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효령대군 묘역을 지나가다 만난 풍경, 파랗고 흰 구름 점점 떠가는 하늘 아래 계단식 담장이 눈에 들었다. 플라타너스 그늘이 만들어준 명암대조가 인상적이었나 보다. 양버즘 나무, 일제 시대에 미국에서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로 들어온 저 나무, 일제가 만든 큰 길을 신작로라고 부르던 시절부터 플라타너스는 우리에게 무더운 여름이면 서늘한 그늘을 제공해주고 있다. 고마운 나무. 그 커다란 잎사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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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가 없다. 

 

 

북한 문제는 더 이상의 출구가 없다.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처리방법을 보면 더욱 그렇다. 아주 쿨-하다. 조건 달지 말고 대화하자, 대화 자체를 위한 선물은 없다, 대화에 나서든 말든 그건 너희 쪽 일이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에서 크게 한 발 더 나아간 모습이다. 미국의 최종목표인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가 아닌 이상 기존의 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북한 체제의 숨통을 완전히 틀어막아 버렸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미국을 상대로 겁박을 주긴 어렵다. 저번처럼 괌 섬을 표적으로 할 순 있겠지만 더 중요한 점은 그에 앞서 북한이 정말로 미국을 공격하려고 마음을 먹기 위해선 자신들 역시 그 순간에 이미 목숨임을 각오해야 한다는 점이다. 미국만이 아니라 우리나 일본 역시 타겟으로 버튼을 누르긴 대단히 어렵다, 그 역시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핵과 미사일을 얻고 먹고 살 길을 포기한 북한 

 

 

북한이 수십년간 우리와 미국을 속여가면서 핵과 미사일을 얻긴 했지만 그 대가는 너무나도 크다. UN의 제재, 사실상 미국이 가한 제재 내용을 보면 철저한 봉쇄이다. 인도적 물자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 대한 수출입 금지이다. 오늘날의 국가가 외부와의 교역 없이 제대로 된 경제를 유지할 순 없는 노릇인데 말이다. 그러니 북한 경제는 제재가 이어지는 이상 앞날은 없다.

 

핵과 미사일을 얻고 먹고 살 길을 포기한 북한이 된 셈이다.

 

 

북한 체제 자체도 출구가 없으니

 

 

미국의 제재를 떠나 북한 체제 스스로도 출구가 없다. 권력이 철저하게 한 사람에게 집중되다 보니 김일성 사망 이후 북한 고위 간부들은 그 아들 김정일을 떠나 다른 방도를 생각할 여지조차 없었고 다시 김정은이 이어받으면서 그냥 세습 왕조가 되었다. 지독하게 빈곤한 상태에서 외부에 대해선 닫혀있는 상태, 또 그 안에선 한 명의 독재자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지극히 이상한 나라로서의 북한이다.

 

북한이 미국의 경제봉쇄에도 견디고 버틸 수 있는 것은 닫혀있기 때문이고 빈곤하기 때문이다. 잘 살아보려는 그 어떤 시도도 현 상태에선 불가능하다. 만일 철저한 개방경제인 우리가 이런 제재를 당할 것 같으면 6개월도 못 가서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될 것이다.

 

 

이제 평화롭고 순조롭게 남북한이 하나가 되는 길 역시 없다. 

 

 

예전에 나 호호당은 2020년이 되면 남북한 모두에게 좋은 소식, 예컨대 평화로운 통일로 가는 소식 같은 것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고 또 그런 글도 올린 적이 있다. 하지만 철저하게 빗나갔다.

 

물론 한 때 정말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 흥분했던 적도 있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의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정상회담이 그것이다. 하지만 아무 내용이 없었고 그 이후 혹시나 하고 기대는 했지만 하노이 회담 역시 아무 성과가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이제 더 이상 북한 문제는 해법도 출구도 없다는 점만 재차 확인했다.

 

게다가 더욱 확실해진 점 하나를 추가하면 중국 요인이다. 중국은 어떻게 해서든 우리 대한민국과 저들 사이에 일종의 완충지대(buffer zone)로서 북한을 저들의 위성 국가로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만일 김씨 왕조가 무너질 경우 다른 대안을 찾아서 그렇게 시도할 것이다. (중국의 장기적 최종목표는 우리 대한민국까지도 저들의 위성국가 또는 영향권 안의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제 개방된 민주주의 체제를 바탕으로 순조롭고 평화적으로 남북한의 통일을 이룩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워졌다.

 

 

내년 2022년에 무슨 일이 잇을 것 같아서

 

 

그런데 앞으로의 변화를 전망해보면 바로 내년 2022년에 뭔가 일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 그런 가에 대해 얘기하려면 자연순환의 기본 이치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볼 필요가 있다.

 

세상은 60년을 하나의 週期(주기)로 한다. 이를 한 해로 칠 것 같으면 15년은 한 계절이 되고 30년이면 한 해의 절반이 된다. 계절이 지나면 모습이 변화하고 기후가 달라지듯 15년이 흐르면 달라진다. 30년이 지나면 정반대의 흐름이 펼쳐진다. 가령 지금이 7월 말이니 석 달이 지나면 10월의 늦가을이 되어 있을 것이고 6개월이 지나면 1월 초의 추위를 겪게 될 것이다.

 

이제 간단한 기초지식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의 일을 전망해보자.

 

 

제1번 도식: 2006년 10월 - 2021년 10월 (15년, 한 계절)

 

 

미국이 UN 안보리 결의 제 1718호를 통해 북한을 제재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 10월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오는 10월이면 제재 시작으로부터 만 15년이 된다. 한 계절이 지났으니 내년 2022년이면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은 그간의 지독한 경제봉쇄로 인해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시점에 왔다고 본다. 무려 15년씩이나 지독한 제재를 잘 버텨오긴 했으나 무한정 버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간 북한으로선 중국이 끈을 이어가기 위해 조금씩 보내준 물자, 그리고 현 정부 들어 북한과의 대화 채널을 이어가기 위해 미국 눈치를 살피며 조금씩 보내주는 물자 외엔 다른 유입 경로가 없다.

 

(미국 정부는 이에 간혹 우리 정부의 비공식 지원에 대해 지적하곤 한다. 다 알고 있다는 식이고 그 정도의 숨통은 열어 주겠다는 것이다.)

 

 

제2번 도식: 1992년 - 2022년 (30년, 한 해의 절반)

 

 

또 하나 내년 2022년을 유력하게 볼 수 있는 근거는 바로 1992년이 북핵 문제의 출발점이었기에 그렇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시작한 것은 1991년 말 소련 붕괴와 1992년 우리와 중국 간의 수교였다. 거의 동시에 철석같이 믿었던 큰 형님은 무너졌고 둘째 형님은 등을 돌렸다.

 

이에 북한 김씨 부자는 이빨을 갈면서 체제의 생존을 모색했고 그 결과 얻은 답이 핵과 미사일이었다. 이에 1992년으로부터 30년, 반대 흐름이 시작되는 시점이 바로 내년 2022년이다. 그렇기에 변화의 가능성이 높다.

 

 

제3번 도식: 1950년 - 1986년 - 2022년이다. (72년)

 

 

72년이란 60년 더하기 12년으로서 한 주기가 지난 뒤 새로운 변화가 본격화되는 시점을 말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내용을 볼 것 같으면 이렇다. 1950년 북측이 적화통일을 싣한 6.25 전쟁이 있었다. 그로부터 36년이 흘러 1986년이 되자 우리 대한민국은 놀라운 경제성장과 함께 국력이 비약적으로 신장하기 시작했다. 이로서 남북한 간의 체제 경쟁은 사실상 우리 측의 승리로 귀결이 났다.

 

그로부터 다시 36년이 흐른 시점이 바로 내년 2022년이다.

 

최근 보면 북한의 모든 시도는 무위로 돌아갔고 봉쇄는 여전하다. 미국은 그간의 실패를 경험삼아 더 이상 어설픈 달래기라든가 구슬리기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더불어 그간 북한은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잃어버렸기에 비핵화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이상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한다는 점도 있다.

 

지금까지 3개의 圖式(도식)을 통해 내년 2022년이면 뭔가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추측이 든다.

 

물론 그 변화가 어떨 것인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는다. 편하고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앞에서 얘기했듯 이제 그런 평화롭고 순탄한 통일의 길을 사라졌기에 말이다. 그 어떤 경우에도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와 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줄 것이다.

 

예상해볼 수 있는 여러 일들이 있다. 김정은의 有故(유고)라든가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급격한 이반 등등, 그리고 갑작스런 체제 붕괴, 그럴 경우 중국이 압록과 두만강을 건너 안정을 명분으로 군 병력을 진주할 경우, 또 그에 대해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야말로 一波萬波(일파만파)의 일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모든 추측은 방면의 전문가들이 많으니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다만 앞에서 제시한 3개의 圖式(도식)이 모두 내년 2022년 한 시점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이다.

어느 독자께서 어떤 환경에서 수채화 작업을 하시냐고 묻는 분이 있었다. 네, 아주 조그마한 화실이라고 답했다. 사진 반대편 공간엔 내 컴퓨터와 모니터가 있고 왼쪽 벽에는 3단 철제 수납공간이 있어 종이나 여타 도구와 재료들을 쌓아놓고 있다. 화면 안에만 해도 많은 것이 있다. 아들이 미국에서 직구해준 이젤과 LED등, 물병과 티슈, 붓과 스프레이, 커터, 왼쪽에 작업용 모니터, 그리고 붓들, 그 앞에 팔레트와 붓 닦는 티슈걸레, 스폰지와 타카, 스테이플러, 물감 접시들, 많은 것이 있다. 이젤 아래엔 물감 수납통이 있고 드라이기가 있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이것저것 참으로 많은 소도구들이 필요해진다. 오른 쪽 밝은 공간은 베란다이고 거기에 책꽂이가 있다. 나 호호당의 영혼은 늘 이곳에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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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시원한 허공을 그려보고팠다. 제주 바다, 사진 오른 쪽이 어둡게 나왔지만 그냥 올린다. 그냥 느낌으로 즐기시길...

일부러 갈매기 한 마리도 그려넣지 않았다. 그냥 바람 가득한 허공이 주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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