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즐거운 마음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흥취가 솟아서 그리지만도 않는다. 때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그리기도 한다. 그리면서 스스로를 치유한다. 처음엔 그냥 푸른 하늘을 그리고 싶어서 시작햇다. 일단 하늘을 넓게 칠하고 나니 이제 뭐하지? 싶었다. 잠시 담배를 한 대 피우면서 생각해봤다. 그러자 문득 미국의 사이키델릭 록과 컨츄리, 포크 송을 부르는 조나단 윌슨이 생각났다. 그가 생각난 것이 아니라 사막 까마귀, Dessert Raven 란 노래가 생각났다. 전주가 아주 멋지다. 가사도 아주 좋다. 음미할 만 하다. 그래서 사막을 그리고 사막 까마귀를 그리기로 했다. 저런 걸 보면 늘 걱정이 된다. 먹을 것도 거의 없는 사막인데, 하지만 더 먹을 것이 많은 풍요로운 지대로 나서면 그곳엔 또 다른 어려움이 있어서 저렇게 저곳에 살고 있겠지 한다. 사람들이 서울로 수도권으로 한없이 몰려든다. 잘 하면 풍요로울 수 있으리란 기대로, 하지만 엄청난 계급과 차별이 존재하는 서울이고 수도권이다. 정치하는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늘 약속한다. 웃긴다, 늘 속아주는 우리가. 자연은 어딜 가도 늘 가혹하다. 그림을 마치자 스트레스가 가셨지만 마음은 다시 슬퍼졌다. 오늘 밤은 그냥 슬퍼하자. 슬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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