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나 호호당이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을 삼성폰의 AI 기능을 써서 영어 버전도 만들고 아울러 한글 요약본도 만들어서 내게 보여주었다.

 

꽤나 흥미로웠다. 영어 버전은 터무니없이 엉터리 번역이 있었지만 나름 수긍이 갔다. 그런데 요약본은 잘 만들어져 있었지만 아무런 힘이 없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진짜 핵심은 요약본 속에 표현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AI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요약이 갖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하겠다.

 

요약-영어로는 summary-으로는 철학이나 시적 정취, 그리고 에센스를 담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요약된 내용을 읽을 바엔 차라리 제목만 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처럼 우리의 삶도 요약되면 아니 된다. 누군가 당신을 요약하려 할 것 같으면 한사코 거부해야 한다. 가령 취준생들이 취업을 위해 많이 작성하는 것이 이력서인데 그게 바로 취준생의 삶을 요약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두 스스로 속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복잡미묘한가? 그런데 그걸 줄여서 몇 백자 이내로 요약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쓰긴 하겠으나 정말이지 속이 울렁거리면서 토가 나오려는 것을 참아야 한다.

 

옛날 비정한 독재자 스탈린이 말했던 것 같은데,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을 들여다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지만 가령 어떤 전쟁에서 120만 명이 죽었다고 표현하면 그건 통계자료가 되고 그로서 무덤덤해진다고.

 

삼성폰의 AI를 보니 요약을 무척이나 잘 해내고 있다. 이에 AI야, 나 호호당의 삶을 요약해줄래, 하고 요청하면 이런 리포트가 나올 것 같다.

 

“직장 잘 다니다가 그만 두고 나와서 운명을 연구한 결과 스스로 도사라고 떠들고 있음. 나이가 68세이니 오래 이 세상에 존재하지는 않을 것임.”

 

아니, 이게 뭐냐고, 나 호호당의 삶이 저렇게 시시하게 요약 당한다면 되겠는가 말이다. 그러니 역시 AI에 대해 경계심을 늦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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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고 10초도 되지 않은 저녁, 데워졌던 낮의 대기가 해가 지자 빠르게 식어들고 있었다. 돌아갈 집은 분명 우면동의 아파트인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어디로 가는 거지? 어디로 가야 하지?  그러고 보니 어디에서 왔는지도 애매해졌다. 定處(정처)를 잃어버린 나는 그저 불빛만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하늘이 아름다웠다. 

 

갖은 욕을 다 먹었던 그녀가 이제는

 

 

옛날, 그러니까 1998년에 클린턴-르윈스키 섹스 스캔들이 터졌을 때 대부분의 미국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클린턴보다도 르윈스키를 더 심하게 매도했다, 정말이지 욕이란 욕은 다 먹었던 모니카 르윈스키였다. 나 호호당도 당시에 르윈스키를 더 욕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러던 모니카 르윈스키가 당당하게 대중들 앞에 다시 나타났다. 이미지가 확 바뀌었는데 그렇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2017년 소셜미디어를 통해 번진 미국의 미투(#MeToo) 운동이었다.

 

모니카 르윈스키가 올해 미국 대선을 비롯한 연방ㆍ주 차원의 총선에서 꼭 투표하라는 캠페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미 패션 브랜드 레포메이션의 일원이 되어 선거를 독려하는 민간 단체 보트(Vote)와 함께 11월 대선 유권자 투표 독려 캠페인에 적극적이고 당당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은 예전에 르윈스키를 나쁜 XX라고 욕했던 나 호호당 역시도 오늘에 이르러 당당하게 나타난 르윈스키를 장하다! 하고 마음속으로나마 격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르윈스키의 운세 흐름, 너무나도 묘한 반전

 

 

모니카 르윈스키, 1973년 7월 23일생이다. 癸丑(계축)년 己未(기미)월 庚申(경신)일이다. 그 정도면 생시를 따질 것 없이 1980 庚申(경신)년이 입춘 바닥이고 2010 庚寅(경인)년이 입추가 된다.

 

그런데 르윈스키의 경우 운명이란 것이 실로 묘하게 작용하고 있어서 나 호호당을 많이 놀라게 만든다.

 

클린턴과의 스캔들이 있던 때는 르윈스키의 운세 순환에 있어 가장 어려운 때인 立夏(입하)의 운이었다는 점이다. 1980년이 입춘 바닥이니 그로부터 15년 즉 여름으로 들어서는 때, 인생에서 가장 초라하고 가난한 때가 입하인데 이 무렵 클린턴과의 스캔들이 생겼고 결국 1998년 小滿(소만)의 운, 이제 生氣(생기)가 도는 운에 거창한 스캔들로 터졌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그 스캔들이 당장은 르윈스키에게 힘든 시련이었겠으나 길게 볼 때 전화위복의 사건이었다는 판단이다.

 

아무튼 르윈스키의 경우 힘들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셀럽이 아니라 악명이 높아져서 말이다.

 

그 이후 르윈스키는 자살충동에도 시달리고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고 여러 활동을 했지만 결국 스캔들로 얻은 악명을 이용한 추잡한 짓거리로 대중들에게 인식되었다.

 

이에 그녀는 2005년 무렵 사람들의 뇌리에서 ‘망각’되기 위해서 런던으로 옮겨가서 대학을 다녔다. 평범한 삶을 위해 졸업 후 취업활동을 했지만 워낙 악명이 높은 그녀였기에 그 또한 불가능했다.

 

 

스스로의 노력과 생각지도 않은 행운이 겹치면서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이 運(운)이란 놈이다. 2010년 庚寅(경인)년이 입추의 운이었는데 그 이후 급반전이 찾아든다. 2014년 그녀는 미국의 유명 패션 문화 잡지와 인터뷰를 했으며 연이어 미국의 권위 있는 ‘내셔널 지오그래피’ 채널과 인터뷰를 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을 나쁜 악당이 아니라 사이버폭력의 최초 희생자란 개념으로 재무장하고 반격에 나섰던 것인데 이 적극적인 반격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여론은 급반전되어갔다.

 

결국 2015년 미국의 유명한 컨퍼런스인 TED에 출연해서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혔고 커다란 호응을 얻었다. 2015년은 그녀 운세 흐름에 있어 “황금의 財運(재운)”이었다.

 

그러다가 2017년 들어 미투 운동이 급속도로 퍼졌고 그 과정에서 르윈스키 또한 희생자란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랜 악명을 불식하고 이젠 사이버폭력의 희생자, 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은 전사의 이미지를 얻으면서 ‘저항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르윈스키는 작년 10월부터 사회적 왕따와 괴롭힘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기사를 보니 이런 내용이 있다. “사회적 괴롭힘을 당한 한 개인은 타인으로부터 받은 부정적 표현이나 상처를 스스로에게 되풀이하는 자학(self-bullying)적인 행동에 빠질 수 있다”며 “이 경우, 그 개인에게 최악의 악한(惡漢)이 바로 자신이 된다”는 것이 르윈스키의 말이다.

 

 

나 호호당도 참 많이 변했구나! 

 

 

이번 모니카 르윈스키 일을 대하면서 세월 속에서 나 호호당 또한 생각이 많이 변해왔음을 확인하게 된다. 르윈스키를 욕하던 과거의 호호당과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하는 호호당, 같은 인물일까?

 

아무튼 모니카 르윈스키, 장하고 대단하다!

 

덧붙이는 글; 의사정원확대에 따른 이번 일에 있어 나 호호당의 판단이 성급했던 것 같다. 3월1일이면 답이 나올 것이란 글을 올렸는데 그게 틀렸기 때문이다. 전공의 파업 자체는 2월 19일에 시작되었으니 그로부터 24일이 지나야 답이 나올 것으로 본다면 3월 14일 丁丑(정축)일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틀렸다는 판단이 서서 늦었지만 정정 기사를 올린다. 죄송! 독자님들의 양해를 바란다.

 

 나 호호당이 사는 우면동의 작고 평범한 동네 공원이다. 찬 공기가 들어오는 금요일 오후 해질녘에 찍은 사진이다. 온도는 빠르게 내려가고 있었지만 서쪽에서 들어오는 저녁빛은 그래도 온기를 띄고 있었다.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소나무들이 정겹게  얘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하늘색도 봄빛이었다. 초봄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공기와 기운, 이에 함께 즐겨보자고 올려본다. 즐겨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