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의 대결로 인해 생겨난 어려운 상황

 

 

한 주 동안 글을 올리지 못했다. 조국 장관 일이 뭐라고, 그게 내 일도 아니건만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참 희한한 일이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얘기를 해볼까 한다.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글로벌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험악해졌다는 점, 특히 중국과 미국의 대결구도로 인해 생겨난 새로운 상황은 향후 우리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 시점에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이 금융위기로 인해 힘들어졌고 반면 중국은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중국의 패권 추구와 미국의 대응 전략

 

 

이에 2012년 새로운 중국공산당 영수로 등장한 시진핑은 취임 일성으로 ‘중국몽’을 주장했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의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였다. 그러면서 시진핑은 이제 서태평양과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물러날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고 미국이 떠난 아시아 지역은 당연히 중국이 패권을 잡겠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미국은 즉각 ‘피봇 투 아시아(Asia To Asia)’ 전략을 채택했고 이에 두 강대국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었다. 이 전략은 중국의 부상과 도전에 대비해서 인도양과 동아시아 그리고 태평양을 연결하는 거대한 중국 포위망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의 의도는 우리 대한민국을 포함해서 일본과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를 연결하고 베트남과 싱가포르, 필리핀 등의 기지를 활용하는 포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기존의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확대 개편하고 미국, 일본, 인도, 호주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안보대화를 제도화해가고 있다. 명칭은 Quad(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이와 관련해서 우리의 입장을 좀 얘기하면 중국이 경제 문제에서 우리에게 너무나도 비중이 큰 존재이기에 그동안 우리는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었는데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은 정상회담 자리에서 미국의 노력에 동참할 것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바람에 중국과는 더 소원해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미중 대결 구도에 북핵 변수까지 본격화되니

 

 

이처럼 미국과 중국이 맞서는 판국에 또 하나의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으니 김정은의 등장과 핵 공격 위협이다.

 

김정은은 부친 김정일의 사망 이후 권력을 이어 받은 뒤 연이은 핵 실험을 통해 2017년엔 공식 발표를 통해 대륙간탄도탄(ICBM)에 탑재 가능한 수소폭탄 실험에 완전 성공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실험도 이어가면서 북핵 위협은 구체화되었다. 우리에게만 위협이 아니라 이젠 미국까지도 그 대상이 된 것이다.

 

 

사드 도입과 중국의 보복 조치

 

 

북핵 위협이 갈수록 노골화되어가자 미국은 2014년 6월부터 한국 내 사드 배치를 박근혜 정부에게 요구해왔다. 미국으로선 주한미군이 북핵 위협의 사정권에 들어간다는 차원에서 사드 배치를 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주한미군의 철수도 검토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었기에 결국 그 해 7월 들어 배치를 결정하게 되었다.

 

그런데 사드 배치는 북한의 위협에만 대비하는 용도가 아니었기에 중국은 극력 반발로 나왔다. 사드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1천 킬로미터로서 중국이 우리가 만주라고 부르는 곳인 중국 요녕성 심양에 배치한 중국 중거리 전략 미사일 핵심 전력의 탐지와 요격도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참으로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중국은 우리 경제 특히 수출에 있어 중요한 파트너인 까닭에 중국의 입장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렇다고 핵심 동맹국인 미국을 등한시할 순 없는 난처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사드 배치에 대해 당시 야당과 국내 좌파 세력이 맹렬히 반대하고 나섰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내 정치 투쟁을 위한 용도였을 뿐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사드 반대 투쟁은 봄눈 녹듯이 사르륵 소멸되고 말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드 배치 이후에도 북한은 핵 실험을 계속했고 핵탄두를 모든 운반수단에 탑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해군은 서해에서 랴오닝호 항공모함과 수십 척의 함대가 사상 최초로 실탄 사격훈련을 실시하면서 우리에 대해 무력시위를 펼쳤으며 그밖에도 연이어 우리에 대해 갖은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더니 사드가 실제 배치된 2017년 3월부터는 이른바 ‘사드 보복’을 시행했다.

 

하지만 대중 포위망 구축을 위해 미국 오바마 정권은 당시 박근혜 정부에게 일본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이른바 지소미아)을 체결할 것을 주문해왔고 이 또한 2016년 11월에 체결되었다.

 

이로써 2015년 중국의 천안문 전승행사 참석과 삼성전자 서안 공장 건 등의 친중 정책을 통해 북한 핵을 억제시키려던 박근혜 정부의 모든 대북 정책은 사드 배치와 지소미아 체결로 인해 무위로 돌아가고 말았다. 미국의 요구 또는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트럼프의 등장으로 더욱 어려워진 우리의 입장

 

2017년 미국엔 트럼프 정권이 들어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전의 대 중국 포위망 구축 전략을 가일층 강화해가는 한편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시작했다.

 

그런데 트럼프는 이전의 글로벌 리더 미국의 대통령들이 취했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택했다. 미국과의 장사에서 흑자를 보이고 있는 나라들을 옥조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물론이고 우리와 일본, 독일에 대해서도 조속히 균형을 맞출 것을 요구해오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우리와 일본 독일에 대해 방위비 현실화를 서슴없이 주장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냉전 이후 유지되어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근간이 흔들거리고 있다. 여기에 영국마저 브렉시트로 빠져나가면 유럽의 안보지형은 대단히 취약해진다. 트럼프는 세계무역기구(WTO)도 전혀 쓸 모 없다면서 맹비난하고 있기에 우리 역시 조만간 농산물 시장에 대한 개도국 지위의 특혜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F-35를 구매해야만 미국의 동맹국 자격을 얻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국 포위망 구축에 있어 F-35 스텔스 전폭기를 최대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전폭기는 일종의 殺手(살수) 무기라고 하겠다.

 

얼마 전 미국의 태평양 공군사령관은 2025년까지 한국, 일본 등 인도와 태평양 지역에 F-35 전폭기를 220여대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중 75%는 미국이 아닌 동맹국들이 보유하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미국과 동맹국들 간의 상호운영 능력(interoperability)을 갖추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미국만 비용을 대는 것이 아니라 동맹국들도 공동 분담하고 공동으로 작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는 미국의 새로운 전략인 셈이다. 반대로 말하면 F-35 전폭기를 갖추지 않는 나라는 동맹국의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는 선포나 다름이 없다 하겠다. 이에 따라 우리 역시 당초 40대 도입에서 60대로 추가 구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F-35 스텔스 전폭기가 국내에 배치될 경우 북한 전역은 물론이고 중국의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 바다에 면한 주요 도시들과 전략시설까지 타격 범위 안에 모두 들어간다는 점에서 중국은 긴장하고 있다. 얼마 전 북한이 이 전투기의 도입에 대해 강하게 항의한 것 역시 중국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중거리 미사일 배치 문제

 

 

또 하나 트럼프가 들고 나온 안건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이다.

 

사실 이 조약은 미국과 옛 소련 간에 체결한 조약으로서 이를 통해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을 전량 폐기했었다. 그런데 중국이 중거리 핵미사일을 다량 실전 배치하고 러시아도 다시 실전 배치하는 것에 대해 미국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의 경우 ICBM은 그 숫자가 80기에 불과하지만 중거리 미사일은 무려 1,150기에 달하고 있다. 이에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중거리 미사일을 빠른 시간 안에 재배치하기로 결정하고 배치 장소로서 아시아의 경우 우리나 일본을 상정하고 있다. 그러니 이 문제 또한 우리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사드 보복을 생각해보라.

 

 

일본의 재무장을 지원하는 미국

 

 

미국의 대 중국 포위망 구축에 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안이 일본의 개헌 문제이다. 징병제도가 실시되면 군대갈 것을 우려하는 일본 젊은 층의 반대가 강력하긴 하지만 미국 정부는 장차 중국을 견제하고 동시에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일본의 재무장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점에 대해 중국과 북한, 물론 우리도 반발하고 있다.

 

 

중차대한 고비에 들어선 비핵화 협상

 

이제 북한 문제를 얘기해보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모두 준비 완료한 상태에서 작년 3월부터 시작한 미북간의 비핵화 협상이다. 우리에게는 더 없이 중요한 사안이다. 얼마 전의 글 “비핵화 엔드게임”을 통해 이번 협상이 사실상의 마지막 국면이란 점을 대해 얘기했다. 11월 8일 입동 전까지 어떤 돌파구가 열리지 않으면 비핵화 협상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형국이란 얘기였다.

 

다음 달 입동이 얼마 남지도 않은 터라 이제 정말로 막판에 온 셈인데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으니 나 호호당은 혼자서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비핵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반도를 평화 국면으로 이끌려는 문재인 정부의 노고 역시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협상이 결렬되고 나중에 혹시라도 북한 체제가 무너질 경우 남북이 온전히 통일되는 길보다는 다른 흉흉한 시나리오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일례로서 중국은 즉각적으로 군대를 투입해서 원산을 점령하는 비상 계획을 준비해놓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현재 서해 바다로 막혀있는 중국이기에 원산을 차지할 경우 동해로 진출할 수 있는 전략적 이점을 노리고 있는 중국인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 중국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지도 아직 모른다. 자칫 미중간의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12년부터 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한 우리의 주변 안보 환경

 

 

이처럼 우리 대한민국은 시진핑이 들어선 2012년부터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있다. 중국의 패권 추구와 그를 막으려는 미국의 전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한반도로 변해버린 것이다.

 

여기에 일본의 재무장, 북한의 핵 위협, 또 기회만 있으면 숟가락을 얹어보고자 기회를 엿보는 러시아. 게다가 금년 여름부터 우리와 일본은 관계가 대단히 나빠졌고 미국은 한미일 공조 체제 복원을 위해 지소미아를 원상회복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오고 있으며 또 한편으론 방위비 증액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또 중거리 미사일 배치 건도 조만간 대두될 것이다.

 

다시 얘기지만 이 모든 것이 2012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대로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2년이 되면 우리를 둘러싼 동북아시아의 力學(역학)관계가 가일층 험악해질 것 같아서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바라건대 이번에 결렬된 미북 실무 협상이 11월 8일 입동 전까지 돌파구를 만들어낼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꽤나 긴 글이고 무거운 글이었지만 우리 모두 알아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썼다.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