스 타고 제주시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그림 속의 풍경은 바로 그 때의 모습이다. 왼쪽 상단에 초가집도 보인다. 지금도 제주도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때의 제주도가 좀 더 자연 속에 어울려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도 없지만 당시엔 차도 거의 없어서 길 한 가운데에서 사진 찍느라 한참을 서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갈색 톤이 주조색이라 그림이 예쁘진 않다. 하지만 그리면서 당시의 바다내음과 파도 소리가 기억났다. 사람은 추억의 동물인가 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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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논현역 근처에 있는 작업실 맞은 편 풍경이다. 강남역보다 훨씬 한산한 곳이다. 하늘엔 아직 빛이 남아있지만 거리엔 벌써 어둠이 내리고 있다. 이런 시각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심야식당"은 자정에 문을 연다, 사진을 찍으면서 그 드라마 장면들이 생각 났다. 깊은 밤보다 일몰의 저녁 거리가 더 아름답지 않은가. '주막'이란 등을 밝힌 가게의 불빛이 반갑게 다가온다. "해질 무렵 거리에 나가 차를 마시면"이 아니라 친한 벗들을 불러 청주나 사케  한 잔 나누고도 싶지만, 거 참, 코로나19  시국이라 세 사람은 함께 할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  둘이서 술을 마시기엔 분위기가 또 그렇고. 그저 일몰의 거리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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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 그려본 바다와 등대 풍경이다. 외국의 실물 사진을 바탕으로 구름을 인상적으로 그려넣었다.  최근엔 사이즈가 큰 그림들을 그린다. 스트레칭 과정이 귀찮지만 크면 그 자체로서 힘이 있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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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여 전에 곡성을 다녀왔다. 군청 옆의 성당이 있었다. 정해박해의 진원지라고 되어 있었다. 1827년 정해년 순조임금 당시 천주교 신자들을 데려다 문초했던 사건이 정해박해이다. 수백의 사람 중 몇 명은 처형되었다. 이질적인 종교가 들어오는 과정은 으레 그렇다. 날이 더웠는데 군청 앞 주차장에 차를 대다 보니 건물이 아름다웠다. 사진을 찍었고 그를 바탕으로 펜 드로잉을 하고 워시를 올렸다. 그리는 일은 늘 즐겁다, 어떻게 잘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니 그렇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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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고개를 넘어 시원하게 내리뻗은 19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왼쪽은 지리산이다, 멀리 구름에 덮힌 산이 노고단이다. 장소는 19번 국도에서 나와 선월리로 들어가는 길, 용방 삼거리이다. 지리산 쪽으로 들어가면 나 호호당이 좋아하는 천은사가 있다. 11월 전시회에 출품할 그림이다. 이번엔 좀 더 큰 사이즈의 그림을 준비하고 있다. 가로 55센티, 세로 35센티.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다. 독자님들도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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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교. 큰 그늘  (0) 2021.07.30

아직 햇빛을 받고 있는 높은 곳의 저 옅은 구름은 곧 흩어지리라, 중간의 먹구름은 먼 섬이나 산 같은데 저녁이면 으레  드리우는 차일구름은 회보라빛으로 배경을 깔고 있다. 세상 구경중에 제일은 역시 하늘 캔버스의 빛놀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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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로 바탕을 잡고 수채 물감을 담채했다. 먹이 갖는 무게감과 경쾌한 수채의 조합이 좋은 것 같다,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보고자 이리저리 애쓰고 있다, 삼복 더위에 비지땀을 줄줄 흘려가면서. 나 호호당은 여름 나들이를 피서철이 끝난 8월 20일 경에 다녀오곤 한다, 시골의 세자리 수 번호의 지방도로를 달리다 보면 만나는 풍경, 앞의 건물은 농협 창고인 것 같다. 사진을 보고 그렸다. 오른쪽 아래 채소밭과 멀리 비닐 하우스 같은 것들이 디테일로 흥취를 자아낸다. 물론 전신주가 버티컬로 화면을 나누고 전선줄이 하늘을 날고 있다. 독자님들께서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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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포 대교 아래 잠수교, 가늘에 직은 사진을 여름으로 바꾸어서 그렸다. 거친 질감을 내고 싶었서 마른 붓으로 빠르게 세게 그었다. 가끔 잠수교를 지날 때면 웅장한 덮개구나 하는 생각에 감탄을 한다. 오른 쪽에 세빛 둥둥섬이 떠 있다. 음악당을 하겠다고 공들여 지었는데 혈세 낭비 운운하면서 반대파에 의해 그저 그런 카페와 유흥시설이 되고 말았다. 나 호호당은 정치란 것을 인정하긴 하지만 대단히 싫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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