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의 스탠 리, 소오강호의 김용, 세상을 떠나다.
마블 코믹스를 통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 미국의 스탠 리, Stan Lee가 11월 12일자로 사망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 무협소설의 대가인 金庸(김용)이 10월 30일자로 사망했다.
환타지 세계를 대표하는 동서양의 두 거물이 거의 동시에 세상을 떠난 셈이다. 두 사람 모두 오래 살았다. 스탠 리는 1922년생이니 거의 96년을 살았고 1924년생인 김용 또한 근 95년을 살았다.
한 사람은 만화책이고 한 사람은 소설책이지만 근본은 멋진 환타지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제공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같은 일을 했던 사람들이다.
이에 두 사람의 생년월일을 통해 그들의 행적을 살펴보는 것도 나름 흥취가 있을 것으로 본다.
스탠 리의 삶
스탠 리는 1922년 12월 28일 생이고 생시는 알려져 있지 않다. 壬戌(임술)년 壬子(임자)월 庚午(경오)일이 된다. 생시를 모르지만 그간의 행적이 너무나도 잘 알려져 있으니 운세 흐름에 있어 立秋(입추)는 1960년 庚子(경자)년인 것을 알 수 있다.
스탠 리는 동료들과 함께 1960년대 내내 환타스틱 포, 인크레더블 헐크, 스파이더 맨, 엑스 맨, 아벤저스,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의 인기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 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캐릭터들의 영화 수십 편에 카메오로 출연해서 팬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1960년이 입추였으니 1930년은 입춘 바닥이었을 터인데 그가 태어난 것은 1922년이었다. 그 바람에 어린 시절의 스탠 리는 무척이나 빈곤하게 보냈다.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늘 갖은 공상을 하고 얘기를 꾸며보는 즐거움을 가졌다고 한다.
1947년에 동갑내기와 결혼을 했는데 필경 좋은 짝을 만났음이 분명하다. 입춘 바닥으로부터 17년이니 이 무렵에 짝을 만나면 함께 열심히 살아가는 커플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루마니아 이민자의 후손이고 유태인이었던 그는 평생을 부인과 함께 잘 살았는데 부인은 작년에 세상을 떴고 그러자 스탠 리 역시 금방 아내를 쫓아간 셈이다. 폐렴으로 사망했다고 하니 사실상 자연사.
60년대 대성공을 거둔 뒤 다른 방면에 한 눈 팔지 않고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라 1990년이 또 한 번의 입춘 바닥이었건만 아무런 힘든 티나 자국도 내지 않고 무난하게 지내온 것을 보면 ‘삶의 도사’임을 엿볼 수 있다.
김용의 삶
이제 김용에 대해 살펴본다.
1924년 3월 10일이고 생시는 알려져 있지 않다. 甲子(갑자)년 丁卯(정묘)월 戊子(무자)일이다.
1958년 戊戌(무술)년이 氣(기)의 절정인 立秋(입추)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올 해 또한 戊戌(무술)년이니 또 한 번 입추의 운에 세상을 편히 떠난 것이다.
(운세가 좋을 때 죽으면 거의 고통을 겪지 않는다., 스탠 리 역시 2020년이 입추인데 2년 전에 죽었으니 전혀 고생하지 않고 떠났다.)
김용 또한 입추의 운인 1958년을 전후하여 1955년부터 1972년까지 15 개의 장편 무협 소설을 집필했으며, 1959년엔 자신의 신문인 明報(명보)을 창간했다. 자신의 신문에 자신의 소설을 연재했는데 아마도 신문 독자층을 늘리기 위한 동기가 컸을 것이다.
나 호호당은 중고등학교 시절 중국 무협소설을 족히 수천 권을 읽었다. 김용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笑傲江湖(소오강호)를 꼽는다.
무협의 세계는 존재했던 적이 없다, 순수한 환타지이다. 武(무)를 통해 俠(협)을 행한다는 것이 武俠(무협)인 바, 역대로 文(문)을 숭상했을 뿐 武(무)를 높인 적은 없던 중국에서 나온 것이니 참으로 흥미롭다.
스탠 리의 만화와 캐릭터들은 미국 대중의 정서와 소망을 반영하고 있고, 김용의 무협소설은 중국인들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 현실에선 결코 있을 수 없는 꿈이기에 환타지인 것이다.
아비는 중국 무협, 아들은 마블 코믹스
중국 무협소설에 대해선 족보를 처음에서부터 끝까지 줄줄 꿰고 있는 나 호호당이다. 김용만이 아니라 와룡생, 양우생, 사마령, 진청운 등등 모르는 작가가 없고 읽어보지 않은 소설이 거의 없다.
중국 무협소설이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끌었던 것이 1960년대 중반부터였고 그 무렵 나 호호당은 십대 청소년이었기에 그랬다.
하지만 스탠 리에 대해선 나 호호당은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물론 미국에 마블 코믹스라고 하는 인기 좋은 만화책 회사가 있고 그곳에서 엄청난 힘과 불가능한 일을 해내는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그것으로 전부였다.
그런데 스탠 리에 대해 내게 알려준 이는 다름 아닌 아들 녀석이었다. 아들은 1982년생이고 마블 코믹스와 그 캐릭터 그리고 영화에 대해 전부 꿰차고 있다. 내가 스탠 리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거의 모두 아들 녀석이 들려준 것들이다.
1955년생인 아비는 중국 무협으로 십대를 보냈고 1982년생인 아들은 게임과 마블 코믹스와 그 영화들로 십대를 보냈다는 사실. 중국 환타지는 나 호호당의 정신세계에 녹아들었고, 미국 환타지는 아들의 정신세계에 들어가 일부가 된 것이다.
환타지의 세계, 서양엔 반지의 제왕을 쓴 톨킨이 있고 오즈의 마법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이 있다. 중국엔 무협소설과 그 원류라 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 책들이 있다. 그리고 중동엔 ‘아라비안 나이트’가 있다. 옆 나라 일본은 그야말로 귀신과 요괴의 천국이니 수많은 책과 얘기들이 전해온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전래 그리고 현대의 환타지가 질과 양에서 다소 부족한 편이 아닌가 싶다. 그나마 서포 김만중이 남긴 ‘구운몽’이란 걸작이 있어 천만다행이라 여긴다.
주어진 인생의 시간들을 너무나도 훌륭하게 잘 보낸 스탠 리와 김용이다. 김용의 경우 1991년에 은퇴한 후 영국 캐임브리지 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역사학 석사와 고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용의 경우 입춘 바닥이 1988년이었으니 바닥 이후 10년 동안 공부하면서 시간을 잘 보냈다고 하겠다. 따라서 김용 역시 스탠 리와 함께 ‘삶의 도사’라고 하겠다.
아무튼 오늘의 글은 환타지 세계를 이끌어온 동서양의 두 거물이 사실상 같은 시기에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다.
주윤발 역시 삶의 도사인 것이 확실해
아울러 최근 즐거운 소식도 하나 들었기에 덧붙인다.
‘영웅본색’의 주인공 주윤발에 관한 얘기이다.
이 양반 역시 인생 즉 ‘삶의 마스터’인 것이 분명하기에 소개한다.
주윤발은 1955년 5월 18일생이다. 역시 생시를 모른다. 乙未)을미)년 辛巳(신사)월 己卯(기묘)일이다.
태어난 뒤 4년 뒤인 1959년 己亥(기해)년이 입춘 바닥이었기에 어려서 무척이나 곤궁한 유년을 보냈다. 그 바람에 늘 검소하고 절약하는 생활 습관이 몸에 배었다고 한다.
運氣(운기)의 절정인 立秋(입추)의 운은 1959년으로부터 30년 후인 1989년 己巳(기사)년인데 그 3년 전인 1986년에 상영된 영화가 ‘영웅본색’이다. 그 이전에도 홍콩 등지에선 꽤 알려진 배우였지만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전 세계에 알려진 것은 바로 ‘영웅본색’ 때문이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면서 거액의 재산을 모았으니 무려 8천억이 넘는다고 한다. 그런데 주윤발은 최근 전 재산의 1%만 남기고 나머지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살아가는데 큰돈이 필요 없기 때문이란 것이고, 그간의 재산은 잠시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라는 말을 했다.
주윤발의 생일을 검색해보고 나서 나 호호당은 즉시 주윤발이 왜 그런 발표를 했는지 그 동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바로 내년 2019년은 己亥(기해)년이니 1959년 바닥 이후 또 한 번의 입춘 바닥이 된다. 이제 의욕도 떨어지고 결핍에 대한 갈증도 충분히 채웠으니 그간 모아둔 돈은 노름판에서 딴 셈 치고 다 돌려주고 게임 판을 떠나겠다는 얘기이다. 이 역시 삶의 도사, 삶의 마스터들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다. 멋지다, 정말.
이제 주윤발은 돈에서 해방된 사람, 물욕과 결핍 모두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된 것이다. 저렇게 필요 없는 것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니 분명 長壽(장수)를 누릴 것이 분명하다.
오늘날 중국, 물질만능의 시대로 도배되고 있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극한으로 치닫지 않는 中庸(중용), 또 逍遙(소요)하며 노니는 道家(도가)적인 지혜를 여전히 잃지 않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주윤발 역시 그런 하나의 예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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