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쉬 종이에 물을 전부 바르지 않았다. 물을 먹은 곳은 물감이 부드럽게 풀리고 바르지 않은 곳은 크리스피하게 빛이 튄다. 앞의 바위에 점점이 희게 빛나는 모습 역시 그런 방식이다. 언덕 위에 집 두 채가 잇고 그 앞으로 두 사람이 걸어온다. 젖은 사장을 걷다보니 그림자가 비친다. 갈매기가 부산하게 날고 있다. 초여름의 바다, 오래 전 제주도 해안도로를 걷다가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렸다.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 그리고 감정이 스쳐갈 때 나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으로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한다. 즐겨주시길...

사막의 일몰, 서쪽 하늘로 기우는 초사흘 달. 아직 지평선 위로 잔광이 남아있다. 초사흘 달은 해가 질 무렵 우리 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들어보지 않는 자는 보지 못하는 음력 초사흘의 날씬한 눈썹 달이다. 그리고 별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사막이냐고? 타클라마탄 사막을 생각하며 그렸다. 캐러밴들이 이제 길에 나설 시각이다. 오늘 밤은 달이 금방 질 것이니 별빛을 보면서 방향을 잡고 여정을 이어가야 하리라. 그림 속의 길은 실크로드 중에서 천산남로일까 아니면 천산북로일까? 젊은 날 실크로드를 내 발로 걸어보겠다던 로망은 아직도 미처 식지 않아서 이렇게 자꾸 그림으로 그리게 된다. 즐겨주시길...

시작은 극히 평범했는데   

 

 

세상은 사람의 머리를 넘어선다. 2019년 여름 한 달 간격으로 이루어진 두 번의 人事(인사)가 높은 지지율을 구가하던 정권을 교체했으니 이게 어떻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문 대통령은 2019년 6월에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 후보에 지명했고 (7월에 취임), 8월 9일 조국을 법무무 장관 후보로 지명한 뒤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9월9일에 취임을 강행시켰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총장의 취임 인사를 받으면서 미소와 함께 “살아있는 권력도 엄정하게 수사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윤석열은 ‘진짜 그런 사람’이었다. 조직에 충성할 뿐이란 생각, 즉 주어진 임무만 열심히 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흔히 하는 얘기로 정무감각이 없는 윤석열이었다.

 

이에 윤 총장은 대통령과의 면담을 통해 조국이란 사람은 수상한 혐의가 있다고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진작부터 언변이 좋고 인물도 좋은 조국이야말로 검찰개혁을 완수할 것 같으면 그 공을 내세워 차기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는 인물로서 점찍어 놓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 양반 눈치 없이 왜 이럴까?

 

 

조국 사태, 문 정권 몰락의 시발점

 

 

그로서 이른바 “조국 사태”가 시작되었다.

 

엄청난 국론분열과 함께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들 간에도 편이 갈라져서 무지막지한 비방전과 프로파간다가 진행되었다.

 

운석열 총장이 지적한 것은 조국의 사모펀드 건이었지만 그 이후 정작 국민들의 심기를 건든 것은 조국 일가, 자녀들의 불공정 시비였다.

 

그 이전까지 옳고 바른 말만 하던 조국이란 유명인사가 한순간에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로 전락했다.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의 대통령 취임사에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할 것이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 취임사 문장을 읽은 나 호호당은 머리가 아찔하고 띵-했다. 현실과의 엄청난 괴리를 어떻게 메우려고 저런 말을 할까? 하고 걱정이 앞섰다. 저런 이상이 현실과 부합하는 나라는 지구 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여기고 있건만 아무리 문장이 멋있다 해도 그렇지 너무 큰 얘기를 저처럼 태연하게 하고 있다니! 하고 허탄해했다.

 

말은 씨가 되는 법, 역시 그랬다. 지킬 수 없는 약속으로부터 2년 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문재인 정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압력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조국 임명에 반대하는 야권과 시민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었고 대학가에서도 촛불시위가 연이어졌다.

말로 하는 선전과 비방의 일대 전쟁에서 정권 측 진영은 기세에 밀릴 수 없다는 판단에서 그간에 쌓아올린 모든 정치적 자산을 깡그리 투입했고 소진했다.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 등등의 시위가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정권 측에 서 있던 영향력 있는 인사들, 이른바 ‘인플루언서’들이 대거 나섰다. 소설가 황석영과 공지영, 시인 안도현 등의 ‘셀럽’들이 대거 성명을 발표하고 선전전을 펼쳤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결과 그들은 ‘사회적 영향력’이라고 하는 각자의 소중한 자산을 거의 소진하고 말았다.)

 

 

그래도 우린 많이 좋아진 세상에 살고 있다. 

 

 

2019년 가을에 벌어진 거대한 정치 사회적 투쟁을 지켜보면서 나 호호당은 그래도 안도할 수 있었다. 아, 정말 다행이다, 우리가 이제 데모크라시란 것을 하고 있어서 칼부림할 일은 없겠거니 싶어서 진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민주주의 만세! 만만세!

 

권력을 가진 측에선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름 갖은 방법을 다 쓴다. 은밀히 조작도 하고 공작도 한다. (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 다만 쓸 수 있는 수단이 제한되어 있는 차이밖에 없다.) 하지만 그게 어딘가! 대놓고 노골적으로 하진 못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게 어딘가 말이다. 이미 우리 사회는 독재와 전횡을 예방할 수 있는 나름의 제동장치를 갖추고 있지 않은가.

 

 

정권 교체는 예상되었으나 인물이 문제였는데   

 

 

그러면 이제 본론이다. 지금부터 자연순환의 관점에서 나 호호당의 속내를 약간 털어놓고자 한다.

 

조국 사태를 지켜보면서 계산을 해보았다. 조국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된 것은 2019년 9월 9일이었다. (퇴진은 10월 14일이었다.)

 

당시 생각하기로 이번 일로 인해 자칫하면 정권이 바뀌겠구나 싶었다. 왜냐면 차기 대통령 선거가 2022년 3월 초인데 이는 2019년 9월로부터 계산하면 30개월 뒤가 되기 때문이었다.

 

2019년 9월부터 2022년 3월까지는 30개월이다. 30개월은 60개월의 절반 되는 자리, 그렇다면 이번 조국 사태로 인해 민주당 정권이 다시 야당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추산이었다. (늘 얘기하지만 30은 60의 절반이기에 정반대가 되는 사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당 인사를 살펴볼 것 같으면 도무지 가능성 있어 보이는 얼굴이 떠오르진 않았다. 전혀!

 

 

작년 3월로서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었으니 

 

 

그런데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으로부터 직무정지 등의 핍박을 받으면서 유망주로 순식간에 정치인으로 성장했고 마침내 작년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을 임기 몇 달을 남겨놓고 사퇴했을 때 앗, 그렇구나! 하고 깨달았다. 차기 대통령은 윤석열이구나! 하고.

 

퇴임사에서 했던 “앞으로도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던 그 말은 이제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사실상의 출마 선언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윤석열 스스로 대통령이 되리란 자신감을 가진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대통령에 대한 의욕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몰아넣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갈 길을 간다는 생각이 더 컸을 것이라 본다.)

 

단서를 얻은 나는 윤석열이란 사람의 과거 행적에 대해 자료를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는 심증을 굳혔다.

 

(이제부터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호칭을 바꾸겠다.)

 

 

대통령으로 가는 길목

 

 

윤 대통령이 명성을 얻게 된 것은 2013년 4월부터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은 것이 계기였다.

 

당시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왔을 때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박근혜 정권의 눈 밖에 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2014년 2월의 검찰 인사에서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로 좌천이 되었는데 이게 바로 대통령 윤석열의 시발점이었다.

 

세상은 저마다 이득을 다투는 곳이지만 그렇기에 義(의)로운 사람은 빛이 난다. 미처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로서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게 ‘미래의 윤석열 대통령’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개인이든 세상이든 뭐든 운의 흐름에 있어 7.5년은 60년의 1/8이고 15년의 1/2 이다. 은근슬쩍 상황이 변화하는 기간이다. (가령 독자님이 현재 죽을 지경에 처했다고 하자, 그러면 나 호호당은 그저 7.5년, 90개월만 이를 악물고 견뎌보라고 권고하고 싶다. 이상하고 희한하게도 죽을 지경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義人(의인)의 이미지를 가졌으니 문재인 정부는 당연히 당겨서 쓰고 싶었을 것이다. 義人(의인)을 쓰면 그를 쓰는 자 역시 의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정치를 할 줄 알았지만 의인을 쓰는 법을 알지 못했다. 정치란 것은 숫자를 모으는 일이고 의리는 도리를 따지는 일이니 결이 다르다.

 

야당으로선 사실상 유력 후보가 없던 판에 문재인 정부가 급속도로 성장시킨 윤석열이란 사람을 후보로 내세웠고 결국 이번 대선에서 승리했다.

 

2014년 2월에서 7.5년 즉 90개월 뒤를 계산해보면 2021년 8월이 된다. 그렇기에 나 호호당은 작년 가을부터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이냐에 대해선 별 관심이 없었다. 그냥 윤석열 저 분이 대통령이 되리란 생각을 해왔을 뿐이다.

 

 

달성하기 힘든 포부는 속으로만 간직하시길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에선 “공정과 상식”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권이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카운터 슬로건이다.

 

당선된 직후엔 쿨(cool)한 어투로 민주주의 체제에서 여소야대는 늘 있는 일이기에 야당과 협치를 하겠다는 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어디 쉬울까?

 

현실의 세상은 그다지 공정하지 않다. 과거에 비해 공정해진 건 사실이지만 사람들의 기대치는 늘 훨씬 앞질러서 높아져가기에 어렵다.

 

개인적으로 바라건대 이번 윤석열 대통령만큼은 취임사에서 너무 무리한 목표나 포부는 내세우지 않았으면 한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를 내걸었던 문 대통령의 일을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벌써 다시 정치평론가들의 다양한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다 좋은 말이지만 실은 다 별 쓸모가 없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그저 네 그렇지요, 좋습니다, 하면서 해갔으면 한다. 재임 중에 공정과 상식의 수준이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국민통합, 현재로선 무리한 목표

 

 

제법 오래 전부터 국민통합이란 주제가 자주 언급되곤 한다. 그건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기억하기로 우리 대한민국이 하나가 되었던 시점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통합이란 기본적으로 공동의 목표가 명확하거나 또는 공동의 적이 있을 때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그런 게 없다. 그러니 통합은 어려운 얘기이다.

 

아울러 윤석열 대통령 역시 아무리 잘 한다고 해도 3년 뒤가 되면 레임덕이 오고 비난을 받기 십상일 것이다. 여태까지의 경과가 그랬듯이 말이다.

 

 

권력이란 으레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한 법이라서

 

 

권력이란 기본적으로 오래 가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차기 정권 또한 바뀌었으면 한다. 정권 교체는 형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예컨대 현 정권에서 힘을 가진 사람들은 차기 정권에선 퇴진하게 되길 바란다. 권력이란 늘 청소를 해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할 얘기는 이번 선거는 대단히 박빙의 승리였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앞으로 우리가 현재로선 생각하기 어려운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180석의 거대야당이라고 자만했다간 일을 치를 것이고 정권을 잡았다고 국민의 힘이 우쭐대면 그 또한 한 방에 휩쓸려 나갈 것이다. 언제까지 호남이 민주당 편을 들진 않을 것이고 영남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처럼 정치 얘기를 하게 된 것은

 

 

몇 년 전부터 우리 정치에 관한 얘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우선 나 호호당이 스스로를 되돌아보기에도 부끄럽고 민망한 구석이 많아서이다. 아울러 나 호호당의 관심은 우리나라에게 대한 것이지 정권에 관한 것이 아닌 까닭도 있다.

 

하지만 모처럼 대선이 치러졌고 그 결과도 극적이어서 한 번 얘기를 했다. 흥미롭기에 앞서 우리 내부의 분열이 극도로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 너무 상심할 일 아니라고 말이다.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분들, 역쉬! 하면서 마냥 흥겨워할 일 아니라고 말씀드린다.

 

세상은 우리의 머리를 넘어선다. 세상을 좀 살다보니 이 세상이야말로 정말 경이로운 곳이란 생각이 든다.

봄날이 꽤 화창하다. 오늘은 날이 흐리다. 신록이 보고프다. 그림은 단순하다. 푸른 하늘 아래 흰 구름은 바람에 실려 비껴가고 먼 산 푸른 그림자, 숲 아래엔 진달래의 안개, 습지엔 개나리 피어나고. 춘심이 일어 휘리릭-하고 단숨에 그렸다. 만족한다. 그림은 늘 내가 원하는 시공간 속으로 데려가준다. 잠시 생각해본다, 이 정도로 칠할 수 있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을. 계속해서 연습해야지. 더 나은 환타지를 칠할 때까지. 독자님들도 함께 즐겨주시길...

구글 어스로 먼 북쪽의 시베리아를 자주 탐색한다. 확대해보면 이런 곳도 있었구나 싶은 데가 많다. 앞 언덕 가장자리에 집 한 채가 있다. 왼쪽 산엔 군데 군데 녹지 않은 얼음이 비치지만 땅은 서서히 녹아서 축축해지고 있다. 먼 숲도 아직은 고요하다. 매 한 마리가 생계를 찾으러 창공으로 치솟고 있다. 들쥐들과 다람쥐들은 조심해야 하겠고 매는 먹어야 한다. 이럴 땐 어느 편을 들어야 할 지 참 난감하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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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봄이 완연하다. 바람이 차가운 듯 시리지 않다. 싹트는 봄풀의 향기도 실어온다. 늙은 우리 강아지도 평소의 산책로를 벗어나 자꾸 다른 길을 가려고 하고 나는 약간 따라가준다. 너무 가면 줄을 잡아챈다. 늙은 강아지도 회춘하고 있나 보다. 단애 위 등대와 쪽빛의 바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희미하다. 연무가 서린 것이다. 위로 담색의 구름 서리고 그 위엔 청람의 하늘이 빛을 가득 안았다. 겨우내 연습해온 하늘과 물 칠하기 연습의 연장이지만 오늘 그림은 스스로 기분이 좋다. 아침에 글 하나 올린 뒤 바로 칠하기 시작해서 마무리했다. 봄의 바닷바람을 그림 속에 불어넣었다. 즐겨주시길...

유로마이단, 이번 전쟁의 발발 원인

 

 

유로마이단은 2013년 11월 21일부터 2014년 2월 23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대규모의 지속적인 시위이자 시민 혁명으로서 유럽연합에 가입하려는 열망을 가진 우크라이나의 젊은 계층이 주도했다. 이로 인해 당시 친러시아 성향의 대통령이 러시아로 도망쳤다.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은 유로마이단으로부터 발단했다.

 

세상은 어떤 일로부터 7.5년 즉 90개월이 흐르면 작은 전환점이 찾아오게끔 되어 있고 그로부터 다시 7.5 년이 흐르면 보다 큰 전환점을 만들어낸다.

 

유로마이단이 시작된 2013년 11월 21일부터 7.5년 즉 90개월 뒤는 작년 2021년 5월 23일이 된다. 작년 3-4월 무렵부터 우크라이나의 국경 지대에 러시아의 군사력 집결이 시작되었는데 사실 그 때부터 이번 일이 시작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침공이 다소 늦어진 이유는 아마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대회를 무사히 치르고자 하는 중국 측의 강력한 요청에 러시아가 수락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러시아는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키기만 하면 알아서 항복해올 것으로 예상했던 모양이다.

 

 

30년만의 반작용

 

 

이 대목에서 이번 사태를 보다 큰 시각에서 한 번 바라보자.

 

1991년 12월 26일자로 소련 즉 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되고 그 자리에 러시아를 비롯하여 많은 나라들이 탄생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우크라이나는 가장 덩치가 큰 신생국이다.

 

이 세상은 60년을 하나의 週期(주기)로 해서 순환하기에 30년은 그 절반의 기간이다. 60년 순환을 하나의 원 운동으로 파악할 것 같으면 원주 상의 어떤 지점에서 정반대(opposition)의 지점은 30년 전이거나 후가 될 것이다.

 

1991년 12월 26일의 소련 해체에서 30년 후는 2021년 12월 26일이 될 것이니 이게 바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따라서 이번 사태는 해체된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의 반작용(counteraction)이라 보면 정확하다.

 

축소되었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품어서 또 다시 과거의 제국을 재현해보겠다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만 된다면 장기 독재의 푸틴이야말로 제2의 표트르 대제가 될 것이니 얼마나 군침이 돌았으랴!

 

 

이제 푸틴은 끝났다. 

 

 

그런데 푸틴으로선 아쉽게도 헛일이 되고 말았다. 전쟁 개시 후 72시간을 지켜본 결과 나 호호당은 러시아의 판정패를 확인했다. 전쟁 자체는 더 이어지겠으나 우크라이나를 삼킬 순 없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푸틴은 이제 끝났다. 갖은 發惡(발악)을 다 부리겠으나 결국 스스로 제 목줄을 조이고 있다.

 

그러면 푸틴의 운세를 한 번 보자.

 

1952년 10월 7일 아침 9시 반경에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따라서 壬辰(임진)년 己酉(기유)월 丙戌(병술)일 癸巳(계사)시가 된다. 생시까지 알려져 있으니 운세 흐름을 간단하게 파악할 수 있다. 2006 丙戌(병술)년이 立秋(입추)의 운, 氣(기)의 절정이었다. 그러니 작년 2021년으로서 立冬(입동)이었고 그로서 겉보기엔 절정이었으나 속으론 운이 본격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가장 화려해보일 때가 실은 본격 기우는 때인 것이다.)

 

立冬(입동) 즉 겨울이 시작될 무렵에 큰일을 벌였으니 결과는 당연히 실패,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11월 초에 볍씨를 뿌리면 곧 땅이 얼어붙어 다 죽어버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저처럼 어처구니없이 못된 짓을 했으니 푸틴은 얼마 살 지 못할 것이다.

 

푸틴은 2036년까지 대통령직을 해먹을 수 있도록 헌법을 고쳐놓기는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의 실패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히고 있으니 살 길이 없다. 이제 언제 제거되느냐 아니면 스스로 목숨을 끊느냐만 남았고 얼마나 살 지는 그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

 

앞으로 최대한 4년을 넘기진 못할 것이다. 물론 당장 내일 제거되어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닐 것 같고 아마도 올 가을부터는 명줄이 간당간당하지 않을까 싶다.

 

 

러시아 군사력의 저 지극한 무능함에 경악했으니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의 한심한 작전을 지켜보면서 깜짝 놀랐다. 그간에 가졌던 군사강국 러시아란 인상이 말끔하게 가셨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무능하고 무력한 러시아 군이다.

 

(군사 방면의 전문적 얘기는 피하고자 한다. 나 호호당은 군사 방면에 관해선 수십 년 전부터 밀리터리 덕후였기에 보따리를 풀면 한도 끝도 없다. 아예 시작을 말아야지.)

 

 

중국의 대만 침공은 사실상 물 건너가고 있으니 

 

 

이번 일로서 또 하나 명맥해진 사실은 중국이 바다 건너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 또한 지극히 희박해졌다는 점이다. 군사 기술이나 장비 등등 모든 것을 러시아로부터 배우고 만들어온 중국이란 점, 그리고 땅이 아니라 대만 해협을 건너야 한다는 점 등에서 만일 대만이 그냥 항복하지 않고 抗戰(항전)할 의지만 가진다면 그게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이 있을 경우 늘 버릴까 말까를 놓고 간을 보던 미국이었지만 이번 러시아의 무능을 확인했기에 대만 사람들의 항전의지만 확인할 수 있다면 쉽게 중국에게 대만을 놓아주지 않게 생겼다.

 

현재 중국은 여러 척의 대형 함공모함를 중심으로 하는 해군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 그런데 나 호호당은 이를 北洋艦隊(북양함대)라고 부른다. 정확한 중국식 표현으론 北洋水師(북양수사).

 

(만일 나 호호당의 이런 글이 중국 측에 알려지면 노발대발할 것이다. 하지만 나 호호당은 중국 측 레이다망에 포착될 정도의 인물은 아니기에 상관이 없다.)

 

청나라 말기인 1871년 청 조정의 가장 강력했던 權臣(권신) 이홍장이 만든 청나라의 해군 함대가 바로 북양함대이다. 무려 78척의 최신예 군함을 서양에서 만들어 도입했기에 1894년 청일 전쟁이 발발 하기 전까지 동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함대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그 이후 유지 정비가 되지 않았기에 청일전쟁 당시 최대의 해전이었던 압록강 해전에서 일본 해군에 의해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이번 시진핑 주석이 만들어가고 있는 항공모함 전단 또한 그런 형국이 아닐까 싶어 그냥 북양함대라고 부른다.

 

 

생각하지 않았던 애로 사항의 등장

 

 

러시아가 너무나도 무능한 바람에 극적으로 군비재건을 택했던 독일 역시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프랑스도 마찬가지.

 

미 국방부와 방위산업들 역시 처지가 난감해졌다. 러시아가 저 꼴이니 중국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신기술과 신무기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성이 적어지고 있다. 우리의 방위산업들은 그런대로 괜찮다. 아직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고 서해 바다 건너 중국이 수시로 엄포를 놓고 있으니 국방력을 강화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우리 방위산업의 전성기가 올 것도 같으니 

 

 

어쩌면 이제부터 우리 방위산업의 전성기가 펼쳐질 것도 같다. 러시아가 저 모양이니 크게 수요는 없어도 여전히 나라마다 일정 정도까지는 방위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국제 대전차 무기 재블린이 엄청난 위력을 떨쳤는데 LIG 넥스원이 만든 현궁은 그보다 성능도 뛰어나고 가격도 저렴하다. 그러니 KF-21 전투기를 개발하는 한국항공우주라든가 K-9 자주포의 한화디펜스 등등 바야흐로 우리 방위산업의 수출길이 활짝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시험 발사한 L-SAM, 즉 한국형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이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권엔 상대의 전폭기를 요격하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이 없는데 이런 면에서 틈새시장이 존재한다. 그러니 장차 수출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 (미국의 사드는 탄도 미사일 방어용이다.)

 

미국산 무기는 가격도 비싸고 여러 면에서 정치적인 요소도 개입되지만 우리 무기는 미국의 동맹국이나 중립국이면 어디든 판매할 수 있다. 가성비가 훨씬 좋다. 독일이나 폴란드, 어쩌면 장차 우크라이나 등등 군비증강을 원하는 나라들은 우리 방위산업의 좋은 고객이 되게 생겼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좌파들은 미국의 무기 방위산업체들에 대해 “죽음의 무기상인”이라고 비난하고 폄하했지만 최근엔 그런 목소리가 아예 들려오지 않는다. 우리가 바로 글로벌 죽음의 무기 상인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로남불”은 역시 진리이고 따라서 좀 민망한 얘기이다.

 

고 박정희 대통령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네

 

 

오늘날 눈부시게 발전한 우리 방위 산업의 초석을 놓은 이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고 창원의 기계공업 단지가 그것이다. 새삼 그 은혜를 되새기게 된다.

수채화 종이마다 칠했을 때의 질감이 다르다. 이 종이는 아르쉬, 프랑스 종이이다. 가슬가슬한 맛이 있다. 종이에 물을 적시지 않고 바로 칠하면 질감을 내기 좋다. 사진을 보고 그렸다. 갈매기의 비상, 초봄의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저 날개짓, 바람이 꽤나 불고 있으리라. 날개를 퍼덕이지 않아도 그냥 기류를 타고 날아오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물론 이건 우리들의 관점이다. 저 놈도 먹고 살기 바쁠 것은 굳이 물어보지 말아야지. 구름 속에 핑크를 약간 넣었더니 얍실한 하늘이 만들어졌다. 즐겨주시길...

스케치북을 정리하다가 지난 늦가을에 그렸던 그림을 발견했다. 진한 갈색의 숲과 호수, 멀리 흐린 산과 그 위의 구름들, 내가 좋아하는 대상들이다. 한창 봄날인데 가을 그림을 보니 기분이 묘해진다. 올 가을에 가서 이 그림을 다시 보면 편안할까 싶기도 하다. 내게 있어 그림은 일종의 일기장과도 같다. 늘 그때그때의 정감을 그림에 담아놓으니 이 그림을 그릴 적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다 기억이 난다. 그러니 일기장이다. 독자분들은 이 그림을 보고 어떤 느낌일까, 아무 느낌 없을라나 싶기도 하지만 저마다 지난 가을에 대한 추억은 다 있을 것이니 그냥 즐겨주셨으면 한다. 

 

2015년 9월에 “당신의 때가 있다”, 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다시 내게 되었다. 만 6년 6개월만의 일이다.

 

이번 책엔 그간에 그려온 그림이 서른 대여섯 개 정도 들어가 있다. 그 바람에 책 표지에 글.그림 호호당 김태규라고 되어있다. 스스로 대견하고 신통하다, 어떻게 글과 그림을 함께 엮어서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싶어서.

 

프롤로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때론 어느 한 순간, 그 순간에 영원히 머물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지나간다.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강렬한 행복감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소멸된다. 뭐든 그렇다.

결국 우리는 행복한 상태에 지속적으로 머물 수가 없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행복 또는 행복한 상태에 머물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그렇다.

즉, 행복은 지속될 수도 없고 또 행복의 지속을 추구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잘 산다는 것 더 줄여서 산다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은 다른 얘기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잘 산다는 것이 결국 어떤 것이냐에 대한 나 호호당의 물음이고 또 대답이다. 60년을 살았고 거기에 더해서 6년 그리고 다시 6개월을 더 살아온 사람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질문이자 풀이이다.

 

겨우내 불교 서적을 읽고 또 읽으면서 힌트 하나를 얻었다.

 

흔히 불교에선 깨달음이란 말을 자주 쓴다. 깨닫고 나면 삶의 모든 문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처럼 얘기가 된다. 그러나 감히 얘기지만 수행하는 스님들 또한 저 깨달음이란 말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야심경에 이르길 보살은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모든 거치적거리는 것들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열반에 들 수 있다 일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 보통의 사람들 또한 행복이란 말에 매달려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이번 책의 내용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제목 그대로 사는 것 그리고 잘 사는 것에 대한 얘기들이다.

 

한 평생 살다가는 것이 여간한 일이 아니란 것만큼은 잘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충동과 호기심 그리고 욕구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사라지고 생겨난다. 그런 것들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 다잡고 살려고 해도 환경이 바뀌면서 사람을 제 자리에 그냥 두질 않는다.

 

모든 것이 움직여가고 있으니 고정된 자리란 게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흔히 하는 말처럼 座標(좌표) 확실하게 찍고 살고자 해도 결국 알게 되는 것은 이 세상에 固定(고정)된 좌표란 것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 책속에 담긴 얘기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만나게 되는 경우와 상황, 처지, 또 그로 인한 갈등과 좌절 혹은 성취에 관한 것들에 대한 나름의 조언들이다. 나 호호당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의 상담을 통해 느끼고 배우게 된 것들이기에 나름 효용이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상황과 여러 경우 그리고 갈등과 좌절 등등에 대한 정답은 당연히 제시하지 못 한다. 고정된 좌표가 없는 세상이라 앞에서 말했듯이 바른 풀이란 없다.

 

하지만 처음 어떤 상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막막할 때가 많고 때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때도 있다. 처음 겪는 일이니 그럴 수 있다.

 

그랬을 때 이 책을 읽다 보면 때론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나 홀로 이 넓은 세상에 외롭게 싸우고 있고나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 다른 사람들은 내가 겪는 문제나 상황에 대해 저런 식으로 대처해구나! 하는 것들을 알면 마음에 한결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이 책을 만들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