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 아니 꼭 그렇지 않다, 아직은 낮으로 약간의 더위도 있다. 며칠 사이 태풍이 지나간 뒤라서 하늘이 아주 맑고 공기도 신선하다. 여전히 동풍이 불고 있어서 그렇다. 저게 어느 날인가 서풍 그리고 서북풍으로 바뀌면 탁하고 매캐해지겠지. 메이드 인 차이나 먼지바람이 가득 불어오겠지, 봄까지. 일몰 직전 혹은 직후였다. 거리는 사진처럼 어둡지 않았다. 하늘에 조리개를 두었기에 마치 밤인양 느껴진다. 장소는 나 호호당의 작업실 앞이다. 현재를 즐기지 않으면 우리가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서녘으로 슉-하고 넘어가는 해가 뿌리고 가는 빛 알갱이들의 저 황홀한 놀이, 일몰 직전 혹은 직후의 저 광경은 그 순간 내가 가질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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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려니 아쉬워서 붓끝을 살려서 몸의 동작과 표정을 그냥 프리하게 그렸다. 춤추는 놈, 베레모 쓰고 폼 잡는 놈, 우산 쓴 아낙, 키큰 꺼부정, 아이와 애매한 놈들 등등, 그냥 팔레트에서 색을 가져와 스케치했다. 재미가 있는 것 같아서 올린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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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비오더니 환하고 선선한 가을날을 만들고 있다. 동풍이 불어와 대기도 아주 투명하다. 팔당호 주변을 차로 드라이브하면 좋겠다 싶은 마음, 경기도 광주시로 들어가는 광동교를 지나 왼쪽으로 꺾은 뒤 남종면의 강변길을 가다 보면 이런 경치를 만날 수 있다. 서울은 실로 특별하다, 빌딩 숲을 이룬 도심 바로 곁에 팔당호가 있어 남한강과 북한강이 흘러들어온다. 백악산 뒤로 북한산의 연봉들이 병풍을 둘렀고 그 밑자락으로 크나큰 물줄기인 한강이 유유자적하며 흘러가는 서울이다. 나가진 못하지만 가을을 보고 싶었고 그래서 가을을 그렸다. 그리면서 가을을 즐겼다. 독자님들도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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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흥취가 솟아서 그리지만도 않는다. 때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리기도 한다. 그리면서 스스로를 치유한다. 처음엔 그냥 푸른 하늘을 그리고 싶어서 시작햇다. 일단 하늘을 넓게 칠하고 나니 이제 뭐하지? 싶었다. 잠시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생각해봤다. 그러자 문득 미국의 사이키델릭 록과 컨츄리, 포크 송을 부르는 조나단 윌슨이 생각났다. 그가 생각난 것이 아니라 사막 까마귀, Dessert Raven 란 노래가 생각났다. 전주가 아주 멋지다. 가사도 아주 좋다. 음미할 만 하다. 그래서 사막을 그리고 사막 까마귀를 그리기로 했다. 저런 걸 보면 늘 걱정이 된다. 먹을 것도 거의 없는 사막인데, 하지만 더 먹을 것이 많은 풍요로운 지대로 나서면 그곳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어서 저렇게 저곳에 살고 있겠지 한다. 사람들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한없이 몰려든다. 잘 하면 풍요로울 수 있으리란 기대로, 하지만 엄청난 계급과 차별이 존재하는 서울이고 수도권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늘 약속한다. 웃긴다, 늘 속아주는 우리가. 자연은 어딜 가도 늘 가혹하다. 그림을 마치자 스트레스가 가셨지만 마음은 다시 슬퍼졌다. 오늘 밤은 그냥 슬퍼하자. 슬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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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갔다, 올 여름엔 바다 구경을 하지 못했다. 여름에 바다를 보지 못했으면 인사를 하지 못한 셈이다. 사진에서 구도를 따서 기분나는 대로 칠했다. 구도가 너무 수평이라 다이나믹이 부족하다. 그냥 청람의 하늘과 더 진한 바다색을 칠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9월의 첫 그림이다. 푸른 색이 너무 야하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2차 백신을 맞았더니 머릿속에 뽀얀 안개가 서린 느낌이다. 열이 날락말락 하면서 어딘가 어느 구석인지 몰라도 편치가 않다. 괜찮아지겠지 한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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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구도를 가져왔다. 사진은 흐린 바다였으나 난 고용한 아침의 해변을 그렸다. 아침의 밝고 투명한 공기와 맞은 편 산 중턱의 물안개, 바람에 일렁이는 차가운 초록의 바다와 파도, 그리고 강아지 두마리와 산책하는 사람들을 넣었다. 물론 나 호호당이고 아들이다. 붉은 색의 모래사장과 차가운 바다, 투명한 공기, 뭐 이런 것들의 대조가 그림의 의도였다. 산을 좀 더 푸른 색조로 깔았으면 전혀 다른 그림이 되었을 것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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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브에 나오는 사진을 캡쳐해서 그렸다. 명암 대비에 마음이 매료되었다. 당초 의욕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의도는 달성했다. 광활한 사막과 그 사이의 강 위로 빛이 조각조각 부서지는 모습이 얼추 나왔으니 말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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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전에 정선 동강의 가수리를 막 지나 언덕 길에서 이런 사진을 찍었다. 여름 끝자락의 하늘은 화창했다. 늦더위가 가시지 않았지만 그곳은 전혀 덥지 않았다. 강원도는 커다란 냉장고와 같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강물은 비가 와서 불어나 있었고 물살도 제법 거셌다. 최근 재미가 난 가로가 긴 그림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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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후 연남동의 중국 만두 집에 들렀다가 일산 방향으로 잠시 갔다. 다시 되돌아오는 길에 백미러에 비친 놀이  일순 눈에 들었다. 잠시 차를 세우게 하고 갓길에서 찍었다. 가로등이 정중앙에 잡혀서 좋은 건지 아닌 건지 잘 판단이 서지 않지만 어쨌거나 모처럼 아름다운 놀을 만났다. 즐겨주시길...

 

가을장마라 한다, 태풍도 한 분 방문하신다 한다. 반가운 비는 '비님'이지만 많이 오면 '비놈'이 되는데. 10년도 더 전에 찍었던 사진인데 제자가 화일을 보내왔다. 반가웠다, 아, 그래 이런 컷을 찍었었지! 한다. 제자의 스마트폰 속에 그간 잘도 있었군 했다. 2009년 10월이었으리라, 당시 제자들과 인제 내린천이 흘러내리는 미산계곡으로 놀러갔을 때의 사진이다. 솔잎에 맺힌 빗방울이 아웃포커싱된 배경의 단풍 색과 어울려 계절의 정취를 잘 담아내고 있다. 즐감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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