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마도 수요일이었던가, 하늘이 엄청 맑고 뭉게구름도 많았다. 뭉게구름은 저녁이면  으레 사라지고 지평선 쪽으로 잿빛의 구름이 깔린다. 그런데 그 날은 늦은 시각까지 뭉게들이 사라지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냥 사진을 찍으려니 입체감이 없고, 그래서 전신주를 한 가운데 잡고 오른 쪽 하단에 집과 숲, 송전탑을 넣어서 찍었다. 사실 새는 두 마리가 날고 있었다. 곧 집으로 돌아가겠지 했다. 두 마리만 넣으려다 내친 김에 좀 더 그려넣었다. 이미 지평선  쪽으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지만 높은 하늘엔 빛이 많아서 구름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이런 때를 특별히 좋아한다. 지상은 어둑하지만 하늘은 아직 밝은 이 시각을. 때론 이유없이 감동하곤 한다, 살아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세상이 이름다워서 그런지 그건 잘 모르겠으나 말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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