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경쾌하게 그려보고 싶었다.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다가 프랑스 아비뇽의 옛 교황청 건물이 밝게 눈에 들어왔다. 사진은 여름이었으나 그림은 가을로 그렸다. 단풍진 나무로 말이다. 건물 윤곽의 가벼운 펜질과 물그림자의 경쾌한 붓질이 포인트.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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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때가 끝나고 차가운 때가 찾아드니



오늘은 霜降(상강)이었다. 대기 속의 수증기가 새벽녘 살짝 얼어서 무서리가 되어 내린다는 날이다. 며칠 사이 동풍이 불어 낮으론 약간 덥기도 했는데 이제 기온이 다시 한 단계 내릴 것이다. 


1년 사계절이지만 크게 여름과 겨울로만 나눌 것 같으면 지금이 바로 교절점이다. 4월 20일 경의 곡우부터 6개월 동안 따뜻한 날이 이어지고 지금 10월 24일 상강으로서 6개월 동안 찬 날씨가 이어진다. 그러니 따뜻한 때 끝나고 추운 때 시작되고 있다. 서풍과 북풍이 주로 불 것이고 중국 발 미세먼지로 매캐한 때가 시작되고 있다. 


날이 차가워지니 生産(생산)이 끝난다. 생산에는 열기 즉 열에너지가 필요하기에 그렇다. 



우리 국운의 차가운 계절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으니



돌이켜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60년 국운 순환에 있어 생산의 시기는 1977년부터 30년간 이어져서 2006년 말로서 끝이 났다. 그로부터 차가운 계절이 시작되었던 셈이다. 


국가에게 있어 생산이란 이른바 그 안의 사람들이 먹고 살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먹거리 산업”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무렵부터 우리는 중화학 공업 육성을 통한 수출 증대에 나섰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먹고 사는 주력산업들이 만들어졌고 또 그 바람에 나름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요즘 사람들을 보면 활력이 죽었다. 왜 그럴까? 사람은 예측하는 동물이고 앞날을 감지하는 존재인 까닭이다. 앞으로의 일이 영 시원치 않을 것 같아서이다. 


2007년부터는 사실상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전기차라든가 2차 전지, 바이오 등등의 미래 산업들 역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가고 있을 뿐이다. 


생산의 때가 끝나고 나니 희한하게도 신생아 수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생산은 뭐니 해도 출산이기에 사실 희한하다고 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40만명 대에서 오르내리더니 2010년 이후론 30만명 수준이 되었고 금년 혹은 내년엔 30만 이하로 떨어질 공산도 크다.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또한 솔직히 말해서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김영삼과 김대중, 양김으로 대변되는 시대야말로 뜨거운 정치의 계절이었다. 그 이후를 보면 민주화 운동권 세대 이른바 586세대 이후로는 정치 방면에 있어서도 신인이 등장하지 않고 있으니 그렇다. 586 세대가 기득권이 되어 아랫세대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정치 또한 생산적이지 않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노무현과 이명박 이후론 사실 기득권 정치가 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았고 현 문재인 대통령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상속을 받은 기득권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현 우리나라를 보면 모든 면에서 기득권이 철저하게 아성을 굳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득권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자한당이나 민주당이나 그런 점에서 동일하다는 면에서 볼 때 우리 정치 역시 생산성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모두 우리 대한민국이 이제 모든 면에서 생산적적이지 않은 나라, 늙어가는 국가가 되어버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번 10월로서 국운의 맹추위가 찾아들 것이니



이번 상강은 나름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금년 10월로서 우리의 국운이 60년 순환에 있어 본격 추위가 시작되는 小寒(소한)의 때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소한은 양력 1월 5일 경에 찾아오는 절기로서 맹추위가 시작되는 때이다. 그렇기에 이번 달부터 우리의 앞길에는 국운의 冬將軍(동장군)이 찾아온다고 보면 되는 까닭에 이번 상강이 각별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10월 초에 “비핵화 엔드게임”이란 글을 올렸다. 이달로서 비핵화 협상이 좌초되느냐 아니면 길을 여느냐가 결정되는 機樞(기추)의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상강까지도 그 어떤 극적인 진전의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평양에서 있었던 축구 시합만 봐도 그 얼마나 냉랭했던가, 실질적인 진척이 있었을 것 같으면 그랬겠는가. 


따라서 비핵화 협상은 결국 무위로 끝날 것이라 여긴다.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고 더러 아직도 계속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겠으나 나 호호당의 눈엔 이번 달로서 ‘실패’라는 계산서가 나왔다. 


10월 초 한 차례 스웨덴에서 한 차례 실무협상이 무위로 끝나더니 그만 그대로 김이 빠지고 말았다. 북한은 비핵화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이고 미국은 그런 북한을 상대로 제재 완화를 해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 바람에 우리 정부는 그 사이에서 이도저도 할 것이 없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도 미국의 트럼프는 내년 재선 때문에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협상을 이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서로 간에 마음이 없는 어설픈 시늉에 그칠 것이라 본다. 


트럼프에겐 기껏해야 미국 내 대선용일 것이고 북한 또한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확실한 약속을 얻어낸 마당이라 더 이상의 긍정적인 조치는 취할 마음이 없다고 보면 되리라. (미국에게 붙을 것처럼 행동한 결과 중국으로부터 체제유지비용을 확약 받고 다짐을 받은 북한이라 보면 된다.)


앞에서 얘기했다. 이번 10월로서 국운의 60년 순환에 있어 小寒(소한)의 때로서 이제 국운의 맹추위가 시작된다고. 


올 상반기 2% 대 성장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나왔을 때 나 호호당은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단정을 지었다. 이유는 더 이상 우리에게 열에너지, 즉 힘이 없기에 잠재성장률의 하락과 함께 플러스(+) 성장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을 했다. 


현 정부가 2018년부터 연이어 팽창 예산 또는 수퍼 예산을 편성해서 재정투입을 늘리고는 있어도 내년엔 1% 성장률도 만들어내긴 어려울 것이라 본다. 그 바람에 2017년의 3.2% 성장률이 마지막 불꽃놀이였던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모두 이번 10월로서 국운의 맹추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2022년이면 외국인 자금들이 우리로부터 떠나갈 것이니 그때가 되면 우리 국운의 60년 순환에 있어 가장 혹독한 추위인 大寒(대한)의 때가 찾아들기 때문이다. 



길고 긴 지지부진한 시기를 맞이하여



계산해보면 2007년부터 30년간 무기력하게 이어지다가 2037년이 되어야 되살아나게 될 우리의 활력이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은 계속해서 활력을 잃어가는 기간이고 이에 2022년 바닥을 친 뒤 다시 15년에 걸쳐 서서히 힘들게 활력을 되찾아갈 15년이다. 


그러나 이 고통의 기간이 의미가 없는 기간은 아닐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미 쓸모가 없고 생산성도 없이 그저 권력만 쥐고 있는 기득권들이 무너지고 사라져갈 것이며 그 자리를 새로운 신인들이 서서히 때론 급격하게 자리를 메워갈 것이다. 


그 사이에 실로 많은 것들이 변해갈 것이다. 10년 뒤만 해도 그 때 가서 지금을 되돌아보면 桑田(상전)이 碧海(벽해)가 되었네 하는 탄식이 나올 것이라 여긴다. 


오늘 이 글은 평소보다 약간 짧게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 글은 나 호호당 스스로에게도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는 기념이 될 것이라 여긴다. 10년 뒤에 가서 다시 이 글을 불러서 읽어보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참으로 많은 감회가 일어 어허! 하고 탄식하게 되진 않을까. 


글을 마치니 벌써 10월 25일 새벽 3시가 넘고 있다.




서산에 해지는데 새들이 둥지로 돌아가고 있다. 놀빛이 아름답다. 이미자의 황포돛대가 생각난다. 어린 시절엔 그런 노래가 후졌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이가 드니 뭐 난 체 할 것도 없고 그냥 좋다. 놀빛에 물든 배의 돛이라, 나 호호당도 이젠 인생의 황혼이라 그런가 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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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절 일어나 밥 먹고 차 마시고 그러다가 화실로 들어거니 가볍게 빨리 한 장 그려보고팠다. 울긋불긋한 색깔의 놀이를 해보자는 생각. 후다닥 칠했더니 제법 그럴 듯 하다. 이에 올린다. 가을 색깔놀이 다녀오셨는지.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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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동지 날 새 해를 맞이하고자 제자들과 함께 동해 낙산사 홍련암에 갔었다. 참 많이도 찾아갔던 홍련암, 그리고 낙산 비치. 사진을 다시 봐도 아름답다 싶어서 그려보았다. 겨울 바다, 내 가슴 속에 있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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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를 내리긴 했으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로 내렸긴 하지만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정상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진짜 어려울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된다는 말을 했다. 이번에 금리를 내리긴 했어도 그게 영 불편하다는 얘기이다.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장기 불황 더 나아가서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니 한은은 그런 것에 대비하기 위해선 금리인하 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어렵다고 금리를 자꾸 내리다 보면 정작 심한 불황이 닥칠 경우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금리를 내려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금리의 실효하한에 대한 논의도 무성하다. (최근 기사를 보니 우리의 경우 더 이상 금리인하로 인한 약발이 먹히지 않는 금리수준을 놓고 전문가들은 0.75%로 보고 있다.) 



불황인데 부동산 시세는 더 오르고 있으니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는 불황이고 성장력은 고갈되고 있는데 부동산 시세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낮다 보니 돈은 많이 풀렸는데 그 돈들이 갈 곳이라곤 오로지 부동산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에 대해 일본식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일본식 장기불황의 가능성이 있다는 논의가 많았다. 그러나 불황은 지속되는데 부동산 시세가 높다는 것을 보면 장차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위기는 일본식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1990년에 시작된 일본 거품 붕괴는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세에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시작되었고, 그 이후의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에 대해선 여러 주장이 제기되긴 했어도 아직까지도 그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닥칠 위기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양상일 것이니



나 호호당의 경우 우리에게 닥칠 경제위기는 일본 스타일과는 전혀 다를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있어 위기를 촉발시킬 요인은 단 하나,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때,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촉발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때 발생될 것이라 보고 있다. 


아무튼 그 요인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예단할 수 없지만 다만 그 시기는 2022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게 되면 한은은 금리(또는 환율)를 인상해야 할 것이고 그러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동산 시세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럴 것 같으면 모든 이들이 늘 얘기해오던 우리 경제의 뇌관, 즉 가계부채 문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장기불황이 먼저 시작되고-현재 이미 시작되었다는 지적도 많지만- 부동산 붕괴와 가계부채 문제는 그 다음에 올 수 있다는 얘기이다. 


외국인 자금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가 예상된다. 비핵화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미국과 북한 간에 험한 대치국면이 발생하거나 또 우리와 미국 사이의 동맹관계에 중요한 균열이 발생할 경우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것으로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가능성은 역시 외부요인에서 오는 충격이다. 



글로벌 불황이건만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는 글로벌 경제



며칠 전 IMF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8개국에서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있는 기업부채가 2021년이면 전체 기업부채의 40%가 되고 그 액수는 19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대변되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 정책이 기업들의 과도한 차입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최근의 글로벌 불경기는 이미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상황, 즉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이미 한계에 봉착한 마당이라 사실상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는



하지만 나 속으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이다. 미국이 현재 관세 문제를 가지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금융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은행들이 직접 중국으로 빌려준 대출 액수, 즉 중국에 대한 대출 익스포져(Loan Exposure)는 사실 그다지 크지 않다. 미국 은행들의 전체 해외 대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 미만이다. 미국 투자자들의 중국에 대한 투자 액수 역시 전체 포트폴리오의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싱가포르나 홍콩 등지의 은행들이 중계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흘러들어간 대출 액수는 어마어마하다. 액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다. 그저 추정치만 있을 뿐이다. 


2013-2016년 기간 중에 미친 듯이 부채를 늘린 중국



국제결제은행(BIS)이 수시로 발표하는 보고서 중에 보면 ‘신용-GDP 갭’이란 항목이 있는데, 이는 경제 성장과 민간 부채 증가의 비율을 장기적으로 살필 때 그 차이 즉 갭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BIS는 이 갭이 10%를 넘어서면 경제위기의 징후로서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시진핑이 주석이 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20% 이상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특히 2015년엔 무려 28%까지 치솟았었다. 거의 미친 짓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위기 징후를 감지한 중국 당국은 2017년부터 이 비율을 10% 이하로 떨어뜨리고 2018년 이후론 10% 미만의 정상 비율로 되돌아왔지만 이미 풀려나간 대출 즉 돈은 이미 너무 많다는 점이다. 


2013-2016년까지 4년간 지속된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무리한 신용 확장, 그 내용을 보면 대부분 국영기업에 대한 엄청난 대출이고 또 그 중에는 수익성 없는 SOC 건설 관련 대출이 엄청나게 많아서 장차 그 후유증을 모면하긴 어려운 것이다. 


최근 중국의 성장률이 지속 하락하는 것 역시 중국 당국이 이 비율을 크게 낮추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출이 줄어들자 성장률을 만들어낼 수 없는 중국인 것이다. 



미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지금 중국이 위기관리에 나서고는 있지만 그간의 누적액수로 보면 실로 엄청난 대출이 풀려나가 있는 중국인 셈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은행들을 통해 약간의 대출 회수에 나서기만 해도 중국은 즉각적으로 신용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대출회수에 나설 경우 물론 미국은행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 은행들은 주로 미국 민주당 편인 까닭에 차기 대선에서 어느 당 후보가 승리할 것인가에 따라 이 위기는 생겨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이어서 중국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금융을 통해 중국을 옥죄는 카드를 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중국은 즉각 신용위기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고, 중국의 신용위기는 그 자체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지금보다 더 험한 세계적인 경기악화와 불황을 촉발할 것이 명백하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자금에 대해서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줄여 말하면 전쟁을 치를 수 없는 미중간의 패권 경쟁이기에 현재의 무역전쟁과 환율 전쟁으로 여의치 않으면 금융이란 무기를 동원할 수도 있는 미국이란 점이다. 



독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며칠 전 어느 독자가 부동산 전망에 대해 질문해왔다. 이에 나는 그 문제는 그간에 글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점, 특히 금년 5월 13일자 “2022년부터 우리 증시의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 것이니”란 글을 올렸는데 그렇게 되면 부동산 시세가 견딜 수 있겠느냐는 답변을 했다. 


1992년 자본시장 개방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외국인 자금이기에 30년 즉 60년 순환의 절반이 흐른 시점이 되면 反轉(반전)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에서 그렇게 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 금융시장에 긴축이 발생할 것이고 이에 환율 상승과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니 그러면 당연히 부동산 시세도 하락할 수밖에. 


그런 면에서 최근 들어 젊은 층들이 전세로 지내느니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려는 경향이 상당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어쩌면 최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으리란 걱정도 든다.



급증하는 국가부채



현 정부 들어 역대 경제 관료들이 그동안 지켜오던 국가부채비율에 대한 기본 룰이 깨어졌다. 국가부채비율에 여유가 있다는 판단 하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초대형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특히 내년엔 총선이 있는 관계로 더할 것이다.

 

금리 수단은 이번 인하를 통해 사실상 여력이 줄어든 마당에 정부는 재정투입을 너무 쉽게 늘리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내부 요인이든 외부 상황이든 그 어떤 변수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앞에서 이주열 총재가 비상시에 대비한 금리정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으니 걱정이다. 멀지 않아 비바람이 불어 닥칠 판국인데 말이다. 올 가을 유난히 태풍이 많은 것을 지켜보면서 이 또한 하나의 징조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몇 년 전 가을 이 무렵 안동 하회마을에 들렀었다, 이른 아침 안동 근처의 마을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다, 두고두고 뇌리에 남아서 다시 찾아보았다, 사진 또한 일기장과 같아서 당시의 서늘함 바람과 바람 속에 실려오는 냄새가 다시 느껴진다, 그 느낌을 살려 그려보았다, 아름다운 아침의 안동.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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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늦은 밤 시간에 그린 그림이다. 저녁 빛을 받아 빛나는 알함브라 궁전을 그려보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노력해보았다. 나름 의도대로 된 것 같긴 한데 급하게 그리다 보니 건물의 윤곽이 조금 삐뜰하다. 하지만 참기로 한다. 좋은 점만 보기로 한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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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성 화가의 전시회를 보기 위해 오후 2시 조금 넘은 시각 집을 나섰다. 평창동이라 ‘길찾기’로 검색해보니 동작동 집에서 버스를 한 번 갈아타면 되는 코스였고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이었다. 이 정도면 나로선 도시 안의 여행이지 싶었다. 날도 좋고 해서 택시를 타지 않고 그냥 버스를 탔다. (택시요금은 2만3천 원 정도라 하니 2만원은 굳은 셈이다.)


동작대교를 건너 삼각지 쪽으로 해서 숙대입구 정류장에서 갈아탔다. 모처럼의 강북 행이고 특히 평창동 쪽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밝고 화창한 가을 날씨라서 눈이 즐거웠다. 자하문터널을 지날 무렵엔 遠征(원정)을 가는 느낌마저 들었다. 


눈에 익은 세검정 정자와 개울 저쪽 산언덕의 가을색도 고왔다. 버스가 평창동 고갯길로 접어들자 “야, 진짜 오랜만이네!” 하고 탄성이 나왔다. 평창동 쪽은 거의 20년 정도는 되었을 것이다. 


버스에서 내려 횡단보도를 건너 언덕길을 올랐다. 허리 교정을 받고 있어 약간 자신감도 생겼던 터라 성능(?)을 시험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라면 당연히 택시를 탔겠지만 버스를 택한 이유도 이런 까닭에서였다. 


북한산 자락을 올려다보면서 걷다보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하늘의 구름 보는 재미가 즐거웠다. 뭉게구름 위로 비늘구름이 깔렸고 더 위로는 새털구름이 실오라기처럼 풀어져가고 있었다. 주택가의 길이었지만 산도 가깝고 해서 혼자만의 소풍에 나선 기분이었다. 


목적지는 누크 갤러리였다. 정직성 작가의 수물 두 번 째 전시전이라 한다. 정직성 작가는 자연순환운명학 강좌에서 만나 인연이 되었지만 나 호호당이 그림에 관심이 큰 터라 더 각별하게 느끼는 인생 후배이다. 


도록에서 작품의 이미지를 이미 보았지만 역시 실물은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이번에 작가는 특별히 나전칠기로 된 작품, 옷칠과 영롱한 빛깔의 자개를 박아서 만든 작품들을 소개했는데 실물을 대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훕-하고 숨을 들이켜야 했다. 


가장 큰 작품은 흑단색의 옻칠 바탕 위로 은하수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자잘한 자개 조각들이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고 작품 전체는 굽이치는 파도의 형상이었다. 큰 자개는 파도였고 작은 자개조각은 파도 위로 튀어 오르는 泡沫(포말)이었다. 


사진을 아무리 잘 찍어도 원작의 실물감과 디테일을 살려낼 순 없는 법. 작품 앞에 서면 작가가 느껴지지만 이미지 앞에선 그럴 수가 없다. 와보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프랑스 오르세이 미술관을 찾아갔을 때 알게 되었다. 고흐나 세잔, 드가, 로트렉 등의 작품을 접하는 순간 그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잘 알 것 같은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물론 그건 착각이고 환상이었겠지만 말이다. 


나전칠기 작품을 본 뒤 작가의 통상적인 작품, 캔버스에 아크릴과 유채로 된 그림 중에 한 작품이 오랫동안 내 눈길을 끌었다. 이른 봄의 매화 그림이었다. 바탕칠은 블루였고 그 위에 연분홍의 매화가 검은 가지에 매달려 바람에 날리고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꽃과 푸른 허공 사이에 슬쩍슬쩍 회색조의 그린, 풀색이 자리하고 있었다. 꽃과 가지 사이로 비치는 바탕은 블루와 그린이었던 것이다. 초봄 찬바람을 견디는 쑥이나 냉이가 떠올랐다. 초봄이면 냉잇국이 절로 당기는데. 


몇 년 전 강원도 작은 절의 주지로 지내는 스님을 찾아갔더니 스님이 냉이차를 내놓았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며칠 동안 눈이 맑아졌다. 혈압을 내리고 눈에 좋다더니 헛말이 아니었다. 언젠가 인도 고산지대에서 나는 오리지널 다즐링을 마셨을 때도 눈이 맑았는데 냉이차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손님들이 몇 찾아왔다. 작가와 관장님이 그분들을 응대해야 했기에 잠시 한 대 피울 겸 해서 갤러리 바깥으로 나왔다. 다시 하늘 구경. 


나이 들면서 호호당의 즐거움 중에 가장 큰 것이 매일 매일의 하늘 구경이다. 운명 순환의 입춘을 지나면서부터 더욱 그렇다. 늘 변하는 터라 같은 하늘은 없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날을 제외하면 말이다. 오늘은 맑았지만 구름도 적지 않았다. 몇 년 전 서양 과학자가 쓴 구름에 관한 책도 읽었기에 제법 구름을 볼 줄도 안다. 


떠가는 구름이고 빛은 시시각각 변한다. 빛이 순간순간 변한다는 사실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지낸다. 하지만 야외에 나가서 그림 한 장을 그려보면 충분히 알게 된다. 야외 사생은 빨라야 한 시간은 걸리는데 그 사이에 빛의 상태는 변해도 너무 심하게 변한다. 


가령 대상의 배경을 짙은 블루 그레이로 칠했는데 어느새 붉은 그레이로 변해있다. 주인공이 되는 대상의 빛나는 얼굴이 금방 어둡게 변해있어 당황할 때도 있다. 그런 까닭에 야외 사생은 처음 그리기 시작할 때의 기억에 의지해서 그리게 된다. 빛의 상태가 심하게 변해가기 때문이다. 야외 사생은 스피드 작업일 수밖에 없고 바쁘다. 


동일한 하늘과 구름을 본 적이 없다. 비슷하긴 하지만 모두가 다르다. 그러니 물리지가 않는다. 마냥 하늘을 보고 있어도 즐겁다. 이런 날엔 버스를 타도 책을 들고 나서지 않는다. 하늘 구경하느라 바쁘다. 


북한산 자락에 서있다 보니 멀리 서울 시내 건물들의 실루엣이 연한 보랏빛으로 보였고 그 위로 뭉게구름 한 뭉치가 크게 드리워져 있었다. 아름다웠다. 나는 無常(무상)한 것들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하는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그렇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은 무상한 것들이다. 늘 같지 않고 늘 변해가며 시간이 지나면 있던 그곳에 없는 것들을 사랑한다. 산과 바위 역시 그러하다. 늘 거기에 떡 하니 버티고 섰는 것 같지만 시간 속에서 계절 속에서 늘 변해간다. 그래도 그것들은 오래 그곳에 머문다. 


그러나 생명을 가진 것들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순간에 변해가고 흩어져가는 구름들보다야 오래 머물지만 시간에 대한 느낌은 상대적인 것, 늘 내 곁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아도 어느새 멀어져가고 떨어져간다. 


문득 9년 전에 이별한 강아지가 생각났다. 말티즈였는데 이름은 가을이, 날이 가을이라서 떠올랐나 싶기도 하다. 산책 갔을 때 쾌활하게 웃던 모습 그리고 죽기 전 마지막으로 꼬리를 한 번 쳐주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가을이가 죽던 날 일 때문에 외출하는 나에게 마지막으로 꼬리를 한 번 털썩- 쳐주던 모습이 생각났다. 고개를 들어보니 흰 뭉게구름 사이로 놈의 웃는 모습이 보였다. 


이럴 땐 늘 해주는 말이 있다. 가을아, 잘 있지? 그곳은 편안하지? 아빠도 잘 지내고 있어. 


내가 그 놈을 기억하는 한 그 놈은 죽었긴 해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 모두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생명이란 기억해주는 이가 없을 때 비로소 사라지고 소멸한다. 


맑은 바람을 쏘이며 피우는 담배는 유난히 맛이 있다. 평창동 주택가, 지나가는 이도 없으니 더욱 좋다. 하늘을 보다가 생각나는 것이 또 있었다. 앞에 보았던 나전칠기로 된 파도그림과 포말 때문이었으리라. 


강원도 홍련암 앞의 거센 파도, 겨울이면 거센 파도가 친다. 거대한 물거품과 포말이 검은 바위를 뒤덮는 광경을 보면서 개체로서의 생명이란 저런 것이구나 하는 느낌 또는 깨달음을 얻었던 기억이 났다. 


바위에 부딪친 파도는 무수한 포말을 만들어내고 그 하나하나는 물방울이 되어 잠시 허공을 나른다. 그 순간 그 물방울들은 하나의 생명이 된다. 개체이니 하나의 생명이라 간주해도 된다. 그러다가 잠시 후 바위 위로 떨어져서 물로 흘러들어가고 어떤 놈은 바로 물로 들어간다. 저건 죽음이라고 할 수 있다. 


크게 하나로서의 물에 합쳐지면 그건 그냥 물이지 개체가 아니다. 생명이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저 커다랗게 하나로서의 물은 무어라 할 수 있을까? 죽음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니 無(무)라 할 수도 없다. 그냥 근원이라고 해야 할까. 생명의 근원, 커다란 수수께끼. 


나 호호당은 1955년, 지금으로부터 64년 전에 물방울이 되어 하늘을 비상하기 시작한 셈이다. 지금은 방향이 오르는 쪽이 아니라 떨어지는 쪽이다. 언젠가 떨어질 것이니 그 순간을 죽음이라 한다면 허공을 날고 있는 이 시간은 삶인 것이다. 


그 사이를 두고 긴 시간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시간은 앞에서처럼 상대적이다. 길다 하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홍련암 앞의 물방울이 허공에 떠있는 시간도 마찬가지. 니나 내나. 


가을 하늘에 떠있는 구름의 시간도 마찬가지, 지켜보다 보면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미세한 얼음 알갱이로 이루어진 새털구름은 금방 생겨나고 금방 사라진다. 높은 창공에서 실타래처럼 풀어져서 순식간에 허공 속으로 녹아버린다. 


찾아왔던 손님들이 떠나가자 갤러리는 마감을 했고 정직성 작가는 나를 차로 태워다 주었다. 헤어진 뒤 작업실로 들어가면서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었구나 싶었다. 좋은 작품을 감상했고 10월 중순의 하늘을 메우고 있는 구름들과 투명한 하늘의 푸른 저 빛을 한껏 즐겼으니 무얼 더 바라랴! 오늘 하루 또한 일생을 통해 절정의 하루였던 것이다. 


가을 소풍이었다. 일생 또한 소풍과 같으리라.


양평 근처 한강 풍경이다. 가볍게 스케치하듯 그렸다. 건너편 산의 붉은 색이 조금 과하게 나왔다. 카메라 색깔 보정이 잘 되지 않아서 눈에 거슬리지만 그냥 올린다. 뭐 어쩌리. 그래도 가을 느낌이 살아있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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