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송광사의 으뜸으로 치는 풍경이다. 그림의 주인공은 육감정이란 정자이다. 六鑑亭(육감정), 불교에서 말하는 六根(육근), 눈과 귀, 코와 혀, 몸과 마음을 전부 동원해서 눈앞의 풍치를 제대로 한 번 鑑識(감식)해보시게나! 하는 이름의 정자이다.

정자는 돌기둥 위에 세워져 앞으로 나와 있고 정자를 뒤에서 안은 건물은 臨景堂(임경당), 경치를 마주 대하는 건물이란 뜻이다. 그림 중앙에 있는 무지개 다리는 凌虛橋(능허교), 허공을 날아가는 다리이고 그 위에 세워진 누각은 羽化閣(우화각)이다. 득도를 하면 날개가 돋아서 하늘로 올라가는 신선처럼 된다는 뜻이다. 羽化(우화)하면 凌虛(능허)하게 될 껄!

송광사는 대학 1학년, 그러니까 48년 전에 찾아가 며칠 묵고 온 적이 있다. 당시 송광사는 허름했다. 살림도 녹록치 않아서 일도 좀 거들어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나중에 많이 오겠지 했는데 그때 들은 잔소리가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여태 못 가고 있다. 한 번 가봐야 할 터인데 말이다.

연필로 기본 골격만 잡은 뒤 바로 붓으로 소묘했다. 성미가 급해서 바탕 스케치하기 엄청 싫어한다. 그런 것에 공을 들이면 이미 지쳐버린다. 하지만 붓칠은 나름 신중하게 했다. 즐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