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추위는 예리한 데가 있어서 

 

 

낮 기온이 9-10도나 되고 해가 길어져서 하늘도 밝은데 이상하게 춥다. 감기 기운인가? 하고 갸우뚱하다가 아니네, 이건 봄바람이네, 외투 사이로 파고드는 봄바람, 봄추위, 꽃샘추위, 그렇구나, 이제 정말 봄이 왔구나!

 

나이 일흔, 70의 봄이다. 만으론 아직 68세. 허-참 하고 한탄이 절로 나온다. 그동안 무얼 했다고 벌써 70이란 숫자를 헤아리고 있는가, 어이가 없다. 스스로 한심해서 휴-하고 긴 한숨도 나온다. 옛날 같았다면 벌써 저승에 있었을 터인데 세월 잘 만나서 아직 숨 쉬고 살아있다.

 

 

어느새 무얼 했다고 나이가 70이나 되었을까? 

 

 

기억하지 못하고 망각해서 그렇지 지나온 세월, 68년하고도 7개월, 결코 짧은 세월 아니다. 다만 삶이란 게 워낙 많은 일들, 힘들고 시린 일들이 있기에 애써 지우고 나도 모르는 사이 세월에 묻어 함께 흘려보내서 그렇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 사이에 일도 많이 했고 결혼을 해서 아들도 얻었으며 사업한다고 나섰다가 실패도 맛보았다. 세상 여기저기 다른 나라들도 많이 돌아다녔으며 그 사이에 읽은 책만도 근 만 권에 달한다.

 

또 호기심 때문에 시작한 것이 결국 집요하게 이어지면서 운명 순환의 철저하가도 예외 없는 법칙에 대해 무던히 노력한 결과 “자연순환운명학”이란 이론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게 지금은 독자들이나 그런가 보다 하겠지만 나 호호당이 세상을 떠날 무렵에는 엄청나게 주목을 받고 각광을 받게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또 운명의 법칙을 연구해내는 과정에서 검증을 위해 주식과 증시에 적용해본 결과 서구의 주식 도사 내지는 마스터들이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점들을 정리하고 체계화할 수 있었고 이에 얼마 전 호호당의 증시 스쿨 즉 호호당 학파가 만들어졌다는 내용의 글도 블로그에 올렸다.

 

어디 그뿐인가! 열심히 드로잉과 수채화를 그리다 보니 또 좋은 인연을 만나서 두 번의 전시회까지 가졌으니 보람된 일이었다.

 

그러니 그간의 68년이 넘는 세월이 결코 짧은 것은 아니었고 헛되이 지나간 것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헛되이 보낸 세월만은 아니었으니 다행

 

 

50대 초반만 해도 나 호호당에게 남은 세월은 충분히 길었다. 삶을 마감한다는 것은 그저 관념 속의 일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젠 어느덧 얼마나 남았을까? 하고 헤아려보고 있다. 특히 두어 달 전 절친의 부고 소식을 문자로 접한 뒤 더욱 그렇게 되었다.

 

생각해본 결과 이제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그 세월을 만들어내어야 하겠구나 싶다.

 

세월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건강한 몸을 만들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건강하면 오래 살 것이니 남은 세월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워낙 건강한 몸이었는데 대략 3-4년 전부터 여기저기 탈이 나더니 몸이 성치 못했다. 이에 몸을 치료하느라 여기저기 분주히 찾아다녔는데 그 중에 두 가지 좋은 인연을 만나서 이에 다시 건강을 회복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품게 되었다.

 

 

두 가지 좋은 인연을 만나서 다시 몸을 만들어본다

 

 

먼저 하나는 內丹修鍊(내단수련)이다.

 

흔히들 단전호흡이라 하지만 사실 호흡은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호흡은 몸에 그냥 맡겨두고 두 눈을 감고 배꼽과 치골 사이의 한 부위를 조용히 상상으로 바라보는 것, 즉 觀(관)하는 것이 전부이다.

 

물론 그걸 하기 위해서 가부좌 또는 반가부좌를 하거나 아니면 누워서 해도 된다. 자세는 하다 보면 절로 편한 자세를 찾아가게 된다.

 

이렇게 하다보면 어느 순간 몸의 감각들이 무뎌지거나 살짝 마비가 되고 아주 조용한 경지가 찾아온다. 숨도 거의 쉬지 않게 되고 몸은 최대한 이완이 되어 편안하다. 다만 의식만은 혼미하지 않고 명료한 상태에서 살짝살짝 무의식을 넘나든다.

 

지도해주고 있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게 어느 정도 기초가 닦이면 아주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고 하니 앞으로도 부지런히 수련해볼 생각이다.

 

또 하나는 대학 동기가 소개해준 인연인데 이 또한 奇遇(기우), 참 만나기 어려운 인연이 아닌가 싶다. 중국에서 중국의학을 수련한 교포 의사였는데 한 예로서 내 경우 발바닥에 심한 신경통이 생겨서 잘 걷지도 못할 정도였는데 몇 시간 만에 완치시켜 주실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가진 분이었다. 치료는 발만이 아니라 허리와 골반에서 내려오는 모든 뼈마디와 힘줄을 교정하는 일이었다.

 

물론 나 호호당은 이 말고도 여기저기 고칠 데가 많아서 당분간 이 분에게 치료를 맡겨볼 생각이다.

 

이에 올 해 안에 몸과 마음을 잘 정리하고 고쳐서 새롭게 의욕적으로 살아보자는 것이 새해 목표이다. 70년간 써온 몸과 마음을 일신해보는 일, 비유컨대 자동차 엔진 보링을 현재 진행 중인 호호당이다.

 

도처에 봄이 현저하고 완연한 날들이 이어져간다. 곧 3월이다.

 

 

올 봄은 유난히 비가 잦아서

 

 

비가 잦다. 좋은 일이다. 가뭄이 없을 것이니. 적절한 타이밍을 아는 비, 좋은 비는 시절을 안다고 하는 두보의 시가 떠오른다.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로 시작되는 春夜喜雨(춘야희우)가 바로 그 시이다.

 

예전에 우리의 미남 배우 정우성과 중국의 미녀 배우 고원원(까오유엔유엔)이 주연한 “호우시절”이란 멜로 영화가 있었다. 찾아보니 벌써 15년이나 된 영화란 사실을 알고 적잖이 놀라게 된다. 아니 그 사이에 세월이 그렇게나 흘렀단 말인가?

 

국내 흥행은 실패했는데 사실 꽤나 달콤한 로맨스 영화이다. 이 영화의 제목 “호우시절”은 호우지시절이란 시구에서 알 知(지)를 빼고 만들어졌다. 다시 찾아서 관람해도 충분히 즐길만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달콤한 일은 뭐니 해도 남녀 간의 사랑에 관한 일, 그러니 독자분들도 찾아서 한 번 보시기 바란다.

 

2024년이 본격 시작되었다. 올 해는 더더욱 열심히 살아볼 요량이다. 독자님들도 그러시길 빌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