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말이면 누구나 감회가 있을 것이니

 

 

새달이 되었다. 오늘 기온은 아침 11도 낮엔 20도. 며칠 뒤 8일 立冬(입동)이 되면 아침 5도, 낮엔 14도, 기온이 한 단계 더 내린다.

 

시월이 지났다. 누구나 감회가 많았으리라. 그런데 시월 말이면 왜 무슨 까닭에서 감회가 많은 걸까? 그 얘기로 시작해보겠다.

 

10월 24일 무렵의 상강이면 한 해 농사가 끝난다. 들판의 벼농사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것들의 한 해 생산이 끝이 난다. 12월 결산법인도 사실 시월이면 그 해의 윤곽이 정확하게 드러난다. 정치도 이 무렵이면 한 해 경영이 마감된다.

 

개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 무렵이면 한 해 동안 해왔던 모든 일이 사실상 마감이 된다. 그런데 가령 이런 질문을 해올 수도 있겠다. 나는 공무원 시험을 보는데 시험은 11월에 있으니 아직 결정된 것 아니지 않느냐 하는 질문이다.

 

이에 대해 답을 하자면 이렇다. 시험은 11월에 있어도 시험에 합격할 것인지 아니면 떨어질 것인지 하는 여부는 이미 시월로서 결정이 나 있다고 말이다. 붙을 정도의 실력이 되었으면 11월에 시험을 보고 그 결과 합격이 될 것이고 아닐 것 같으면 시험을 보기 전에 이미 본인이 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에게 미련이란 것이 있어서 부족한 줄 알면서도 혹시나 붙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서 가슴을 졸일 뿐이다.

 

11월 13일이 수능일이다. 하지만 수능에서 성공할 것인지 여부는 시월 상강으로서 이미 답이 나와 있다는 얘기이다. 놀랍게도 이 세상엔 僥倖(요행) 즉 뜻밖의 행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세상 모든 일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것이 나 호호당의 평소 지론이다.

 

 

시월 말로서 한 해의 생산이 끝나는 까닭에

 

 

그렇기에 시월이 지나면 누구에게나 많은 감회가 일게 된다. 한 해 경영이 그런대로 잘 이루어진 자는 성공의 뿌듯한 감회가 가질 것이고 그렇지 않은 자는 아쉬움과 함께 보다 복잡다단한 생각이 들 것이다. 시월을 보낼 때 우리 가슴 속에 이는 많은 생각들과 그로 인한 여러 복잡한 감정들은 결국 이 무렵으로서 한 해의 成敗(성패)가 결정되는 시기인 까닭이다.

 

그것이 울적한 마음 또는 憂愁(우수)라고 한다면 한 해를 헛되이 보냈다는 것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인 것이고 높아진 하늘 저 멀리 바라보면서 다시 포부를 품게 된다면 한 해의 노력에 대해 만족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실로 많은 것들을 기대하고 꿈을 꾸고 구상을 한다. 건강과 금전 재산, 출세, 연애, 결혼, 사업 성공, 취업, 승진 등등 단순한 것도 같지만 실은 우리 모두 많은 것들을 희망하고 욕망한다.

 

그런 모든 것들이 시월 말이면 누구나 저절로 한 해를 평가하게 되기에 이 무렵이면 감회가 색다른 것이고 유난한 것이다.

시월 말이면 이 세상 모든 것의 한 해 경영이 성패의 윤곽을 드러내는 때.

 

그렇기에 우리의 최우선 관심사이던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도 시월까지 별다른 성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올 해는 헛되이 보낸 셈이다. 게다가 작년 3월부터 시작된 협상이기에 금년 9월에서 11월 초까지의 두 달 간은 결정적 고비였는데 아무런 것이 없으니 올 해만 성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 협상 전체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 역시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가 올 해 정치는 완전히 실패했다. 거의 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 관계도 그렇고 경제도 어려웠으니 이제 서서히 레임덕이 시작되고 있다. 내년부터 통치에 많은 어려움이 생각날 것이다.

 

 

국운의 상강이었던 2006년에 대한 기억

 

 

우리 국운의 순환, 60년에 걸친 순환에 있어 상강은 2006년 말에서 2007년 초 무렵이었다.

 

 당시 기억에 남는 일로서 노무현 정부가 특별히 잘 못 한 것도 없었는데 2006년 7월의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레임덕이 진행 중이었던 까닭도 있었겠으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을 한다.

 

국운의 상강이었기에 이제 더 이상의 성장과 발전이 없으리란 것을 전 유권자들이 감지했던 것이고 그에 따라 부와 성공을 향한 치열한 레이스도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있었던 까닭이라 본다.

 

사실상 그 때로서 양극화는 고착화되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도 극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그로 인한 우울증 또는 울분이 대통령과 집권당을 향한 원망으로 쏠렸던 것이라 본다.

 

 

2006년 경제성장률은 놀랍게도 5.3%였건만

 

 

2006년의 경제성장률은 놀랍게도 무려 5.3%였다. 올 해 성장률이 2% 미만인 것에 비하면 정말이지 대단히 높은 성장률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7%대 성장세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시 유권자들은 크게 불만을 가졌던 것이다.

 

우리 경제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잠시 강력한 회복세를 보였다가 그 이후 2011년부터 본격적인 불황으로 접어들었다.

 

정부의 재정투입과 저금리를 통한 소비진작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지만 올 해 2% 달성이 불가능해지고 내년 또한 정부가 대대적인 재정투입을 예고하고 있음에도 역시 2%대 성장률로 되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라 본다.

 

사실 2017년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시위 역시 그 바탕에는 불황과 취업난 그리고 양극화로 인해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것을 감지한 젊은 층의 반발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이리하여 국민들은 현 정권에 대해 다시 한 번 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소득주도성장정책은 효과가 없었거나 역효과였던 것 같고 공정과 정의 등에 대한 기대도 이번 조국 사태로 크게 흔들리고 말았다. 대통령은 그저 예산증대가 중요하다고 강변하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지내고 보니 2006-2007년만 해도 이른바 ‘봄날’이었던 것이니 참으로 격세지감마저 든다.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모두 시월이 지나 겨울이 오면 추울 것이란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 쌀쌀해지다가 어느 날 한파가 찾아들고 그로서 엄동의 겨울이 이어진다는 것을.

 

하지만 국운에도 그와 같은 계절이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모른다. 그렇기에 2006년 지방선거를 통해 울적한 심사를 표출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이후 상황은 점차 더 어려워져만 갔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신기한 사실은 사람들은 금방 잊어버리고 현실에 적응한다는 점이다. 이젠 우리 경제가 한 때 펄펄 약동했다는 사실마저 망각해버린 것 같다.

 

 

그럭저럭 이어지진 않을 것 같아서

 

 

올 해 10월은 한 해로만 보면 추운 계절의 시작인 것이니 이는 또 다시 내년 4월이면 따뜻한 계절로 되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국운의 60년 순환으로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2019년 10월 甲戌(갑술)월은 60년 순환에 있어 한 해로 치면 양력 1월 초의 小寒(소한)인 까닭이다.

 

해마다 1월 5일 경에 맞이하는 소한이다. 그야말로 한 겨울의 때이다. 향후 5년이 지나야만 비로소 국운의 쌀쌀한 초봄이 시작된다. 그러니 앞으로의 5년은 모든 것이 삭아들고 식어드는 세월이 이어질 것이다. 해마다 나오는 경제전망 역시 늘 지나고 나면 그보다 못한 실적을 보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냥 힘이 없어져가는 흐름이 아니라 지금으로선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위기국면이 시작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 호호당 눈에 우리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간당간당 위태롭게만 보인다. 2007년 이후 국운의 생산이 끝이 나고 지금은 그때의 힘으로 이어갈 뿐인데 이 또한 마냥 언제까지고 그럭저럭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2008년 말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

 

 

다시 돌아오자. 시월이 지났다, 2019년의 시월이.

 

앞의 생각들을 하다 보니 이번 겨울은 그냥 여느 때의 겨울이 아니라 더 추울 것만 같다. 오래 전에, 그러니까 프리스타일 코너 말고 그 이전에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기고했던 2008년 11월 17일자의 글 “다섯 개의 겨울 설산”에 장차 우리가 넘어야 할 국운의 겨울 설산이 다섯이라 말했는데 다음과 같다. (김태규 명리학 코너 361회 글이다.)

 

- 미국 금융위기로 촉발된 전 세계적 디플레이션

- 국내 부동산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경제 불황

- 중국 경제의 거품 소멸에 따른 문제

- 김정일 이후 북한의 붕괴 등 그에 따른 통일비용

- 우리 산업의 노후화와 수출 경쟁력 저하

 

10년도 더 흐른 현 시점에 와서 봐도 저 다섯 개의 설산은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 그 이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찍어낸 통화와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돈의 홍수를 이뤘지만 오히려 더 많은 문제점들을 파생시켰을 뿐이다. 가령 미중 무역전쟁과 같은 거 말이다. 게다가 우리 주변의 환경은 더 악화되고 있다.

 

각오를 다지고 힘을 내어야 할 때란 생각이 든다.

 

(참고로 11월 중에 홍콩 시위 사태는 그간의 흐름으로 볼 때 한 단계 더 악화되는 일이 발생할 것 같다는 얘기이고 그로 인한 악영향이 우리에게도 적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