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혹한, 가혹한 추위. 해는 빨리 저물고 긴긴 밤 사이 이런저런 생각 또는 환상에 잠겨지낸다. 하지만 서울 시내, 광화문과 한남동, 이런 곳은 온통 너 죽고 나 살자의 치열한 투쟁이지만 그래도 잠시 잊고 싶다. 그리고 화창한 날이 그립다.  캐나다 대사관 앞의 회화나무 아래 그늘이 떠오른다. 그렇다, 빛 가득한 정동 거리. 그 거리를 좋은 사람 친한 이들과 함께 호젓하고 여유롭게 걷고 싶다. 올 해는 나 호호당도 몸이 다시 건강해져서 힘들지 않게 만면에 빙긋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보고 싶다.

 

나이가 드니 건강한 몸으로 멀쩡한 두 다리로 가고픈 곳을 다녀오는 게 엄청난 럭셔리로 느껴진다. 살아보니 삶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힘든 삶을 보람있는 시간들로 채워가고자 애를 쓰는 것, 그게 바로 잘 사는 것임을 절로 알게 된다. 부귀영화? 그건 달리는 말 앞에 매달아놓은 홍당무 같은 것, 달리면 그 홍당무도 절로 멀어진다. 그러니 이젠 별로 눈이 가지 않는다. 

 

춥다 보니 화창함이 그리워서 그림으로 그려보았다. 마지막에 새를 그려넣었다. 그려놓고 보니 저 새는 종달새일까? 묻게 된다. 예전에 정선을 지나갈 때 들었던 찌륵찌륵 찌르륵, 하던 그 소리가 들린다. 그 때가 순간 사무치게 그립다. 그 때 분명 고생하고 있었건만 뭐가 그리운 걸까? 

'호호당 화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질랜드 더니든의 외곽도로  (0) 2025.01.14
초여름 전원을 달려가는 자동차  (0) 2025.01.12
구글 지도를 따라서  (0) 2025.01.10
더니든 시청  (0) 2025.01.06
양재천의 설경  (0) 2025.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