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강변, 해질 녘이다. 낙동강 상류, 오래 전이다. 아마도 청량산 자락이 물과 만나는 어느 곳이었다. 그저 황홀해서 바라보다가 미처 사진을 찍지 않고 돌아온 적이 있다. 물은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해는 방금 산마루를 넘어간 때였다. 나라고 하는 존재는 기억의 기묘한 집합체, 따라서 저 강과 가을 산 역시 나의 일부가 되어있다. 아직도 저 곳에 가면 저렇게 남아있을까? 다소 변했을지도 모르겠다만, 그때의 산과 강은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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