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다른 기대가 없었던 이번 하노이 회담

 

 

나 호호당은 이번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처음부터 아무런 기대가 없었다. 결렬될 것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으나 사실상 의미 없는 회담으로 끝날 거란 생각 때문이었다. (왜 그렇게 전망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선 조금 있다가 얘기할 생각이다.)

 

 

이번 회담에선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어야 했기에

 

 

작년 싱가포르에서 정상 회담은 비핵화를 해보자는 원칙적인 합의였지 그 이상의 내용이 없었다.

 

그 바람에 트럼프로선 약간 체면을 구겼고 미국의 야당으로부터 김정은에게 속고 있다는 비판을 꽤나 받았다. 그렇기에 이번 회담은 트럼프에게 있어 뭔가 실질적인 진도, 그러니까 비핵화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까지 진척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정상회담이 되어야 했다.

 

이번 회담 결과 알려진 바, 북한의 의도는 영변 핵시설을 포기하는 대가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11개 중에서 5개를 풀어달라는 것이었다. 북한 측 주장인 즉 일부 해제라고 했지만 그게 모두 2016년 이후의 강력한 신규제재로서 미국 입장에서 볼 때 그걸 풀어주는 것은 전면 해제나 다름이 없다. 뿐만 아니라 미국 입장에서 영변 해체만으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결정적인 문제였다.

 

트럼프는 최근 진행된 실무협상에서 원하는 바의 진척이 없는 것을 보고 이번 회담에선 사실상 합의를 포기했던 모양이다. 대신에 최후의 승부수를 준비했다, 만찬장에서 제시된 볼턴 보좌관의 서류가 그것이었다. 빅딜을 할 거면 하고 아니면 더 이상의 정상 간 합의는 없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 김정은 측에서 빅딜에 응하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더 이상의 북미 간 정상회담은 없을 공산이 크다.

 

이로서 비핵화 협상 자체가 결렬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내용과 북한의 그것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이상 여간해선 진척이 어렵게 되었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교착 상태가 시작된 셈이다.

 

 

너무나도 일관된 김씨 3대의 장기전략

 

 

이쯤에서 북한의 전략을 한 번 정리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북한의 전략은 아주 명확하다. 핵과 미사일을 만든 다음 그것을 지렛대로 해서 절대 강자 미국을 상대로 담판을 짓고 그로서 북한 체제의 안전과 번영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년 3월 이전까지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지속하면서 긴장상태를 높여가던 김정은의 깜짝 카드, 즉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담판을 지어보자는 제안은 돌발적으로 만들어진 전략이 아니다. 할아버지인 김일성으로부터 부친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에게까지 근 30년에 걸쳐 이어져온 김씨 3대의 일관된 전략의 필연적인 귀결이다.

 

그런 면에서 비핵화 협상은 북한 측에서 전혀 그만 둘 마음이 없다. 천신만고 끝에 만들어온 핵과 미사일의 목적 자체가 미국을 상대로 하는 담판용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선 미국이 초라한 독재국가 북한에게 눈길을 줄 까닭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저한 입장의 차이, 깊어지는 김정은의 고민

 

 

따라서 이번 담판 결렬로 인해 이제부터 김정은의 고민이 본격화되었을 것이다.

 

가진 것이라곤 핵과 미사일밖에 없으니 그걸 최대한 활용해서 얻을 것 다 얻고 취할 것 다 취해야만 하는데 미국은 초장부터 빅딜, 그러니까 다 내려놓을 것 같으면 잘 봐주겠다는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미국의 입장에서 볼 것 같으면 그 또한 충분히 이해가 간다. 영변을 폐기한다고 해서 북한의 핵 능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 마당에 핵심 제재 5개를 풀어주었다가 나중에 북한이 또 다시 예전의 입장으로 회귀할 것 같으면 그 때 가서 또 다시 안보리 제재 과정을 힘들게 답습해야 할 것이니 그렇다. 그럴 경우 또 다시 북한에게 당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고 미국의 위신과 체통이 서지 않는다.

 

 

북한은 크레딧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사실 북한의 접근법은 하나씩 주고받는 과정에서 상호 신뢰를 확보해가자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키고 그런 것들이 다져진 연후에 언젠가 궁극적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수십 년 동안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오는 과정에서 북한은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고 블러핑을 쳐왔다, 그런 까닭에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신용 즉 크레딧이란 무형의 자산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그나마 트럼프가 많이 밀어주는 편이다.

 

양자의 입장이 너무나도 차이가 난다. 그렇기에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현실과 마주치게 된 김정은이다.

 

 

자연순환의 이치에 근거하여 살펴보는 비핵화 전망

 

 

자, 이제 그러면 나 호호당의 생각과 전망을 얘기한다.

 

비핵화 과정에 대해 자연순환의 이치를 적용해볼 것 같으면 빠른 프로세스가 있고 중기적인 프로세스가 있을 수 있다.

빠른 것은 6개월에서 7.5개월 안에 끝나는 과정이다.

 

작년 3월 김정은의 제의로 시작된 비핵화 협상이 빠른 과정을 거쳤다면 6월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있은 뒤 9월에서 11월 중순까진 이른바 빅딜이 이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작년 9월경부터 협상은 오히려 교착상태로 들어갔기에 빠른 프로세스는 이미 작년에 실패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중기 프로세스가 된다. 이는 30개월에서 36개월에 걸치는 과정이다.

 

작년 3월부터 시작된 협상과정이니 이번 회담은 12개월이 경과한 시점이 된다. 하지만 중기 프로세스가 1년 만에 타결되는 법은 자연순환의 이치 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 하노이 회담에 대해 나 호호당은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잘 해야 중간의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 회담으로 끝나겠구나 싶었다.

 

36개월짜리 중기 과정에 있어서 결정적인 때는 24개월, 즉 2년이 경과한 시점이다. 이 무렵의 상황을 보면 결말을 거의 정확하게 예견할 수 있다.

 

따라서 내년 3월을 전후한 때가 이번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패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란 얘기를 한다. 그때 가서 실질적인 진척이 이루어질 경우 전체적인 마무리는 2021년 3월, 즉 36개월이 흐른 시점에 가서 있을 것이란 얘기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비핵화 협상이 잘 될 것인지 아니면 실패할 것인지에 대해선 나 호호당이 함부로 예단하긴 어렵다. 다만 이번 협상의 진행을 지켜보는 방법에 대해 얘기를 하는 것이고 빠른 과정이 실패했기에 중기 프로세스가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럴 경우 내년 3월경에 윤곽이 드러날 것이란 얘기이다.

 

 

60년 순환의 관점에서 살펴보는 전망

 

 

그러면 이제 북핵 문제에 대해 좀 더 큰 시간 스케일의 차원에서 정리해보자. 큰 흐름을 볼 경우 15년 단위로 체크하는 방법이 아주 유효하다.

 

1976년경으로 거슬러간다. 그 무렵은 우리나 북한 모두에게 있어 國運(국운) 상으로 향후 먹고 살 씨를 뿌려야하는 파종의 때였다. 다행히도 우리 대한민국은 당시 중화학 공업에 대한 거국적인 투자에 나섰다.

 

하지만 김일성은 별다른 일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 문제가 김일성의 잘못인지 아니면 사회주의라는 체제의 문제인지 그 여부는 단정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로서 남북의 체제경쟁은 사실상 1976년 무렵으로서 남한의 승리로 귀결이 났다는 점이다.

 

15년이 흘러 1991년이 되자 모든 상황은 확연해졌다. 우리 남한은 중화학 제품의 수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력이 나날이 신장되었던 반면 북한으로선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연달아 발생했다. 1991년 말 소련이 붕괴했으니 북한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고 덩달아 중국마저 대한민국과 친해지면서 급기야 1992년에 수교를 했다. 북한으로선 중국의 일대 배신이었다.

 

이에 김일성은 체제의 안전을 위해선 핵 개발밖에 없다는 단안을 내렸다. 바로 북핵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북한은 NPT에서 탈퇴했고 이로서 제1차 북핵 위기가 발발했다. 하지만 경제는 더더욱 낙후되었고 이에 설상가상 ‘고난의 행군’ 시절이 찾아들었다.

 

김정일은 위기 타개를 위해 당시 햇볕 정책의 김대중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여전히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 미국 정보당국에게 탄로 나면서 우리 측의 북한 지원은 미국에 의해 저지되었다.

 

1991년으로부터 다시 15년이 흘러 2006년, 급기야 북한은 핵실험을 단행했고 이로서 핵개발의 완성을 과시했다.

 

그러니 다음 단계는 2006년으로부터 15년이 흐른 시점, 즉 2021년이 된다. 앞에서 설명한 비핵화 중기 프로세스가 36개월짜리라고 했는데, 그 또한 최종 시점이 2021년 3월이 된다.

 

 

중기와 장기가 맞물리는 2021년을 기다려보자.

 

 

따라서 2021년은 45년에 걸친 북한체제의 서바이벌 게임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때이자 작년 3월에 시작된 비핵화 협상의 최종 시한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2021년 3월은 장기 흐름과 단기 흐름이 맞물리는 때란 얘기이다.

 

참고로 15년 단위로 살펴보는 방법의 이론적 근거는 60년 순환에 있어 15년은 하나의 계절을 뜻하기 때문이다. 1년에 있어 4계절은 각각 3개월인 것과 같다.

 

그러니 현재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이지만 너무 실망할 일은 아니라 본다. 일이 되려면 도중에 진통도 으레 따르는 법이니 그렇다. 내년 3월을 기다려서 그때 확인해보면 되겠다. (하지만 나 호호당이 온 감각을 동원해서 지켜보는 때는 금년 9월에서 11월이 된다, 그때야말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분수령인 까닭이다, 그게 왜 분수령이 되는지에 대해선 글의 분량 상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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