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으로 오르는 경리단길이다. 아랫쪽에 붉은 벽돌의 대성교회가 보인다. 대성 교회 저멀리 보이는 고층건물, 지도에서  방향을 정해서 찾아보니 삼각지역 인근의 용산파크자이 아파트가 아닌가 싶다. 비싼 아파트!  먹선으로 드로잉을 하고 음영 부분에도 먹을 썼다. 하지만 때론 물감으로도 칠했기에 정확한 구분은 되지 않는다. 이 그림 역시 연필로 기본 스케치를 하지 않고 바로 먹선으로 그렸다. 밑그림을 그리다 보면 그 사이에 흥이 싹 달아난다. 그러니 각도가 조금 어긋나더라도 분방하게 그리고 칠하는 것을 좋아한다. 고등학교 시절 석고상, 아그리파인지 뭔지 하는 것을 그릴 때도 연필로 측정하지 않고 그냥 바로 그리다가 미술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은 기억이 난다. "너, 그렇게 하면 안 돼! (한 때 딱!) 그런데  말이다, 너 좀 그린다. 끼가 있네!" 하셨다. 원 그림보다 약간 무거운 느낌이지만 그거야 스마트폰으로 대충 찍은 탓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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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갓집이 제주도이다. 아내를 만난 것은 서울이었지만 어쨌거나 나 호호당은 제주도로 장가를 갔다. 제주도에서 며칠 머물면서 카메라를 들고 제주시에서 시작해서 며칠 해안도로를 걸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저녁이 되면 버스 타고 제주시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그림 속의 풍경은 바로 그 때의 모습이다. 왼쪽 상단에 초가집도 보인다. 지금도 제주도는 아름답다. 하지만 그때의 제주도가 좀 더 자연 속에 어울려 있었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도 없지만 당시엔 차도 거의 없어서 길 한 가운데에서 사진 찍느라 한참을 서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갈색 톤이 주조색이라 그림이 예쁘진 않다. 하지만 그리면서 당시의 바다내음과 파도 소리가 기억났다. 사람은 추억의 동물인가 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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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고 있는 일본

 

 

먼저 이번 도쿄 하계 올림픽부터 잠깐 얘기해본다. 코로나19로 인해 개최여부 자체가 불확실했지만 많은 무리 끝에 간신히 열렸다. 글로벌 축제여야 할 행사가 관중 없이 진행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4년간 각고의 훈련을 해온 젊은 선수들을 생각하면 어쨌거나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꽤나 전에 이번 올림픽에 대해 예상했던 것이 기억나서 찾아보니 2019년 6월 17일에 올린 “한일 간 평행 이론”이란 글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문구가 있다. “내년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은 일본 부활의 신호탄이라 봐도 무방하다. 일본의 60년 운세 흐름에 있어 여름이 시작되는 立夏(입하)의 운이 바로 내년 2020년인 까닭이다.”

 

글을 쓸 당시엔 코로나19란 복병이 등장할 줄 전혀 상상도 못했지만 이번 도쿄 올림픽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일본, 홈그라운드의 이점이야 있지만 그럼에도 대단한 약진

 

 

일본의 경우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7개 포함 전체 38개로 종합순위 11위로 부진했다.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선 금메달 12개 포함 총 41개의 메달로 종합순위 6위로 되살아났다. 그리고 이번엔 금메달 24개를 포함해서 51개의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3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이 다시 일어서고 있음을 말해준다.

 

(물론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분명히 작용하고 있다. 우리 역시 1988 서울 올림픽 당시 금메달만 12개, 전체 33개의 메달을 획득함으로써 종합순위 4위를 했었으니 그렇다.)

 

 

반면 우리의 침체는 깊어가기 시작했으니 

 

 

반면 우리는 침체해가고 있으니 이 흐름은 이미 2016년 하계 올림픽에서부터 나타났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때만 해도 금메달 13개를 포함해서 30개의 메달이었는데 2016년의 경우 금 9개 포함 21개의 메달에 그쳤다. 그런데 이번에 더욱 저조하다. 금메달이 6개인데 그나마 양궁의 4개를 제외할 경우 타 종목에선 2개에 불과하다.

 

나 호호당은 이번에 우리 성적이 부진할 것임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다. 우리의 국운이 맹렬히 기울고 있기에 그렇다.

메달 숫자, 특히 금메달 숫자만으로 국운의 盛衰(성쇠)를 가늠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도 들겠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 한 나라의 모든 것이 여기에 알뜰하고도 철저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우리와 일본의 비교 

 

 

그간의 우리와 일본의 올림픽 성과를 표로 제시해본다.

 

              일 본                                        대한민국

           금  은 동 계  순위                     금  은  동 계  순위

1964  16 05 08 29  03                     00  02  01 03  27

1968  11 07 07 25  03                     00  01  01 02  36

1972  13 08 08 29  05                     00  01  00 01  33

1976  09 06 10 25  05                     01  01  04 06  19

1984  10 08 14 32  07                     06  06  07 19  10

1988  04 03 07 14  14                     12  10  11 22  04

1992  03 08 11 22  17                     17  12  05 12  07

1996  03 06 05 14  23                     07  15  05 27  10

2000  05 08 05 18  15                     08  10  10 28  12

2004  16 09 12 37  05                     09  12  09 30  09

2008  09 08 08 25  08                     13  11  08 32  07

2012  07 14 17 38  11                     13  09  08 30  05

2016  12 08 21 41  06                     09  03  09 21  08

2020  24 11 16 51  03                     06  04  09 19  13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와 일본의 흐름, 즉 국운의 성쇠를 충분히 엿볼 수 있을 것이다. 1990년 일본의 거품 붕괴와 그 이후 잃어버린 20년, 우리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에 따른 후유증과 양극화 등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올림픽 개최, 특히 하계 올림픽은 그 자체만으로도 개최국의 운세 추이를 말해준다. (반면 동계 올림픽은 많이 다르다, 오히려 기울기 직전에 개최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예전에 그 점에 대해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일본의 국운을 얘기하면 1990년이 立冬(입동)이었는데 당시 버블 붕괴로 인해 그를 전후해서 힘들게 몸을 갈고 닦아야 하는 스포츠 방면에 대한 관심이 극도로 적어졌고 그게 올림픽에서의 부진을 말해준다.

 

이어 2005 乙酉(을유)년이 일본의 입춘 바닥이었기에 그 뒤론 서서히 살아나다가 이번 도쿄 대회를 계기로 급격하게 부활하고 있다. 2020년이 일본에게 立夏(입하)의 운, 생존에의 의지 또는 투지가 되살아나는 때, 체력과 정신력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 분야에서부터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입하에 이르러 어렵사리 일어서고 있는 일본 

 

 

만물은 입하, 즉 한 해로 치면 5월 5일 경에 이르러 가장 힘들고 가난하다. 그렇기에 살고자 하는 생존의지가 극도로 발동하는 때가 된다. 반면 열정은 식었으나 財富(재부)의 축적이 가장 극성한 때는 바로 11월 초의 立冬(입동)이 된다.

 

運氣(운기)의 흐름은 입춘으로서 최저점이고 입추로서 최고 정점을 달리지만 부의 축적 즉 스탁(stock)의 관점에서 본다면 입하가 가장 바닥이고 입동에 이르러 가장 지극하다.

 

그런 까닭에 최고를 달리는 사람을 대할 것 같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람의 힘과 세력이 영원무궁할 것으로 판단하지만 그건 착각이다. 타인의 눈에 극성할 때면 이미 그 사람의 내적 운동 에너지, 열정은 차갑게 식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氣(기)와 形(형)의 차이인 것이니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氣(기)가 생기면 이윽고 형태가 만들어지고 기가 쇠하면 이윽고 형태가 무너져간다. 時差(시차)가 있는 것이다.

 

일본이 이번에 코로나19 시국에 저토록 어렵사리 올림픽을 진행해가고는 있지만 이제 내적인 열정, 즉 氣(기)는 이제 바야흐로 위로 치솟고 있다, 1990년 거품 붕괴 이후 그저 맥없이 무너져가던 일본이었다. 이제 그 세월이 30년이다. 그러니 反轉(반전)의 에너지가 들어올 법도 한 것이다.

 

 

런던 올림픽이 마지막 불꽃놀이였으니 

 

 

반면 우리 대한민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이 마지막 반짝이였다. 그 이후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국민적 통합은 사라졌고 해보고자 하는 열정 또한 식어 버렸다. 그러니 조만간 그간에 축적된 축적 즉 스톡도 바닥을 드러낼 참이다.

 

솔직히 이런 글을 쓴다는 거 자체가 꽤나 부담스럽다. 앞을 볼 수 있다고 그를 미리 얘기하는 것이 그간의 경험 상 별로란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얘기할 때가 되었다고 여기는 탓에 이런 어려운 글을 쓰고 있다.

 

 

6년 뒤인 2027년이 되면 

 

 

감히 밝혀둔다. 앞으로 6년 후가 되면 일본은 미래를 향해 치달을 것이고 반면 우리는 그야말로 부진의 늪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을 것이다. 2027년이 되면 말이다.

 

 

양궁 또한 영원하진 않을 것이어서

 

 

다시 돌아와 얘기하면 올림픽에서 우리의 메달밭은 양궁인데 이 또한 영원하진 않을 거란 얘기이다. 양궁 또한 태권도와 같이 어느 날엔가는 노 메달이 되는 날도 있을 것이다.

 

여자 양궁 단체전의 경우 1988 서울 올림픽에서 시작해서 지금까지 9회 연속 금메달을 차지했다. 세상 흐름은 36년이 지나면 변화가 생겨나는 법이니 어쩌면 다음 번 올림픽인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선 여자 단체 금메달을 놓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레슬링과 복싱의 부진은 무엇을 말하는가? 

 

 

사실 이번 도쿄 올림픽의 경우 우리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레슬링과 복싱이다.

 

레슬링의 경우 예전엔 늘 금메달 하나 정도는 따곤 하다가 어느 때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탔다. 2016 리우 올림픽 그레코로만에서 김현우 선수가 마지막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이래 이번엔 남녀 모두 아예 출전권을 따내지도 못했다.

 

복싱의 경우 1988 서울 올림픽에서 김광선과 박시헌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이젠 몰락할 대로 몰락해서 2016년부턴 겨우 한, 두명이 출전하고는 있으나 16강에서 모두 탈락하고 있다.

 

레슬링이나 복싱 모두 너무 힘들고 배고픈 운동이다. 그러니 이런 종목에서 부진하다는 것은 우리가 이제 강렬한 투지를 상실했음을 대변하고 있다.

 

어떤 이는 우리가 엘리트 체육에서 탈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얘기하겠지만 그건 본질이 아니다. 예전엔 맨몸의 악바리 체육이었고 지금은 투지가 있다 해도 여기에 금전적 여유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종목, 가령 골프나 수영 쪽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기억해두자, 여자 배구 4강 진출

 

 

또 하나 특기할 점은 이번 올림픽에서 우리 여자배구가 4강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김연경이란 불세출의 스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고 그렇기에 앞으로 4강 진출은 상당 기간 요원한 일일 수도 있겠다.

 

또 하나 가슴 아픈 일은 야구에서 고우석 투수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인생을 좀 살아본 나 호호당 보기에 그건 경험 부족이고 아직 어려서 그런 것이지 실은 그런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애써 노력했어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 했다고 해서 선수들을 비난할 것까진 없다고 본다.

 

총평하면 이번 도쿄 올림픽은 일본의 부활과 우리의 침체를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신논현역 근처에 있는 작업실 맞은 편 풍경이다. 강남역보다 훨씬 한산한 곳이다. 하늘엔 아직 빛이 남아있지만 거리엔 벌써 어둠이 내리고 있다. 이런 시각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많은 "심야식당"은 자정에 문을 연다, 사진을 찍으면서 그 드라마 장면들이 생각 났다. 깊은 밤보다 일몰의 저녁 거리가 더 아름답지 않은가. '주막'이란 등을 밝힌 가게의 불빛이 반갑게 다가온다. "해질 무렵 거리에 나가 차를 마시면"이 아니라 친한 벗들을 불러 청주나 사케  한 잔 나누고도 싶지만, 거 참, 코로나19  시국이라 세 사람은 함께 할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  둘이서 술을 마시기엔 분위기가 또 그렇고. 그저 일몰의 거리만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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