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 바람이 저녁 들어 그치지 않고 불어댄다, 가을 속으로 들어가잔다, 화실에서 웃통을 벗은 채 생각에 잠겼노라니 어느 사이에 찬 기운이 스며든다, 몸을 움츠리며 “아, 가을이구나!” 하고 嘆(탄)한다. 가을을 노래한 이런저런 시 구절들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이에 모니터 앞에서 일어나 이젤 쪽으로 가서 가을을 그리기 시작했다. 찬 색조로 칠했다. 앞의 풀들은 시들고 말라있다. 먼 산은 가을 안개로 흐렸는데 망망한 허공에는 기러기들이 북녘에서 날아들고 있다. 가을이 깊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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