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동풍이 불어 하늘은 맑기만 하다. 아직도 뭉게구름 일었다 지고 습기 머금은 구름들은 무한한 톤의 그레이로 물들고 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의 경계는 유난히 희고 밝게 빛난다. 저 청람의 하늘은 무한의 공간을 등에 엎고 있을 것인대 무한이란 물건은 우리가 감히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경탄하면 되리라. 추석 연휴 동안 "호텔 델루나" 정주행하느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추석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들락거리는 걸 보면서 저 달이 장만월의 한맺힌 그 달인가 싶어서 한참을 번갈아 보았다. 부는 바람에 머리 풀어내리고 난간에 기댄 채 호로병의 술을 넘기는 장만월, 참으로 멋지다. 장만월을 만들어낸  아이유도 대단하다. 끝까지 바른 길을 택하고 걸어가는 구찬성도 대단하다. 환타지는 늘 리얼리티를 이긴다. 오늘밤 마지막 회를 다 보고 나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릴 생각이다. 독자들에게 약간 미안해서 드리는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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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 아니 꼭 그렇지 않다, 아직은 낮으로 약간의 더위도 있다. 며칠 사이 태풍이 지나간 뒤라서 하늘이 아주 맑고 공기도 신선하다. 여전히 동풍이 불고 있어서 그렇다. 저게 어느 날인가 서풍 그리고 서북풍으로 바뀌면 탁하고 매캐해지겠지. 메이드 인 차이나 먼지바람이 가득 불어오겠지, 봄까지. 일몰 직전 혹은 직후였다. 거리는 사진처럼 어둡지 않았다. 하늘에 조리개를 두었기에 마치 밤인양 느껴진다. 장소는 나 호호당의 작업실 앞이다. 현재를 즐기지 않으면 우리가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서녘으로 슉-하고 넘어가는 해가 뿌리고 가는 빛 알갱이들의 저 황홀한 놀이, 일몰 직전 혹은 직후의 저 광경은 그 순간 내가 가질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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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도전장

 

 

2006년 11월 중국은 글로벌 패권에 대해 대단히 수줍고 얌전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때만 해도 중국은 무척이나 샤이(shy) 했다. 대단히丙戌(병술)년 己亥(기해)월의 일이었다.

 

그 달 13일부터 24일까지 중국 국영방송 CCTV는 大國崛起(대국굴기)란 제목의 12부작 다큐를 하루 한 편씩 방영했던 것이다. 당시 미국은 그게 저들에 대한 도전장이란 것을 꿈에서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터졌다. 당시 오바마는 중국에게 G2란 훈장을 달아주면서 협조를 요청했지만 무참하게 거절당했다. 중국은 그저 받을 것을 받았다는 식이었고 이제야말로 좀 더 본격적으로 패권에 도전해볼 만한 절호의 기회가 도래했다고 판단했는지도 모른다.

 

 

시진핑의 헛된 꿈, 중국몽

 

 

수줍었던 중국은 2013년 시진핑이가 권력을 잡으면서 속내를 거침없이 드러내기 시작했다. 시진핑은 중국의 꿈, 즉 中國夢(중국몽)을 구현해보고자 한다고 했던 것이다. 과거 중화제국이 천하에 군림했던 과거의 영화를 되찾겠다는 것이었다. 그게 처음엔 자신의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해 내세웠던 정치적 수사 또는 명분 정도였을 가능성도 있다. 폼 좀 잡아보느라 말이다.

 

그런데 이 양반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스스로를 마오쩌뚱이나 덩샤오핑 급으로 격상시키기 시작했다. 이에 2017년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란 명분을 내걸더니 ‘이게 나의 생각이니 잘 학습하라고’ 했다. 그리곤 급기야 2018년엔 개헌을 통해 종신집권의 길을 열었다. 天子(천자)가 되었고 황제가 된 것이다.

 

천자가 되었으니 이제 하늘의 뜻을 이어받아 天下(천하)에 군림해야 마땅하다고 여긴 모양이다, 그런데 과거 천하와는 달리 오늘날의 천하는 글로벌, 스케일이 많이 크다. 미국도 유럽도 모두 들어간다.

 

하지만 시진핑은 어렵더라도 갈 길은 가야 한다는 신념 또는 妄念(망념)을 품고 그를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전 글로벌 상에서 중국이 군림하고 자신이 그를 통치해야 한다고 여기기 시작한 것이다. 미친 것이다. 멀쩡한 사람도 권력을 잡으면 곧잘 저렇다.

 

 

도전에 대한 응전

 

 

미국이 중국의 속내를 어렴풋하게나마 알아차린 것은 중국이 2006년 11월 수줍은 도전장을 내민 뒤 5년이 흐른 2011년 무렵부터였다. 그 무렵부터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하더니 2016년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운동에 본격 활용하기 시작했다.

 

반면 미국 민주당은 월가의 금융계와 밀착되어 있었고 월가는 중국 비즈니스에서 많은 이득을 보고 있었기에 대중국 견제심리를 본격적으로 활용할 수가 없었다. 예로서 힐러리만 해도 월가 친구들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챙겼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당선된 뒤 요란스레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했으나 별 성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유산이 있었으니 이제 전 미국이 당리당략을 떠나 중국의 도전을 꺾어놓아야 한다고 의견일치를 보았다는 점이다.

 

 

메인 게임의 서막이 오르다.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정말 편해졌다. 국민적 컨센서스가 이루어진 어젠다가 아닌가, 참 가지고 놀기 좋은 일이다. 바이든은 중국 문제를 명분으로 골치 아프던 아프간에서 철군할 수 있었고 이에 치밀하고도 확실한 중국 죽이기 전략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앞글에서 얘기한 내용이 그것이다.

 

올 해는 2021년, 2006년으로부터 15년이니 60년 순환에 있어 1/4, 즉 한 계절이 지나 이제 메인 게임의 서막이 올랐다.

 

나 호호당은 이번 미중 간의 전쟁에 대해 그 성격을 冷戰(냉전)도 아니고 熱戰(열전)도 아닌 暗戰(암전)이라 규정한다. 조용하고도 비밀스런 전쟁이라 본다.

 

미중 간엔 무역량도 많고 자금의 흐름도 엄청나기에 화끈하게 한 판 떴다간 미국이 승리한다 해도 주변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미국까지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본격적인 화끈한 전쟁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과거 미소 간의 냉전처럼 진영을 짜고 서로 교류도 하지 않으면서 핵미사일만 잔뜩 쌓아놓고 쬐려보면서 여기저기 소규모 대리전쟁만 벌였던 스타일의 전쟁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미국 편에 확실하게 섰다. 그럼에도 중국과 무역을 활발하게 한다. 일본도 그렇고 호주도 그러할 것이며 모두가 그렇다. 그러니 냉전은 절대 아니다.

 

 

패권의 조건

 

 

또 한 가지 특징은 미국은 동맹국들을 우르르 거느리고 게임에 임하는 데 반해 중국은 사실 동맹국이나 꼬붕이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가 중국과 협력하긴 해도 속으론 아래로 본다. 북한 역시 중국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잘 해야 힘없는 파키스탄 정도가 굳이 따진다면 꼬붕이다.

 

覇權(패권)을 영어로는 헤게모니(hegemony)라 한다. 어떤 무리가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를 통솔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고 또 통솔자를 중심으로 협력하는 중간 집단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분규나 다툼이 잦아지고 또 그를 정리하지 못하면 결국 그 무리는 흩어지거나 소멸한다.

 

국제사회에서의 패권이란 것 역시 이런 식으로 보면 크게 무리가 없다. 헤게모니를 쥔 나라와 그와 협력하는 소수의 강국들이 존재한다.

 

 

깜냥이 되지 않는 중국

 

 

그런데 이제 중국이 지구촌의 통솔자가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통솔자의 자격에 대해 한 번 생각해보자. 통솔자가 되려면 무리의 생계 그리고 안전에 대해서 전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냥 힘이 세다고 해서 군림할 수 있진 않다. 그건 양아치일 뿐이다.

 

그런데 보면 중국은 大國(대국)이긴 하지만 실은 다른 나라들에게 봉사하는 하청국가란 사실이다. 수출을 통해 경제를 일으켰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는 패권국이 될 수 없다. (반대로 수입대국만이 패권국이 될 수 있다. 시장을 열어주어야 알아서 온다. 그리고 그 수입을 감당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중국은 다른 곳으로부터 자원을 가져와야 한다. 식량에서부터 사료, 철광석과 원유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원자재와 중간재를 수입해 와야 하고 거기에 필요한 재원은 수출을 통해 만들어야 돌아가는 경제이다.

 

사실 중국이나 우리나 그런 면에서 비슷하다. 다만 우리는 패권 같은 거 꿈도 꾸지 않는다는 차이가 있다.

 

그런 나라가 어떻게 패권국이 될 수 있을까? 베풀어도 툭 하면 욕을 먹는 게 세상인데 베풀기는 고사하고 필요하면 구걸해서라도 가져와야만 하는 나라가 말이다. 중국은 동맹국이 없다, 왜일까? 베풀지 않기 때문이다. 저 먹기도 바쁜 중국인 어떻게 동맹을 만들고 그를 통해 패권을 쥘 수 있으랴.

 

 

미국이 패권을 쥐게 된 배경과 경과를 보면

 

 

오늘날 글로벌 리더이자 패권국인 미국을 보자. 두 차례 세계대전을 통해 맹주로 올라섰지만 그것만으로 그렇게 될 순 없었다.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통해 피폐해진 나라들을 먹여 살렸고 시장을 열어주었으며 안전을 보장해주었다.

 

마샬 플랜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그것이고 일본의 경우 안전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미국 시장을 열어줌으로써 협력국가로 만들었다. 우리 역시 마찬가지,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게 수출을 해서 이처럼 부강해졌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와 북한의 차이는 그냥 우리가 미국 쪽에 섰다는 점이 전부이다.

 

최근 안정세를 보이곤 있지만 한 때 EU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비판이 많았다 왜일까? 하면 그 맹주인 독일이 그리스 재정위기 시 경제적 지원에 대해 소극적이었기에 그랬다. 그 과정에서 결국 영국은 째고 나갔다. 브렉시트.

 

그런데 중국은 시장을 열어주는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자체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물건은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우리 유통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들어가서 망하고 나온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이 패권국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더 있다.

 

중국 공산당 간부들은 죄다 미국으로 돈을 빼돌려 놓았고 자녀들은 미국 언저리의 캐나다나 여타 시민권을 가지고 있다. 그런 중국이 어떻게 패권을? 스스로 人質(인질)을 자처하면서 어떻게?

 

패권을 쥐고자 하면 그럴만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랫것들에게 뭔가 좋고 이로운 것을 줄 수 있어야 된다. 이는 과거 씨족의 宗家(종가)가 끊임없이 베풀며 지낸 것과 이치가 같다.

 

 

허튼 꿈이 이제 흉몽이 되어가고 있으니 

 

 

그런 까닭에 중국의 패권 도전은 그냥 허튼 짓에 불과하다. 그냥 시진핑이가 종신독재를 위해 떠들어대는 ‘중국몽’은 그냥 ‘개꿈’이었는데 이젠 그게 凶夢(흉몽)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라 전체를 송두리째 말아먹게 생겼기에 그렇다.

 

최근에 보면 중국 인민 전체가 거의 집단 최면에 빠져들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신흥종교집단 같다. 과거 마오쩌둥도 경계하고 비판했던 大漢族主義(대한족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과거의 대실패 사례인 문화대혁명을 방불케 하고 있다.

 

원래 그렇다, 못 살다가 갑자기 좀 먹고 살만해지면 졸부 티를 내면서 갑질을 하듯이 지금 중국이 딱 그 꼴이다. (좋게 말하면 ‘성장통’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니 답은 이미 정해져있다. 중국은 교육을 “세게 당하게” 될 것이다. 과거 우리의 이웃 일본이 ‘깝’을 치다가 미국에게 세게 교육 당했듯이 말이다.

 

(나 호호당이 가장 걱정하는 것 역시 우리 내부의 민족주의 정서가 너무 강해져서 중국과 같은 경향을 보이면 어떻게 하지? 하는 점이다. 사실 한 때, 2000년대 초반 ‘반미’가 한창일 때 걱정 많이 했던 기억이 난다. 일본과의 관계도 빨리 풀어야 할 것이다.)

 

이제 정리할 때가 되었다.

 

 

결말을 예측해보면

 

 

중국의 패권 도전은 2006년을 기점으로 하기에 18-20년 사이인 2024년부터 2026년 사이에 결말이 날 것이다. 엄청나게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엎어질 것이다. 다소 억지로 내부 희생을 참아가면서 버틸 순 있겠으나 그 역시 2030년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라 본다. 우리 산업기술력이 중국에게 따라잡히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 10년 뒤쯤 중국으로 다시 놀러가야지 싶다. 말랑하고 상냥해진 중국인들의 대접을 받으면서 백주 한 잔 반주 삼아 고기만두도 먹고 동파육도 먹으러 말이다. 교육을 “당하면” 그렇게 된다.

미국의 바이든, 중국의 도전을 접수하다

 

 

최근 미국에 부임한 중국대사가 나름 환영해주는 자리에서 미국더러 입을 닥쳐! 하고 고함을 쳤다. 미중 간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한 단면이다.

 

미중 전쟁은 금년 3월로서 이미 시작되었으니 전혀 놀랄 일도 아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랜 외교통이다. 그래서 중국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다. 그게 바로 금년 3월 18-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외교회담이었다.

 

야, 너희들 정말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는 거니 아니면 시진핑의 1인 장기독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너희들 국내에서 명분을 쌓기 위해 그런 척 하는 거니? 하고 물어본 것이다. 이에 중국은 우린 진짜야, 이제 너희 미국을 젖히고 글로벌 패권, 적어도 서태평양 지역에서 짱을 해보고자 해, 그냥 선선히 물러나주면 좋겠어, 뭐 이런 식으로 나왔다.

 

서태평양이 어디인가, 이렇게만 말하면 감이 잘 오지 않을 것 같아서 좀 살펴보자.

 

서태평양이란 먼저 우리 대한민국이 있고 일본도 들어간다, 동남아의 수십 여 개의 나라들이 몽땅 이 지역에 들어간다.

옛날 일본제국이 그었던 ‘대동아공영권’과 거의 일치한다. 거길 다 접수하고 통으로 군림해보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천라지망을 펼치기 시작했으니 

 

 

이에 바이든은 중국의 의도를 접수했고 그럼 이제 시작해보지 뭐! 하고 당선 직후부터 구상해왔던 대응전략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했다. 금년 3월의 춘분 무렵부터 시작된 天羅地網(천라지망)인데 그게 이제 9월 23일의 추분으로서 그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한 해의 일은 춘분부터 드러나기 시작해서 6개월 지나 추분으로서 사실상 결정이 난다. 앞글에서 얘기했듯이 춘분에 “한 해의 해가 뜨고 추분으로서 한 해의 해가 지기” 때문이다.)

 

바이든의 중국 조이기 그물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은 군사 방면이고 여기에 경제 산업 전략이 들어간다.

 

 

군사방면의 천라지망

 

 

이에 군사 방면의 그물망부터 보자.

 

일단 돈만 무진장 들어갈 뿐 아무 실익이 없는 아프간은 과감하게 손절매 처리를 했고 아울러 그간에 느슨해진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다시 복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국을 에워싼 주변의 동맹국들, 일본과 인도, 호주, 거의 중국에게 내어준 대만까지, 마지막으로 중국의 턱밑에 있는 우리 대한민국을 동원해서 새로운 군사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전통의 血盟(혈맹)이자 앵글로 색슨 동맹인 영국마저 서태평양 지역에 최대한 개입하도록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서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광폭의 그물망이고 무려 7개국이 중국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중국과 선을 긋고 나선 대한민국

 

 

먼저 우리 대한민국부터 보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 약간 친중적 태도를 보였는데 최근 순식간에 중국과 선을 긋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우리 잠수함에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발사가 성공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바로 이 일이 계기였다.

 

사실 이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사정거리가 500 킬로미터라 하지만 장차 좀 더 늘리면 간단히 말해서 베이징이나 상하이 모두 포함된다. 수중에서 불시에 발사하면 거리가 워낙 짧아서 방어가 아예 불가능하다. 이제 만일 중국이 우리에 대해 어떤 결정적인 위해를 가하고자 하면 그들도 ‘죽을 각오’를 해야 한다. (아직은 500킬로미터이지만 더 늘리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깜짝 놀란 중국은 부랴부랴 중국의 외교부장 왕이를 서울로 보냈다. 단속 좀 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예전 같으면 왕이가 오면 칙사 대접하듯 했는데 이번엔 왕이, 아 자네 왔는가, 그럼 쉬어가시게! 한 다음 바로 다른 장소로 달려갔다. 바로 SLBM 제2차 시험 발사 현장이었다.

 

그 일 때문에 서울에 왔는데 아예 한 술 더 뜬 셈이다. 문 대통령이 참관한 제2차 발사는 사실 테스트가 아니라 일종의 무력시위였다. 여기에 발사 모습을 담은 동영상까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공개했다.

 

물속 잠수함에서 힘차게 떠올라 상공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의 모습과 목표지점에 정확하게 명중하는 동영상, 그리고 그 뿐만 아니다. 그간 비밀리에 추진되어온 각종 신형 미사일들, 차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에 탑재될 장거리공대지미사일의 항공기 분리 동영상,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 4의 장면, 서해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중국 수상함을 박살낼 수 있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의 표적 명중 동영상을 동시에 ‘릴리스’했다.

 

이제 서해 바다는 중국 전함들이 함부로 나다닐 수 있는 해역이 아니게 되었다, 발해만과 산동반도의 기지들까지 죄다 사정권에 들어갔으니 서해 바다는 사실상 봉쇄된 셈이다. 이로서 그간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해오던 중국의 우리에 대한 외교는 처참하게 무너지고 실패했다. 그 날이 바로 SLBM 제2차 시험발사 날이었다.

 

참고로 좀 더 얘기하면 미국이 전술핵탄두인 B61을 오키나와나 괌에서 평택 기지로 실어와 저장해두었다가 여차하면 우리 SLBM에 장착하면 그것으로서 사실상 ‘핵무장’이 된다.

 

이번 일은 최근 6개월에 걸쳐 바이든이 펼치기 시작한 천라지망의 첨단 銳鋒(예봉)이라 하겠다.

 

 

당황해하는 중국의 속마음

 

 

그런데 중국 관영의 글로벌 타임즈가 내놓은 기사가 정말 웃긴다, 한국 SLBM의 완성도가 높다, 일본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갔으니 일본이 쫄고 있다는 것이다. 참 어이가 없다, 우리가 일본을 향해 쏠 일이 있겠냐고, 만일 그럴 가능성이 있었으면 미국이 우리의 SLBM 시도를 원천봉쇄했을 것이다.

 

미국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를 앵글로 색슨의 정보 동맹체인 “파이브 아이즈”에 특별회원 자격으로 편입시켰다.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우린 앵글로 색슨이 아니건만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 레이더 기지에서 감지하는 중국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함이다. 그 바람에 호주의 외교부장과 정보 실무 총책들이 방한해서 서울에 머물고 있다. 왕이가 머물고 있는 같은 서울 하늘에 말이다.

 

또 있다, 얼마 전 F35 함재기를 실은 영국 최신예 항공모함 “퀸 엘리자베스”호가 동해상에서 우리 해군과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미국과 네덜란드 함정도 1척씩 끼었다. 우리 해군 사상 초유의 훈련이다.

 

이는 장차 우리가 건조하려는 경항모를 위한 화려한 쇼케이스(showcase)였다. 이는 장차 우리의 경항모 모델이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급으로 정해졌다는 얘기이고 그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그런데 퀸 엘리자베스는 경항모가 아니란 사실, 따라서 처음에 경항모로 시작하겠지만 도중에 점점 뚱뚱해지고 그 결과 완성 시엔 사실상 퀸 엘리자베스 급이 될 것이다.

 

그 항모가 완성되면 남지나해의 남쪽 바다라든가 또는 동해상에서 미국과 영국, 일본, 호주, 심지어 인도 해군까지 합세하는 대규모 합동훈련을 통해 위력을 과시할 것은 기정사실이다. (항공모함 건조는 아무래도 이미 영국과 협력한 바 있는 현대중공업일 것이다.)

 

 

대만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호주를 동원하기 시작한 미국

 

 

우리만 해도 이런 큰 변화가 있었는데 그게 두루 살펴보면 중국 주변나라들 모두 마찬가지이다. 일단 미국은 대만 카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첨단 무기들을 대거 대만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서 호주에겐 미국의 원전 잠수함 안에 들어가는 소형 원자로 기술을 이전해주겠다고 밝혔다. 잠수함의 모델은 영국 어스튜트 급이다. 이에 호주는 그간 추진해온 프랑스와의 잠수함 건조 계약을 무단히 중단했다. 미국 원자로 기술과 영국 핵잠수함 모델을 기초로 무려 12 척을 건조할 계획이라 한다. 남중국해에서 서태평양 쪽으로 진출하려는 중국 해군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경제면의 천라지망

 

 

이제 경제 산업 측면, 중국 경제를 옥죄기 위한 바이든의 천라지망도 살펴보자.

 

오늘날 일반 소비재는 중국에서 생산되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공급된다. 첨단 전자제품은 우리나라나 일본 등지에서 생산한 부품들이 중국에서 조립되어 전 세계로 수출된다. 이처럼 원료와 재료, 부품과 모듈, 소프트웨어,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글로벌 경제는 대단히 복잡한 국가 간의 분업체제를 통해 돌아가고 있으며 그 중에서 중국은 인건비 중심의 조립 생산에 있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Global Supply Chain)”이라 한다.

 

그런데 이제 미국은 그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장단기 행동계획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첨단 부품인 반도체를 보자.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우리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대만의 TSMC, 그리고 쇠락 기미를 보이는 인텔을 되살려서 그 공급망을 우선 통제 대상으로 삼았다. 이른바 “반도체 동맹”이 그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가령 삼성전자가 중국 화웨이에게 반도체를 공급하고자 할 경우 지속적으로 미국의 오케이 사인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백신의 경우에도 우리나라를 핵심 생산기지로 만들기 위해 미국은 첨단 기술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신기술이나 그 관련 인력이 중국으로 유입되지 않도록 치밀한 관리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첨단 부품이나 소재가 아닌 일반 소비재의 경우 인도나 동남아시아 각국으로 하여금 중국의 대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가령 우리의 경우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조치는 당연히 아세안과 인도에서 적극적인 환영을 받지 않겠는가 말이다.

 

글이 길어져서 아무래도 2회에 나누어 써야 하겠다. 다음 글에서 중국의 국운과 관련해서 이번 일의 시작과 향후 결말에 대해서도 얘기해 보겠다.

 

 

추석 연휴 중에 천천히 읽어보시길 

 

 

추석이라 가벼운 덕담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묵직한 글을 올리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다. 시간을 내어 천천히 읽어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