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프레스 수채화지에 물을 듬북 칠하면서 빠르게 그려보았다. 몽롱하게 해보고 싶어서였다. 그런대로 몽롱하다. 앞부분에만 약간 디테일을 추가했다. 저녁인지 안개가 서려서 그런지 모를 날씨, 앗차! 사인을 넣지 않았다. 오늘 장모님이 계시는 제주도로 간다. 비행기 타기 싫어하는데, 특히 국내선은 하늘길이 편하지가 않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처갓집이 해외에 있으니 이게 이럴 줄 42년 전에 알았어야 했는데 말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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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지 모르겠다, 꽤나 오래 전이다. 원주를 지나면 진짜 강원도가 시작된다. 태백산맥과 소백산맥, 소위 양백지간의 어느 시골길이다. 늦여름이라 구름들이 화려하게 군무를 추고 있었다. 날은 그다지 덥지 않았다. 차를 잠시 멈추고 바깥으로 나가서 멍하니 구경한 기억이 난다. 그때 내 팔뚝을 부드럽게 스쳐가던 바람도 기억이 난다. 농가 한켠 밭의 옥수수들이 엄청 키가 컸었다. 늦여름 강원도 산길엔 다니는 차량도 거의 없었다. 오후의 정적 속에서 잠시 피로감을 느꼈던 기억도 난다. 즐겨주시길...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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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그린 드로잉이다. 다시 보니 괜찮은 것 같아서 올린다. 작업실 에서 교보 쪽으로 걷다 보면 만나는 이면 도로이다. 현장에서 펜으로 스케치를 한 후 나중에 담채를 올렸다. 트럭은 사진을 찍은 뒤 나중에 확인하고 그려넣었다. 자주 가게 되는 골목이고 내가 잘 가는 일식집이 내 눈엔 보인다. 뒤쪽의 높은 아파트는 대우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이다. 몰랐지만 써밋이란 이름이 붙으면 푸르지오 중에서도 럭셔리 아파트라고 한다. 그래 정상에 올랐으니 떨어지지 말고 잘 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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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이다, 산책을 했다. 맑고 투명한 빛이 찻길에 쏟아지고 있다. 한낮의 기온은 아직 약간 덥다. 나는 그늘 아래로 걸었다. 이것을 뭐라 불러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김춘수 시인이 떠올랐다. 그가 말하길 '이름을 불러 주기 전까진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는데 내 눈앞에 있고 내가 그 속에 있는 이것을 뭐라 불러야 하지 싶었던 것이다. 셔터를 누르면서 떠올랐다. 아, 이건 그냥 늦가을이야! 하고. 나는 늦가을 속을 걸어갔다. 

 

늦가을 속을 걷다가 언덕 위의 하늘과 소나무들을 만났다, 아니 작은 나무들과 풀과도 만났다. 어느 누가 나를 유혹하는 거지? 궁금했다. 하늘일까? 저 소나무들의 늘씬한 허리춤일까? 그냥 그늘 속의 풀들일까? 그러다가 고개를 저었다, 멋진 놈은 그냥 늦가을이야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월은 멋지다. 

 

바깥이 아니라 서울 안인데 벌써 담쟁이들도 예쁜 색을 드러내고 있다. 눈길이 갔다. 그래 늦가을의 정취는 역쉬! 빨갛고 노란 담쟁이지, 하다가 아니 콘크리트 벽에 서린 이끼 역시 빠지면 섭하지, 암 그렇지, 했다. 그래 너도 굳이 담쟁이 이끼 콘크리트 하지 말고 그냥 모두 늦가을이라 하지 뭐. 거리에 쏟아지는 늦가을 햇살과 그늘, 소나무와 하늘, 풀잎들, 담쟁이와 이끼, 모두 늦가을이라면 나 호호당 역시 다른 이의 눈에 늦가을로 보일까? 그게 궁금해졌다. 늦가을 남자, 또는 늦가을 영감.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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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머리가 무거워도 약간만 미열이 있어도 혹시 그 놈일까? 하며 신경을 곤두 세운다. 누굴 만났더라? 하고 며칠 사이의 접촉을 되돌아본다. 이런 이게 참 힘들다. 백신을 두 번이나 접종했지만 그럼에도 담배와 시가를 피우는 나 같은 사람은 걸리면 골치 아프다. 바깥 나들이도 잘 하지 못한다. 늙은 탓에 힘이 든다. 몇 년전 다녀온 풍경이다. 35번 국도를 타고 낙동강 지류를 따라가면 청량산을 만난다. 늦은 가을이었고 온 산은 단풍, 물가는 억새와 갈대 등 수초들로 가득했다. 언젠가 그려봐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었다. 다시 가봐야지 하고 다짐한다. 가게 되면 차를 세우고 얘기해야지, 아, 오랜 만이야, 잘 있었어? 아, 참, 신령님도 잘 계셨구요, 하고.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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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 하회마을이 유명하지만 사실 안동 제일의 경치는 가송리 부근이다. 35번 국도를 따라 청량산을 지나 낙동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고산마을 앞에서 동네 도로로 들어서면 맞은 편에 고산정이 보인다. 그곳에서 그냥 허접한 시멘트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가면 고산정에 도달한다. 고산정 앞에 서면 높은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그림 왼쪽의 그것이다. 그 앞을 월명담, 달이 밝게 비치는 연못이란 이름인데 그 경치가 참으로 절경이다. 그림 오른 쪽의 마을이 가송마을이다. 가을 분위기를 넣어서 그렸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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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강변, 해질 녘이다. 낙동강 상류, 오래 전이다. 아마도 청량산 자락이 물과 만나는 어느 곳이었다. 그저 황홀해서 바라보다가 미처 사진을 찍지 않고 돌아온 적이 있다. 물은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해는 방금 산마루를 넘어간 때였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기억의 기묘한 집합체, 따라서 저 강과 가을 산 역시 나의 일부가 되어있다. 아직도 저 곳에 가면 저렇게 남아있을까? 다소 변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때의 산과 강은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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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동풍이 불어 하늘은 맑기만 하다. 아직도 뭉게구름 일었다 지고 습기 머금은 구름들은 무한한 톤의 그레이로 물들고 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의 경계는 유난히 희고 밝게 빛난다. 저 청람의 하늘은 무한의 공간을 등에 엎고 있을 것인대 무한이란 물건은 우리가 감히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경탄하면 되리라. 추석 연휴 동안 "호텔 델루나" 정주행하느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추석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는 걸 보면서 저 달이 장만월의 한맺힌 그 달인가 싶어서 한참을 번갈아 보았다. 부는 바람에 머리 풀어내리고 난간에 기댄 채 호로병의 술을 넘기는 장만월, 참으로 멋지다. 장만월을 만들어낸  아이유도 대단하다. 끝까지 바른 길을 택하고 걸어가는 구찬성도 대단하다. 환타지는 늘 리얼리티를 이긴다. 오늘밤 마지막 회를 다 보고 나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릴 생각이다. 독자들에게 약간 미안해서 드리는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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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 아니 꼭 그렇지 않다, 아직은 낮으로 약간의 더위도 있다. 며칠 사이 태풍이 지나간 뒤라서 하늘이 아주 맑고 공기도 신선하다. 여전히 동풍이 불고 있어서 그렇다. 저게 어느 날인가 서풍 그리고 서북풍으로 바뀌면 탁하고 매캐해지겠지. 메이드 인 차이나 먼지바람이 가득 불어오겠지, 봄까지. 일몰 직전 혹은 직후였다. 거리는 사진처럼 어둡지 않았다. 하늘에 조리개를 두었기에 마치 밤인양 느껴진다. 장소는 나 호호당의 작업실 앞이다. 현재를 즐기지 않으면 우리가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서녘으로 슉-하고 넘어가는 해가 뿌리고 가는 빛 알갱이들의 저 황홀한 놀이, 일몰 직전 혹은 직후의 저 광경은 그 순간 내가 가질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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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려니 아쉬워서 붓끝을 살려서 몸의 동작과 표정을 그냥 프리하게 그렸다. 춤추는 놈, 베레모 쓰고 폼 잡는 놈, 우산 쓴 아낙, 키큰 꺼부정, 아이와 애매한 놈들 등등, 그냥 팔레트에서 색을 가져와 스케치했다. 재미가 있는 것 같아서 올린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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