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다. 새벽부터 벚꽃들이 이제 막 열심히 열고 있다. 양재천변을 따라 피어날 벚꽃들은 이번 주말이면 절정을 이룰 것  같다. 늘 보아왔지만 그럼에도 참 신기한 일이다. 병들었던 나 호호당의 몸도 이제 막 급격하게 좋아지고 있다. 개화 시기에 맞추어 늦지 않으려는 사람의 의지이고 올 한 해 제대로 살아보려는 안간 몸부림이다. 

 

 

아침 8시 8분, 산책을 나갔다. 발바닥 신경통과의 연이은 힘겨루기이다. 겨우내 싸웠다. 겨우내 몸 여기저기 여러 군데의 힘든 증세들과 상대해왔다. 이제 대충 마무리가 어디쯤인지 보인다. 물론 승리는 나 호호당의 것이다. 90 너머까지 힘차게 살기 위해 지금 이러고 있다. 꽃들아, 벚나무야, 너희들도 고충이 있겠지? 하고 물어본다. 살아있는 것치고 고통을 모르는 게 어디 있다더냐!  그래 같이 가자꾸나. 

올 봄은 비가 잦다. 봄가뭄과는 거리가 멀다. 그간 괴롭히던 발바닥 병이 좀 좋아져서 산책을 할 수 있으니 이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두달 간 멀쩡히 걷는 사람을 보면 속으로 많이 부러웠다. 올 한 해 건강을 되찾길 간절히 빌어본다. 양재천의 물 오른 능수버들이 여린 잎사귀를 내고 있다. 곧 자라고 커져서 무거워지면 연한 가지를 밑으로 늘어뜨리겠지.  사람들은 모른다, 능수버들이야말로 우리 겨레의 나무란 사실을. 조만간 글로 써서 알릴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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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해지고 오래지 않은 저녁 시간, 보름 가까운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달빛은 습윤한 공기 속에서 온화하게 퍼지고 번져갔다. 안데르센의 "그림없는 그림책"이란 단편집이 떠올랐다. 수십년 전에 읽었던 동화책, 성인을 위한 동화책이다.  대도시에 나와 쪽방을 얻어 지내는 가난하고 고독한 젊은 시인의 창가에 밝은 달님이 찾아와 여러 얘기를 전해주면서 위로해준다는 설정의 이야기책.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슬픈 얘기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저 달이야말로 안데르센의 그 달이 아닐까, 잠시 상념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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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다운 날이다. 수유 피어난 모습 구경하러 바깥으로 나갔더니 갑자기 비바람이 친다. 방향이 갈피를 잡지 않으니 우산을 가눌 수가 없다. 우산을 목과 어깨 사이에 끼고 간신히 셔터를 눌렀다. 수유 저 미미한 꽃들, 그래 봄날을 구가하는구나. 늙고 미미한 호호당도 봄날을 구가해야지. 독자님들도 그러시길. 암,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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