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수채화를 올렸더니 독자가 성수동의 대림창고 사진을 보내왔다. 그려보고픈 이미지라 그렸다. 예전에 성수동은 공업사가 많은 동네였는데 이젠 새롭게 개발 중인 거리이다. 땅값이 오른 탓이다. 이 건물은 대림창고란 이름이엇는데 이름을 살려 카페로 변신시켰다. 나름 성수동의 명소가 된 모양이다. 디테일이 많은 복잡한 그림이라 주의를 기울여가며 천천히 칠했다. 주로 웨트 온 드라이 기법이고 더러 번지기를 사용했으며 마지막엔 드라이 브러시를 사용했다. 자동차의 글레이징이 잘 처리된 것 같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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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전에 찍은 사진인데 위치가 어딘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수동 근처인지 제기동 근처인지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앞의 창고같은 건물은 함석판이었는데 그게 녹슬어서 인상적이었다. 이런 풍경 을지로 골목만 가도 볼 수 있다. 비오는 날, 배경의 고층 빌딩들과 골목의 남루한 삶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힘들기에 빛나는 우리 모두의 삶이다. 먹선으로 스케치를 하고 수채물감을 올렸다. 최근에 계속 시도해보는 방식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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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났다. 가을이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늘 그렇듯 우리는 끝과 시작을 잘 감지하지 못한다. 여전히 덥기만 한데 하면서. 하지만 나무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보인다, 무척이나 점잖아진 것을 알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뻗어갈 때가 아니라 서서히 뭔가 알갱이를 만들어낼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푸른 하늘로 빠르게 피어오르는 저 뭉게구름, 늦여름의 정취가 아니면 무엇이랴! 한 해가 이제 정점에 이르렀다.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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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기운이 들어서는 입추

 

 

먼저 날씨 얘기부터 해본다.

 

가을의 기운이 일어서기 시작한다는 立秋(입추)가 7일 토요일이었다. 사실 입추에 가을의 조짐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여름의 한 가운데란 인상이 더 강하다. 그런데 이번에 묘한 점은 입추가 되면서 기온이 한 풀 꺾였다는 점이다.

 

현재 밤 11시 24분, 기온은 26도. 25도 이상이면 열대야라 하지만 그다지 무덥지 않다. 열어놓은 창문으로부터 선선한 바람이 들어와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그간 너무 더워서 이젠 이 정도는 적응이 되어서 그런 건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오늘 10일은 하루 종일 뭉글뭉글한 구름들이 여기저기 연이어 피어올랐다. 청람의 하늘과 밝게 빛나는 흰 구름, 그 사이사이에 습기를 머금은 잿빛 구름들이 화려하게 피어나고 사라지고 또 쓸려가고 있었다. 10분만 지나도 모습이 달라지니 높은 하늘에 바람이 세찼던 모양이다.

 

나 호호당은 운명의 입춘 바닥을 지난 이후 지금껏 질리지 않고 가장 재미나 하는 것이 하늘 구경이다. 멋진 하늘을 볼 때면 저걸 수채화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궁리에 빠진다. 이렇게 칠을 하고 조금 기다렸다가 아름다운 그레이를 혼합해서 구름 그늘을 칠하고 등등.

 

그 어떤 쾌락도 채울 때마다 점점 강도가 약해져간다. 심지어는 본능적인 욕구까지도 오래 살다보니 때론 성가시고 귀찮다. 정말이지 나 호호당은 살기 위해 밥을 먹을 뿐이다. 맛있는 것은 얼추 다 먹어봤으니 그럴 법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늘 구경 그리고 그림 작업은 물리지도 질리지도 않는다.

 

하늘 구경과 그림 작업 둘 중에 하나를 택하라면 하늘 구경을 택하겠다. 그림은 그릴 때마다 늘 도전이고 힘들고 벅차기 때문이다. (독자들께서 나 호호당이 그림을 쉽게 그리는 줄로 아실 것 같아 하는 말이다. 잘 그린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친분이 있는 시인이 한 명 있다. 그 양반이 몽골에 몇 달 다녀온 뒤 하는 말이 “그저 구름만 보고 왔지요,” 였다. 상당히 심심했다는 투의 말이었지만 나는 그거 참 좋았겠네! 했다.

 

이토록 하늘 구경을 즐기니 은근히 걱정도 된다. 죽은 뒤에 더 이상 하늘 구경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저 세상, 그런 게 혹시 있다면 얘기인데 그곳엔 하늘 구경보다 더 좋은 것이 있긴 할까? 싶다.

 

 

운이 좋다는데 왜 상황이 어려울까요? 하는 질문

 

 

이제 오늘의 주제로 들어가 본다.

 

며칠 전 메일로 질문을 하나 받았다. 예전에 상담 왔던 분이었는데 운의 흐름이 좋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직한 직장에서 상사와의 갈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었다. 운이 좋은데 이런 일이 있으니 혹시 잘못 보신 건 아닌가 하는 문의였다. 종종 받게 되는 질문이다. 글로도 여러 번 얘기했지만 독자들이 그간의 글을 모두 이해할 순 없는 노릇이니 다시 한 번 밝힌다.

 

 

운이란 결국 열정이다. 

 

 

운이란 무엇인가? 를 한 마디로 정의하면 그 사람의 熱情(열정)이다. 하지만 열정이 있다고 해서 주변 사람과 갈등이 사라지거나 돈이 잘 벌리거나 하는 일이 술술 풀리진 않는다. 때론 열정이 강하다 보니 주변과 마찰을 빚는 일도 있다.

 

운이 좋다고 해서 모든 일이 풀리고 고민이 없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런 건 살아있는 한 만나기 어렵다. 인생은 그 전체가 고생이고 고통, 그렇기에 싯다르타는 인생은 고통의 바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운이 좋다 또는 운이 상승한다고 할 것 같으면 어떻게 되느냐를 보자. 가령 문제가 생기면 그로 인해 고통을 받지만 그 문제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하고 어떻게 해서든 상황에 적응하거나 아니면 해결을 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일이 풀리기도 하고 문제가 해결되기도 한다. 그러면 그를 통해 사람은 성장하고 발전한다. 그게 바로 운이 좋다고 하는 것이다.

 

이번만큼은 안 되면 안 돼요, 이런 얘길 자주 듣는다. 그건 고통 받기 싫다는 얘기일 뿐이지 될 지 안 될지 그건 모르는 일이다. 다만 운이 좋다면 운이 상승 중이라면 이번에 꼭 되어야 할 일이 비록 되지 않는다 해도 좌절하지 않고 또 다시 노력하고 애를 쓴다. 그 노력이 반복되다 보면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다 보면 이루어진다.

 

 

상식을 벗어나는 일은 대단히 드물다. 

 

 

세상이치는 간단하다, 공짜는 없고 절로 되는 일은 없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빈말이 아니다. 남들 보기에 어떤 사람의 일이 절로 쉽게 된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그게 쉽게 된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친 선행 노력이 있었음을 주변에서 그리고 남들은 모르기 때문에 쉽게 되는 것처럽 보일 뿐이다.

 

大數(대수)의 법칙, law of large numbers, 즉 큰 숫자의 법칙이란 게 있다.

 

시도를 빈번하게 하고 자주 하다보면 목적하는 일이 이루어진다는 것 역시 대수의 법칙에 속한다.

 

 

사람은 지극히 영리한 동물이어서 

 

 

이에 그렇다면 어떤 일이든 계속 하면 되나요? 하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그러면 나 호호당은 물론이지요, 하고 답한다. 그런데 말이다, 인간은 득실을 따짐에 있어 지극히 영리한 동물이라서 될 성 싶은 않은 일을 무한 반복하지 않는다.

 

예컨대 다리가 짧고 키가 작은 사람이 달리기를 무한 반복한다고 육상에서 좋은 성적을 내진 못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 스스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사람에게 무한 반복해보시지요, 하고 권하고 심지어는 강제해도 하지 않는다. 내가 바보입니까? 하고 거부한다. 달리기를 하느니 차라리 체질에 맞는 레슬링을 하지요 한다.

 

그런데 인간은 시도 자체에 대해서도 영악하다. 자신에게 맞는지 그렇지 않은지 알아보기 위한 시도 자체도 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기회비용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기껏 몇 번 해보고 나서 전 아닌데요, 한다.

 

그렇기에 어떤 일의 적성은 그 방면의 전문가가 그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파악할 때가 많다. 자네 이 일 한 번 해보지 그래!, 맞을 것 같은데. 하고 권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란 사람들의 말 또한 그다지 믿을 게 못 된다는 사실. 세상은 먹고 사는 세상이라 전문가란 사람 또한 매출을 올려야 하기에 그냥 적성에 맞을 것 같다고 말하는 편이 본인에게 이득이 될 때가 많아서 그렇다. 반대로 자넨 좀 할 것은 같지만 최고 1류는 되긴 어려워, 하고 냉철하게 얘기해주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증권전문가? 고객에게 이런 저런 주식을 사라고 하는 사람이지 팔라고 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왜냐면 사야지만 자신이 수익을 올릴 수 있으니 그렇다. (그래서 증권방송을 보면 늘 판단은 고객의 책임이란 단서를 붙인다.)

 

 

쉬운 일은 세상에 없어서 

 

 

결국 세상에 쉽사리 신뢰할 만한 사람을 찾긴 어렵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 역시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찾다 보면 찾아진다. 그 사이에 수업료도 내고 시간도 보내야 한다.

 

열정을 갖고 시도를 반복하는 일 그 자체도 실은 고통이다. 이리 해도 안 되고 저리 해도 안 될 때도 많다. 하지만 해낼 수 있으리란 믿음 하나로 시도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운은 지금 한창 상승 중이라 봐도 무방하다.

 

 

운 그리고 열정이란 것 역시 지속시간이 정해져 있다. 

 

 

이쯤에서 중간 정리를 좀 하겠다. 운이란 열정이라 했는데 열정이란 것 역시 무한히 이어지거나 샘솟는 것 역시 아니란 사실이다. 타고난 열정의 크기? 그거야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열정의 지속시간은 누구에게나 한정되어 있다.

 

운 그리고 열정이란 것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다. 소멸되면 겨울이고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하면 봄이다. 그리고 펄펄 끓어오르면 여름이고 그러면서 서서히 소진되어 가니 그게 가을이다. 전체해서 60년의 사이클이고 한 계절은 각각 15년이다.

 

(그리고 5년 60개월 주기로 동일한 현상이 반복된다, 이는 작은 주기라 하겠다. 그 바람에 사람들은 때론 헷갈리기도 한다.)

 

 

밥짓는 것에 비유할 것 같으면 

 

 

이쯤에서 밥 짓는 것을 한 번 생각해보자.

 

밥을 하기 위해 쌀을 솥 안에 씻어 넣고 물을 잡는다. 이로서 겨울의 끝이자 봄의 시작인 立春(입춘)이다.

 

전원을 올리면 솥 안에 열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게 봄의 끝이자 여름의 시작인 立夏(입하)이다.

 

그러다가 열이 점점 더 가열되면서 쌀이 펄펄 끓어오르고 그로서 익어간다. 그게 여름의 끝이고 가을의 시작점인 立秋(입추)이다. 하지만 아직 그건 익어가는 쌀이지 밥은 아니다.

 

이제 솥 안의 열기가 식어가면서 뜸이 들고 바야흐로 밥이 만들어진다. 그게 가을의 끝이자 겨울의 시작인 立冬(입동)이다. 이제 밥 짓는 일이 마무리되었다, 밥을 먹을 수 있다. 겨울인 것이다.

 

 

열정이 소진되는 순간 성취한다. 

 

 

사람들은 돈을 원하고 성취를 원한다. 그걸 밥이라 해보자. 밥이 언제 되는가? 하면 겨울의 입구인 立冬(입동)이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점은 열정 소멸과 동시에 성취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내적 에너지인 열정과 외적 성과가 서로 교환된다고 보면 되겠다. 잘 생각해보면 이거야말로 삶의 놀라운 逆說(역설)이다.

 

저는 언제쯤이면 일이 술술 풀릴까요? 하고 묻는 이가 있다. 그러면 얘기해준다, 당신의 열정이 소진되는 순간에 일이 이루어진다고. 다 때가 있다고.

 

어젯밤에 쓴 글인데 오늘은 하늘이 다소 흐리고 먼지도 많았다. 오늘 하늘은 별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