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내리긴 했으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1.25%로 내렸긴 하지만 이래저래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이주열 총재는 최근 기준금리 정상화에 대해 언급하면서 진짜 어려울 때 쓸 수 있는 카드가 있어야 된다는 말을 했다. 이번에 금리를 내리긴 했어도 그게 영 불편하다는 얘기이다.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장기 불황 더 나아가서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니 한은은 그런 것에 대비하기 위해선 금리인하 여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지금 어렵다고 금리를 자꾸 내리다 보면 정작 심한 불황이 닥칠 경우 대응수단이 없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더 금리를 내려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금리의 실효하한에 대한 논의도 무성하다. (최근 기사를 보니 우리의 경우 더 이상 금리인하로 인한 약발이 먹히지 않는 금리수준을 놓고 전문가들은 0.75%로 보고 있다.) 



불황인데 부동산 시세는 더 오르고 있으니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는 불황이고 성장력은 고갈되고 있는데 부동산 시세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가 낮다 보니 돈은 많이 풀렸는데 그 돈들이 갈 곳이라곤 오로지 부동산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에 대해 일본식 거품 붕괴에 대한 우려 그리고 일본식 장기불황의 가능성이 있다는 논의가 많았다. 그러나 불황은 지속되는데 부동산 시세가 높다는 것을 보면 장차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위기는 일본식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1990년에 시작된 일본 거품 붕괴는 금리인상이 부동산 시세에 엄청난 충격을 주면서 시작되었고, 그 이후의 장기 불황과 디플레이션에 대해선 여러 주장이 제기되긴 했어도 아직까지도 그 정확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닥칠 위기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양상일 것이니



나 호호당의 경우 우리에게 닥칠 경제위기는 일본 스타일과는 전혀 다를 것이란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있어 위기를 촉발시킬 요인은 단 하나,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때,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촉발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때 발생될 것이라 보고 있다. 


아무튼 그 요인이 무엇이 될 것인지에 대해선 예단할 수 없지만 다만 그 시기는 2022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게 되면 한은은 금리(또는 환율)를 인상해야 할 것이고 그러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부동산 시세에 즉각적인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럴 것 같으면 모든 이들이 늘 얘기해오던 우리 경제의 뇌관, 즉 가계부채 문제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장기불황이 먼저 시작되고-현재 이미 시작되었다는 지적도 많지만- 부동산 붕괴와 가계부채 문제는 그 다음에 올 수 있다는 얘기이다. 


외국인 자금이 우리 금융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는 요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가 예상된다. 비핵화 협상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미국과 북한 간에 험한 대치국면이 발생하거나 또 우리와 미국 사이의 동맹관계에 중요한 균열이 발생할 경우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것으로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가능성은 역시 외부요인에서 오는 충격이다. 



글로벌 불황이건만 사실상 아무런 대책이 없는 글로벌 경제



며칠 전 IMF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8개국에서 채무 불이행(디폴트) 위험이 있는 기업부채가 2021년이면 전체 기업부채의 40%가 되고 그 액수는 19조 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양적완화로 대변되는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 완화 정책이 기업들의 과도한 차입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최근의 글로벌 불경기는 이미 금리가 사상 최저로 떨어진 상황, 즉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이 이미 한계에 봉착한 마당이라 사실상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시나리오는



하지만 나 속으로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대응책이다. 미국이 현재 관세 문제를 가지고 중국을 압박하고 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금융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은행들이 직접 중국으로 빌려준 대출 액수, 즉 중국에 대한 대출 익스포져(Loan Exposure)는 사실 그다지 크지 않다. 미국 은행들의 전체 해외 대출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 미만이다. 미국 투자자들의 중국에 대한 투자 액수 역시 전체 포트폴리오의 1.5%에 불과하다. 


하지만 싱가포르나 홍콩 등지의 은행들이 중계하는 방식으로 중국에 흘러들어간 대출 액수는 어마어마하다. 액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한다. 그저 추정치만 있을 뿐이다. 


2013-2016년 기간 중에 미친 듯이 부채를 늘린 중국



국제결제은행(BIS)이 수시로 발표하는 보고서 중에 보면 ‘신용-GDP 갭’이란 항목이 있는데, 이는 경제 성장과 민간 부채 증가의 비율을 장기적으로 살필 때 그 차이 즉 갭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BIS는 이 갭이 10%를 넘어서면 경제위기의 징후로서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시진핑이 주석이 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무려 20% 이상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특히 2015년엔 무려 28%까지 치솟았었다. 거의 미친 짓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위기 징후를 감지한 중국 당국은 2017년부터 이 비율을 10% 이하로 떨어뜨리고 2018년 이후론 10% 미만의 정상 비율로 되돌아왔지만 이미 풀려나간 대출 즉 돈은 이미 너무 많다는 점이다. 


2013-2016년까지 4년간 지속된 무모하다 싶을 정도의 무리한 신용 확장, 그 내용을 보면 대부분 국영기업에 대한 엄청난 대출이고 또 그 중에는 수익성 없는 SOC 건설 관련 대출이 엄청나게 많아서 장차 그 후유증을 모면하긴 어려운 것이다. 


최근 중국의 성장률이 지속 하락하는 것 역시 중국 당국이 이 비율을 크게 낮추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출이 줄어들자 성장률을 만들어낼 수 없는 중국인 것이다. 



미국의 대응 여하에 따라



지금 중국이 위기관리에 나서고는 있지만 그간의 누적액수로 보면 실로 엄청난 대출이 풀려나가 있는 중국인 셈이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은행들을 통해 약간의 대출 회수에 나서기만 해도 중국은 즉각적으로 신용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해있다. 


대출회수에 나설 경우 물론 미국은행들도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미국 은행들은 주로 미국 민주당 편인 까닭에 차기 대선에서 어느 당 후보가 승리할 것인가에 따라 이 위기는 생겨날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내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이어서 중국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 금융을 통해 중국을 옥죄는 카드를 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을 경우 중국은 즉각 신용위기 국면으로 들어갈 것이고, 중국의 신용위기는 그 자체만으로 한정되지 않고 지금보다 더 험한 세계적인 경기악화와 불황을 촉발할 것이 명백하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국내 금융시장에 머물고 있는 외국인 자금에 대해서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줄여 말하면 전쟁을 치를 수 없는 미중간의 패권 경쟁이기에 현재의 무역전쟁과 환율 전쟁으로 여의치 않으면 금융이란 무기를 동원할 수도 있는 미국이란 점이다. 



독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



며칠 전 어느 독자가 부동산 전망에 대해 질문해왔다. 이에 나는 그 문제는 그간에 글을 통해 여러 차례 밝혀왔다는 점, 특히 금년 5월 13일자 “2022년부터 우리 증시의 외국인 투자가 줄어들 것이니”란 글을 올렸는데 그렇게 되면 부동산 시세가 견딜 수 있겠느냐는 답변을 했다. 


1992년 자본시장 개방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외국인 자금이기에 30년 즉 60년 순환의 절반이 흐른 시점이 되면 反轉(반전)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요인에서 그렇게 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일이 있으면 우리 금융시장에 긴축이 발생할 것이고 이에 환율 상승과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질 것이니 그러면 당연히 부동산 시세도 하락할 수밖에. 


그런 면에서 최근 들어 젊은 층들이 전세로 지내느니 차라리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려는 경향이 상당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게 어쩌면 최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으리란 걱정도 든다.



급증하는 국가부채



현 정부 들어 역대 경제 관료들이 그동안 지켜오던 국가부채비율에 대한 기본 룰이 깨어졌다. 국가부채비율에 여유가 있다는 판단 하에 정부는 지속적으로 초대형 예산을 편성하고 있다. 특히 내년엔 총선이 있는 관계로 더할 것이다.

 

금리 수단은 이번 인하를 통해 사실상 여력이 줄어든 마당에 정부는 재정투입을 너무 쉽게 늘리고 있다. 지금 우리 경제는 내부 요인이든 외부 상황이든 그 어떤 변수에도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한 상태에 접어들었다. 


앞에서 이주열 총재가 비상시에 대비한 금리정상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으니 걱정이다. 멀지 않아 비바람이 불어 닥칠 판국인데 말이다. 올 가을 유난히 태풍이 많은 것을 지켜보면서 이 또한 하나의 징조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