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근처 대각선 편에 목련 몇 그루가 있다. 해마다 봄이면 와서 살피곤 한다. 봄비 내리는데 바람이 불어 추웠다. 패딩의 지퍼를 끝까지 당겨서 추위를 막았다. 야, 목련아, 올 해도 씩씩하게 잘 피어나는구나 ! 수고많다., 안부를 건넸다. 남쪽 산불 지역엔 비가 제법 내려서 산불진화에 도움이 크다고 한다. 봄날 저녁 비오고 바람 불고 목련 피고, 그야말로 화려한 봄날의 야경이다. 

'호호당 화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밝은 봄빛 가득한 하늘 아래  (0) 2025.03.30
비 내린 다음 날 아침의 매화  (0) 2025.03.29
봄날 쌀쌀한 저녁  (0) 2025.03.27
수유꽃 피었는데  (0) 2025.03.25
봄날 해질녘에  (0) 2025.03.23

 

선생님, 옳고 그름을 떠나 현재 우리나라가 저마다 편을 먹고 진영을 짠 상태에서 서로를 적대시하면서 시간만 가고 있잖습니까, 이대로 그냥 쭉 가는 걸까요?

 

주말 강의 중에 받은 질문이었다.

 

답변을 하려면 약간 시간이 걸리는 문제라서 잠시 머뭇대다가 답변을 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분열의 극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그건 사실이죠. 그런데 이런 말 아세요? 物極必反(물극필반), 사물이 극에 달하면 되돌아온다는 말.

 

 

물극필반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이 말 물극필반이란 말 속에는 두 가지 새길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極(극)에 달해야만 되돌아온다는 점, 따라서 아직 여지가 있거나 더 나아갈 공간이 있으면 더 그대로 진행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직 極點(극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 방향으로 ON GOING 하겠지요.

 

하지만 그를 못 마땅하게 여기는 사람의 경우 너무 심하다 싶어서 그만 포기하거나 비관하는 경향이 있지요. 사람의 감정이 그런 법입니다.

 

또 하나는 극점에 도달하면 더 진행될 수가 없기에 ‘반드시’ 되돌아온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부정적일지라도 어느 때가 되면 반드시 反轉(반전)이 생겨난다고 낙관하면서 기다려보는 여유가 있어야 하겠지요. 물론 기다린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따라서 物極必反(물극필반)이란 말은 사물이 그냥 되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되돌아오려면 먼저 極(극)에 도달해야 한다는 점, 또 도달하면 必(필), 즉 ‘반드시’ 되돌아오게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면서 답변을 이어갔다.

 

지금부터는 그 이후의 답변을 구어체가 아니라 일반 글로 바꾸어 이어가겠다.

 

 

지금은 분열이 가속화되는 시기

 

 

사물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되돌아온다, 인류 보편의 지혜라 하겠는데 실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동시에 저 사자성어는 그 자체로서 나 호호당이 발견하고 연구해낸 자연순환의 이치 속에 고스란히 수용이 된다.

 

지금의 상황을 달리 표현하자면 分裂(분열)이라 하겠다. 그 반대말은 統合(통합)일 것이고.

 

현재 우리나라는 분열이 극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이 사실이다.

 

분열하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면 힘이 없어진다는 데 있다. 힘이 흩어지고 支離滅裂(지리멸렬)하면 안팎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을 할 수가 없어지니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통합이란 무슨 의미인가 하면 모든 기능이나 요소들이 적절히 견제되고 균형을 이루면서 전체가 유기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는 뜻의 말이다.

 

세상만물을 보면 모든 것이 생겨나고 소멸되며 통합되고 분열되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일정한 리듬 즉 시간적 간격이 있으니 그게 바로 週期(주기)이고 순환이다.

 

 

우리 대한민국의 분열과 통합

 

 

그러니 이제 우리 대한민국의 분열과 통합을 네 개의 시점으로 정리해본다. 직관적인 이해가 갈 것이다.

 

1972년 분열의 최정점 (10월 유신을 통한 강제 통합)

1987년 통합으로 맹렬히 진행 (직선제 선거와 87 체제)

2002년 통합의 최정점 (월드컵 붉은 악마와 민주화의 완성)

2017년 분열로의 맹렬한 진행 (적폐청산이란 명분하에 적대시 심화)

 

이에 2032년으로서 그 또한 우리의 분열이 극에 달하는 때가 될 것이라 본다. 1972년으로부터 60년.

 

유신 독재를 통해 발전의 초석을 놓은 박정희 대통령, 개발독재란 단어를 남긴 박정희 대통령의 功過(공과)에 대해 지금까지도 논란이 많지만 아무튼 당시 우리로서는 강력한 통합, 억지 통합이 필요했던 것으로 나 호호당은 받아들이고 있다.

 

1987년의 직선제개헌은 민주화 세력만의 승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승리였다. 그 이후 동시에 순순히 권력을 내려놓고 물러간 군부 세력의 승리이기도 했다. 그야말로 무혈혁명이자 명예혁명이었다. 국민적 통합으로 가는 위대한 進一步(진일보)였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시청 앞 광장에서의 붉은 악마는 그야말로 국민적 ‘하나됨’의 상징이었으며 그 얼마 전 외환위기 당시의 금모으기 운동 역시 국민적 통합의 대표적인 단면이었다. 그리고 노사모라고 하는 팬클럽의 후원을 받아 당선된 노무현 대통령은 그 자체로서 민주화의 완성이었다.

 

2017년은 통합의 최정점이었던 2002년으로부터 또 다시 분열의 극한인 2032년까지의 30년 중에서 그 중간에 해당된다. 그 때 나온 말이 바로 적폐청산이었는데 그건 사실 상대 진영을 청산하려는 시도였다.

 

 

지금은 분열의 30년 중에서 3/4을 넘었으니 

 

 

그리고 2017년으로부터 2032년까지의 15년은 그야말로 분열이 날로 성해지는 때라 하겠는데 다시 그 중간점을 찾아보면 2024년 10월경이 된다.

 

바로 그 직후에 윤대통령의 무리한 계엄선포가 있었고 그 결과 헌재 심판이 진행 중이다.

 

탄핵이 인용되느냐 기각되느냐에 상관없이 이제 우리 사회는 더 이상 국민적 통합이란 핵심 기능은 실종되어 버렸다. 문자 그대로 분열이고 모든 면에서 갈기갈기 찢어지고 흩어져갈 판이다.

 

 

2032년까지 이어지는 분열과 고난

 

 

언제까지? 하고 묻는다면 2032년까지.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나 사회 모든 면에서 고초와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절망하거나 비관하지 않는다. 2032년이 되면 분열의 최정점, 즉 극한에 이르렀기에 되돌림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가 되면 우리가 그간 너무 자기주장만 했구나 하는 반성과 각성이 생겨날 것이고 그로서 진정한 개혁이 시작될 것이다. 1972년에는 강제 통합이 있었지만 이번엔 그러니까 2032년이 되면 그간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진정한 통합의 발걸음을 시작할 것이라 본다.

 

 

세간살이, 절충과 타협이 필요해!

 

 

나 호호당 이제 나이가 일흔을 넘었다. 젊은 날엔 내 생각이 옳다고 여겼으나 이젠 상대와의 절충과 타협이야말로 그 시점에서 가장 옳은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일교차가 크다, 목련 개나리 피는데 저녁이 되면 춥다. 강아지 산책을 나갔는데 바람이 차갑다, 아파트에 등불이 들어오고 있었는데 그게 따뜻하게 다가온다. 강아지도 추웠는지 어서 들어가자고 보챈다. 아무 것도 아닌 평범한 봄날의 저녁인데 이 또한 삶의 어떤 결정적인 순간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 세월은 그리고 삶은 이런 평범한 페이스로 흘러가는 거지. 

'호호당 화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 내린 다음 날 아침의 매화  (0) 2025.03.29
봄비 내리고 바람 부는데 피어나는 목련  (0) 2025.03.28
수유꽃 피었는데  (0) 2025.03.25
봄날 해질녘에  (0) 2025.03.23
춘분의 저녁  (0) 2025.03.21

 

 

강아지 운명에 대한 그간의 관찰과 연구

 

 

우리 집 강아지는 토종 백구인데 외래종이 섞여서 덩치가 자그마하다. 동작동 살 때 인근에서 생후 일주일 만에 데려온 수놈이다.

 

생일이 2015년 12월 1일, 乙未(을미)년 丁亥(정해)월 辛亥(신해)일이다. 아내가 데려왔기에 생시는 물어보지 못 했다. 그래서 저 놈의 입춘 입추는 어떻게 되지 싶어서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지켜보았다. 그 결과 辛亥(신해)가 입추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며칠 전 아침 래더바렐이란 필라테스 운동기구에서 스트레칭을 하려는데 깔판을 대충 딛는 바람에 요란한 소리가 났다. 곁에서 누워있던 강아지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다가 그만 발목이 삐끗했다.

 

강아지는 불편한 발로 현관 쪽으로 도망쳤다. 많이 다치진 않았나 걱정이 되었는데 그러다가 오늘 날이 뭐지? 하고 따져보니 丁亥(정해)일이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지 辛巳(신사)가 입춘 바닥이니 정해는 그로부터 6일, 殺運(살운)이 들어오는 날이구나, 저 놈의 입춘이 辛巳(신사)이고 입추는 辛亥(신해)가 확실하구나 싶었다.

 

 

강아지 역시 年運(연운)을 봐야 한다

 

 

그런데 강아지는 사람만큼 오래 살 지 못하니 어쩌면 월운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또한 그간의 궁리를 통해 비록 오래 살지 못한다 해도 강아지 역시 연운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올 해가 乙巳(을사), 그렇다면 우리 강아지는 최소한 辛亥(신해)년이 되는 2031년까지 아주 잘 지낼 수 있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만 8년 4개월, 잘 하면 장수 강아지가 될 수도 있으리라. 저 놈 20년 정도 살다 가는 거 아닌가? 하는 기대도 해본다.

 

우리집 첫 번째 강아지는 이름이 ‘가을’이였는데 2001년 10월 14일생이었다. 辛巳(신사)년 戊戌(무술)월 庚戌(경술)일인데 庚辰(경진)이 입춘 바닥이고 庚戌(경술)이 운기 절정인 입추였다.

 

말티즈 잡종이었는데 지능도 높고 성격이 아주 좋았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강아지였는데 당뇨가 심해져서 겨우 10년 만인 2011년 8월 13일에 그만 세상을 떠났다. 그 놈을 보내고 나서 정말이지 그 후 10년은 너무나도 보고 싶고 그리웠다. 하지만 지금도 수시로 그립고 보고프다.

 

 

강아지들과의 한 세월 

 

 

가을이 바람에 아내도 강아지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길거리에 유기된 강아지를 두 마리나 데려와서 키웠다. 또복이와 봉이, 하지만 지금은 모두 저 세상으로 떠났고 그 이후 생일을 제대로 아는 강아지가 지금의 바리이다. 태어나서 분양받아 왔으니 우리 집에선 정규직 강아지라 부른다.

 

글을 쓰다 보니 지난 날 가을이와 또복이 봉이, 이렇게 세 마리를 데리고 아들 녀석과 함께 매일 밤 동작동 뒷산 정자로 오르내리면서 산책 다니던 시절이 돌이켜보니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그 십 년 남짓한 세월은 나 호호당의 삶에 있어서도 그야말로 한 세월이었나 보다.