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동풍이 불어 하늘은 맑기만 하다. 아직도 뭉게구름 일었다 지고 습기 머금은 구름들은 무한한 톤의 그레이로 물들고 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의 경계는 유난히 희고 밝게 빛난다. 저 청람의 하늘은 무한의 공간을 등에 엎고 있을 것인대 무한이란 물건은 우리가 감히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경탄하면 되리라. 추석 연휴 동안 "호텔 델루나" 정주행하느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추석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는 걸 보면서 저 달이 장만월의 한맺힌 그 달인가 싶어서 한참을 번갈아 보았다. 부는 바람에 머리 풀어내리고 난간에 기댄 채 호로병의 술을 넘기는 장만월, 참으로 멋지다. 장만월을 만들어낸  아이유도 대단하다. 끝까지 바른 길을 택하고 걸어가는 구찬성도 대단하다. 환타지는 늘 리얼리티를 이긴다. 오늘밤 마지막 회를 다 보고 나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릴 생각이다. 독자들에게 약간 미안해서 드리는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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