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커다란 부담이 되어버린 우리의 반쪽



이번의 시리즈 글은 停滯(정체) 상태에 빠진 우리 대한민국이 장차 어디로 가야 할 것이며 또 어떻게 가야 할지를 살펴보는 내용이다. 


그러니 조금 돌아가더라도 우리가 장차 맞이하게 될 환경의 변화, 있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경제 문제를 살필 때에도 역시 거시적인 환경을 빼고 국기적인 변수만 살피다 보면 전혀 터무니없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글은 북한이란 존재 그리고 통일에 관한 얘기이다. 



百藥(백약)이 無效(무효)였던 대북한 관계



같은 피를 나눈 민족이긴 하지만 북한이란 존재는 보기에 따라 우리에게 있어 실로 골치가 아픈 존재, 성가신 존재라고 말해도 되겠다. 


우리 측에서 무력을 동원하는 일 결코 없을 터이니 핵을 없애자 라고 열심히 설득해도 그쪽 입장에선 그런 제안에 선뜻 동의할 것 같지도 않고, 말로는 없애겠다고는 해도 실제론 어느 세월에? 이다. 마치 정서가 몹시 불안정한 아이를 대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아울러 더 문제는 그 아이가 저 나름 대단히 계산적이고 치밀한 구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까닭에 대 북한 문제는 역대 정권이 치성을 들일 만큼 들였음에도 여전히 미해결의 숙제 혹은 과제로 남아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부터 역대 정권이 정말이지 어르고 달랬으며 그게 전혀 효과가 없자 한동안 그냥 내버려두기도 하는 등 갖은 방법을 다 썼으며, 미국 또한 유화적인 자세와 함께 국부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 순식간에 핵심 시설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는 등의 협박도 서슴지 않았지만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게다가 북한은 그 사이에 핵과 미사일을 개발 완료하고 실전 배치까지 해놓았다, 버튼이 지금 내 책상 위에 있다고 하면서 기염을 토했다. 



그래도 물꼬가 터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 북미 협상은 미국이 북한을 나름 봉쇄해놓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어쨌거나 트럼프와 김정은이란 아주 특이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서 이 정도까지 대화가 진척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사이에서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해선 봉쇄 상태를 조금이라도 풀어주고 약간이라도 물질적 지원을 해줘야만 북한이 마음을 여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설득하고 또 북한에 대해선 미국이 절대 북한을 손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미국의 말을 믿어도 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북한을 설득해오고 있다. 정말이지 문재인 대통령, 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 협상이 어떻게 마무리될 지에 대해선 현 시점에서 실로 단정 짓기 어렵다. 그간 북한이 보여준 행동은 늘 실망이었으니 더욱 그렇다. 


그런데 북한 그리고 비핵화 문제가 잘 마무리되고 타결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넘어야 할 산이 疊疊(첩첩) 또 重疊(중첩)이다. 



남북한의 통합 혹은 통일이 장기적으론 好材(호재)이겠으나



나 호호당 생각에 북한과의 문제가 잘 해결이 되고 더 나아가서 남북한이 하나로 통일이 될 경우 장기적인 견지에선 그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이 도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엄청난 발판이 될 것이란 생각을 한다. 


그런데 시야를 30년 이내의 단기로 좁힐 경우 북한과의 통일은 거의 재앙에 가까운 일이 될 수도 있으리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덧붙이면 자연순환의 견지에서 역사를 살피는 나 호호당에게 있어 30년은 문자 그대로 짧은 기간이고 60년 이상은 되어야 장기란 생각을 갖고 있다.)


남북한이 통합된다고 할 것 같으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가상해본다. 



1990년 동서독 재통합 사례



먼저 1990년 독일의 재통합 사례를 보자. 


당시 서독의 인구는 6,325만이었고 동독의 인구는 1,611만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동서독 인구의 비가 4대1이었다. 시쳇말로 ‘쪽수’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1인당 소득수준을 비교해보자. 명목이 아닌 실질 GDP 기준으로 1990년 재통합 당시 서독의 1인당 소득은 18,690 달러였고 동독은 9,193 달러였다. 서독이 동독의 2배였다. 


따라서 서독이 인구는 4배, 소득은 2배였으니 서독이 동독에 비해 약 8배 규모였다고 할 수 있다. 


약간 놀라운 점은 동독 경제가 낙후되었긴 했으나 1인당 소득 면에서 그래도 서독의 절반은 되었다는 점이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우리에겐 특히! 



남북한 통일을 단기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러면 이제 남북한의 비교로 돌아와 보자. 


인구는 우리 남한이 5천만이고 북한은 그 절반인 2천5백만이다. 미국 정부 자료에 나온 구매력 기준(PPP)에 따를 것 같으면 우리는 1인당 소득이 4만 달러 정도이고 북한은 1,700 달러라고 되어있다. 


북한의 1인당 소득 1,700 달러는 우리의 4만 달러에 비해 4.25%에 불과하고, 인구수를 감안한 총 규모로 볼 것 같으면 2.12%, 즉 우리 경제력 규모의 1/50에 불과하다. 


(이처럼 경제규모에서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까닭에 북한은 돈이 많이 드는 재래식 군사력을 사실상 포기하고 오로지 핵 개발에 매진했던 것이라 하겠다. 나름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런 수준에서 남북한이 정치 경제적으로 통합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한 번 상상해보라. 그냥 일대재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의 남북한 통일은 결과적으로 5천만 인구의 우리가 북한의 2천5백만 명에 달하는 難民(난민)을 받아들이는 결과나 같지 않겠는가. 


독일 재통합, 즉 서독과 동독의 통합은 그래도 동독의 소득수준이 서독의 절반 정도는 되었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1900년 재통합 이후 서독 지역의 중산층들은 세금이란 명목으로 소득의 막대한 부분을 탈탈 털렸다는 심정을 가지고 있다. 


언젠가 독일 교포로부터 통합 이후 소득을 엄청나게 세금으로 뜯겼을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고금리 정책 때문에 이자 부담도 막대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괜히 통합이란 것을 해가지고선 국민들 ‘개’고생 시켰다는 것이었다. 


독일이 저럴진대 우리 경제규모의 1/50에 불과한 북한이 우리와 통합된다고 가상해보면 그 결과는 그냥 災殃(재앙)이 될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 쪽은 인구가 줄어들고 노령화가 되고 있어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가고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하여 2,500만의 군식구 또는 난민을 받아들인다고 생각하면 그게 재앙이 아니면 뭣이겠는가? 


1990년 독일의 재통합만 해도 그토록 서독 국민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남북한이 짧은 기간 내에 통합이 된다는 것은 실로 상상을 불허하는 일이라 하겠다. 


북한의 비핵화와 남북한의 관계개선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정작 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해서 통일하게 된다 하더라도 또한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고 같은 민족의 두 나라가 되어 그냥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말이지 절묘한 곡예를 펼쳐야 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통합에 따른 각종 불평등과 사회적 갈등, 처음엔 같은 민족이라고 환호하겠지만 조만간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사실상 조선왕조 시절의 유교적 전통과 권위적인 풍토가 강하게 남아있는 곳이고 우리는 어쨌거나 민주화되고 또 상업화되고 돈이 최우선인 사회가 되었으니 그 간극은 미처 상상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목전의 우리 경제가 停滯(정체) 일로를 가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지만 북한과의 통합은 그 어려움의 정도가 실로 대단할 것이 틀림없다. 



The long and winding road!



우리 대한민국, 남북한을 아우르는 개념으로서의 우리 한겨레는 장차 첩첩 산을 넘고 또 넘어야 할 것이며 그 사이를 끼고 흐르는 무수한 깊은 강을 건너가야 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결국 그 길을 가게 될 것이라 본다. 방법은 모르겠으나 그래야만 길게 볼 때 우리 대한민국의 번영이 지속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 믿는다. 당장은 너무 막연하다, 막막하다, 북한은 우리에게 이래저래 너무나도 큰 부담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시리즈 글의 제목에 어디로? 란 표현과 함께 어떻게? 란 말을 집어넣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우리의 앞길은 멀고 구부러진 길, the long and winding road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