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휘트비의 포구 풍경, 노란 색 배가 너무나도 인상적인 번잡한 항구, 우리 말로 시끌벅적한 선창가 풍경이다. 뻘이 드러난 것을 보면 지금 썰물인 모양이다.  휘트비 항은 사이몬 앤 가펑클의 노래 '스카보로 페어'의 그 스카보로 시에 속한 지역이다. Are you going to Scarborough Fair 로 시작하는 그 노래 말이다. 가사 내용이 신비해서 이해할 수 없지만 노래만큼은 잘 기억하고 있다. 저런 선창가에 가면 커피도 맛있을 것 같고 당연히 위스키도 한 잔 해야할 것 같다. 

 

종이는 패브리아노 크기는 30.5x44.5센티, 건물들의 지붕이 주로 적갈색이라 그림의 주조색이 되고 있다. 하늘은 조금 차가운 세울리언 블루로 칠했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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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 대해 불안해하며 살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장래에 대해 적지 않은 걱정과 우려를 하면서 살고 있다. 거의 예외가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사람들은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쪽의 생각을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진 것 같다.

 

중년의 가장들은 직장에서 언제 잘릴 지 걱정이고 이에 혹시 그만 두고 나면 뭐를 해서 생계를 꾸릴 수 있을까에 대해 내심 많은 걱정을 한다. 그만 두고 나면 받아줄 곳이 없으니 선택지는 자영업이다.

 

자영업의 경우 최근엔 취업에 실패한 젊은 청년들도 자영업에 많이 뛰어들었다. 이에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27% 정도로서 대단히 높은 편이다. OECD 평균은 15.4%이고 좀 괜찮다 싶은 나라들은 대부분 10% 초반이다.

 

자영업 비중이 높다는 말은 경제구조가 불안정하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조금 더 얘기해보면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보다 자영업 비율이 더 높은 나라는 그리스 터키 멕시코 브라질 정도이다. 모두 문제가 있는 나라들이다, 네 나라 모두 경제위기가 발생했거나 발생 중인 나라들이다.

 

청년들은 학교를 마친 뒤 제대로 된 직장에 취업할 확률이 대단히 낮다. 청년 실업률도 대단히 높은 편이고 개선될 조짐도 잘 보이지 않고 있다.

 

나름 괜찮은 직장에 들어간 청년들과 대화를 해보면 ‘그래봐야 마흔 중반까지 다니는 거죠, 그 다음에 창업이죠 뭐’ 하는 얘기를 예사로 듣게 된다. 실제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청년들의 인식이 그렇다는 것은 미래에 대해 낙관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어쩔 수 없이 창업하게 되는 청년들도 상당수이고 대부분 3년 안에 실직자가 된다.

 

50대 후반을 넘긴 장년층들 역시 걱정이 태산이다. 어쩔 수 없어서 그냥 놀고 있는 서른이 넘은 자녀를 여전히 부양하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고 노후 대책 역시 부실하기 때문이다. 잘못되면 독거노인이 되어 쪽방에서 죽어가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은근히 하며 지낸다.

 

 

결혼에 대해 회의적인 우리 청년들

 

 

결혼에 대해 청년들과 얘기해보면 몇 년 사이에 아예 풍조가 바뀌었음을 실감한다. 나 호호당이 만나본 대다수 청년들의 경우 최근 들어 꼭 결혼하겠다는 젊은이를 거의 만나본 적이 없다. 젊은 여성들의 경우 결혼했으면 하는 마음은 있으나 과연 제가 결혼할 수 있을까요? 하고 반문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정말이지 60대인 나로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이 이렇게 달라졌나 싶다. 자유롭게 살고픈 마음도 예전에 비해 많아졌지만 기본적으론 돈 그리고 수입의 문제라 여겨진다. 결혼을 하지 못하니 애를 낳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출산율이 저 모양일 수밖에.

 

(참고로 얘기하면 유교적인 통념이 강한 우리 사회인 탓에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다. 최근 OECD 국가들의 비혼 출산율이 상상 이상으로 높은 것에 반해서 그렇다. 유럽이나 미국의 경우 오늘에 이르러 결혼 제도 자체가 붕괴해가고 있는 현실이다.)

 

 

國運(국운)의 겨울, 불임의 시대

 

 

가히 우리 대한민국의 國運(국운)이 한 겨울에 들어섰음이 분명하다. 겨울은 生産(생산)의 계절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지금 우리는 不姙(불임)의 때를 보내고 있음이 확실하다.

 

청년층은 아니지만 내가 만나는 대다수 중년 이상의 사람들은 우리가 올 만큼 온 것 같다, 앞으로 올라가기 보다는 내려갈 공산이 더 큰 것 같다, 현 위치라도 지킬 수 있다면 다행이란 말을 흔히 한다.

 

 

행복하지 않은 2018년의 우리 사회, 원인은?

 

 

선뜻 인정하긴 싫지만 우리 대한민국은 행복감을 느끼기 어려운 사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아들 녀석은 인터넷에 들어가 검색하는 기술이 나 호호당보다 훨씬 뛰어나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온 세상을 들쑤시고 돌아다닌다.

 

얼마 전 아들에게 우리 사회가 많이 불행해진 것 같아,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하는 질문을 던졌더니 “아빠, OECD Better Life Index 란 게 있어, 그 자료들을 살펴보면 나름 설득력이 있어” 하는 것이었다.

 

아, 그래? 하고 즉각 구글로 검색했다.

 

 

OECD Better Life Index

 

 

충분한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에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에 대해 나름 일리가 있는 자료를 발견할 수 있었다.

 

OECD 국가는 현재 38개국이다. 11개 항목에 대한 지표가 있고 나라별 순위가 표시되어 있었다. 주거, 소득, 직업, 공동체, 교육, 환경, 시민참여, 건강, 삶의 만족도, 안전, 일과 생활의 균형(이른바 워라벨)이었다.

 

대다수 항목에 있어 우리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렇게 나쁘거나 뒤처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리가 유난히 뒤처지는 항목들이 3개 눈에 띄었다.

 

환경 지표에서 우리가 38개국 중에서 36등이었고, 워라벨이 35등이었다. 환경이 나쁘다고 되어있는 것은 사실 뜻밖이었다. 환경 항목은 수질과 공기오염으로 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공기오염도가 38개국 중 꼴찌였다.

 

이런? 했지만 잠시 생각해보니 그래, 우리가 중국 옆에 붙어 있다 보니 어쩔 수가 없구나 싶었다. (참고로 중국은 OECD 국가가 아니다.)

 

워라벨이 열악하다, 뭐 이건 당연히 인정한다. 지금 정부가 주52시간을 시행하고는 있지만 공직이나 대기업을 제외하면 현실은 무진장 열악한 것이 사실이니 말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밤 11시에 퇴근하면 싸가지 없다는 말을 듣는 직장이 허다하다. 게임 만드는 회사들이 특히 그렇다고 아들이 일러주었다.

 

그러니 우리 사회가 우울하고 사생활이 없다는 말을 들을 법도 한 것이다.

 

그런데 진짜 결정적인 항목이 하나 있다는 사실. 이제 공개하겠다.

 

바로 공동체(community) 항목이었다. 그래서 도대체 무슨 공동체라서 38개국 중에서 꼴찌 하는가 싶어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공동체란 항목 지표는 ‘Quality Of support network’이라 되어있다. 그래서 그게 또 무슨 말인가 해서 읽어보았다.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원문을 옮겨본다.

 

Percentage of people who believe they can rely on their friends in case of need.

 

우리말로 옮기면 ‘필요시 친구나 친지에게 의지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백분율’이다.

 

 

인정이 메말라버린 2018년의 대한민국

 

 

바로 이 대목이 38개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였다. 처음엔 선뜻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에겐 오래 전부터 유교적 풍조로 인해 상부상조하는 전통이 있어왔건만 아니 이게 꼴찌라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75.9%로서 꼴찌였다.

 

1위 국가는 아이슬란드(Iceland)로서 98.3%였다. 하기야 그 나라는 인구가 겨우 32만에 고립된 섬나라이다 보니 사실상 모두가 친족 관계인 나라이다. 그러니 서로 돕고 사는 것이 당연하다 싶다. 그런 작은 나라가 이번 월드컵 본선에 나올 수 있었던 것 역시 전 국민이 남이 아니라 형제라서 팀워크가 좋을 수밖에 없다 싶었던 바로 그 나라 말이다.

 

중간에 위치한 수치를 눈짐작으로 보니 90% 정도였다. 그런데 우리는 75.9%였다. 이 정도면 나쁜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전혀 그렇지가 않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 4명 중 1명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도와줄 사람이 없다고 여기고 있으니 이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란 말씀이다.

 

다시 말해서 5천만 인구인 우리나라인데 그 중 1250만 명이 유사시 의지할 데가 없다는 말이 되니 사실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우리가 어느새 인정이 메마른 사회가 되고 만 셈이다.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인심이 사나운 나라 대한민국인 것이다.

 

며칠 생각을 해보았다. 어쩌다가 우리가 이처럼 건조하고 강팍한 사회가 되었지? 하는 질문을 놓고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먼저 떠오른 생각은 우리나라는 대단히 급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친인척들이 모여 사는 고향을 떠나 오로지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면서 사실상 친척이나 친지와의 관계가 형식적인 것으로 남게 되었다는 생각이다.

 

설이나 추석 명절이면 아직도 열심히 고향으로 내려가긴 하지만 사실 이는 정이 있어서라기보다 체면과 눈치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 며느리들이 명절 스트레스가 많은 것 역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또 하나 드는 생각으론 우리가 그간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에 대해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여기고 배척해온 결과 결과 지나치게 緣(연)을 끊으며 살아온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촌이라 하면 사실 가까운 사이이지만 1년에 한 번 보기 어렵고 조카라 하면 명절 때나 얼굴 한 번 보는 정도로 우리 사회의 끈이 허약해진 것이 사실 아닌가. 그러니 유사시 의지할 데가 없다는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 한편으로 서양의 개인주의 성향을 우리가 무조건 추종해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사회안전망 확충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 사회는 최근에 툭 하면 사회안전망을 들먹이고 있지만 사실 이 문제는 정권이 바뀌거나 새로운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어려워지면 믿을 놈은 나 자신밖에 없다 한다면 우리 모두 얼마나 외로운 사람들인가 말이다.

 

우리 대한민국 사회는 6.25 전쟁 이후 나라를 건설해오는 과정에서 뭔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든다.

 

오늘은 8.15 광복절 새벽이다. 나 호호당은 이 시각 오전 4시 30분까지 그림을 한 장 그리고 또 이 글을 쓰고 있다. 2018년의 대한민국은 행복하지가 않다.

 

잉글랜드의 동쪽 해안인 노스요크셔 주의 휘트비 항구 언덕에 남아있는 폐허가 된 수도원이다. 657년에 건립되어 나중에 베네딕트회 수도원이 되었다가 훗날 로마 교황청과 갈등을 빚은 헨리 8세에 의해 1538년에 재산이 몰수되고 파괴된 수도원의 잔재이다. 오늘날에 와서 영국의 문화유산으로 보존되고 있다. 구글을 보다가 우연히 만난 이미지이다.  오른쪽 수평선에 붉은 빛을 더해서 좀 더 석양 무렵으로 칠했다. 노을 빛에 물든 건물의 골조가 보여주는 강렬한 명암 대비에 끌려서 그리게 되었다.

 

종이는 패브리아노 크기는 30.5X45.5센티미터, 엘로 오커와 번트 시에나, 로 엄버, 번트 엄버 등 땅색 계열을 주조색으로 칠했고 코발트 블루와 울트라마린 블루로 하늘과 물을 칠하고 샙 그린으로 풀밭을 칠했으며 수평선의 붉은 색은 알리자린 크림슨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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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빠지기 직전에 이른 터키 경제

 

 

터키가 조만간 한 바탕 곤욕을 치를 모양이다. 발버둥을 쳐보지만 더더욱 헤어 나올 수 없는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주리를 틀자 터키 통화인 리라가 거하게 폭락했다.

 

사정을 좀 알아본다.

 

터키의 대외 부채는 4667억 달러이고 GDP 대비 55 퍼센트 정도이다. 주로 터키의 대기업들이 해외로부터 차입한 것인데 그 바람에 터키 기업들은 차입금 만기도래와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해마다 2천억 달러 정도를 지속적으로 조달해야만 한다.

 

그런데 불안을 느낀 해외은행들이 차환을 해주지 않거나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게 되면 즉각 외환위기 상태로 돌입할 판국이다. 해외로부터의 돈줄이 막히면 터키 경제는 그 즉시 마비된다는 얘기이다.

 

터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라도 충분하면 모를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외환보유고는 2013년 1,151억 달러에서 지금은 780억 달러로 대폭 줄어든 상태이고 갈수록 더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무역 수지는 어떨까? 알아보면 매년 4백억 달러 정도가 적자라서 정상적인 방법으론 외환보유를 늘릴 수 없다. 게다가 터키는 에너지 수입국이라서 적자를 벗어날 길이 현재로선 전혀 없다.

 

터키는 실업률이 11%이고 게다가 인플레이션은 최근 15%에 달하고 있다.

 

 

독재자 에르도안 때문에 금리인상의 시기를 놓쳤으니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진작부터 정책금리를 인상하려고 했지만 현 에르도안 대통령, 사실상의 독재자가 지지기반 상실을 우려한 나머지 그간 금리인상을 극력 막아온 바람에 사정은 더욱 악화되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신의 사위를 재무장관에 앉힌 뒤 금리인상을 봉쇄해왔던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사정이 더 악화되자 어쩔 수 없이 중앙은행의 정책금리 인상을 허용했다. 이에 터키 중앙은행은 비로소 얼마 전 정책금리를 기존의 8%에서 17.75%로 인상했다. 그래야만 연간 인플레이션을 5% 정도에서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터키는 2003년부터 총리를 지낸 에르도안이 2014년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세속국가라는 헌법조항을 위배해가면서 이슬람주의를 강화해왔고 이에 대중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다.

 

 

쿠데타 실패 이후 악화일로를 걷는 터키 경제

 

 

이에 나라의 장래를 걱정한 군부가 2016년 7월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불발에 그치면서 사정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중의 지지를 등에 엎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군부는 물론이고 지식인들을 대거 숙청하면서 이슬람 민족주의를 더욱 강화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년 5월의 대통령 재선 과정에서 헌법까지 개헌했다. 15년간 장기 집권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것이다.

 

이슬람에 바탕을 둔 민족주의 독재, 민중독재의 길을 가는 에르도안이다.

 

 

엉터리 경제성장으로 인해 이제 청구서가 날아들다

 

 

에르도안은 총리 시절부터 지금까지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하지만 엉터리 성장이었다. 기업들로 하여금 대외 차입을 적극 독려해서 부채로 이루어진 엉터리 양적 성장이었으니 모래 위에 누각을 지은 셈이었다.

 

일자리 창출도 다분히 억지였다. 그는 2016년 5월 상공회의소에 나가 기업주들을 모아놓은 뒤 실업률을 낮추기 위해서 직원을 최소 한명을 더 고용하라고 주장했다. 모든 기업이나 단체가 한명씩만 더 고용하면 대거 일자리를 창출할 수가 있다고 말했다.

 

한 사람을 더 고용한다고 기업이 파산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기업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이익을 더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득하기도 했다. 독재국가답게 기업들은 대거 직원을 추가로 채용해야 했음은 물론이다.

 

이런 식으로 경제가 급성장했고 대중들도 환호를 했지만 겨우 2년 만에 이처럼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대폭락한 터키 리라, 참담한 지경

 

 

그러니 터키 통화인 리라가 대폭락을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문제는 하락도 어지간한 정도가 아니라 실로 엄청난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전인 2008년 한 때 1 달러를 살려면 1.18 리라가 필요했으나 최근엔 무려 6.43 리라가 필요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달러의 값이 상대적으로 550% 오른 셈이고 거꾸로 터키 리라의 가치는 무려 82%나 하락한 셈이다. 한 나라 통화의 가치는 사실상 그 나라의 가치나 다름이 없다. 따라서 터키의 값어치는 국제시장에서 82%나 하락한 것이다.

 

실감이 잘 가지 않는다면 우리의 경우로 바꿔보면 된다. 금방 이해가 간다. 지금 1 달러는 대략 1,130원인데 이것이 무려 6,200원으로 오른 것과 같다고 보면 되겠다. 그렇게 되면 휘발유 값도 그 비율대로 오를 것이니 지금 1600원대인데 이것이 8700원으로 오를 것이고 수입물가 전체가 그 비율만큼 인상될 것이다. 감당이 되겠는가.

 

터키 국민들의 생활고도 문제지만 기업들은 더 문제이다. 이제 기존의 대외부채를 연장하거나 대환만 한다 하더라도 환율 즉 달러 가격이 무려 근 6배 정도까지 올랐으니 터기 기업들에겐 그냥 환율 상승만으로도 부채가 6배 많아진 셈이다. 견딜 재간이 없다.

 

그러자 기업들의 부실도 엄청 늘어나고 있다. 터키 은행들의 기업 여신은 무수익 여신 비율이 무려 7%에 달할 정도이니 한계기업들이 속출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빚으로 만들어낸 고속 성장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가를 일러주고 있는 터키이고 대중의 지지만으로 유지되는 권력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말해주는 전형적인 케이스라 하겠다.

 

 

맛이 간 지도자가 나라를 이끌면 이렇게 되나니

 

 

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줄여서 에르도안은 1954년생으로서 앞으로 5년 뒤인 2023 癸卯(계묘)년이 입춘 바닥이 된다. 따라서 현재의 운세를 한 해에 비유하면 양력 1월 초, 즉 小寒(소한)의 때라 보면 되겠다.

 

이처럼 맛이 간 지도자가 나라를 다스리고 있으니 터키 전체가 고생을 할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유권자들이 에르도안을 선출했으니 심한 고생을 하더라도 그 또한 그들의 몫이라 하겠다. 自業自得(자업자득).

 

에르도안의 운으로 말할 것 같으면 2013년이 大雪(대설)이었기에 그쯤에서 물러날 생각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칠 줄 모르는 욕심으로 인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서 당선이 되었으니 모든 비극은 그 시점에서 시작된 셈이다.

 

터키의 경우 2001년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 이후 나름 개혁을 시도했으나 에르도안이라고 하는 포퓰리스트의 등장으로 또 다시 경제의 원천을 다 망가뜨리고 말았다.

 

 

난민 문제, 터키가 가진 비장의 카드

 

 

현재 터키가 믿는 구석은 난민 캠프를 설치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피난해온 난민이 무려 3백만 명이나 터키에 머물고 있다. 만일 대출해준 은행들, 주로 스페인과 프랑스 은행들인데 그들이 계속 대출을 연장해주거나 추가로 여신을 제공해주지 않을 것 같으면 난민 캠프를 치워버리고 국경을 개방해서 그들이 유럽 쪽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방치하겠다는 으름장의 터키이다.

 

유럽은 그 바람에 전전긍긍이다. 3백만의 난민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 등으로 유입될 것 같으면 도저히 감당이 불가능한 일인 까닭이다. 사실 이런 카드가 없었다면 터키는 진작 디폴트를 선언했을 것이다.

 

 

호호당의 추산

 

 

하지만 나 호호당의 계산, 터키의 국운으로 볼 때 내년 2019년 정도에 터키는 큰 나리가 날 것이라 본다. 에르도안 정권 역시 올해까진 버틸지 몰라도 내년 정도면 무너질 것으로 판단한다.

 

영국 남쪽 해안에 잇는 작은 항구도시 헤이스팅스를 언덕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다. 아주 오래 전 이곳에 들렀던 적이 있다. 눈앞에 내려다보이는 저 해변 도로를 걸었었다. 헤이스팅스는 1066년 프랑스 노르망디 공인 윌리엄이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안쪽 벌판에서 잉글랜드 왕 해럴드를 무찌르고 노르만 왕조를 열었으니 바로 역사에 유명한 헤이스팅스 전투이다. 그림의 풍경은 항구 오른쪽 동쪽의 낮은 언덕인 이스트 힐(East Hill)에 오르면 보이는 전망이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리프트 객차가 있어 편히 오를 수 있다. 헤이스팅스를 방문하는 사람은 으레 타고 올라서 바다와 항구를 내려다 보게 된다, 나 호호당도 올라갔었다. 

 

나 호호당으로선 그림 그리는 시간이 바로 휴가이다. 더운 날 어디 가기도 싫어서 이렇게 집에서 휴가를 보낸다. 

 

예전부터 그려보고 싶었던 경치이다. 나름 복잡한 마을 풍경이라 늘 망설이다가 이제서야 그렸다. 종이는 패브리아노 30.5X45.5센티,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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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서 보고 다시 구글에서찾은 아일랜드의 바닷가 단애의 풍경이다. 토요일 아니 일요일 새벽 시간 느긋하게 그림을 그리면서 즐긴다.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면 언제나 원화보다 떨어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밝은 날 응달에서 찍는 것이 가장 원화에 가깝게 나오지만 지금 시각은 새벽 3시 40분이다. LED 등 아레에서 찍고 포토샵으로 조정해보지만 역시 아쉽다. 

 

앞 부분의 가축들이 잘 표현되었다. 중경의 흰 파도도 잘 묘사된 것 같다. 단애의 짙은 그림자도 나름 잘 처리된 것 같다. 만족한다. 그리고 나서 담배 연기를 세게 빨아들이면서 즐겨본다. 

 

종이는 패브리아노 30.5x45.5센티, 사용한 물감은 물감은 엘로 오커와 샙 그린, 비리디언, 세루리언 블루와 울트라마린 블루, 번트 시엔나와 번트 엄버, 라이트레드. 뜨거운 폭염 아래 우리 모두 고생하는데 이 시원한 그림으로 잠시 잊어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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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맘때 새문안로 쪽에서 동쪽을 바라보고 찍은 사진을 보다가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여름의 열기를 표현해보고 싶었다. 해는 서산에 지고 있었고 그림자가 낮게 드리우고 있었다. 온 땅과 아스팔트 길 위로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이 흥건 젖어있었다. 올여름 폭염에 문득 생각이 나서 그렸다.  여름의 열기와 습기를 그림 안에 그려넣고 싶었다. 깔끔한 그림이 아니라 채도를 떨어뜨려서 땀과 때가 묻은 듯한 느낌으로 표현해보았다. 붓도 빠르고 거칠게 썼다.  왼쪽에 교보생명 건물, 가운데는 동아일보 사옥이 보인다. 그 뒷편은 광화문 우체국이다. 여름의 열기를 표현한 다소 인상파적인 느낌의 그림이 아닌가 생각한다. 

 

종이는 칸손 몽발이고 크기는 31x41센티미터, 펜으로 그리고 색을 올렸다. 즐겨주시길...

 

 

서울만 이렇게 덥다니 이거야 원

 

 

오후 4시 현재 서울은 34도이고 도쿄는 32도, 베이징은 27도이다. 우리가 제일 덥다. 어째 이런 일이. 그뿐 아니다, 남쪽의 타이베이는 33도, 베트남의 하노이는 32도, 방콕은 30도이니 우리나라가 동아시아 일대에서 가장 뜨겁다는 사실. 아니 이런!

 

올해 우리나라 여름 기후는 정말이지 사실상의 재앙 수준이다. 뜨거운 공기가 유독 우리나라만 에워싸고 있다. 한 밤에도 30도이니 에어컨을 틀고는 있지만 한편으로 전기요금 걱정을 한다.

 

간밤 뒷산에 강아지들을 데리고 올랐더니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습하고 더운 공기로 해서 금방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매일 밤 지켜보는 화성과 토성도 구름이 껴서 보이지가 않았다.

 

무심결에 이건 팔열지옥이다! 하는 말이 튀어나왔다.

 

불교의 八熱(팔열)지옥. 여덟 가지 뜨거움이 있어 그 단계가 점점 더 치열해진다고 해서 팔열지옥인데 올 여름 우리나라는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大焦熱地獄(대초열지옥), 온몸이 새까맣게 불타서 재 가루로 변하는 와중에도 의식은 있어서 엄청난 고통을 받는 지옥, 그리고 阿鼻焦熱地獄(아비초열지옥), 다른 말로는 無間地獄(무간지옥)인데 이 지옥이 우리 한반도로 옮겨온 것이 아닌가 싶다.

 

無間地獄(무간지옥)이란 말이 과장도 아닌 것이, 한낮에 달구어진 보도 위를 걷노라면 뜨거운 열풍에 몸을 데이고 기관지가 막힐 것 같고 새벽에 가장 서늘한 때가 28도의 열대야이니 정말 올 여름이야말로 조금치도 휴식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니 그렇다.

 

이제 이틀 후면 立秋(입추), 가을 기운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는 때이다. 夏至(하지)로부터 한 달 반이 지났으니 해도 좀 짧아지고 있으나 그 사이에 잔뜩 데워진 땅이 식으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이번 더위는 역시 8월 23일의 處暑(처서)는 지나야 하겠다. 과연 가을이 올까? 그래도 오겠지 뭐.

 

 

유달리 더운 것도 역시 나라의 운인 것이니

 

 

그래 이 또한 나라의 운이구나 싶다. 運(운)이란 움직인다는 뜻도 있지만 원래는 되돌아온다는 의미이다. 돌이켜보면 1994년 여름, 아주 잘 기억하고 있다. 너무 더웠다. 그런데 올 해는 더한 것 같다.

 

운을 영어로는 찬스, chance 라고 한다. 기회라는 뜻도 있지만 원래는 運(운)이란 더 강하다. 찬스는 기본적으로 50 대 50 이다. 그러니 뜨거운 여름도 있고 서늘한 여름도 있기 마련이다. 다만 이번엔 뜨거운 여름이 되었는데 이 또한 우리의 운인 것이다. 지구온난화? 그런 거창한 것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 살기 힘든 나라가 되어가고 있는데 저 엄청난 무더위까지 우리들을 괴롭히고 있다. 無心(무심)한 하늘이 아니라 뭔가 有心(유심)한 것도 같다.

 

 

본 게임으로 들어서고 있는 북한 문제

 

 

6월에 있었던 트럼프 김정은 회담 이후 비핵화 문제가 이제 서서히 본 게임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미 김정은을 불러 몇 번 환대해주었던 중국이 우리도 당연히 종전선언에 참여하겠다면서 극력 나서고 있다. 중국도 이 게임에 持分(지분)이 있다는 얘기이다.

 

중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반도에서의 미군 철수와 함께 한미 동맹을 와해시켜보자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북한과 우리 모두 그들의 세력권 안으로 끌어들여 복속시키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은 북한의 비핵화가 이루어지면 다양한 루트를 통해 북한을 발전시켜주면서 미국의 세력 범위 안으로 넣고 그로서 중국에 가하는 전략적 포위망을 좀 더 밀도 있게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북한 아니 김정은의 가장 큰 어려움이자 걱정은 비핵화와 그 이후 경제발전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게 김정은 자신의 독재체제 유지에 문제가 없겠는가 하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어려움 또한 적지 않다. 일단 군사적 긴장 국면에선 벗어날 수 있었다 해도 지금부터가 더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미국이나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할 독자적 역량은 아직 어림도 없다 하겠고, 어떻게 해서든 독재체제를 유지하고자 하는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이끌어가면서 민족적 동질성을 만들어내는 일 역시 대단히 난감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크게 다행한 일이 있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라 하겠다. 은둔의 독재자 김정은이 더 이상 정신 나간 비정상의 플레이어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정은 자기 자신은 물론이고 북한 주민들의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정상적인 인간이란 점을 이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또 다시 일이 꼬여서 갈등이 생긴다 해도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은 막가파식의 벼랑끝 전술을 사용하기란 어렵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이번 북미 회담에의 가장 큰 성과는 미국과 북한이 대화를 시작했다는 점 그리고 김정은 스스로가 자신의 속내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라 여긴다.

 

제가 여차하면 내 책상 위에 있는 핵미사일 버튼을 확 눌러버리고 까짓 거 죽어버리자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 역시 잘 살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했던 김정은이었다.

 

이에 앞에서 얘기한 미국과 중국, 우리와 북한, 이렇게 4자간의 복잡한 요구와 셈법이 상당히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문제는 결국 시간과 세월이 해결해줄 것이란 확신을 갖게 된다.

 

특히 멀지 않아 중국이 내부로부터 거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니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정말로 좋은 계기가 생겨날 것이라 본다. 올 해 들어 1인 체제로 돌변한 중국은 독재의 명분을 확보하고 과시하기 위해 계속 무리를 할 수밖에 없고 결국 탈이 날 것으로 본다.

 

 

몹시 궁금한 7월의 설비투자와 고용동향

 

 

말머리를 돌린다. 통계청이 곧 발표하게 될 저번 7월의 고용동향이 정말 궁금하다. 설비투자 동향도 궁금하다. 설비투자와 고용은 함께 움직이는 지표인 까닭이다.

 

그리고 특히 운의 흐름을 살피는 나 호호당의 입장에선 7월의 내용이 중요하다. 戊戌(무술)년 己未(기미)월인데 그 내용을 알면 장차 이어질 45개월의 흐름을 내 나름 예측하고 짚어내는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걱정이 많은 모양이다. 그동안 SOC 투자를 줄일 예정이었는데 오늘 뉴스에 보니 여름휴가를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혁신을 강조하면서 “생활 SOC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주문하고자 한다”면서 결국 SOC 지출을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생각인 것 같다. 수개월째 이어진 고용 부진과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보완책이라 본다.

 

또 문 대통령이 말하길 “경제 침체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모든 경제팀들이 힘을 모아 더욱 분발해 달라”고 당부한 것을 보면 시중 경제연구소들이 제기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장기 침체론에 대해 상당히 우려가 많은 모양이다.

 

이 대목에 대해 나 호호당의 생각을 말하면 이렇다. 앞에서 언급한 바, 지난 7월의 수치에 신경을 쓰는 이유도 실은 같은 맥락이다.

 

 

장기침체냐 아니냐의 여부는 곧 결정이 난다.

 

 

우리 경제가 장기침체로 가느냐 아니면 그런대로 이어가느냐 하는 문제는 7월부터 10월 사이에 결정된다는 생각이고 늦어도 올 11월이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니 나 호호당도 사실 걱정이 많다.

 

복잡다단한 정치게임

 

또 오늘은 흥미로운 뉴스가 눈에 들어온다. 딴지일보의 김어준 씨가 한 말이 재미있다. 이재명 지사를 ‘절대 악’으로 만들어서 문재인 정부의 실패로까지 연결하려는 작업이 진행 중이란 말이 그것이다.

 

사실 꽤나 궁금하다, 이재명 지사를 그런 식으로 몰아가는 작업의 주체가 현 정권 내부에 있는지 아니면 야당 쪽에 있는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여권 내의 차기 대선을 놓고 벌어지는 경쟁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김어준의 말처럼 야당 쪽인지 아리송하다는 얘기이다.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아무튼 2018년 立秋(입추), 한 해의 반환점을 눈앞에 둔 현 시점에서 좋고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그저 바라건대 전기료 누진세라도 좀 더 신경을 써서 적절하게 경감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35년 전에 시작된 旅程(여정)

 

 

워낙 오래 전의 일이다. 1982년 12월 또는 1983년 1월의 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니 35년 전의 일이었다. 한창 추울 때였는데 그 날은 아주 포근해서 아파트 주변을 따라 산책을 하던 나는 약간 땀이 나서 벤치에 앉아 잠깐 쉬기로 했다.

 

산책을 하다 보면 으레 사색에 잠기게 되는데 그때 나는 이른바 운명학이란 것의 진위 여부를 놓고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해서 쉽사리 결론을 얻을 수 없었다.

 

사실 그 문제는 그날따라 생각이 났던 것이 아니었다. 나 호호당은 고등학교 1학년 시절, 1971년이었다, 사주보는 책을 한 권 구입해서 읽은 것이 인연이 되어 이미 10년 이상 운명학에 대해 나름 많은 공부와 연구를 해오고 있었다.

 

게다가 직장에 들어간 뒤 책을 사볼 여력이 생긴 나는 중국에서 나온 운명학 방면의 原典(원전)들을 전부 사서 읽어본 터였다. 중국 청나라 시절 건륭제의 명으로 편찬된 四庫全書(사고전서)에 포함된 이 방면의 방대한 서적들이 影印本(영인본)으로 출판되어 있었기에 거금을 들여 그 책 전부를 통으로 구입해서 읽기도 했다.

 

출처를 정확히 말할 것 같으면 사고전서 子部(자부) 術數類(술수류)에 속한 수백 권의 책들이다. 구입처는 당시 인사동 거리에 있던 동문선 출판사가 운영하던 동양학 서점이었다. (그 책방은 장사가 지지리도 되지 않아서 얼마 되지 않아 문을 닫았다. 하기야 옛 한문으로 된 책들이 잘 팔릴 까닭이 없었다.)

 

 

긴가민가, 마치 鷄肋(계륵)과도 같았던 운명학

 

 

책을 모조리 열심히 읽어보았지만 답을 얻을 수가 없었다. 여전히 긴가민가했다. 거짓이라고 하기엔 나름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는 생각, 그렇다고 전적으로 신뢰하기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즉 耳懸鈴鼻懸鈴(이현령비현령)격이었다. 다시 말해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되었기에 아리송할 따름이었다.

 

버리자니 아쉽고 가지자니 미심쩍은 바가 많아서 몇 달에 걸쳐 시간이 날 때마다 숙고를 했으나 여전히 단안을 내릴 수가 없던 문제였다.

 

그렇기에 그 겨울의 포근했던 날 산책을 하면서도 그 문제 아니 숙제를 머릿속으로 열심히 궁리하고 있었던 나였다.

 

운명학에 대해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한다. 사주를 보러 갔었는데 지난 과거의 일은 잘 맞히는데 다가올 미래에 대해선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틀린 경우가 많더라는 말이 그것이다.

 

나 호호당 역시 그런 불만을 갖고 있었다. 그럴 바엔 그건 믿을 수 없는 것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미 운명학의 전 방면에 걸쳐 소상하게 구석구석 잘 숙지하고 있던 내 생각에도 그렇다면 그건 아니다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그럼에도 전적으로 믿을 수 없어서 버리기엔 그건 또 아니었다.

 

그런데 그 날 벤치에 앉아있던 나는 문제를 새롭게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었다. 운명학의 기본 전제는 틀린 것이 아니라 해도 오랜 세월 속에서 여전히 이론적으로 검증이 충분치 않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나아가서 아직 미처 밝혀내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학문과 이론은 꾸준히 발전하는 것이니 말이다.

 

생각에 잠겼다가 문득 심한 오한을 느낀 나머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집에까지 몸을 덥히기 위해 뛰어갔다. 아차, 이거 이러다가 감기 걸린 거 아닐까 하는 걱정과 함께.

 

다행히도 감기에 걸리진 않았다. 그 날 밤 나는 그게 그렇다면 여태껏 누구도 밝혀내지 못한 운명의 이치에 대해 내 스스로 한 번 밝혀보리라 하는 마음을 굳혔다.

 

 

가보지 않은 여정에 나서다

 

 

1982년 말인지 1983년 초인지 모르겠지만 그 날 이후로 나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하게 되었다.

 

원래 이런 術數(술수)에 관한 학문은 고대 천문학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동서양의 천문학이 발전해온 경로에 대해 일단 연구하고 고찰해 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전혀 다른 방면의 책을 읽던 중에 묘한 단어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은행에 다니던 나는 아르바이트로 외국 서적 번역 일을 좀 하고 있었다. (그 결과 내 이름으로 번역된 책이 네 권이고 유명교수의 이름으로 번역된 책은 좀 더 된다.)

 

 

프톨레마이오스와의 만남

 

 

모 출판사를 통해 책 한 권의 번역을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터라 우선 그 책을 읽고 있던 중 그 단어를 발견했다.

 

'에피사이클'이란 단어였다. 영어로 epicycle. 처음 접한 단어라 이게 뭔가 싶어서 사전을 찾아보니 周轉圓(주전원)이라고만 나와 있었다. 한자를 통해 대충의 의미는 알 수 있었으나 충분히 이해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공도서관에까지 찾아가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을 뒤졌더니 제법 내용이 실려 있었다. 그 뜻인 즉 어떤 큰 원의 圓周(원주)위를 따라서 굴러가는 圓(원)이며 고대 천문학과 지리학의 대가였던 프톨레마이오스가 天動說(천동설)을 확립하는 과정에서 사용한 개념이라 되어 있었다.

 

클라우디오스 프톨레마이오스! 코페르니쿠스가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하기 이전 시절의 최고 천문학자였던 그 양반 말이지! 생전 처음 접한 단어이자 개념이며 동시에 천재 천문학자가 태양이 지구를 돌고 있다는 것을 주장할 때 사용한 것이라니 나로선 정말 참신하게만 느껴졌다.

 

사람들은 천동설이 틀렸다는 것만 알고 있지 프톨레마이오스가 정말 얼마나 대단한 천재였는지는 잘 모른다. 이데아를 주장한 플라톤이나 서양 학문의 시조인 아리스토텔레스 급의 천재였던 프톨레마이오스이다.

 

알아보니 에피사이클이란 개념이 들어가 있는 프톨레마이오스의 책은 그 제목이 ‘알마게스트’라고 하는 것이었다. 저 건 또 무슨 뜻이지 싶어 알아보니 ‘위대한 논문’이란 뜻의 그리스어 명칭에 대해 이슬람 학자들이 붙인 이름이었다.

 

(참고로 얘기하면 중세 시절 이슬람은 고대 그리스 철학과 학문을 가져가서 더 발전시켰고 그것이 다시 서양으로 유입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고대 그리스 철학과 사상 그리고 그 서적들은 서양의 경우 중세 암흑기를 거치면서 거의 멸실했다가 그 이후 이탈리아의 르네상스를 통해 이슬람 세계로부터 역수입되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알마게스트 역시 그랬었다.)

 

더 알아보니 알마게스트란 책의 영문판이 미국 프린스턴 대학 출판부에서 얼마 전에 발간되었다는 소식도 알게 되었고 이에 교보문고 외국서적 구매 서비스를 통해 입수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지금은 너무나 편한 세상이다. 인터넷에 가서 구글이나 아마존, 위키 등을 검색하면 불과 몇 분 안에 거의 모든 정보를 알아볼 수 있고 책 역시 주문하면 1-2주면 입수할 수 있는 세상이다. 1980년대 초반 당시 내가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에피사이클이란 단어를 만난 뒤 알마게스트란 책이 있으며 그 책을 주문해서 손에 넣을 때까지 무려 몇 달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정말 좋은 세상이다.

 

아무튼 나는 우연히 알게 된 ‘에피사이클’이란 개념을 통해 여태껏 밝혀지지 않은 운명학의 이치를 탐구하는데 있어 하나의 돌파구를 얻을 수 있었다.

 

 

본의 아닌 생고생을 하게 되다.

 

 

하지만 고생 좀 많이 했다. 알마게스트를 읽다 보니 히파르코스라고 하는 생전 들어보지 못한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지리학자, 수학자가 남긴 기하학 이론과 접하게 되었고 또 그게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워서 결국엔 흔히 유클리드의 기학학 원론, 정확히는 ‘에우클레이데스의 원론’까지 생고생하며 읽고 또 공부해야 했다.

 

에우클레이데스는 사실 고대 이집트의 수학자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나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철학자와 수학자, 기하학자들에 대해 엄청난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들은 정말 천재였다!

 

지금 나는 1971년에 운명학과 인연이 닿는 바람에 1983-1984년 무렵부터 시작된 나 호호당의 탐구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이지 그건 참으로 여행이자 旅程(여정)이었다. 직장에선 남들처럼 충실히 일을 하고 있었지만 퇴근하고 나면 내 영혼은 자유롭게 고대 학자들의 세계는 물론이고 앞 사람이 밟아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가고 있었으니 그건 진정 여행이자 여정이었다.

 

다시 돌아가서 얘기이다.

 

 

주식투자의 세계와 연이 닿는 바람에

 

 

1983년 후반기였다. 당시 나는 또 하나의 세계를 만나게 되었는데 바로 주식투자 또는 투기였다.

 

이에 어떤 고수 선생으로부터 한 수 배우게 되었는데 매일 매일 주식 시가 변동을 그래프로 직접 그려보면 실력이 크게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1980년 초반만 해도 개인용 컴퓨터가 거의 없던 시절이라 클릭하면 볼 수 있는 주식 차트 따윈 아예 없던 시절이었다.)

 

이에 나는 그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서 매일 밤 방안지에 시세변동을 연필로 그려보고 있다가 갑자기 하나의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어쩌면 주가변동이야말로 운세의 변화가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어쩌면 이 역시 에피사이클로서 설명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신이 났다. 잘 하면 운명의 이치도 알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주식 시세를 잘 예측할 수 있게 된다면 돈도 잘 벌 것이고 그러면 직장 때려치우고 연구에 전적으로 몰두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달콤한 생각이었다. 당시 내 나이 서른이었으니 능히 그런 욕심이 들 법도 했지 않겠는가 말이다.

 

나 호호당의 자연순환운명학이 어떤 경로를 밟아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가를 간단히 써볼 생각으로 시작한 글이었는데 정작 쓰다 보니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그래서 어쩌면 몇 번에 걸쳐 써야할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글의 제목을 글을 다 쓰고 나서 붙이는데 이번 글엔 제목을 ‘굽이굽이 걸어온 호호당의 탐구 여정“이라 붙인다. 진정으로 그건 나 호호당의 평생에 걸친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글에서 이어가기로 한다. 지금 시각은 8월 6일 새벽 4시 28분, 날이 밝아오고 있다.

 

(알리는 말씀: 오는 토요일 11일 자연순환운명학 기초반 강좌가 시작된다. 아직 기한이 남았기에 지적 호기심이 있으신 분들의 많은 신청 기다린다. 구체적인 내용은 강좌안내 란에 있으니 참조하시면 되겠다.)






인생을 살다보면 보이지 않는 성적표가 날라온다. 모두는 어렴풋이 그것을 인지할 뿐. 오늘은 그 성적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어떤 직장이든 3년마다 평가가 이루어진다. 단지 그것이 유형의 성적표가 아닐 뿐이다. 그래서 우와 열이 나뉘고, 또 3년 뒤에도 우와 열이 나뉜다. 그래서 2번 연속으로 열등한 쪽에 몰린다 싶으면 그 사람은 매우 위태로운 곳으로 몰리기 마련이다.


실제로 대기업의 경우 일개 사원으로 입사하여 임원이 될 확률은 1/1000이 조금 안된다. 평균적으로 30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3년이 10번 이루어진 것이고, 이것은 2의 10승, 즉 1024분의 1로 우열이 가려진 뒤에 살아남은 사원이 임원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평가가 굳이 대기업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직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결혼 생활도 비슷하다. 


그러니 누구나 어떤 일이 3년 이상 진행되었다면 3년마다 한번쯤 자가 진단을 내려보고 민감하게 대처를 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러한 내용에 대하여 강의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