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시절 중국 시안에서 출발해서 실크로드 대장정에 나선 적이 있다. 자동차로 갔지만 도중에 때론 땅의 크기를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서 걸어서 가기도 했다. 보름 여의 여행이었다. 하지만 음식이 맞지 않았던 탓에 투르판에 이르러 결국 심하게 몸살이 났고 그 바람에 장정을 포기해야 했다. 병원에 누워 포도의 원 고향인 투르판의 달디 단 포도를 먹으면서 길을 간다는 것이 여간한 체력 없이는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타클라마칸 사막의 북쪽 길을 겨우 200 킬로미터 남겨두고 비행기 타고 베이징으로 돌아왔다. 비행시간은 겨우 3시간, 어이가 없었다. 몸으로 간다는 것과 비행기로 간다는 것의 차이, 그 차이에 사무쳤다. 먼 옛날 불법을 구하고자 저 길을 갔을 스님들을 떠올리면서 기도를 드렸다. 이제 70에 가까운 나이, 갈 일은 없겠지만 겪어보지 못한 저 사막은 여전히 내 가슴 속에서 꿈틀댄다. 사막의 바람소리, 모래 알갱이가 서로 부비면서 나는 저 소리. 그림은 늘 하는 얘기지만 환타지이다. 즐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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