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때가 끝나고 차가운 때가 찾아드니



오늘은 霜降(상강)이었다. 대기 속의 수증기가 새벽녘 살짝 얼어서 무서리가 되어 내린다는 날이다. 며칠 사이 동풍이 불어 낮으론 약간 덥기도 했는데 이제 기온이 다시 한 단계 내릴 것이다. 


1년 사계절이지만 크게 여름과 겨울로만 나눌 것 같으면 지금이 바로 교절점이다. 4월 20일 경의 곡우부터 6개월 동안 따뜻한 날이 이어지고 지금 10월 24일 상강으로서 6개월 동안 찬 날씨가 이어진다. 그러니 따뜻한 때 끝나고 추운 때 시작되고 있다. 서풍과 북풍이 주로 불 것이고 중국 발 미세먼지로 매캐한 때가 시작되고 있다. 


날이 차가워지니 生産(생산)이 끝난다. 생산에는 열기 즉 열에너지가 필요하기에 그렇다. 



우리 국운의 차가운 계절은 2007년부터 시작되었으니



돌이켜보면 우리 대한민국의 60년 국운 순환에 있어 생산의 시기는 1977년부터 30년간 이어져서 2006년 말로서 끝이 났다. 그로부터 차가운 계절이 시작되었던 셈이다. 


국가에게 있어 생산이란 이른바 그 안의 사람들이 먹고 살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먹거리 산업”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 무렵부터 우리는 중화학 공업 육성을 통한 수출 증대에 나섰고 그 결과 오늘날 우리가 먹고 사는 주력산업들이 만들어졌고 또 그 바람에 나름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기도 하지, 요즘 사람들을 보면 활력이 죽었다. 왜 그럴까? 사람은 예측하는 동물이고 앞날을 감지하는 존재인 까닭이다. 앞으로의 일이 영 시원치 않을 것 같아서이다. 


2007년부터는 사실상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전기차라든가 2차 전지, 바이오 등등의 미래 산업들 역시 대기업을 중심으로 해가고 있을 뿐이다. 


생산의 때가 끝나고 나니 희한하게도 신생아 수도 덩달아 줄어들고 있다.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큰 생산은 뭐니 해도 출산이기에 사실 희한하다고 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40만명 대에서 오르내리더니 2010년 이후론 30만명 수준이 되었고 금년 혹은 내년엔 30만 이하로 떨어질 공산도 크다.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또한 솔직히 말해서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김영삼과 김대중, 양김으로 대변되는 시대야말로 뜨거운 정치의 계절이었다. 그 이후를 보면 민주화 운동권 세대 이른바 586세대 이후로는 정치 방면에 있어서도 신인이 등장하지 않고 있으니 그렇다. 586 세대가 기득권이 되어 아랫세대의 등장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정치 또한 생산적이지 않다. 


노골적으로 말해서 노무현과 이명박 이후론 사실 기득권 정치가 되고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박정희의 정치적 유산을 물려받았고 현 문재인 대통령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을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 모두 정치적 상속을 받은 기득권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현 우리나라를 보면 모든 면에서 기득권이 철저하게 아성을 굳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득권 자체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 자한당이나 민주당이나 그런 점에서 동일하다는 면에서 볼 때 우리 정치 역시 생산성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모두 우리 대한민국이 이제 모든 면에서 생산적적이지 않은 나라, 늙어가는 국가가 되어버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번 10월로서 국운의 맹추위가 찾아들 것이니



이번 상강은 나름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점이다. 금년 10월로서 우리의 국운이 60년 순환에 있어 본격 추위가 시작되는 小寒(소한)의 때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소한은 양력 1월 5일 경에 찾아오는 절기로서 맹추위가 시작되는 때이다. 그렇기에 이번 달부터 우리의 앞길에는 국운의 冬將軍(동장군)이 찾아온다고 보면 되는 까닭에 이번 상강이 각별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10월 초에 “비핵화 엔드게임”이란 글을 올렸다. 이달로서 비핵화 협상이 좌초되느냐 아니면 길을 여느냐가 결정되는 機樞(기추)의 때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 상강까지도 그 어떤 극적인 진전의 징후도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평양에서 있었던 축구 시합만 봐도 그 얼마나 냉랭했던가, 실질적인 진척이 있었을 것 같으면 그랬겠는가. 


따라서 비핵화 협상은 결국 무위로 끝날 것이라 여긴다. 아직 게임이 끝나지 않았고 더러 아직도 계속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겠으나 나 호호당의 눈엔 이번 달로서 ‘실패’라는 계산서가 나왔다. 


10월 초 한 차례 스웨덴에서 한 차례 실무협상이 무위로 끝나더니 그만 그대로 김이 빠지고 말았다. 북한은 비핵화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이고 미국은 그런 북한을 상대로 제재 완화를 해줄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 바람에 우리 정부는 그 사이에서 이도저도 할 것이 없게 되었다. 


물론 앞으로도 미국의 트럼프는 내년 재선 때문에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협상을 이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건 서로 간에 마음이 없는 어설픈 시늉에 그칠 것이라 본다. 


트럼프에겐 기껏해야 미국 내 대선용일 것이고 북한 또한 이번 협상 과정에서 중국으로부터 확실한 약속을 얻어낸 마당이라 더 이상의 긍정적인 조치는 취할 마음이 없다고 보면 되리라. (미국에게 붙을 것처럼 행동한 결과 중국으로부터 체제유지비용을 확약 받고 다짐을 받은 북한이라 보면 된다.)


앞에서 얘기했다. 이번 10월로서 국운의 60년 순환에 있어 小寒(소한)의 때로서 이제 국운의 맹추위가 시작된다고. 


올 상반기 2% 대 성장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이 나왔을 때 나 호호당은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단정을 지었다. 이유는 더 이상 우리에게 열에너지, 즉 힘이 없기에 잠재성장률의 하락과 함께 플러스(+) 성장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 생각을 했다. 


현 정부가 2018년부터 연이어 팽창 예산 또는 수퍼 예산을 편성해서 재정투입을 늘리고는 있어도 내년엔 1% 성장률도 만들어내긴 어려울 것이라 본다. 그 바람에 2017년의 3.2% 성장률이 마지막 불꽃놀이였던 것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모두 이번 10월로서 국운의 맹추위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2022년이면 외국인 자금들이 우리로부터 떠나갈 것이니 그때가 되면 우리 국운의 60년 순환에 있어 가장 혹독한 추위인 大寒(대한)의 때가 찾아들기 때문이다. 



길고 긴 지지부진한 시기를 맞이하여



계산해보면 2007년부터 30년간 무기력하게 이어지다가 2037년이 되어야 되살아나게 될 우리의 활력이다. 2007년부터 2022년까지 15년은 계속해서 활력을 잃어가는 기간이고 이에 2022년 바닥을 친 뒤 다시 15년에 걸쳐 서서히 힘들게 활력을 되찾아갈 15년이다. 


그러나 이 고통의 기간이 의미가 없는 기간은 아닐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미 쓸모가 없고 생산성도 없이 그저 권력만 쥐고 있는 기득권들이 무너지고 사라져갈 것이며 그 자리를 새로운 신인들이 서서히 때론 급격하게 자리를 메워갈 것이다. 


그 사이에 실로 많은 것들이 변해갈 것이다. 10년 뒤만 해도 그 때 가서 지금을 되돌아보면 桑田(상전)이 碧海(벽해)가 되었네 하는 탄식이 나올 것이라 여긴다. 


오늘 이 글은 평소보다 약간 짧게 마무리한다. 하지만 이 글은 나 호호당 스스로에게도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의미가 있는 기념이 될 것이라 여긴다. 10년 뒤에 가서 다시 이 글을 불러서 읽어보면 과연 어떤 생각이 들까? 참으로 많은 감회가 일어 어허! 하고 탄식하게 되진 않을까. 


글을 마치니 벌써 10월 25일 새벽 3시가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