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에 “당신의 때가 있다”, 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산다는 것 그리고 잘 산다는 것”이란 제목으로 다시 내게 되었다. 만 6년 6개월만의 일이다.

 

이번 책엔 그간에 그려온 그림이 서른 대여섯 개 정도 들어가 있다. 그 바람에 책 표지에 글.그림 호호당 김태규라고 되어있다. 스스로 대견하고 신통하다, 어떻게 글과 그림을 함께 엮어서 책을 낼 수 있었을까 싶어서.

 

프롤로그에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때론 어느 한 순간, 그 순간에 영원히 머물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행복감을 느끼기도 한다. 물론 지나간다. 시간은 흐르기 마련이고 강렬한 행복감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소멸된다. 뭐든 그렇다.

결국 우리는 행복한 상태에 지속적으로 머물 수가 없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행복 또는 행복한 상태에 머물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그렇다.

즉, 행복은 지속될 수도 없고 또 행복의 지속을 추구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잘 산다는 것 더 줄여서 산다는 것과 행복하게 사는 것은 다른 얘기이다.”

 

이번 책의 주제는 잘 산다는 것이 결국 어떤 것이냐에 대한 나 호호당의 물음이고 또 대답이다. 60년을 살았고 거기에 더해서 6년 그리고 다시 6개월을 더 살아온 사람이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질문이자 풀이이다.

 

겨우내 불교 서적을 읽고 또 읽으면서 힌트 하나를 얻었다.

 

흔히 불교에선 깨달음이란 말을 자주 쓴다. 깨닫고 나면 삶의 모든 문제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 것처럼 얘기가 된다. 그러나 감히 얘기지만 수행하는 스님들 또한 저 깨달음이란 말에 매달려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야심경에 이르길 보살은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됨으로써 모든 거치적거리는 것들과 두려움에서 벗어나서 열반에 들 수 있다 일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우리 보통의 사람들 또한 행복이란 말에 매달려 끌려 다니고 있는 것은 아닐는지.

 

이번 책의 내용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 아니다. 제목 그대로 사는 것 그리고 잘 사는 것에 대한 얘기들이다.

 

한 평생 살다가는 것이 여간한 일이 아니란 것만큼은 잘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충동과 호기심 그리고 욕구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사라지고 생겨난다. 그런 것들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 다잡고 살려고 해도 환경이 바뀌면서 사람을 제 자리에 그냥 두질 않는다.

 

모든 것이 움직여가고 있으니 고정된 자리란 게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흔히 하는 말처럼 座標(좌표) 확실하게 찍고 살고자 해도 결국 알게 되는 것은 이 세상에 固定(고정)된 좌표란 것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이 책속에 담긴 얘기들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만나게 되는 경우와 상황, 처지, 또 그로 인한 갈등과 좌절 혹은 성취에 관한 것들에 대한 나름의 조언들이다. 나 호호당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과의 상담을 통해 느끼고 배우게 된 것들이기에 나름 효용이 있을 것 같다.

 

다양한 상황과 여러 경우 그리고 갈등과 좌절 등등에 대한 정답은 당연히 제시하지 못 한다. 고정된 좌표가 없는 세상이라 앞에서 말했듯이 바른 풀이란 없다.

 

하지만 처음 어떤 상황이나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 막막할 때가 많고 때론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범할 때도 있다. 처음 겪는 일이니 그럴 수 있다.

 

그랬을 때 이 책을 읽다 보면 때론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나 홀로 이 넓은 세상에 외롭게 싸우고 있고나 뒤처지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 다른 사람들은 내가 겪는 문제나 상황에 대해 저런 식으로 대처해구나! 하는 것들을 알면 마음에 한결 여유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 이 책을 만들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