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장벽의 붕괴, 미소 냉전의 종말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은 1989년 11월 8일이었다. 그 다음 해 독일은 재통합되었고 미국과 소련 간의 오랜 냉전도 미국의 완승으로 끝이 났다. (2년 뒤인 1991년 말 소련의 돌연한 붕괴는 그저 에필로그였을 뿐이다.) 


그런데 정말로 희한한 것은 미소간의 냉전은 전 지구촌의 번영을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자신의 진영, 이른바 ‘자유진영’을 붙잡아 놓기 위해 무지막지한 서비스를 베풀었던 까닭이다. (우리 대한민국이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냉전의 산물이었다, 소련의 위협이 없었더라면 미국이 과연 우리 대한민국을 거들떠보기라도 했을까 싶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은 己巳(기사)년이었다. 그리고 올 2019년은 己亥(기해)년이다. 이제 30년이 흐른 것이다. 


늘 얘기한다, 세상은 60년을 하나의 주기로 해서 순환하고 있기에 30년이 흐르면 원주상의 위치, 즉 位相(위상)은 정반대가 된다. 



베를린 장벽 붕괴로부터 30년이 흘렀기에 등장하는 새로운 흐름



그렇기에 나 호호당은 1989년부터 시작된 ‘포스트 냉전 시대’가 올 해 11월로서 끝이 나고 이제 또 다른 글로벌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글로벌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면 대충 다음과 같을 것으로 여겨진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자유로운 運身(운신)이다, 셰일 가스와 막대한 천연가스를 통해 에너지 자급을 이룬 미국이기에 더 이상 중동에 개입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간 맡아온 글로벌 질서 유지의 책임 또한 이젠 명분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익에 근거해서 움직일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자면 최근 베네수엘라 문제가 있다. 예전에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때문에 미국은 신경을 써야 했지만 지금은 굳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명분을 만들어 개입할 수도 있겠고 다른 나라 내부 문제이니 모른 척 해도 그만인 것이다. (사실 이 대목에 관해선 별도의 글이 필요하지만 일단 그냥 넘어간다.)


그렇다면 나머지 나라들은 이제 알아서 각자의 안전과 질서를 책임지는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各自圖生(각자도생)!


또 하나 가능성이 아주 큰 변화는 이른바 인구 구조가 역 피라미드로 변하게 될 나라들, 대부분의 이른바 선진국들은 장기에 걸쳐 경제 불황과 침체를 겪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런 문제는 그렇지 않아도 영국의 탈퇴로 비틀거리고 있는 유럽연합(EU)에게 더더욱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 중국 또한 인구 구조가 무너졌기에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미국의 경우 여전히 신생아 출산이 왕성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은 가장 장래가 약속된 나라라고 하겠다. 


그리고 경제대국 중국의 쇠퇴는 필연적이란 사실이다. 그간 급속한 성장의 후유증으로 몇 년 안에 본격적인 침체 기조로 들어가게끔 되어 있는 중국이다. 중국이 힘을 쓰는 시절은 지금 우리의 눈앞에서 스쳐 지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과 관련해서



오늘의 글은 글로벌 전체적으로 새로운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런 얘기를 하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의 수출과 깊은 관련이 되기 때문이다. 


앞글에서 얘기했듯이 우리 경제의 한 축인 內需(내수)는 그야말로 희망이 없다. 투자/소비를 이끌어갈 인구 유입이 대폭적으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믿을 것은 역시 수출인 것이고 그렇다면 향후 우리의 수출 환경이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향후 글로벌 정세는 우리 수출에 있어서도 대단히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하게 된다. 


주요 선진국들이 경제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선 저마다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이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보호무역은 조만간 일반화될 것이란 생각이다. 블록(bloc)으로 엮어서 산업을 보호하는 한편 나머지 나라에 대해선 높은 관세를 매기는 방법 말이다. 



첨단기술과 제품만이 살 길이다.



그렇다면 수출을 유지하고 확대할 방법은 단 하나, 다른 나라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첨단 제품을 개발하고 만들어서 수출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보자면 현재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품은 전 세계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나라나 기업이 별로 없기에 각 나라가 비록 보호무역을 한다 해도 수입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더욱 희소식은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 본격적인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점도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미국이 에너지 수출을 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는 액화천연가스, LNG가 있다. LNG 운반선은 우리 조선업체들의 강점이 두드러진 분야라 하겠으니 장차 우리 조선 산업이 다시 힘을 내는 데 있어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중국은 품질불량으로 연신 퇴자를 맞고 있고 일본은 포기한 지 오래이다. 


그리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엘지화학의 배터리 사업이 있다. 특히 자동차 전지 분야는 장차 전기차가 일반화될 경우 향후 우리의 중요한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것이다. 그런데 묘한 대목은 미래의 자동차로서 현대차는 최근 수소차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나섰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전기차와 수소차가 상호 보완하는 형태로 간다면 그야말로 다행한 일이 아니겠나 싶다. 


개다가 아직까진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우리에겐 향후 기대해볼 수 있는 첨단 분야가 적지 않다. 산업용 로봇이라든가 삼성이 곧 출시할 폴더블 폰의 ‘폴더블’ 기술은 다른 쪽으로 많은 응용분야를 만들어낼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엘지전자가 최근 소개한 롤러블 OLED 텔레비전 또한 미래가 기대되는 신기술이란 점이다. 



글로벌 강소기업에 대한 기대



지금까지는 대기업들의 얘기였지만 사실 우리의 중소기업들 중에는 조만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등장할 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크게 희망적이다. 독일 경제의 강점을 얘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바로 그 글로벌 강소기업 말이다. 


대표적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급속도로 발전해오고 있는 기계/부품 산업이 그것이다. 글로벌 수준에서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만들어져가고 있는 것이다. 



자연순환의 이치로 풀이해본 그간의 변화와 전망



이제 글을 정리해보자. 


1989년 베를린 장벽의 철폐는 독일의 재통합에 직결되는 역사적 사건이었지만 동시에 자유진영의 리더인 미국의 찬란한 승리의 시점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로부터 파생된 사건과 일들을 자연순환의 이치에 근거하여 번 따라가 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60년의 순환에 있어 주요한 마디가 되는 자리들은 12라는 숫자이다. 동시에 18은 12의 1.5배이기에 또한 중요하다. 


1989년은 己巳(기사)년이었는데 12년이 흘러 2001년 빈 라덴에 의한 9.11 테러가 터졌다. 그로서 미국의 글로벌 세계를 대하는 근본 자세가 바뀌었으니 ‘테러와의 전쟁’이 그것이다. 동시에 그간 호황을 누려오던 미국 경제가 피로의 기색을 내보인 것도 바로 그 무렵이었다. 


미국은 돌연 이라크에 쳐들어갔고 아프간에도 개입했다. 그 바람에 미국은 지금까지도 중동에서 이어오고 있다. 무려 18년에 걸친 초장기의 전쟁이다. 그간 미국의 국력 소모가 엄청났음은 물론이다. 이에 최근 트럼프가 이제 철수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다.

 

1989년으로부터 18년이 흘렀을 때 미국은 결국 금융위기를 맞이했다. 그리고 그로서 전 세계가 경기 후퇴와 침체로 돌입했다. (그나마 양적완화라고 하는 초유의 조치를 통해 극단적인 상황은 회피했지만 말이다.) 


1989년으로부터 12의 배수인 24년이 흐른 2013년으로서 미국의 국운은 60년 순환의 입춘 바닥을 맞이했고, 그 결과 전혀 새로운 리더인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등장하게 되는 발판이 되었다. 


그리고 올 해 2019년은 1989년으로부터 30년이 흐른 해, 그렇기에 그때와는 정반대의 位相(위상)에 도달해있고, 그렇기에 새로운 글로벌 시대가 시작된다는 말을 한다. 


1989년으로부터 36년, 12년이 세 번 흐른 때, 2025년은 더욱 중요한 때가 된다. 지금 미국에서 시작된 흐름, 소련 붕괴 후에도 여전히 그리고 지나치게 나머지 세계와 나라들에 대해 개입하고 있던 것으로부터의 철수, 즉 글로벌 세계에 대한 선택적 손 떼기 또는 철수의 흐름이 본격화되는 시기가 되리라 본다. 


아마도 2025년 무렵은 주한미군의 문제에 대해서도 변동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비핵화가 잘 되어 남북한 간에 긴장이 완화될 경우, 또 중국이 무력해질 경우 그런 일이 있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또 그 무렵이면 현재 악화일로를 달리는 일본과의 문제도 잘 정리될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