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 한 해의 윤곽이 비로소 드러나기 시작하는 때
춘색이 현저하고 완연하다. 오는 목요일 21일이 春分(춘분)이다. 들을 덮었던 안개가 걷히고 해도 길어질 것이다. 이로서 2019년 한 해가 과연 어떤 모습의 한 해가 될 것인지 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날 것이다.
하노이 협상 결렬로 오리무중에 갇힌 비핵화 문제, 이제 집권 3년차로 접어드는 문재인 정부의 향배,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우리 경제의 문제,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이슈가 되기 시작한 페미니즘 갈등, 이웃 일본과의 갈등 등등 많은 현안들이 이제 보다 구체화되기 시작할 것이다.
밖으로 살펴보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온갖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영국의 브렉시트 문제, 미중 간의 무역협상과 중국의 경제 침체 문제, 우려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 프랑스의 내부 갈등, 갈 데까지 가고 있는 이탈리아의 내정 문제, 날로 거칠어져가고 있는 트럼프와 미국 반대 세력 간의 갈등 문제들도 마찬가지.
저 문제들은 인간 사회의 문제이건만 그것이 해가 길어지는 춘분과 무슨 상관이 있으리?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사람에게 즉각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자연의 변화는 사람의 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또 영향의 정도가 일반의 생각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직접적이란 것을 미처 인지하지 못해서 그럴 뿐이지 자연의 변화는 인간의 생리는 물론이고 사고와 행동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로서 세상과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춘분은 한 해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져 갈 것인가를 우리 눈앞에 펼쳐주는 첫 날인 것이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땅속에서 어떤 풀들이 고개를 내밀지 모르는 것처럼 춘분이 되기 전까진 한 해의 땅 밑에 어떤 새로운 것들이 잠재해있는지를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연과 계절의 변화란 결국 일조량과 땅의 온도, 또 대기와 땅을 넘나드는 습기의 변화라 할 것이니 그런 기본적인 요소들이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계절의 변화에 따라 우리가 변화해간다는 생각을 한다. (이 점에 대해선 나중에 좀 더 얘기를 드리고자 한다.)
생각에 몰두하는 바람에
지난 한 주 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다. 골똘한 생각에 빠지게 만든 하나의 주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이 몰두해있다 보니 글을 써야지 하는 생각만 하다가 말았다.
사회적 사건 또는 커다란 변화가 그 나라 또는 사회의 운세 변화와 어떤 관련을 맺게 되는가 하는 문제, 아울러 그것을 일으키게 하는 메카니즘은 무엇인가 하는 思念(사념)이었다.
자연의 변화, 운세 변화, 사회의 변화
이 문제에 대해 현대 미국 역사에 있어 치욕을 안긴 베트남 전쟁을 예로서 시작해보자.
베트남 전쟁은 제2차 대전의 종료와 함께 서구 제국주의 세력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쟁과 이어서 미소간의 냉전 속에서 발생한 전쟁이었다. 그렇기에 베트남 전쟁은 1946년 12월부터 1975년 4월까지 이어진 길고 긴 전쟁, 사실상의 30년 전쟁이었다.
미국은 그 길고 긴 전쟁 기간 중 1961년부터 개입하기 시작해서 1973년 발을 뺄 때까지 무려 12년 동안 전쟁을 이끌었고 또 패배했다.
1961년 임기를 시작한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이렇게 멋진 소리를 했다. “얼마를 지불하든, 져야할 짐이 얼마이든, 얼마나 어려운 일이 닥치든, 모든 우방들을 지원하고 자유의 승리와 생존을 확약한다.” 훗날 미국과 미국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악몽이 되어버린 미국의 베트남 전쟁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하기야 그랬을 것이다, 히틀러의 독일과 태평양의 강자 일본제국을 무너뜨린 미국이었기에 멀고 먼 베트남의 정글 속 성가신 게릴라들이 무얼 그리 부담이 되었겠는가! 계획을 세워서 철저하게 밀어버리면 그만 아니겠느냐는 생각의 미국이었을 것이다. 프랑스가 1954년 디엔비엔푸에서 북베트남의 오합지졸들에게 항복을 하긴 했지만 그거야 맛이 간 프랑스였으니 그랬을 것으로 치부했을 것이다.
미국의 베트남 개입 확대에는 물론 43세의 혈기 넘치는 케네디의 오판도 있었겠으나 그 배경에는 당시 침체해있던 미국 경제를 살리려는 여망, 특히 군수업자들의 전쟁 특수를 기대하는 기대심리 또한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개입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끝이 나지 않았고 이에 미국은 더 많은 병력을 베트남으로 보내고 대대적인 물자 투입을 통해 승부를 결정짓고자 했다.
미군 증파가 최고조에 달했던 1968년의 경우 미군 병력만 해도 55만에 달했고 전비 또한 그 한 해에만 오늘날 달러가치 기준으로 무려 5,570억 달러에 달했다. 세계 최고의 경제 대국인 미국이었지만 비용만 해도 미국에게 있어 실로 엄청난 출혈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정도까지 갔으면 끝이 보여야 했건만 상황은 전혀 정반대였다. 1968년 초 북쪽의 당시 월맹은 음력 1월1일의 설날에 예상치 못한 엄청난 규모의 본격 기습 공세를 가해왔다. 이른바 ‘뗏 대공세’였다.
뗏 공세 자체는 월맹군과 베트콩 게릴라의 엄청난 피해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그 시점에서 미국의 장군들은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도무지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 지을 자신감이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전투에선 비록 미국 측이 이겼으나 전쟁의 저울추는 북베트남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던 것이다.
1968년, 승부의 저울추가 기울던 때
뗏 공세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하나의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이 베트콩 진압 작전에서 무구한 양민들을 대거 학살한 ‘미라이 학살 사건’이 그것이다. 그러자 미국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렸다. 도무지 전쟁을 지속할 더 이상의 이유가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국내에서 거센 반전 운동과 함께 장기간의 전쟁으로 인해 미국 경제는 국고가 텅 빌 지경이었으며 시민들도 전쟁 수행에 넌더리를 내던 참이었다. 그렇기에 미라이 학살 사건은 미국 시민들의 여론에 결정타를 날렸다. 이제 무의미한 전쟁은 그만! 하는 것이 절대적인 여론이었다.
당시 인기를 한창 끌던 록 그룹 CCR의 노래 “Who'll Stop the Rain”, 누가 저 비를 멈추랴, 하는 노래는 1970년 발매되자 즉각 엄청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과연 어느 누가 저 잘못된 전쟁을 멈출 수 있겠느냐는 대표적인 반전 노래였던 것이다.
그 바람에 케네디에 이어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린든 B. 존슨 대통령은 지지율의 격하로 재선에 출마하지 못했고 이에 어떻게 해서든 전쟁을 끝낼 것을 다짐한 야당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1968년 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출구전략의 어려움
하지만 미국은 깊게 개입된 전쟁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다.
나중엔 갖은 굴욕과 수모를 당하면서 사실상 도망쳐 나와야 했던 미국이었다. 그때가 바로 1973년 3월이었으니 손을 떼는 데에만 무려 4년의 세월이 걸렸던 것이다. (그러니 출구전략이란 것 역시 대단히 지난한 일인 것을 말해준다.)
그 이후 낙동강 오리알 격이 된 남베트남 정부는 그로부터 2년 뒤인 1975년 4월 30일에 북베트남군의 무력침공으로 남쪽의 수도 사이공이 함락되면서 베트남은 무력 통일되었다. 남쪽 베트남의 수많은 인사들이 처형당하고 희생당한 것은 물론이고 그 바람에 이른바 ‘보트 피플’이 동남아시아의 바다와 태평양을 방황하고 다녀야 했다.
왜 1968년이었던 것일까?
이 대목에서 왜 1968년에 이르러 미국은 급작스럽게 전의를 상실하게 되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큰 테두리에서 말하면 그 해답은 1968년은 1953년부터 시작된 미국 국운의 60년 흐름에 있어 15년이 경과한 때, 즉 여름이 시작되는 때인 立夏(입하)였기 때문이라 하겠다.
입하는 新舊(신구)가 교체되고 동시에 가장 빈한한 때이기에
해마다 5월 5일 경에 찾아오는 立夏(입하)의 때는 작년의 묵은 기운들이 최종적으로 사라지고 새해의 기운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결정적 교체의 시기인 까닭이다. 뿐만 아니라 입하의 때야말로 가장 빈한한 때이기도 하다. 가을에 수확한 식량이 다 떨어지고 겨울에 심은 보리는 미처 익지 않은 때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 최강대국이지만 1968년으로서 입하의 운을 맞이한 미국은 사실상 국고가 비고 경제가 침체일로에 빠졌던 시점이었다. 참고로 금 보유와 연결되던 달러 체제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던 때이기도 하다.
간단히 말해 1968년으로서 미국은 탈탈 털렸던 때란 얘기이고, 거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월남전 수행이었다는 말이다.
이는 미국만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다. 나라마다 국운의 立夏(입하) 무렵이 그 나라가 가장 가난한 때가 된다. 사람 역시 그렇다.
글을 더 이어가자니 분량이 많아졌다. 다음 글에서 입하에 대해 좀 더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춘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입하를 얘기하니 조금 이른 감이 들지만 이 점에 대해서도 다음 글에서 얘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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